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다해 주님 공현대축일 후 월요일
마태오4.12-17.23.25
하늘 나라
마태오 복음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하는 소위 ‘성취인용문’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1,23; 2,15.17.23; 3,3; 4,14; 8,17 등등).
마태오는 유다교에서 개종한, (구약)성경에 친숙했던 신자들을 대상으로 복음서를 저술하다 보니, 구약성경에 예고된 메시아가 바로 이분, 예수 그리스도임을 입증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러한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태오에게 예수님에 관한 사건과 행적은 모두 구약성경에 이미 예고된 것들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에게 모든 것은 예수님은 하느님의 메시아이시고 약속의 실현이라는 표징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분은 율법과 예언서를 완성하기 위해서 오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갈릴래아에서 당신의 사명을 펼치기 시작하십니다. 왜 이곳을 당신의 활동 거점으로 삼으셨을까?
갈릴래아(히브리어로 갈릴)는 하나의 지명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이기에 앞서, (이방인)지역을 뜻하는 일반명사입니다. 이스라엘 북부 변방에 위치해 있어, 상당수의 이방인이 자주 드나들거나 거주했기에 이 지역을 갈릴래아라 낮추어 부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구약시대에 이 지역은 즈불룬 지파와 납탈리 지파의 영토였는데, 역사적으로 이 두 지파는 천한 하위 지파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첫 선교활동 거점으로서의 갈릴래아라는 지명에는 이처럼 이방인 선교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셈입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제자들을 불러 모아 선교사명을 내리신 곳도 바로 이 갈릴래아라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마태 28,16-20).
예수님은 갈릴래아에서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는 첫 말씀으로 복음을,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시작하십니다.
회개는 죄로부터의 돌아섬이라는 좁은 의미를 뛰어넘어, 생각과 의식을 포함한 행동의 변화, 삶의 변화를 말합니다. 마음을 바꾸면, 삶을 바꾸면 하늘 나라에 다가설 수 있다는 말씀이니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그야말로 복음(福音)입니다.
구원은, 하늘 나라에 들어섬은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우리가 이루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희생을 통해 우리에게 거저 주신 은총의 선물, 전적인 은총의 선물입니다.
이 선물을 받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도리가 바로 회개, 마음과 삶의 변화인 것입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올 한 해, 시작부터 그리고 온전히 나 자신을 바꾸겠다는 다짐으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해두신 하늘 나라에 더욱 다가서는, 이보다 더 큰 기쁜 소식은 없다는 신념과 함께 그 안에서 신앙의 보람과 행복을 느끼며 뚜벅뚜벅 걸어가는 한 해 되기를 기도합니다.
김건태 루카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