더렵혀진 얼굴의 천사
원제 : Angels withe Dirty Faces
1938년 미국영화
감독 : 마이클 커티즈
출연 ;제임스 캐그니, 팻 오브라이언, 험프리 보가트
앤 쉐리단, 조지 밴크로프트, 빌리 할롭
바비 조단
뉴욕 비평가 협회 남우주연상 수상
(제임스 캐그니)
1930년대는 갱스터 무비와 스크루볼 코미디가 함께 득세하던 시대엤습니다. 속사포같이 빠른 대사로 이루어진 스크루볼 코미디 장르는 웃음과 즐거움을 관개들에게 주었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거친 남자들의 비정한 세계를 다룬 갱스터 무비는 에드워드 G 로빈슨, 제임스 캐그니 같은 스타들을 필두로 하여 성황했습니다. 어쩌면 30년대 갱스터 무비의 활성화는 사회의 악의 축 이었던 갱조직에 대한 미화라기 보다는 20년대 대호황기를 누렸던 미국이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20년대 호황기 시절에 사회에 만연했던 갱들 소재의 영화들을 통해서 잘 나가던 시절에 대한 회상같은 역할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존 웨인, 게리 쿠퍼, 제임스 스튜어트, 로버트 라이언 등 유명 서부극들에는 훤칠한 장신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지만 갱스터 무비는 '리틀 시저'의 에드워드 G 로빈슨, '공공의 적'의 제임스 캐그니, '스카페이스'의 폴 무니, 조지 래프트, 그리고 험프리 보가트 등 매우 아담한 키의 배우들의 주전장이었습니다. 이들은 서부극 대신 20세기의 총잡이인 갱 역할로 도시에서 총을 난사했습니다. (물론 제임스 캐그니 같은 경우도 드물게 '오클라호마 키드' 같은 서부극에 출연하기도 합니다.
'더럽혀진 얼굴의 천사'는 30년대 갱스터 무비의 대표스타였던 제임스 캐그니의 대표작 중 한 편입니다. '공공의 적' 에서 워낙 강렬한 연기를 해서 그 이미지가 깊이 각인되었지만 코미디 영화나 코믹 범죄물에도 많이 출연했습니다.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양키 두들 댄디' 역시 경쾌한 뮤지컬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공공의 적' '포효하는 20년대' '더럽혀진 얼굴의 천사' '화이트 히트' 등 그의 대표적인 영화들은 아무래도 비정한 범죄물이 주로 연상됩니다.
베이비 페이스의 범죄물 전문 배우
제임스 캐그니
15년만에 재회한 친구
한 명은 전과가 많은 범죄자
또 한 명은 거룩한 가톨릭 신부
'더럽혀진 얼굴의 천사'는 제임스 캐그니가 아카데미 주연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좋은 연기와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입니다. 두 친구의 이야기인데 어릴때부터 동고동락한 두 친구가 15년만에 해후를 하는데 한 명은 암흑가의 인물이고, 한 명은 거룩한 성직자가 되어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이야기입니다.
록키(제임스 캐그니)와 제리(팻 오브라이언)는 어릴때부터 단짝 친구로 뉴욕에서 불량스러운 청소년기를 함께 보냅니다. 어느날 절도를 하다가 경찰에게 쫓기게 되고 록키는 잡히고 제리는 도주합니다. 록키는 제리의 공범사실을 끝까지 말하지 않고 혼자서 감방생활을 감수합니다. 이후 몇 차례 더 교도소를 들락거리게 된 록키는 지역의 유명 범죄자로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15년이 흘러서 록키는 제리와 재회하게 됩니다. 출소한 뒤 얼마 안되어 제리를 찾아간 록키, 제리는 암울했던 청소년기와는 달리 거룩한 신부가 되어 뒷골목의 불량 소년들을 선도하고 있었습니다. 옛 친구와 반가운 재회를 하게 된 두 사람, 제리 신부가 선도하던 소년들은 록키를 마치 영웅처럼 숭배합니다. 록키는 조직의 죄를 다 뒤집어 쓰고 감옥생활을 한 댓가로 출소하면 10만달러를 지급받기로 되어 있었지만 동료인 프레이저(험프리 보가트)의 배신으로 돈을 받지 못하게 되자 강제로 프레이저를 납치 감금하여 돈을 받아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면서 프레이저의 불법 행적이 적힌 서류까지 확보하여 프레이저 일당의 사업에도 참여합니다. 프레이저와 동료 맥(조지 밴크로프트)은 호시탐탐 록키를 제거할 생각을 합니다. 제리 신부는 자신이 선도하는 소년들이 록키가 준 돈으로 타락해하고 록키를 영웅처럼 받드는 상황을 우려합니다. 록키는 어릴적에 관심을 가졌던 로리(엔 쉐리단)라는 여성을 다시 만나서 그녀의 환심을 사는데도 성공합니다. 록키와 프레이저 일당의 범죄는 계속 확대되고, 결국 제리 신부는 법과 정의를 위해서 록키 일당의 만행을 파헤치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는데......
여주인공 역의 앤 쉐리단
3명의 주요 남자배우들에 비해서는
구색맞추기에 가까운 역할이었다.
조연 시절의 험프리 보가트
비열한 악역이다.
뒷골목 불량 청소년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록키
대부분의 갱스터 무비가 그렇듯 이 영화도 비정한 내용입니다. 어릴적 정말 둘도 없이 친했던 두 친구가 범죄자와 성직자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되고, 어른이 되어 15년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여전히 상대를 아끼고 존중하지만 서로의 가는 길이 다르다 보니 어쩔 수없이 대립하게 됩니다. 가는 길은 달라도 우정은 영원한 법, 록키는 결국 암흑가의 표적이 된 제리를 구하려고 위험을 무릎쓰게 되고, 제리는 록키가 경찰에게 사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역시 위험을 무릅씁니다. 두 친구의 오랜 우정은 아주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그 결말을 맺게됩니다.
베이피 페이스 악역배우 제임스 캐그니의 다부진 연기가 인상적이고 성직자 역할의 팻 오브라이언의 신부다운 인간적인 표정도 인상적입니다. 40년대 필름 느와의 영화의 전설적 스타인 험프리 보가트가 아직 조연시절에 출연한 영화로 그의 역할은 일종의 '주인공을 서포트 하는 비중있는 조연 배우' 입니다. 필름 느와르 시절에 키는 작지만 카리스마 넘치던 그 였지만 확실히 비열한 악역을 연기하는 모습도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이렇게 30년대에 에드워드 G 로빈슨이나 제임스 캐그니의 '서포트 배우' 역할에 불과했던 험프리 보가트가 몇 년뒤에 완전 상황역전을 이룰 줄은 30년대 당시에는 몰랐을 것입니다. 30년대의 이런 악역 조연배우로 오랜기간 활동한 이력 때문인지 험프리 보가트는 대스타가 된 이후에도 종종 악역 주인공 역할을 했는데 '케인호의 반란' '키에라마드레의 황금' '필사의 도망자' 등에서 그는 멋드러진 악역 주인공으로 해당 영화를 걸작으로 승화시키기도 했습니다. '더럽혀진 얼굴의 천사' 에서 성공적으로 제임스 캐그니를 서포트(?) 한 험프리 보가트는 1년뒤에 다시 제임스 캐그니와 공연하는데 두 배우의 이력에 정말 보기 드문 '서부극'이 된 '오클라호마 키드' 에서도 제임스 캐그니에게 총에 맞는 역할을 합니다.
경찰서에서 태연하게 넉살을 떠는 록키
시원시원하게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영화입니다. 파란만장한 암흑가 인생을 산 록키의 삶을 마치 하일라이트를 보여주듯 빠르게 전개하고 그 대신 영웅화되는 유명 범죄자에 대한 청소년들의 막연한 숭배에 대한 우려와 그런 상황을 해결하면서 결국 정직하게 법대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것을 일깨우려는 신부의 노력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리 신부는 아주 뜻밖의 방법으로 청소년들의 선도를 위해서 평생지기 친구인 록키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게 되는데 그 장면이 참 아이러니한 이야기면서도 인상적입니다. 단순히 폭주하다 파멸하는 범죄자의 영화가 아닌 이런 이야기와 결말을 넣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실제로 사악한 사람은 아니고 어떻게 보면 친구, 동료 등을 대신해서 감옥생활의 업보를 감수하고 살아간 의리있는 주인공의 딱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한 번 잘못 발을 담그면 빠질수도 적당히 할수도 끝낼 수도 없는 범죄자의 길, 제임스 캐그니가 연기한 록키의 캐릭터는 그런 안스러운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시시콜콜한 장황한 이야기가 없이도 록키의 삶과 파멸을 통해서 본연의 사악함이 아니더라도, 잘못된 발걸음으로 빠진 늪에서 삶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나름 비정한 방법일지언정 최선의 결과로 바로잡아보려는 신부의 노력도 인상적입니다.
암흑가의 영웅과 가톨릭 신부
서로 완전히 다른 길을 가는 이들의 평생지기로서의
우정은 과연 어떤 결말을 갖게 될까?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게 해줄께!
록키, 제리신부, 프레이저 등 세 남자의 비중이 영화의 중심이 되어 돌아가고 록키의 연인같은 역할인 로리 역의 앤 쉐리단은 그냥 여배우 출연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등장한 보조 역할에 불과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처럼 긴 영화로도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거의 압축적인 전개로 1시간 40분도 안되는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30-50년대의 대표적 흥행감독인 마이클 커티즈의 연출작품이며 일제 강점기 시절에 국내에서도 상영한 영화입니다. 제임스 캐그니 라는 배우의 진면모를 잘 보여준 영화입니다.
ps1 : 험프리 보가트도 키가 작은 배우인데 워낙 제임스 캐그니가 작아서 더 크더군요.
ps2 : 제임스 캐그니를 보면 영락없이 60년대 액션배우 황해가 생각납니다. 두 배우가 체형이나 외모가 매우 비슷하고(특히 외모가 정말 비슷합니다.) 작은 몸집에도 강렬한 남성적 연기를 많이 했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황해를 '한국의 제임스 캐그니'라고 해도 좋을 듯 합니다.
ps3 : 험프리 보가트는 확실히 이 영화에서도 턱시도가 잘 어울립니다. 괜히 '카사블랑카에서 간지가 났던게 아니지요.
ps4 : 제리 신부가 아이들에게 '나보다 빨리 달리지 못했던 록키를 위해서 기도하자' 라고 말하는 대사가 인상적입니다. 사람의 인생은 무척 길고 오랜 여정이지요. 삶은 멀리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당장의 쾌락과 부를 쫒다가 파멸할 수 있지요. 화려한 옷과 댄스, 술, 도박을 즐기는 록키에게 검소한 가톨릭 신부는 멀리 뒤처져 있는 사람일 수 있지요. 그렇지만 아니었습니다. 옛날 만화가 이현세씨가 그런 말을 했었죠. 자신은 결코 천재가 아니고 학생때도 뒤처져 있었지만 자기는 늘 같은 속도로 가는데 어느날 보니 한참 앞서가던 친구들이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고. 멀리보는, 천천히 가는 지혜가 삶에서는 필요합니다.
[출처] 더렵혀진 언굴의 천사(Angels withe Dirty Faces, 38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