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소식이 일선 약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7일 약국가에 따르면 내년부터 담뱃값이 인상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금연 보조제 처방과 금연 패치, 니코틴 진단키트 등의 판매가 늘고 있다.
매년 새해가 시작되는 1월은 다른 달보다 금연 보조제 판매가 많아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는 일찍부터 금연 제품 판매가 늘었다는 것이 약사들의 설명이다.
내년 담뱃값 인상을 대비해 미리 금연을 시작하겠다며 병원에서 전문약인 챔픽스를 처방받거나 패치, 껌 등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방문이 예년보다 많아졌다는 것.
일부 니코틴 진단키트를 들여놓은 약국의 경우 흡연자인 자신은 물론 가족의 간접 흡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키트를 구매해 가는 고객도 있다.
니코틴 진단키트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며 자신과 주변의 상태를 확인하고 서서히 금연을 진행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부천의 한 약사는 "매년 새해 초, 구정에는 금연 관련 제품 판매가 약간 늘었는데 올해는 특히 챔픽스 처방을 받아오거나 관련 제품을 찾는 고객이 눈에 띈다"면서 "담뱃값이 인상되기 전 미리 끊겠단 생각으로 대비하는 생각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약국을 찾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관련 제품 마케팅이 확대됐다.
제약 영업사원들이 이달 들어 평소 일반약 판매가 많은 약국들을 돌며 금연 패치 대량 입고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약사는 "이번달 들어 관련 제약사 영업사원이 약국을 방문해 금연 패치를 들여놓으라고 해 예년보다 많이 주문했다"면서 "실제 담배값이 인상돼 흡연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다음달부터는 관련 제품의 판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건소 무상제공 악재…금연치료 급여화에 약국 포함돼야"=반면 지역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여전히 약국 금연 제품 판매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수년째 금연클리닉 사업이 지속되면서 지자체 보건소에서 상담을 받으면 금연패치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보건소 등이 매년 금연클리닉을 홍보하면서 무료로 패치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약국에서 금연 보조제와 관련 의약품 의 직접적인 구매로의 연결이 쉽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약사는 "담배가격 인상으로 약국에서 관련 제품을 찾는 고객이 반짝 늘수는 있지만 여전히 보건소의 무료 금연패치 제공 등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좋은 취지 제도인 만큼 문제 제기는 할 수 없지만 약국 차원에서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진행하는 금연치료 사업에 약국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담배값 인상에 따른 건보 추가재원 5천억원 중 2천억원을 금연치료에 대한 보험적용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의사와 전문 상담인력 등이 니코틴 의존성 등을 진단해 금연상담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이와 관련한 수가를 개발해 건강보험에 적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업에 약국, 약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분회장은 "약국에서 관련 제품을 더 판매하기 위해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접근성이 용이한 약국에서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제품을 취급하면서 더 많은 환자가 금연에 참여하게 되면 국민 건강과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분회장은 또 "보건소는 6시 이후에는 문을 닫고 한정돼 있어 직장인이나 젊은 사람들이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약국들이 보건소와 연계해 금연상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