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의 아들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은 암흑가의 전설적 인물로 꼽힌다. 키 165㎝의 아담한 체형 탓에 별명이 땅딸보라는 뜻의 ‘엘 차포’다. 외모는 인심 좋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보이지만 마약 밀매, 청부살인, 인신매매, 돈세탁 등 잔혹한 범죄로 악명을 떨쳤다. 한때 세계 10대 지명수배자 중 1위에 올랐을 정도다. 그는 정계와 군경에 뇌물을 뿌리고 지역사회의 비호까지 받아 마약 밀매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몸집을 키웠다. 개인 재산만 10억달러로 추정되며 2009년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70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마약 밀반입을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1.3㎞가 넘는 땅굴을 파는가 하면 잠수함·항공기까지 이용하는 기발한 수법을 동원했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 내 마약의 65%를 장악하며 세계 최대 마약제국을 건설했다. 이뿐 아니라 2001년, 2015년 두 차례나 탈옥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결국 2016년 다시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미국에서 수감 중이다.
그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의 범죄 행각도 못지않다. 오비디오는 아버지를 대신해 다른 형제와 함께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며 온갖 범죄를 일삼았다. 특히 기존 마약보다 더한 ‘죽음의 마약’ 펜타닐 제조·유통에 주력해 큰돈을 번 것으로 전해진다. 펜타닐은 고통이 심한 암 환자 등에 쓰이는데 중독성이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100배에 달하고 치명적이다. 2021년 미국에서 10만7622명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는데 그중 3분의 2가 펜타닐 중독이다. 지난 5일 멕시코 군경이 오비디오를 급습해 체포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총격전이 벌어져 최소 29명이 숨졌다.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 한국은 2016년 ‘10만명당 마약류 사범 20명 이하’가 잣대인 마약청정국 지위에서 탈락했다. 마약사범은 10년 전 6000명대에서 해마다 늘어 연간 1만6000∼1만8000명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는 10∼20대 마약사범이 급격히 늘어나고, 10대의 경우 다크웹·텔레그램 등을 통한 펜타닐 등 마약 거래가 심각하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 마약은 나라를 좀먹는 망국병이다. 비상한 대응에 나설 때다.
주춘렬 논설위원
미국에서 이제 병원뿐 아니라 약국에서도 임신중절약(사후피임약)을 구입할 수 있게 돼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일 먹는 임신중절약의 주요 성분 가운데 하나인 ‘미페프리스톤’ 판매 관련 규제를 완화해, 기존 병원과 일부 통신판매 약국에서만 처방 받을 수 있었던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임신중절약을 이제 동네 약국이나 CVS·월그린 등 대형 소매약국 체인에서도 조제할 수 있게 됐다.
미페프리스톤은 먹는 임신중절약을 구성하는 두 가지 약물 가운데 하나로,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작용을 차단해 유산을 유도하며 임신 10주까지 사용하게 돼 있다. FDA는 2000년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승인했으며, 2021년에는 원격진료로 처방받아 우편으로 배달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또 다른 약물은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로, 위궤양 등 다른 질환의 치료제로도 쓰여 이미 약국에서 구입 가능하다.
먹는 임신중절약은 미페프리스톤 복용 후 24∼48시간 안에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하면 임신중절 성공률이 높아진다. 미국 대법원이 지난해 6월 낙태를 합법화 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사후피임약인 ‘플랜B 원스텝’의 수요가 급증해 현지 약국체인점과 소매업체들이 배급제를 시행할 정도였다.
한편, 지난해 미국에서 벌어지는 낙태의 70%가 가정에서 복용하는 알약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구트마허 연구소(Guttmacher Institute)가 발표한 2001-2020년 약물낙태에 관한 보고서는 이같이 밝히면서,여성의 34%가 약물 낙태 후 자기자신에 대한 세계관이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82%는 낙태 이후 정서적 지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여성 정신 건강 기록 보관소(Archives of Women’s Mental Health)의 연구에 따르면 낙태를 한 여성의 자살률은 출산한 여성의 자살률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난 점 등을 고려, 미국의 낙태 약물 기준 완화에 따른 심각한 사회문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최준용 교수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그 유명한 ‘신바람 박사’ 황수관교수 . 그의 사인(死因)은 패혈증. 간농양. 입원 이틀 만에 급성 패혈증 으로 숨졌다. 패혈증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이 가능한지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사진) 교수에게 들었다.
- 패혈증은 어떤 병인가. "세균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병이다. 세균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 번식하면서 전신 감염을 일으킨다. 피가 오염되었다는 뜻에서 패혈증(敗血症) 이라고 부른다.
오염된 혈액이 혈관을 타고 돌면서 빠른 시간에 세균과 독소가 온몸에 퍼진다. 죽은 피가 장기로 가면 장기 손상을 일으키고 결국 심장이 멈추게 된다. 상처 난 피부로 감염되기도 하고 대장·위에 있던 세균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호흡을 통해 균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정맥 주사를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 황수관 박사가 걸린 간농양은 어떤 질병인가. “말 그대로 간에 고름이 차는 병이다. 주로 대장 쪽의 세균이 간으로 들어오면서 고름이 생긴다. 이쪽에서 오염된 혈액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면서 여러 장기를 급격히 손상 시킨다. 황 박사가 앓은 간농양의 원인 세균은 증세가 급격히 나빠지는 타입이라고 한다.” - 패혈증은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세균에 감염되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 오한과 고열이다. 호흡도 빨라지고 약해진다. 급성인 경우는 의식도 가물가물하다. 동시에 저혈압까지 동반할경우 패혈성 쇼크가 나타난다. 뇌·심장·폐·간·신장 등 중요한 장기들의 기능이 갑자기 저하된다. 혈소판 수치도 떨어져 위나 폐, 뇌 등에서 출혈이 생긴다.” - 감기와 헷갈릴 수 있겠다. “그렇다. 황수관 박사의 경우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지만 1~2주 전부터 열이 나고 몸이 떨리는 등의 감기 비슷한 증상을 느꼈을 것이다. 증상을 가볍게 여겼을 수도 있다. 간농양 이었으니 오른쪽 옆구리 부위가 묵직하게 아픈 증상도 있었을 것이다.” - 각 부위 패혈증 증상은. “만약 피부를 통해 균이 들어오면 균이 자리 잡은 부위를 중심으로 붉은 반점이 나타나고 통증이 심해진다.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 등에 찔린 뒤 비브리오균등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요로감염의 경우 콩팥에 염증이 생긴 경우다. 열이 나면서 양 옆구리 또는 한쪽 옆구리가 아프고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생긴다. 소변이 자주 마려운 것도 특징이다. 폐렴은 호흡기를 통해 균에 감염된 경우인데 기침, 가래가 심하고 열이 난다. 그 밖에 간농양을 포함한 장염·당남염·복막염 등은 복부감염인데, 모두 열이 나면서 배가 아프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 어떤 사람이 잘 걸리나. “아무래도 젊은 사람보다는 노인에게서, 건강한 사람보다는 당뇨병·호흡기 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발병률이 높다. 류머티즘이나 루프스 등의 자가 면역질환이 있어도 고위험군이다. 장기이식으로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 암환자 등도 주의해야 한다.” - 치료는 어떻게 하나. “우선 쇼크에 빠졌다면 수액과 혈압을 올리는 약을 투여한다. 폐 호흡력도 떨어지므로 인공호흡기를 달 수도 있다. 다음으로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의사의 경험이 많이 좌우한다. 감염 부위에 따라 잘 듣는 항생제를 투여하게 된다. 또 감염된 부위를 제거할 필요가 있으면 수술이나 시술로 제거한다. 합병증으로 급성신부전증(신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생기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 임시로 투석을 해야 할 수 있다. 오염된 혈액이 빠른 시간 안에 전신을 돌며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치료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급속히 악화돼 사망할 수 있다. 중증 패혈증의 사망률은 30% 내외이고 호흡곤란증후군 등의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는 70~80%까지도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초기 신속한 치료가 환자의 생사를 가른다. 환자의 생체징후(혈압·맥박·호흡 등)가 안정될 때까지 중환자실에서 철저한 모니터링을 하며 치료해야 하고, 처음부터 합병증 없이 약에 잘 반응할 경우 2주 정도 항생제 치료를 하면 괜찮아진다.” - 예방법을 알려달라. “우선 감염을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면역력을 얻기 위해 예방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A형간염·파상풍·폐렴구균 등에 대한 백신을 맞으면 이들 균에 대한 면역력이 생길 수 있다. 손씻기, 위생적인 음식물 조리 등 개인 위생관리도 잘해야 한다. 또한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는 정기적인 검사를 받으며 잘 관리해야 한다. 기초 면역력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면역체계가 튼튼해진다. 주5회, 하루 30분 이상 조금 힘든 정도로 운동을 하면 면역력이 올라간다. 또 영양소가 골고루 든 음식을 섭취하는 것,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트리는 주범이다. 평소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취미 활동을 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