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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서해랑길 57코스(와석 마을회관 – 선도리 갯벌체험장)
여 행 일 : ‘24. 7. 27(토)
소 재 지 : 충남 서천군 마서면·종천면·비인면 일원
여행코스 : 와석마을회관→장구2리 마을회관→당정1리→다사항→비인해변→선도리갯벌 체험장(거리/시간 : 15.9km, 실제는 13.76km를 3시간 20분에)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서해랑길’은 서쪽 바닷길을 말한다. 땅끝마을(전남 해남)에서 시작해 강화(인천)에 이르는 서해안의 해변길과 숲길, 마을길 등을 잇는 1,800km(109개 코스)의 걷기 여행길이다. 코리아둘레길(해파랑·남파랑·서해랑·평화누리) 4면 중 가장 길며, 거치는 지자체만도 5개 광역에 기초가 26곳이나 되는 긴 여정이다. 오늘은 57코스를 걷는다. 8개로 이루어진 서천·보령·홍성 구간(56-63코스)의 두 번째 코스이기도 한데, 서천군의 서쪽 해안선을 따라 북진하는 여정이다. 난이도는 별이 2개(전체 5개)로 분류된다.
▼ 들머리는 와석마을회관(충남 서천군 마서면 송석리)
서해안고속도로 서천 IC에서 내려와 4번 국도를 타고 서천읍으로 들어온다. 서천교차라에서 21번 국도(홍성·보령방면으로 3km), 당정교차로에서 617번 지방도(마서·당정리방면으로 3.4km), 한성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2km쯤 들어오면 와석마을에 이른다. 서해랑길(서천 57코스) 안내도는 마을회관(노인정) 앞에 설치되어 있다.
▼ ‘송석리(와석마을)’을 출발, 서천군의 서쪽 해안을 걸어 ‘선도리(갯벌체험장)’까지 가는 15.9km짜리 여정이다. 리아스식 해안의 곶(串)을 떠나 들녘을 걷는 구간이 유난히 많아, 서해바다의 작은 섬들이 그려내는 예쁜 풍경화 말고도 드넓은 서천의 너른 들녘에서 풍요를 만끽하며 걷는다.
▼ 서해랑길은 해안길을 따라 ‘송석항’으로 간다. 걷기 여행자들의 발걸음도 마서면에서 종천면을 향해 간다. 그러자 ‘아목섬’이 길 떠나는 나그네들을 향해 아쉬움의 솟짓을 보내온다. 섬의 모양이 거위의 목처럼 생겼다는 섬으로, ‘아항도(鵝項島)’라고 불리기도 한다.
▼ ‘아목섬’은 모새의 기적이 연출되는 섬이다. 썰물 때 물이 빠지면 길이 만들어지면서 섬까지 연결된다. 이때 조개류나 해삼 등 짭짤한 수확도 거둘 수 있음은 물론이다.(아래는 지난번 56코스 답사 때 찍은 사진이다)
▼ ‘송석항’ 쪽 풍경. 방파제가 있는 곳이 송석항. 그 오른쪽 산기슭이 ‘슴갈목(원래 섬이었다)’, 중앙에 끼어있는 낮은 산은 ‘갈무산’이다.
▼ 10 : 20. 실제 출발지인 (해창마을)버스정류장. 원래 출발지에서 2.6m쯤 떨어진 지점인데,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경보까지 내려졌다)에 놀라 거리를 조금 단축했다. 아니 57코스의 특징이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겠다. 바닷가와 들녘만 걷는 특징으로 인해 구간 전체가 오뉴월 뙤약볕 이래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 10 : 20. ‘장천로(617번 지방도)’를 따라 북진하면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 해창 마을회관. 법정 동리인 ‘한성리(漢城里)’를 구성하는 자연마을(한성·해창·골패·마동) 중 하나로, ‘해창’이란 지명은 옛날 이곳에 해창(海倉, 군수 물자와 세곡을 보관하던 창고)이 있었다는데서 유래했다.
▼ 10 : 24. 대한불교삼론종 소속이라는 ‘약사암’. 참고로 ‘삼론종(三論宗)’은 용수(龍樹, 나가르주나)의 중관사상(中觀思想)을 중국에서 체계화해 성립한 종파이다. 인도 대승불교에는 중관불교와 유식불교 두 흐름이 있었다. 이들이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중관불교는 삼론종(三論宗), 유식불교는 법상종(法相宗)이 됐다. 대한불교삼론종은 1989년 대산(大汕) 이혜봉(李惠鳳) 스님이 창종했다. 여기서 삼론(三論)은 중관파의 주요한 세 논서, 즉 용수의 중론(中論)과, 12문, 제바(提婆)의 백론(百論) 등을 말한다.
▼ 10 : 24. 판교천은 배수갑문 위로 난 도로(장천로)를 이용해 건넌다. 참고로 판교천(板橋川)은 서천군(판교면) 복대리 무량골에서 발원 남쪽으로 흐르다가 종천면 장구리에서 서해로 유입되는 16.2km 길이의 지방하천이다.
▼ 판교천의 하구역(河口域). 해창마을의 포구를 겸하는가 보다.
▼ 10 : 28. 판교천에서 100m쯤 더 걷다가 오른쪽으로 갈려나가는 샛길(장촌길40번길)로 들어간다. 이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외국인 걷기여행자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 온다. 흔치않은 풍경이라 하겠다. 여성이 이국의 낯선 땅을, 그것도 외진 들녘을 혼자서 걷는다는 게 어디 그리 흔한 일이겠는가.
▼ 10 : 33. ‘장구2리’ 마을회관. 장구리(長久里)는 지형이 장구처럼 곶을 이루고 있다는 마을이다. 자연마을로는 갯장구, 뭍장구, 이재민촌, 후촌, 참샛골 등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곳 ‘2리’의 자연부락 이름은 무엇일까? 그게 궁금해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주민을 붙들고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장구2리’. 동네의 규모를 좁히고 또 좁혀가도 그의 입에서는 ‘장구2리’만 되풀이 될 따름이었다. 우문현답인지 현문우답인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헷갈린다.
▼ 서천군에서는 분리수거장을 ‘깔끔美방’으로 부르나 보다. 예쁜 이름처럼 깔끔하고 아름답게 관리하고 있었다.
▼ 관상용으로만 알았던 ‘백년초’를 이 마을에서는 재배하고 있었다. 맞다. 백년초를 대표적인 ‘회춘푸드’라고 하지 않았던가. 노화 방지와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면서 말이다. 하나 더. ‘본초강목’에는 기의 흐름과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독을 풀어 주며 심장과 위통 개선, 기관지 천식 등에 이로운 약초로 기록돼 있다.
▼ 마을을 둘러싼 들녘이 무척 넓다. 풍요로움을 상징한다고나 할까? 그래선지 마을회관 앞 안내판은 ‘장구2리’를 ‘풍성한 마을’로 소개하고 있었다.
▼ 서해랑길은 이제 ‘종구3리’를 향해 간다. 푸름으로 가득한 들녘을 횡단한다고 보면 되겠다.
▼ 들녘은 사방팔방으로 논만 드넓게 펼쳐진다. 그러니 쉴 만한 곳이 있을 턱이 없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벌판 한가운데 파란색까지 칠한 귀여운 벤치가 하나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들에서 일하는 분들이 잠시 쉬라고 만들어 놓은 것일까? 아니 길가는 나그네들을 배려한 쉼터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장구3리’라고 써놓은 나무 벤치는 이 마을이 얼마나 배려심이 깊은가를 말해준다.
▼ 10 : 48. 서해랑길은 ‘종구3리’ 조금 못미처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화산(200.5m)을 병풍삼아 들어앉았는데, 그 오른쪽 어디쯤에 ‘장구리성지’가 있다고 했다.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산성인데 고려시대 이전의 성으로 추정된다나?
▼ 이곳에도 벤치가 놓여있었다. 이정표(종점 11.7km/ 시점 4.2km)도 눈에 띈다.
▼ 10 : 50. ‘장천로(617번 지방도)’로 다시 올라선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무척 예쁘게 다가오나 서해랑길은 이를 따르지는 않는다. 곧장 횡단해 ‘당정리’ 들녘으로 나간다. 하나 더. 코스를 단축하고 싶다면 판교천 갑문에서 이곳까지 도로를 따라오면 된다.
▼ 당정리 들녘(‘물거내들’로도 불린다)으로 들어간다. 비닐하우스 앞으로 ‘당정천’이 흐른다.
▼ 10 : 52. ‘당정천’이란다. 종천면 종천리에서 발원 남쪽으로 흐르다가 장구리에서 서해로 합류되는 4.2km 길이의 지방하천이다.
▼ 11 : 00. 이번에는 ‘갯벌체험로(이정표 : 종점 10.7km/ 시점 5.2km)’로 내려선다. ‘물거내들’의 끝, 구릉지 앞(이정표 : 종점 11km/ 시점 4.9km)에서 왼쪽으로 방향으로 튼 다음 ‘충서로319번길’을 따라 이곳으로 왔다.
▼ ‘갯벌체험로’는 ‘배롱나무길(서천군 군도 5호선 종천면 장구리에서 시작해, 비인면을 거처 서면으로 이어지는 약 20km 구간)’로도 불린다. 서천은 배롱나무 꽃길로 유명하다. 해안도로를 배롱나무 꽃길로 조성해 우리의 전통건축과 어우러지는 꽃무리의 운치를 보여준다.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으로 한번 성한 것은 오래가지 않아 반드시 쇠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귀라는 꽃말의 배롱나무 꽃은 7-9월까지 계속 꽃을 피워 백일홍 나무라고도 불린다.
▼ 탐방로는 배롱나무 꽃길을 만나자마다 헤어져버린다. 그리고는 ‘당정1리’를 향해 구릉지로 올라간다.
▼ 11 : 08. 여염집처럼 지어진 ‘당정1리’마을회관. 법정 동리인 당정리(堂丁里)는 대부분 낮은 구릉지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마을로는 골뜸·뚜두렁이(당곡)·삼막골(산막) 등이 있는데, 이곳 당정1리는 ‘삼막골’이라고 한다.
▼ 탐방로는 마을회관에서 오솔길로 바꿔 탄다. 시멘트포장길이 반듯하게 나있으나 구태여 에둘러갈 필요가 없었던 모양이다.
▼ 11 : 11. 당정1리 마을은 언덕의 남과 북에 나뉘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니 또 다른 ‘삼막골 마을’이라 할 수 있겠다.
▼ 마을 앞 모정을 지나 당정리 들녘으로 들어간다.
▼ 여름철을 만난 정미소는 낮잠 잘 일만 남았다.
▼ 11 : 16. 마을을 빠져나온 탐방로(이정표 : 종점 9.6km/ 시점 6.3km)가 이번에는 들녘을 횡단한다. 이때 썩 편치 않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익성이 더 뛰어나는지는 몰라도 농경지까지 훼손해가며 들어선 태양광발전소는 언제 봐도 눈에 거슬린다.
▼ 11 : 23. 종천천(鍾川川)을 건넌다. 판교면(서천군) 상좌리를 기점으로 하여 종천면 종천리에 이르는 12km 길이의 지방하천이다. 중류에 종천저수지, 장항저수지 등이 있어 종천평야와 당정평야를 관개한다.
▼ 다리를 건너면 ‘종천리(鐘川里)’ 땅이다. 하지만 취락지구로 들어가지는 않고 그저 들녘만 지나간다. 참고로 이곳은 토정(李之菡) 선생이 찾던 명당자리가 있다는 곳이다. 그래선지 냇물에 물이 흐를 때 가끔 종소리가 울리기도 한단다.
▼ 11 : 27. 들녘의 끝(이정표 : 종점 8.7km/ 시점 7.2km)에서 산자락(봉산, 124.4m)과 마주친 길이 좌우로 나뉜다. 서해랑길은 왼쪽(충서로)으로 간다. 이때 당정리 들녘을 만들어낸 ‘종천방조제’가 기다랗게 눈에 들어온다.
▼ 11 : 34. ‘다사2리’마을로 들어섰다. 서쪽과 남쪽을 서해에 접하고 있는 ‘다사리(多沙里)’는 모래가 많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하지만 잠시 후 만나게 되는 ‘다사리 해변’은 백사장 대신 검은 갯벌만 한가득이었다.
▼ 11 : 41. 마을 뒤 언덕을 넘으니 다시 바다가 우리를 기다린다. 보령해경 다사출장소가 발아래에 놓였는가하면 ‘다사항’ 전체가 한눈에 조망된다.
▼ 11 : 44. ‘다사2리’마을회관 앞에서 ‘갯벌체험로(이정표 : 종점 7.2km/ 시점 8.7km)’를 다시 만났다. 그런데 배롱나무 꽃길로 단장되어 있던 아까와는 달리 이곳에는 해송(海松)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었다. 하나 더. ‘구수메’라는 식당 간판이 이곳 다사2리의 또 다른 지명이 ‘구수메’임을 알려준다.
▼ 탐방로는 ‘갯벌체험로’를 그냥 가로질러 버린다. 그리고는 해안도로(갯벌체험로44번길)를 따라 ‘다사항’으로 간다. 항아리처럼 내륙을 향해 움푹 들어온 다사리 해변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걷는다고 보면 되겠다.
▼ 어촌체험관광안내소. ‘다사리’도 어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저 안내소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고. 하지만 문이 굳게 닫혀있다는 것은,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증거일 것이다. 예산 낭비일지도 모르겠다는 염려가 나 혼자만의 기우이기를 바래본다.
▼ 어항을 끼고 있어선지 길은 대체로 어수선한 풍경이었다. 도로변에 어망을 널어놓았는가 하면 반대편에는 통발이 수북이 쌓여있다.
▼ 이곳은 ‘쭈꾸미’를 소라껍질로 잡는가 보다. 쭈꾸미 잡이용 소라껍데기가 줄에 묶인 채로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쭈꾸미는 낚시로 잡는 것보다 ‘소라방 잡이’ 방식으로 잡는 것이 힘은 더 든다고 했다. 하지만 쭈꾸미에게 스트레스를 적게 주는 만큼 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다고 한다.
▼ 11 : 55. 다사항(多沙港). 바다보다 뭍으로 올라와있는 배들이 더 많다. 서천지역에 들어오면서부터 눈에 띄는 이색적인 풍경이다(지난 56코스 때 만난 주민은 금어기라서 하릴없어진 배가 쉬는 중이라고 했다). 아무튼 물양장에는 경운기와 트랙터도 쉬고 있었다. 언제든지 바다를 향해 배를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 다사항은 남쪽의 송석항과 마주보면서 큰 만(灣)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썰물 때면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갯벌 너머로 송석항과 갈무산, 그리고 아목섬이 조망된다.
▼ 서천갯벌은 습지보호지역(습지보전법에 의한) 및 람사르습지(국제 환경협약)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 11 : 57. 이후부터는 ‘해변산책로’를 따른다. 다사항에서 장포항까지 바닷가를 따라 멋진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지난 2009년 서천군이 연안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해놓은 명품 둘레길이다.
▼ 다사항 근처의 ‘독살’. 독살은 ‘돌’의 사투리인 ‘독’과 사냥을 뜻하는 ‘살’의 합성어로, 바다에 돌을 둥글게(또는 ‘V자’형으로) 쌓아 밀물 때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여 잡는 가장 원시적인 포획방법이다. 남해에서는 석방렴(石防簾)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아직도 많은 곳에서 이런 원시어업이 이루어지고 있단다. 특히 태안군에서는 30여 곳이나 행해지고 있다나?
▼ 시선을 조금 옮기자 서해바다가 아득하다. 바다 건너로 보이는 섬은 개야도와 죽도가 아닐까 싶다.
▼ 산책로는 돈 깨나 쏟아 부은 흔적이 역력했다. 생김새도 다양한 파고라나 의자는 물론이고, 특이한 조형물들까지 세워 탐방객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하지만 조성만 해 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듯, 무너지기 직전인 시설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하나 더. 최근에 철거(보수가 아닌)를 했는지 바다 쪽 안전펜스는 흔적만 남아 있었다.
▼ 소라껍데기 조형물. 저 안에 들어가면 파도소리가 들릴까? ‘바닷가 작은 집(저자 : 케빈 헹크스)’에서 할머니는 ‘소라 껍데기는 누군가의 작은 집이었다’고 손녀에게 일러준다. 그러자 소녀의 상상력은 주황색 둥그런 방이 있는 집, 하얗고 올록볼록한 집, 반짝이거나 빛바랜 집을 만들어냈고, 나중에는 그 안의 풍경까지로 발전한다. 소라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무슨 소리일까. 둥근 껍데기 속에 꼬마유령이 살고 있는 건 아닐까?
▼ 12 : 06. 어떤 용도인지는 몰라도, 갯바위 지대에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가는 방파제도 만들어놓았다.
▼ 방파제는 ‘전망대’로 변신해 있었다. 세 방향으로 툭 트이는 서해바다를 편하게 구경하라는 듯 돌의자까지 놓아두었다. 구호장비를 비치하고 사방에 금줄까지 둘러 안전을 확보했음은 물론이다.
▼ 계속해서 해변산책로를 따른다. 이후부터는 장포리 해안을 앞에 두고 걷게 된다.
▼ 12 : 10. 갯바위를 등받이 삼아 힐링하고 있는 저 조각상은 다사리 해안산책로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지 않나 싶다. 최고로 편한 자세로 서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조망처가 산책로(갯바위로 도배된) 곳곳에 널려있다는 특징 말이다.
▼ 힐링하는 조각상이 있던 곳. 혹자는 저곳을 ‘다사곶’이라 부르고 있었다.
▼ 12 : 12. ‘다사곶’ 모퉁이를 돌자 주변 풍광이 확 바뀐다. 바닷가가 갯바위나 갯벌이 아닌 모래사장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오른쪽 사구(沙丘)에는 캠핑하기 딱 좋은 송림도 들어앉았다. 그래서일까? 누군가는 이곳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와본 사람은 없다고 했다. 꼭 다시 찾아올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나?
▼ 이곳도 역시 멋진 산책로가 나있었다. 야자매트를 바닥에 깔아 모래가 신발 속으로 들어오는 걸 막아주는가 하면, 바닷가 비탈진 곳에는 해당화를 심어 꽃길로 탈바꿈시켰다. 해당화는 꽃 대신 붉은 열매를 매달고 있었다. 그러니 제 철도 모르고 피어난 저 꽃은 본의 아니게 귀하신 몸이 된다.
▼ ‘순비기나무’도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통기성이 좋은 자갈밭이나 모래사장, 특히 바닷가에서 짠물을 뒤집어쓰고도 잘 자라니 당연하다 하겠다. 아무튼 순비기나무는 모래 위를 기어 다니면서 터전을 넓혀 방석을 깔아놓듯이 펼쳐나가므로 덩굴식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무가 분명하단다.
▼ 해변 한가운데, 기다랗게 설치된 저 목책은 거친 파도를 잠재우기 위한 시설이 아닐까 싶다. 저렇게 좋은 모래가 파도에 휩쓸려나가는 건 막아야하지 않겠는가.
▼ 탐방로는 모래사장으로 내려서기도 한다. 질 좋은 모래사장을 걸어보라는 모양이다. 아무튼 모래사장은 걷는데 조금도 부담이 없었다. 규사 성분을 띄었는지 발자국도 찍히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굳어있었다.
▼ 12 : 25. 이때 장포해안의 명물인 ‘옵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장포리 곶(串)의 끄트머리에 갯바위 몇 개가 뾰쪽하니 솟아올랐다. 그게 군함처럼 보인다고 해서 ‘군함바위’라고도 불린단다.
▼ 바위의 생김새는 자못 빼어나다. 하지만 옵바위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그 형태보다 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 때문이라고 한다. 바위 위에다 떨어지는 해를 걸쳐놓기라도 할라치면, 세상에서 둘도 없는 명품 풍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 옵바위 주변은 조개를 잡는 탐방객들로 한가득이었다. 이 지역에서 많이 난다는 ‘동죽’이라도 잡나보다.
▼ 옵바위를 실컷 구경했다면, 이제 서해랑길로 돌아갈 차례이다. 모래사장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참! 해변에는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포장마차’가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지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 이정표가 ‘철새나그네길’이 이곳으로 지나감을 알려준다.
▼ 19 : 29. 다사리 해안산책로를 빠져나와 ‘갯벌체험로(이정표 : 종점 4.5km/ 시점 11.4km)’로 다시 올라선다. 이어서 방조제를 건너 ‘장포리’로 넘어간다.
▼ 방조제 아래 바닷가는 ‘장포리’ 어민들의 포구를 겸하는가 보다. 선착장이나 물양장 등 포구다운 시설이 일절 없는데도, 격식을 갖춘 ‘다사항’보다도 더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육지 풍경도 볼만하다. 소유를 표시하는 알록달록한 깃발들로 무당집 같다.
▼ 방조제가 만들어놓은 간척지에는 대하양식장이 집단으로 들어서 있었다. 수많은 수차가 물살을 일으키는 풍경도 잠깐의 눈요깃거리로는 충분하다.
▼ 12 : 33. 방조제를 건너자마자 ‘Sea Garden 펜션’ 앞에서 오른쪽으로 갈려나가는 샛길(‘관1리’ 마을회관으로 연결된다)로 들어선다. 걷기 여행자들의 안전을 위한 배려로 보이는데, ‘갯벌체험로’의 통행량이 적어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 같다. 이로 인해 한참이나 에둘러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12 : 36. 100m 남짓 걷다가 첫 삼거리(이정표 : 종점 4.1km/ 시점 11.8km)에서 왼쪽으로 간다. 이어서 조금 더 걸어 ‘장포2리’로 들어간다. 참고로 서해와 접한 ‘장포리(長浦里)’는 자연마을로 지리실과 장진개, 산적말 등이 있다. 이곳 ‘2리’는 ‘지리실’이라고도 불리는데, 마을의 흙이 몹시 질퍽거린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이라고 한다.
▼ 마을을 빠져나와 농로를 따라간다. 나지막한 산자락과 농경지 사이로 길이 나있다.
▼ 12 : 45. ‘장포1리’버스정류장에서 다시 ‘갯벌체험로’를 만났다. 하지만 탐방로는 도로로 올라서지 않은 채 방향을 틀어 ‘장포1리’ 마을로 들어간다.
▼ 그렇다고 마을을 누비지는 않는다. 60m쯤 걷다가 첫 삼거리(이정표 : 종점 3km/ 시점 12.9km)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포성대교회’쪽으로 간다.
▼ 장포1리 앞에서 왼쪽으로 빠져나가 바닷가로 간다. 참고로 마을에는 ‘포성대교회’가 있었다. 이로보아 이곳에 ‘장포리산성’이 있었지 않나 싶다. 앞바다의 장진(長津)을 감시하고, 포루의 역할을 담당했다는데 지금은 남벽 일부만 남아있단다. 그래서 동네 이름도 ‘포성대(浦城臺)’가 되었다고 한다.
▼ 13 : 56 – 13 : 03. 길은 또 다시 ‘갯벌체험로’로 올라선다. 그리고는 종점인 선도리갯벌체험장을 향해간다. 그렇다고 무작정 지나쳐버리는 우는 범하지 말자. 고개만 돌려도 이곳 비인해변의 최고 볼거리인 ‘할미바위’를 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파도에 씻기고 씻긴 모습이 할머니를 닮아서일까? 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이 섬을 ‘할미섬’이라 불렀다. 할머니가 홀로 살다가 죽어 섬이 되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단다. 하나 더. 할미섬은 낙조가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할미섬 뒤로 넘어가는 불덩어리 같은 낙조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소문났다.(내 사진이 별로여서 다른 분의 것을 빌려왔다)
▼ 13 : 04. 할미섬이 만들어내는 멋진 풍광에 취해 있다 다시 길을 나선다. ‘갯벌체험로’를 따라 북진하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는 게 아닌가. 기상청은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하늘은 그 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저녁 무렵처럼 어둑해져 버린다.
▼ 13 : 06.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데크로 만들어놓은 ‘할미섬전망대’가 나온다. 잡초가 무성한 전망대로 올라서니 할미섬이 가까운 바다에서 포즈를 취해준다. 할미섬은 밀물에는 바위 윗부분만 드러나고, 썰물에는 해안과 갯벌로 연결되는 갯바위다.
▼ 시선을 조금 비틀자 이번에는 ‘쌍도’가 눈에 들어온다. 57코스가 끝나간다는 얘기일 것이다.
▼ 고개를 넘어온 서해랑길은 ‘선도리’에 바톤을 넘겨준다. 참! 넘어오는 도중에 ‘쌍도 창문가(雙島 昌文家)’라는 정체 모를 저택을 만나기도 했다. ‘창성할 昌’에 ‘글월 文’이니 어느 문학가의 집일지도 모르겠다. 하나 더. 이 부근 민가의 처마에서 소나기를 피하느라 5분쯤 쉬기도 했다.
▼ 13 : 17. 선도리3리 버스정류장(이정표 : 종점 1.5km/ 시점 14.4km)에는 노거수 한 그루가 커다란 등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늘이 필요했던지 주민들이 나무 아래에 정자까지 지어놓았다. 아무튼 서해랑길은 이곳에서 방향을 꺾어 바닷가로 간다.
▼ 13 : 21. 선도2리에 도착한 다음에는 비인해변의 해안길(갯벌체험로564번길)을 따라 북진한다. 비인해변은 갯벌에서 잡은 조개를 이용한 조개구이와 해물칼국수가 유명하다. 별미 중의 별미로 알려지는 칼국수 맛에 해변을 바라보며 먹는 분위기까지 곁들여지는 맛의 핫 플레이스로 알려진다.
▼ 참! ‘당산바위’를 깜빡 빠뜨릴 뻔했다. 비인해변의 남쪽 초입에 있는 갯바위인데, 바위틈에서 해송 세 그루가 자라고 있는 게 영락없는 분재다. ‘철모바위’라고도 불리는데, 군인들이 쓰는 철모에 위장용 나뭇가지를 꽂아놓은 형상이라나? 아무튼 이곳은 아침 일출과 저녁 일몰 사진을 찍기에 좋은 장소로 알려진다.
▼ 고개를 조금 돌리면 기다란 해변을 이룬 선도리갯벌체험장이 펼쳐진다. 그 한가운데 비인해변의 명물인 ‘쌍도’가 놓여있다. 두 개의 작은 섬은 물이 빠지면 하나의 섬이 됐다가 물이 차면 두 개의 섬이 된다. 70m 정도 떨어져 있는 두 섬은 둘이면서 하나인 부부를 닮았다. 선도리 쪽에서 보면 왼쪽 섬은 거북모양이고, 오른쪽 섬은 고래모양이란다.
▼ 비인해변의 장점은 울창한 송림을 배후 숲으로 거느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그 숲에 야영장을 열었다. 그리고 청소비라며 소정의 이용료를 받는다.
▼ 13 : 26. 비인해변은 여느 유명해변에 못지않게 잘 꾸며 놓았다. 하지만 보수공사가 한창이라 이곳저곳 금줄을 쳐놓았다. 뭔가 또 ‘주민들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라도 받았던 모양이다. 공사만 해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서 말이다. 그렇다 해도 이것은 너무했다. 바닷가이니 여름철이 성수기일 텐데 하필이면 지금 보수공사를 하고 있단 말인가.
▼ 이곳 역시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갯벌’에 포함되어 있다. 서천 군민들이 개발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켜낸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 비인해변을 왼쪽에 끼고 북진한다. 비인해변은 길이 2.km에 폭이 700m인 광활한 해수욕장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 썰물 때면 2km나 갯벌이 펼쳐진단다. 덕분에 해수욕과 갯벌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단다.
▼ 시선을 조금 비틀면 ‘선도리갯벌체험장’이 드넓게 펼쳐진다. 선도리는 원래 이름난 해수욕장이었다. 해변에 물막이용 방파제가 세워진 뒤 모래가 쓸려나가 백사장이 많이 줄었다. 하나 더. 비인해변의 갯벌은 모래가 섞인 모래갯벌이라 장화를 신지 않고도 걸을 수 있다.
▼ 13 : 41. ‘선도리갯벌 글램핑장’이란다. 숙소 말고도 바닷가에 광장과 야외무대를 만드는 등 공들여 가꾼 흔적이 역력하다. ‘선도리 갯벌체험마을’이라는 입간판도 이곳에 세워져 있었다.
▼ 13 : 46. 선도리 갯벌체험장 입구에 이르면서 트레킹이 끝난다. 앞바다의 ‘쌍도’로 연결되는 ‘노둣길’의 초입으로 보면 되겠다.
▼ 쌍도는 섬으로 떨어지는 일몰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려가는 가난한 어부의 아들과 천석지기 부잣집 외동딸의 애틋한 사랑얘기가 전해지는 전설의 섬이기도 하다. 부모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힌 남녀가 바다에 몸을 던지는 극단적 선택을 했고, 선도리 앞바다의 두 개의 작은 섬으로 우뚝 솟아났다나? 그러자 고래와 거북 모양을 닮은 두 개의 섬을 후대의 사람들이 쌍도(雙島)라고 불렀단다. 지자체에서 이런 관광 호재를 놓쳤을 리가 없다. 러브(♡) 조형물을 세우고 전설까지 적어 넣었다.
▼ 비인해변은 갯벌체험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갯벌이 하도 넓다보니 다녀오는 게 만만찮았던 모양이다. 트랙터를 개조해 체험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하긴 쌍도까지만 해도 거리가 300m나 되는데, 그 너머로도 한참이나 더 펼쳐지는 갯벌을 어떻게 걸어 다닐 수 있겠는가.
▼ 서해랑길(서천 58코스) 안내도는 갯벌체험장 입구(검문소까지 지어놓았다) 뒤편에 세워놓았다. 오늘은 3시간 20분을 걸었다. 앱이 13.76km를 찍고 있으니 적당한 속도로 걸은 셈이다. 아니 폭염경보까지 내린 날씨를 감안하면 무리하게 속도를 냈지 않나 싶다.
▼ 카메라 앞에 선 집사람이 활짝 웃는다. 웃는 얼굴은 타인의 마음도 열게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의 얼굴과 표정은 다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에 무장해제 시킬 수 있으며, 병든 마음을 치유하는 놀라운 능력도 있다. 그런 집사람이 늘 함께 해주기에 난 언제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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