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야! 나랑 놀아주라. 응? 응?"
"싫어요"
"책만 그렇게 뚫어져라 보지말고! 응?"
"싫어요"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머리와는 대조되게
반듯한 모양으로 두꺼운 뿔테 안경 위를 덮어준 일자 앞머리
귀여운 외모와 조그마한 얼굴이 마지 부자연스러운냥 무뚝뚝한 성격
얼핏봐도 수백장이 되어 보이는 두꺼운 책을 옆구리에 끼고 사는.
부담스러운 눈빛과 함께 고스란히 옆에 앉아 있는 날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
이 녀석의 '재수'없는 이름은 이건우.
죽다 깨어나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내 남자친구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였다.
"책이 그렇게 재밌냐?"
"적어도 쓸데없이 누구처럼 빈둥거리는 것보다는요."
"비...빈둥! 너 지금 나더러 하는 소리지!"
"생각하기 나름이죠"
"둘이 그만좀 싸워라, 그리고 말버릇 참 멋있다 이건우"
"고마워"
갈색빛이 감도는 머리를 한손으로 휘져으며 건성건성 방에서 나오는 현우였다.
무뚝뚝한 건우와는 달리 자유로움을 추구하던 현우는 어느날 부터인가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와 함께 덕지덕지 매달려 있는 귀걸이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아참! 수빈아, 나 방에 핸드폰 두고 왔는데 좀 가져다 주라"
"응 알았어"
현우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현우의 방으로 걸어가고 있다.
방에 들어가 이곳 저곳을 뒤졌지만, 도무지 핸드폰이 어디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어.. 어! 형!"
한참을 현우의 핸드폰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던 도중,
갑작스레 건우의 목소리가 가까워졌고, 이내 현우의 손에 떠밀려 방으로 들어온 건우.
현우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와 건우를 번갈아 응시하더니 문을 닫아버렸다.
"쾅 - 쾅 - 쾅 -"
"장난 하지 말고 문열어"
"벌이다! 벌이야! 움하하하하하하!!"
"우리 수빈이랑 어색하게 지낸 벌이란 말이다!! 움하하하하!!"
"당장 문 안열면 나가서 죽는다 이현우!"
"감히 형님을 치시겠다? 쳐라 버릇없는 아우 자식아!"
아직까지도 상황파악이 잘 되지 않는 난, 문을 두드리는 건우를 응시중이다.
이젠 문을 발로 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녀석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다시 현우의 핸드폰을 찾는데 열중하고 있다.
잠시 후 그런날 발견 하고는 급속도로 따가운 레이저빔을 쏘아대는 녀석.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는 이유가 뭐야"
"뭐해요 지금! 문 열어달라고 안하고!"
"왜?"
"왜? 라뇨! 우리 지금 방에 갇힌거잖아요!"
"응?"
"지금 형이 밖에서 자물쇠로 잠궈버렸다구요!"
"난 또 뭐라고~ 놀랬잖....... 응?!"
이제서야 상황파악을 끝낸 난 뒤늦게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 없는 현우.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말 둔치다. 살다살다 저런 둔치는 처음이다."
"뭐?"
"지금에서야 갇힌걸 알다니, 대단합니다 누님"
"비꼬지마!"
벽에 등을 기댄체 바닥에 앉아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응시하는 건우
나 역시 그런 건우와 조금 떨어져 벽에 기대 앉았다.
바닥이 꽤나 차갑다. 분명 창문은 닫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바람이 세어나오는 듯 하다.
"으하하, 춥다~"
"추워요?"
"보면 모르냐, 보다시피 난 반팔이다!"
"누가 미련하게 반팔 입으래요?"
"흥. 미안하다 미련해서!"
마치 자신의 팔이 길다는 것 자랑이라도 하는 듯이
팔을 뻗어 내 어깨를 감싸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안는 건우.
미친게 분명하다
이녀석도 분명 추워서 미친게 분명하다.
"춥다고 하니까"
"응?"
"춥다고 하니까 이번 한번만 이예요"
"뭘?"
"이렇게 해주는거! 진짜 둔치. 사람 입 아프게 만드네"
내가 언제 해달라고했나, 괜히 잘난 척이다.
건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순간 건우의 어깨가 움찔하는 걸 느꼈다.
녀석의 시선은 오직 앞을 향해 경직되어 있었다.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
"너 나한테 무뚝뚝하게 대하지마!"
"...."
"이 누님은 어색한게 세상에서 제일싫단말이다! 하하하"
아무런 대답 없는 녀석을 올려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도 꽤나 피곤했던 모양이다.
소리 없이 웃으며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수빈아! 정수빈! 일어나~"
"..."
"이건우! 너도 일어나 임마!"
잠결에 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지개를 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을 돌아보니 건우는 아직도 자고있었다.
큰 키와는 맞지 않게 쭈그리고 자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한없이 귀여웠다.
"어색한거 풀으라고 일부러 가둬났더니, 잠만잤네. 치"
"얼마나 추웠는데!"
"근데 이녀석은 왜 안일어나"
"그냥 냅두자"
"알았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마주앉아 얼굴을 맞대고 있는 현우.
언제봐도 귀엽고 언제봐도 사랑스러운 얼굴! 역시 내 남자친구다. 하하하하!!
아참! 지금은 건우의 소개팅에 대해 토론중이다.
"한은경?"
"응! 은경이~ 내 후배야. 진짜이뻐 진짜진짜!"
"나보다?"
"그럴리가 있겠냐~"
건우의 소개팅 상대는 한은경. 현우의 대학교 후배다.
녀석은 외로운게 분명하다. 원래 고독한 사람은 공부를 하기 마련이지.
음하하하!! 난 너무 꼼꼼한 예비 형수님이라니까!
"그럼 일주일후! 알았지?"
"응!"
머리를 휘져으며 쇼파에 누워 콧노래를 부르는 우리 현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당장이라도 물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눌렀다.
그렇게 어느덧 일주일이 흘러, 오늘은 D-day다!
현우의 대학교 후배인 은경씨에게는 이미 연락을 끝낸 상태!
은경씨는 건우와의 소개팅을 흔쾌히 허락했다. 역시 현우 후배 답다.
이제 건우를 은경씨가 있는 커피숍으로 내보내기만 하면 끝이다.
하지만 저런 두더지 같은 녀석을 어떻게하면 집 밖으로 쫓아낼 수 있을까?
"건우야!"
"왜요"
"현우가 커피숍으로 가방좀 갖다달래"
"니가 가요"
"말투 참 이쁘다 건우야!"
"고마워요"
"난 다리 삐었단 말이야! 니가가란 말이야!"
"다리 삐었단 사람이 참 잘도 걷네, 무슨 가방이요"
"이거~"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르는 가방을 손에 쥐어주고 거의 반 강제적으로 내쫓아버렸다.
현우는 커피숍이 아니라 잠깐 슈퍼에 갔을 뿐이다. 훗, 대 성공이다!
나머지는 은경씨가 알아서 잘 해주리라 믿는다.
그로부터 또 한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건우와 은경씨는 그 날이후로 서로 마음이 잘 맞았는지 매일 같이 만나는 모영이다.
무뚝뚝한 건우녀석은, 아직까지 고맙단 말 한번도 하지않았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정말정말 특별한 날이다.
2년전 교통사고로 인해 병실에 누워 게시는 현우 어머님을 뵈러 가는 날이다.
현우의 아버님은 그날 그 교통사고로 인해 돌아가셨다고한다.
"후우웁! 긴장된다!"
"걱정마, 분명 마음에 들어하실꺼야"
"그래도~"
"어허! 걱정말래도"
현우가 병실 문고리를 돌렸다.
그 순간 문틈 새로 누군가가 보였고, 현우의 손을 잡았다.
건우였다.
병실 침대에 앉아 있는 건우.
".. 엄마, 밥은 먹었어?"
"..."
"엄마, 나 내일 수능시험 본다. 잘됫지?"
"..."
"시험 잘봐서 의대 갈께~. 그래서 엄마 병 고쳐줄께"
"..."
"그럼 나중에 일어나서, 건우야~ 하고 불러주고, 사랑해~ 라고도 말해줘야되. 알았지?"
"..."
"사랑해. 엄마, 사랑해. 엄마도 건우 사랑하지?"
"..."
"말 안해도 다 알아. 엄마는 건우 사랑해. 건우도 엄마 사랑해."
"..."
"나 그만 가볼께, 내일 시험 볼려면 준비할께 많아서. 나중에 다시 올께"
건우가 병실 문고리를 잡아 당겼을때, 나와 눈이 마주쳤다.
재빨리 붉어진 눈시울을 가리는 건우.
"왔네? 아참, 나 먼저 가볼께"
"건우..!!"
내가 건우를 부르려 소리쳤을때, 이미 건우는 저멀리 뛰어가 희미해져버렸다.
병실 안으로 들어서자, 현우의 표정이 많이 어두워졌다.
식물인간. 현우 어머님의 병명이다.
아무런 말 없이 한참을 현우 옆에 앉아 있었다.
산소 호흡기에 온 생명을 의존한체로 하루종일 침대에만 누워계시는 현우의 어머님
얼마나 지루하실까.
앞으로도 이렇게 누워만 계셔야 하는데 얼마나 지루하실까
저렇게 기특한 아들 건우와, 이렇게 귀여운 아들 현우를 보고서도
사랑한다고 말도 못해주고 껴안아 주지도 못하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지도 못하는데
얼마나 답답하실까
"가자."
"벌써?"
"응. 빨리가자"
병실에 들어와 한마디도 하지 않던 현우가, 대뜸가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덩달아 현우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머님 안녕히계세요! 조만간 다시 찾아뵈러올께요! 그때까지 제 얼굴 까먹으시면 안돼요!"
꾸벅 허리를 숙여 정중히 인사를 한 후 현우를 따라 병실을 나왔다.
3년이 지난 지금! 건우는 그토록 자신이 바라던 의대생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내 생에서 특별한 날은 너무도 많았지만,
오늘은 정말 내 생을 통틀어서 가장 특별한 날이 될지도 모르는 날이다.
"기념사진 찍겠습니다!"
결혼식장을 가득 메운 하객들을 앞에 두고,
우린 지금 결혼식 기념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모여 들었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건 나와 현우 뿐만이 아니였다.
급속도로 발전해 결혼을 하게된 건우와 은경씨!
우린 지금 합동결혼식을 한다.
행복하다.
죽다 깨어나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현우가 내 옆에 있다.
그러므로 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다.
아마도 앞으로도 난 영원히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일꺼다.
사랑한다.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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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안녕하세요!
한동안의 잠수를 깨고 불쑥 소설한편을
들이미는 옹이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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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사랑은 끝이없다
- Special Day
첫댓글 음음 , 아무래도 건우가말이죠 ,, 수빈이를 좋아하고 있는거같아요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