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준 날: 20240530목 17:00~17:30
읽어준 곳: 경산 아가페지역아동센터(중방동 행정복지센터 맞은편, 마가교회건물)
읽어준 책: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노 요코 글.그림/김난주 옮김/비룡소
《풀이 좋아》 안경자 글, 그림/보리
함께한 이: 1 ~ 4학년 여학생 친구들 8명 내외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읽고,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생각하느라 일주일 내내 행복했던 것 같다.
(선물은 하지않는 게 원칙?이지만 아이들과 함께한지 2년이 지났고 혼자 읽어주고 있으니 영향을 끼칠 다른 선생님도 안계셔서 이번만은 마음가는대로 그러자 혼자 생각했다) 2권씩 있는 책들을 챙기고 개수를 새어 보니 몇 권만 더 모이면 한 권씩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정’을 나누는 의미로(지난주 티격태격했던 아이들) 초코파이와 요구르트를 선물하고 책은 다 모이면 그때 선물로 줘야겠다 생각 했다. 가방에 《100만 번 산 고양이》와 《풀이 좋아》 《모두다 빛나요》 《당신은 빛나고 있어요》초코파이 1박스, 요구르트를 챙기고 집을 나서는데 내가 행복했다. 경산시장역에 내리니 달콤한 참외가 눈길을 끌었다. 집에 갈 때 집에 있는 아이를 위해 참외를 사가야겠다 생각하니 ‘책읽어주러 오고 가는 길이 참 행복하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했다. (집에 갈 때 들렀을 땐 참외리어카가 철수하고 없었지만 말이다. 안타까웠다. 아저씨 일찍 퇴근^^;; )
2층에 올라가니 서윤이가 가운데 자리 앉아 책을 들고 있었다. 오늘만은 서*이가 선생님을 하고 싶다했다. 자기가 읽어주겠다고. 그런데 항상 밝고 활기차던 영*가 오늘은 시무룩 하다. 울었나 싶었다. 무슨 일이냐고 하니 유*이랑 언니들이 상황을 설명해 주는 이이야기 저이야기가 섞여 속상한 일이 있었나보다로 설명이 되었다. 그사이 복지사 선생님이 올라오셨는데 서*이가 책을 읽어주고 싶다고 하니 안된다고 그래도 되냐고 하셨다. 그래서 그럼 앞풀이로 서*이가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주 삐쳤던 민*가 오늘은 한 권만 읽어달라하고 서*이는 선물을 가지고 왔냐고 물었다. 조금 정신없는 사이 책을 꺼내 들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풀이 좋아》 지난 시간에 배웠던 풀꽃이름을 기억하냐고 물었다. 제비꽃, 뱀밥, 괭이밥, 쇠뜨기, 봄맞이꽃 등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주 다 보지 못했던 풀꽃을 하나 더 소개해 주려고 요즘 우리 친구들만큼 키가 크게 자라 있고 하얀 꽃잎에 노란 술이 있는 꽃, 봤냐고 물으니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책을 펼쳐 그림을 보여주니 “아~”하고 안다고 했다. 개망초, 계란꽃이라고도 부른다고 알려줬다. 그런데 자기보다 키는 크지 않다고, 작은 것 같다고 했다.
냉이꽃은 알지 않냐고 물어보니 민*이가 엄마랑 딸랑이 하고 놀았다고 이야기 한다. “맞아맞아, 민*이 딸랑이 풀꽃 놀이 해봤구나” 했다. 딸랑이 만들다가 씨앗이 떨어진 적도 있다고 했다. 세대를 뛰어 넘어 같은 놀이를 했다니 얼마나 반갑던지 ^^
그러는 사이 지난주에 삐쳤던 민*이가 그때 분위기의 말투로 “그냥 책 읽어주면 안돼요?”했다. “그래, 책읽어줄게”하고 책을 읽고 있었던 거지만 민*이의 요구를 받아들여(민*이의 기분도 중요하니까) 《100만 번 산 고양이》라는 책을 바꿔 들었다.
표지 고양이는 무서워 보이고 도둑 강아지 같고 별로 라고 했다. 못생겼다고도 했다.
고양이는 “왜 100만 번 살았을까?”하고 물으니 백 살이라서 그렇단다. 그래서 ‘100만 번 살았다’고 다시 알려주니 이번엔 100만 살 살아서 그렇단다. 제목의 ‘100만 번 살았다’는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이해하게 되겠지.’
한 장을 넘기니 이번엔 눈이 삐뚤어졌단다. 아무리 봐도 고양이가 못생겼나보다.
고양이는 백만 번 죽었고 백만 번이나 살았다. “선생님, 그런데요 어떻게 백만 번을 살아났어요?” 하고 물었다. 그러게, 그게 선생님도 너무 궁금하다고. 계속 읽어보자 했다.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고, 뱃사공의 고양이로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로 도둑의 고양이로 홀로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로 여자 아이의 고양이로 태어났다.
고양이가 죽을 때마다 주인들이 울었고, 고양이는 또 살아났다. 민*이는 고양이의 모습이 영 마음에 안들고 이상한가 보다. 책 장을 넘길 때마다 고양이가 너무 길다. 어쩌다 했다.
그리고 또 죽었다고 또 살았다고 어이없어 했다. 여자아이의 고양이로 태어났을 때는 고양이가 좋아했을거라고 민*이는 예상했다. 그러나 또 고양이는 아이를 싫어했다. 그것도 아주.
아이들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한때 고양이는 도둑고양이로 태어났다. 마침내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다.
하얀고양이는 이쁘다고 했다. 그런데 속눈썹이 너무 길다 했다. 고양이가 하얀 고양이에게 다가가니 고양이가 하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단다. 다 싫어하더니 하얀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하얀고양이 앞에서 공중 돌기도 하고 뽐내기도 했다. 하얀 고양이가 볼이 빨개졌다고 했다. 애기도 태어났다고. 하얀 고양이가 옛날 도둑고양이가 하얄 때랑 닮았다고 했다.
고양이 옆에 나비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고양이가 나비를 좋아해서 고양이 장난감으로 나비같은게 있나보다 하고 말이다. 유*이가 조용히 “ 남은 부분은 우리가 읽으면 안돼요? 몇 장 안남았는데...” 했다. 왜그랬는지 살짝 민*의 눈치를 봤다. 그냥 내가 읽어줬음 하는 듯 해서 한 장 더 내가 읽고 자연스럽게(?) 유*이에게 여기 읽어줄래?했다.
유*이가 한 장을 읽은 부분이 하얀 고양이가 죽고 고양이가 처음으로 울기 시작한 부분이다.
한 친구가 울고 또 울고, 계속 울어서 고양이가 죽을 것 같다고 했다.
고양이는 정말 죽었다. 죽은 고양이는 학교 뒷마당에서 얼어서 죽은 것 같다고 한다. 왜 그런 말을 할까?하고 그림을 살펴보니 그림의 집이 학교처럼 보였던 것 같다.
“고양이는 왜 다시 살아나지 않았을까?” 아무말도 없었다. 우리 친구들은 다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어느 날 좀 더 자라 이 책을 발견하고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는 또 다르게 읽혀 지겠지? 생각했다.
초코파이를 꺼내 들었다. 무슨 글씨냐고 물었다. 내가 무슨 ‘글씨’냐고 물어서 였을까? 우리 친구들이 “아홉”이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아홉?”이라고? 내가 당황해서 살펴보니, 그랬다. 딱! “아홉”이라는 글씨였다.
세*이는 “아홉 개 들었어요?”하고 물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내 박스에 12개라고 적혀 있는 거다. 이상하다는 눈빛을 내게 보냈다. 귀여워서 한참 웃었다. 멋지다 생각했다. 그리고 “아홉”이라는 글씨가 한자로는 “정”이라고 알려줬다.
우리 친구들 정 나누면서 사이좋게 지내라고 했다. 요구르트랑 하나씩 나눠주고 남는 것은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사람이 하나 더 가져가게 했다. 어수선했고, 그런 아이들 이야기에 즐거웠다. 영*의 얼굴을 살폈다. 아쉬웠다. 우리 영*의 재미난 그림 읽기 이야기를 오늘은 듣지 못해서. 그래도 조용히 들어주고 그사이 기분이 좀 풀려 있어 다행이고 감사했다. 다음 주는 활기찬 너의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영*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