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가 박찬호(30) 기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텍사스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포기한 지 오래다.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 그레그 매덕스(애틀랜타) 폴 버드(뉴욕 메츠) 등 A급 투수들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와도 텍사스는 여느 때와 달리 제대로 입질 한 번 하지 못했다.
이유는 얇아진 주머니 사정 탓이다.존 톰슨을 제2선발로 영입했으나 그는 단 한 번도 5할 승률을 기록하지 못한 투수다.나머지 선발투수들은 모두 검증이 되지 않은 신인들이다.뜻밖의 성과를 얻을 수 있지만 아예 망가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폴 윌슨(6승12패·방어율 4.71) 제프 수판(9승16패·방어율 5.32) 등 그나마 경력 있는 투수들을 한 명 더 데려오려고 시도 중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지난해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한 그저그런 투수들이다.
따라서 믿을 건 제1선발 박찬호뿐이다.박찬호가 지난해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나 앞에서 신인투수들을 끌고 두터워진 불펜이 뒤를 받치면 예기치 못한 성과도 가능하다는 게 텍사스 구단의 판단이다.
문제는 어떻게 박찬호의 기를 살리느냐는 것.텍사스는 박찬호의 지난해 부진을 심리적인 요인에서 찾고 있다.비록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긴 했지만 심리적 동요로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벅 쇼월터 텍사스 감독이 지난 연말 박찬호를 만나 “제1선발에 대한 부담을 떨쳐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박찬호는 원래 뛰어난 투수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던지기만 하면 충분히 자신의 기량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장담했다.
텍사스가 8일(한국시간) LA 다저스 시절 전담 포수였던 채드 크루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것도 박찬호 기 살리기 작업의 일환 중 하나다.아이너 디아스와 토드 그린에 이어 크루터를 백업 포수로 선택한 이유는 같은 값이면 박찬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텍사스는 제이미 리드 헤드트레이너를 통해 박찬호의 컨디션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박찬호가 다시 부진한 한 해를 보낸 다면 텍사스의 2003시즌은 암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