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야! 나랑 놀아주라. 응? 응?"
"싫어요"
"책만 그렇게 뚫어져라 보지말고! 응?"
"싫어요"
검은 장발머리에 웨이브를 넣고 검은 눈동자가 유난히 큰 이 여자
이름은 정수빈인데, 우리 형의 여자친구다.
자칭 예비형수님이다.
책을 일고 있는 내 옆에서 상당히 부담스렁운 눈으로 날 쳐다보는 정수빈,
아니 누나를 애써 외면하며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보고 있다.
"책이 그렇게 재밌냐?"
"적어도 쓸데없이 누구처럼 빈둥거리는 것보다는요."
"비...빈둥! 너 지금 나더러 하는 소리지!"
"생각하기 나름이죠"
"둘이 그만좀 싸워라, 그리고 말버릇 참 멋있다 이건우"
"고마워"
책이 재밌냐며 묻는 누나의 질문에 최대한 딱딱하게 대답했다.
잠시 후, 게슴츠레한 눈으로 형을 날 강제로 일으켰고, 어디론가 질질 끌고 가고있다.
내 불안한 마음은 현실로 적중했다.
자신의 방에 날 떠밀고 다시 한번 그 게슴츠레한 눈으로 누나와 날 번갈아 응시하는 형.
"쾅 - 쾅 - 쾅 -"
"장난 하지 말고 문열어"
"벌이다! 벌이야! 움하하하하하하!!"
"우리 수빈이랑 어색하게 지낸 벌이란 말이다!! 움하하하하!!"
"당장 문 안열면 나가서 죽는다 이현우!"
"감히 형님을 치시겠다? 쳐라 버릇없는 아우 자식아!"
한 방에 나와 누나를 가둬놓는게 그동안 어색하게 지낸 벌이란다.
내가 왜 그토록 누나를 피하고 누나를 어색하게대하고 매정하게대했는지,
그런 내 속 사정을 알리 없는 형의 만행이다.
그런데 이 여자, 우리가 방에 갇혔다는 사실은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여전히 방을 누비며 무언가 열심히 찾고 있다.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는 이유가 뭐야"
"뭐해요 지금! 문 열어달라고 안하고!"
"왜?"
"왜? 라뇨! 우리 지금 방에 갇힌거잖아요!"
"응?"
"지금 형이 밖에서 자물쇠로 잠궈버렸다구요!"
"난 또 뭐라고~ 놀랬잖....... 응?!"
그제서야 우리가 갇혔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 같다.
뒤늦게 방문을 두들기며 오만가지 다양한 표정을 구사해내는 누나
"정말 둔치다. 살다살다 저런 둔치는 처음이다."
"뭐?"
"지금에서야 갇힌걸 알다니, 대단합니다 누님"
"비꼬지마!"
내말에 비꼬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는 누나를 외면하고 벽에 등을 기댔다.
바닥이 꽤나 차갑다. 초가을임에도 불구하고 반팔을 입고 있는 누나, 추워보인다.
"으하하, 춥다~"
"추워요?"
"보면 모르냐, 보다시피 난 반팔이다!"
"누가 미련하게 반팔 입으래요?"
"흥. 미안하다 미련해서!"
팔을 뻗어 누나의 어깨에 손을 올린후 내 품 안으로 끌어 안았다.
그러자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누나
갑자기 심장이 마구마구 뛴다. 얼굴에서 열이 오르는 것 같다.
지금 내 심장이 마구마구 뛰는것 누나 때문이 아니다.
너무 추워서, 그래서 심장이 마구마구 뛰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뿐이다.
정수빈이라는 여자때문에 내 심장이 뛰는게 절대 아니다.
분명 아니다.
분명 아닐것이다.
아니길 바란다.
"춥다고 하니까"
"응?"
"춥다고 하니까 이번 한번만 이예요"
"뭘?"
"이렇게 해주는거! 진짜 둔치. 사람 입 아프게 만드네"
고개를 힐끔힐끔 돌리며 누나를 보고있다. 눈을 감고 있다.
아무래도 잠들었나 보다.
누나를 바닥에 눕혔다. 처음이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누나 얼굴을 본다는게
또 다시 심장이 마구마구 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심장속에 개구리 한마리가 폴짝폴짝 뛰고 있는 모양이다.
"좋아해요"
솔직히 사랑한다.
정수빈이라는 이 여자를 사랑한다.
형이 정수빈이라는 여자를 내게 소개해주는 그 순간 부터
이러면 안되지만,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이런 말하긴 부끄럽지만 첫눈에 반해버린것이다.
"잊어볼께요, 우리 형을 위해서라도 한번 노력은 해볼께요"
그로부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오늘도 어김없이 누나는 우리집에 와있다.
형이 나가고 잠시후, 다짜고짜 누나는 내 이름을 소리쳤다.
"건우야!"
"왜요"
"현우가 커피숍으로 가방 좀 갖다달래"
"니가 가요"
"말투 참 이쁘다 건우야!"
"고마워요"
"난 다리 삐었단 말이야! 니가가란 말이야!"
"다리 삐었단 사람이 참 잘도 걷네, 무슨 가방이요"
"이거~"
다름이 아니고 형의 심부름이라며 누나가 가방하나를 불쑥 내밀었다.
내가 독서실 다닐때 가지고 다니는 가방이였다.
아무래도 이 여자는 정말 바보인가보다
형이 있다는 커피숍앞에 도착해 이리저리 형을 찾아 고개를 돌리고 있다.
역시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형은 없었다.
"이건우씨?"
"네"
"안녕하세요, 한은경이라고 합니다."
검은 머리에 짧은 컷트 머리, 차가워 보이면서도 도도해 보이는 듯한 눈동자. 무섭다
다소곳한 자세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하는 그 여자를 보며
나도 덩달아 고개를 숙이며 인사해버렸다.
이현우 정수빈! 이 인간들이 아무래도 나몰래 일을 꾸민게 분명하다.
"현우 선배한테 건우씨 말 많이 들었어요"
"전 한번도 못들어봤습니다"
"듣던대로 무뚝뚝하시네요"
"아 감사합니다. 그런소리 지겹도록 자주들어요"
"뭐 그래도, 귀여운 면도 있네요"
말하는 동안 내내 도도한 눈빛을 풀지 않는 한은경이라는 여자
딱 보기에도 나보다 연상인것 같다.
도도한 모습이 그렇게 썩 나쁘지만은 않은것 같다.
"아참. 내가 누나예요"
"네 딱 보기에도 그래 보이네요"
"솔직한데요? 지금 건우씨랑 나, 왜 여깄는지 알아요?"
"잘 모르겠는데요"
"우리 지금 소개팅중이예요. 아니, 맞선이라고 해야하나?"
딱딱한 웃음.
정수빈은 참 이쁘게 웃는데
"좋아.. 아니 사랑하죠? 정수빈씨를"
"네?"
"맞네, 놀라는거 보니까 맞네. 하하하 참 비극적이네요?"
"뭐가요"
"난 현우선배 좋아하거든요. 아니 사랑하거든요"
우리 형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 여자, 날 만나고 처음으로 눈동자가 흔들렸다.
"우리 결혼합시다"
"뭐요?"
"재밌잖아요. 우리 결혼합시다"
"내가 왜요"
"안그럼, 내가 현우선배랑 정수빈씨 한테 건우씨 마음 다 말해버릴꺼니까."
"까짓거 결혼합시다"
미쳤나보다. 이건우가 아무래도 미쳐버린것 같다.
하지만 이 여자라면 내가 정수빈을 생각하는 마음 신경쓸것 같지가 않다.
마음편하게 살 수 있을것 같다
결혼을 약속하고 3년이란 시간이 지나버렸다.
난 의대생이 되어있었고, 오늘은 3년전 약속했던 그 결혼식을 하는 날이다.
"기념사진 찍겠습니다!"
나와 은경씨에겐 그다지 특별한 날은 아니지만,
우리처럼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저 두 사람에게는 아마 엄청나게 스페셜한 날일꺼다.
우린 지금 합동 결혼식을 한다.
그래도 지금 난 나름대로 행복하다.
이젠 제법 조금은 은경씨를 좋아하게되었고,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의대생이 되어있다.
형과 누나, 아니 형수님이 즐거워 하는 얼굴을 보니 덩달아 기쁘다.
하지만 아직 잊지못했다.
난 여전히 정수빈이라는 여자를 잊지 못했다.
애석하게도 3년전 다짐했던 그말, 형을 위해 잊겠다는 말 지키지 못할것 같다.
사랑합니다. 정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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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플방지위원회.. 활동해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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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사랑은 끝이없다
- Special Day
첫댓글 음음 , 역시 나의 예상이 맞았군요 .+_+ , 후후후 . 수빈이가 현우를 밀어내고 건우와 사랑에 빠졌어도 참 재밌었을텐데말이죠 .. 허허 , 하지만 이스토리도 재밌어요 ..(( 방긋
앗 반전없는소설! ㅠㅠ 다음부턴 주의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재밋게 잘보고갑니다!!
넵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