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4일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조재형 신부
복음; 루카8,19-21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그때에 19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예수님을 찾아왔지만, 군중 때문에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20 그래서 누가 예수님께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을 뵈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하고 알려 드렸다.21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성서는 1권의 책이지만, 73권의 책이기도 합니다. 구약이 46권 신약이 27권입니다. 이 성서의 제목 중에 사람의 이름이 들어간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호수아, 사무엘, 다니엘, 이사야와 같이 구원의 역사에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 책의 제목이 됩니다.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과 같이 예수님의 말씀과 표징을 전한 사람들이 책의 제목이 됩니다. 대부분이 남자의 이름이지만 여자의 이름으로 된 책도 2권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에스테르와 룻입니다. 에스테르는 페르시아 왕국의 왕비였습니다. 에스테르는 이스라엘 백성을 죽이려는 하만의 음모를 알았고, 하느님께 의탁한 에스테르는 용감하게 왕 앞으로 나가서 이스라엘 백성을 죽음으로부터 구하였습니다. 룻은 이방인이었습니다. 룻은 남편이 죽어서 다시 고향으로 갈 수 있었지만, 시어머니 나오미를 섬겼습니다. 룻은 보아즈를 만나 아이를 가졌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오벳이고, 오벳은 다윗의 아버지인 이새를 낳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한 나라의 왕비였던 에스테르를 통해서도 역사하시고, 이방인 여인이었던 룻을 통해서도 역사하십니다. 하느님 앞에 지위의 높고 낮음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 앞에 업적의 크고 작음도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 앞에 유대인이든 이방인이든 혈연의 차이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으로 역사하십니다. 저의 사제 생활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처음 본당 신부로 갔던 곳은 경기도 적성 성당입니다. 그곳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미사 예물과 사무장 급여를 교구에서 지원받았습니다. 주방을 도와줄 식복사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3년간 저와 함께 지내면서 청소, 세탁, 식사를 도와주었습니다. 평일 미사에는 5명 정도 나왔고, 주일미사에도 50명 정도 나왔습니다. 군인이 오거나, 서울에서 손님이 오면 늘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태권도를 시작했고, 농산물 직거래도 했고, 비디오 대여도 했고, 차량 봉사 팀도 만들었습니다. 3년이 제게는 행복한 시간이었고, 부족한 능력이지만 교우들과 알콩달콩 사목의 기쁨을 알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사목 체험을 발표했고, 그 소식이 교구에 전해져서 다음 임지는 교구청이 있는 명동이 되었습니다. 저는 교구에서 교육 담당 업무를 맡았습니다. 사목국에서의 업무는 적성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구역장 교육에 지구마다 700명이 넘게 왔습니다. 남성 구역 봉사자 교육에는 2,000명이 넘었습니다. 예산 규모도 달랐고, 만나는 사람도 달랐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적성에 있을 때도 하느님의 방법으로 저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명동에 있을 때도 하느님의 방법으로 저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서로를 형제자매로 부르는 것은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잘 따르기 위한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예수님은 늘 기도하셨습니다.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예수님의 기도에 하느님께서는 응답하셨고,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들, 아픈 이들, 소외된 이들, 외로운 이들의 친구가 되셨습니다. 이웃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하느님을 따르기 위해서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는 것도 아셨습니다. 부지런한 것은 인내하고 기다릴 줄 안다는 것입니다. 조급하다는 것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기다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언제인가는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만드는 것을 봅니다. 우리가 주어진 일에 충실하면, 단단한 바위에 구멍이 나듯이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를 변화시켜 주시리라 믿습니다. 예전에 읽은 글이 떠오릅니다. “가을에는 풀잎도 떨고 있습니다./ 끝내 말없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기 때문입니다./ 바람은 텅 빈 들에서 붉은 휘파람을 불며 떠나는 연습을 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가을을 좋아합니다./ 누군가 따뜻한 손을 잡아줄 사람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손을 내미는 사람은 바로 예수님의 형제요 자매가 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미주 댈러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성당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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