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남대교를 걸었다. 초입에 우뚝 솟아있는 2층 커피 타워는 문을 닫았다.
순천향병원 쪽으로 나와 남산 길로 올라가는데 펜션같이 고급스러운 아파트가
지대 아래 보인다. 신비함을 더하듯이 커다랗고 울창한 나무들이 아파트를 숨
기고 있다.
여기가 한남동 100억짜리 아파트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후 남산맨숀 옆 야외예
식장 길로 접어드니 8시경이다. 조그마한 운동장에는 네다섯 명의 초등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는데 환한 불빛이 마치 강렬한 태양 같아서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는다. 남산타워까지는 약 1km 표지판을 보고 숲속 길로 들어갔다.
어슴츠레하지만 시야는 확보되어 약 1/3 정도 올라왔던가. 더 이상 맨 시력을
허용하지 않는다. 핸드폰 불빛을 비추며 발걸음을 옮기지만 밧데리가 떨어질까
불안하다. 바로 위 남산타워는 찬란하게 빛나고 있건만 나는 마냥 제자리인 것
같다.
산 속 조난이 이렇고 옛날 밤 고개를 넘을 때 온갖 짐승에 나그네들이 겁을 먹는
다는 말이 실감 난다. 불과 20분도 안 되는데 첫 경험인지 긴장이 된다.
걸음이 빨라지고 땀이 삐질 난다. 환하게 비치는 조명의 거리가 이렇게 그리울
줄 몰랐다. 이윽고 성곽이 보이는데 길을 따라가니 남산 타워 가기 전 버스
종점이고 관광객들이 줄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