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지병으로 사망한 스탠리 크레이머
시대의 양심을 예리하게 자극하는 영화를 만들었던 ‘할리우드의 양심’ 스탠리 크레이머가 2001년 2월19일 87살로 운명을 달리했다. 사인은 지병이었던 폐렴. 크레이머는 다양한 시대에 걸쳐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영화 속에 담아온 할리우드의 제작자 겸 감독이다.
매카시즘이 한창이던 1950년대 초 그는 반매카시 알레고리를 담은 영화 <하이눈>을 제작했고, 평등권이 사회적 테마였던 50년대 말에는 <흑과 백>의 연출 및 제작을 맡았다. <신의 법정> <초대받지 않은 손님> 등 그의 작품에는 한결같이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
그러나 크레이머 부인에 의하면 그는 자신의 작품을 ‘메시지영화’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은 자신을 단지 양심을 믿는 한 인간이라고만 여겼습니다.” <뉘른베르크의 재판> <미치고미치고미치고미친 세상>처럼 때로 그의 영화는 긴 상영시간과 고답적 성격으로 평단의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이제 할리우드는 그의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고 있다.
알고봅시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인종차별을 공포영화의 소재로 영리하게 활용한 영화 <겟 아웃>은 450만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북미에서만 1억7천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벌어들였다. 소재도 독특하고 제작진 이름도 낯선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간단한 정보를 모았다.
모티브가 된 영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겟 아웃>은 흑인 사진작가 크리스(대니얼 칼루야)가 애인이자 백인인 로즈(앨리슨 윌리엄스)의 부모 집으로 인사를 하러 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다.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러브 스토리를 다룬 많은 영화 중에서 <겟 아웃>은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1967)에서 설정을 직접 빌려왔다. 유능한 흑인 의사가 젊고 어린 백인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져 양가 부모에게 결혼을 허락받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의 주된 갈등 요소는 <겟 아웃>의 초반부 장면과 거의 동일하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애시튼 커처 주연의 <게스 후?>(2005)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이웃 마을 사람들이 전부 살인마일 거라는 주인공의 망상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극인 조 단테 감독의 <유령마을>(1989)의 설정도 <겟 아웃>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공포의 계단>
블랙 호러 무비의 뿌리
공포영화의 계보에서, 흑인 인종에 대한 특정 인식이 영화의 이야기에 직접 영향을 끼치며 강조된 영화를 한편 꼽으라면 단연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 인물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피살된 1968년의 시대정신을 담았다는 평가도 있는데, 조지 로메로 감독은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블랙 호러’라는 이름으로 많은 영화들이 계보에 이름을 올렸는데 대표적으로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공포의 계단>(1991)과 버나드 로즈 감독의 <캔디맨>(1992)을 꼽을 수 있다. <공포의 계단>은 흑인 빈민가 출신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캔디맨>은 <겟 아웃>의 두 남녀처럼 서로 다른 인종의 남녀가 사랑을 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비극적인 삶을 소재로 만들었다.
조던 필레 감독.
코미디언이 만든 공포영화. 조던 필레 감독은 누구?
국내 관객은 감독의 이름 자체가 낯설겠지만 조던 필레 감독은 2014년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명이자 2012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선정한 ‘올해의 엔터테이너’로 선정된 코미디언이다. 그는 코미디 프로그램인 <키 앤드 필레>(Key & Peele, 현재 시즌5까지 방영)에서 공동 주연이자 작가, 총괄 제작자를 맡아 이름을 알렸다. <키 앤드 필레>의 공동 출연자이기도 한 코미디언 키건 마이클 키와 함께 영화 <키아누>(2016)에서 첫 주연을 맡았으며 제작에도 참여했다. 이 영화는 무시무시한 갱단 두목이 키우던 고양이가 집을 나가 평범한 새 주인을 찾게 되는 이야기. 고양이를 찾으러 다니는 갱단과 그 고양이와 사랑에 빠져 빼앗기지 않으려는 평범한 두 남자가 혈전을 벌이는 코미디영화다. 조던 필레의 슬랩스틱 코미디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글 김현수 2017-05-22
자료출처;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