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글을 쓰다가 사진이 빠진 게 있어 오늘
찍으려 가려 했더니 비가 내리고 있다
겨우내 소파에서 뒹굴은 시간이 체력을 얼마나 갉아먹었는지도 궁금했다.
'그래 봄비 한 번 맞아보자' 하고 밖으로 나오니 오랜만에 상큼한 향기가 가슴에 스며든다
간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작은 딸이 보내준
발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문화원으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문화원으로 가는 길, 가로수들은 보온재를
여전히 덮고 있다.
아파트에서 나온 차량 한 대가 지나간다.
건널목을 건너면 완만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빨리 가기보다는 자세를 바르게 하려고
허리를 곧게 세우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다리를 조심스럽게 들고 놓는 기분으로 뛰었다.
문화원에 도착해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시간을 확인하니 07:10이다. 여기까지 30~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시간 단축은 잘 모르겠지만, 비탈길에서도
호흡이 편안했던 것 같다.
문화원 정원의 나무들은 아직 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마안산을 바라보아도 봄기운은 감지되지 않는다.
문화원 앞 아파트 터파기 공사로 흙을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 소리만 요란하게 들린다.
저 귀한 흙은 어디에 팔아먹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변화가 찾아오기를 바란다. 생각난 김에, 공사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오늘 한번 확인해보아야겠다.
뒤에서 본 공사현장
문화원에서 동래구청소년수련관
까지의 인도는 아내의 차를 타고 다닐 때는 잘 몰랐지만, 실제로 보니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수련관에서 아파트 공사 신호수의 지시에
따라 건널목을 건너야 한다. 그 후, 약 15도
기울어진 인도를 내려가야만 '시실로 24번길'로 올라갈 수 있다.
아파트 공사 이전에는 마안산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고풍스러운 숲길이 있었다.
시실로 24번길에는 아직 옛날 집들이 남아 있다.
새로 들어선 집이 아내의 옛집 터 인 것 같은데 몇 번 왔지만 건물주를 만나지 못해 추측할 뿐이다.
연못 터를 보니 예전의 정취가 그리운 마음이다.
어느 봄날에 친구들과
훌륭한 남편을 둔 여고 동챵생들
시실로 24번길에서 나와 온천사거리 곰장어 거리를 지나, 온천교를 건너 '온천천로'를 따라 교육원으로 가야겠다.
온천교에 스며든 애환은 온천 벚나무의 꽃처럼 셀 수 없이 많다. 곳곳에서 매화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온천 벚나무를 유심히 살펴보아도 꽃 봉오리는커녕 새순조차 보이지 않는다.
온천천의 봄은 아직 한참 멀기만 하다.
이 길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자주 찾아오는 길이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온천에 가던 길이었고, 중학생 시절에는 전차를 타러 갈 때 지나쳤던 기억이 있다. 직장 생활 중에는 선배와 막걸리 한 잔 하러 가던 길이기도 했고, 아내와 함께 원생들을 데리고 자주 다녔던 길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저 생각 없이 걷다가 길가에 서 있는 판자에 새겨진 시를 읽어보는 길이다
전주 옆에는 아카시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는 둑과 주택지의 경계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나무를 베고 매립한 결과 둑이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