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 사이에 부쩍 악화된 치질이 나를 괴롭힌다. 대상포진 약을 먹고 최근 수십년래 가장 심각한 설사를 하기 이전에는 컨디션이 안좋거나 배탈 설사를 한 날만 문제였는데 이번 주에는 일주일이 모두 불편하다. 위장이 부담스러우면 더 악화되고 밥을 다소 적게 먹어 위장이 편해지면 치질도 같이 순해진다. 대상 포진 후유증을 완전히 잡겠다고 지난 번 대상포진 약으로 설사하고 일주일만에 기대를 가지고 대상포진 약을 세번 더 먹은게 결정타였다. 그후로는 치질이 아파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 이런 고통이 계속 된다면 죽든 살든 의사가 시키는대로 모두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나의 이성은 위장 문제를 해결해야만 치질도 잡히지 소화 문제로 내장이 힘들어 치질이 악화되는데 치질만 잡겠다고 수술을 하는건 무의미하다고 소리친다. 20년전 치질 수술 실패의 트라우마도 섣불리 병원에 의지하지 못하도록 한다.
양약을 먹을 수 없으니 수술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고 약으로 다스리는건 더더욱 불가하다.
결국 내장을 다스려서 치질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치질과 장염을 연결해서 바라보니 내가 끊어낸 가공식품, 자극성 음식, 양념, 소금, 단백질이 모두 같은 위장의 문제라는 판단이 찾아온다. 결국 내 위장의 능력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위장에 부담을 주는 요소들을 하나 하나 끊어내 생존을 이어온 것이다.
그러면 단백질을 끊어도 소화가 원활히 되지 않는 지금 더 끊어낼 것은 결국 음식의 양밖에 없다. 양을 조금 더 줄이고 미세하게라도 위장에 부담이 느껴지면 즉시 그 끼니의 식사를 중단하려고 한다. 위장에게 완전한 편안함을 주고 능력을 회복하길 빌어보는 것이다. 적게 먹고 부지런히 씹어야 한다.
그 한끼 백미의 양을 저울로 재보니 160g이다. 일일권장칼로리의 반에 못미치는 양이라 찜찜 하지만 그 이상 먹으면 탈이 나니 할 수 없는 일이다. 수십년간 권장 칼로리와 균형잡힌 식단을 유지했는데도 문제가 생겼으니 황당한 일이지만 어쨌든 고통은 벗어나고 볼 일이다.
PS : 일주일 정도 그렇게 먹고 나니 배탈 설사는 당연히 없고 대변도 좋아지고 대상포진약으로 인한 설사 후 최악으로 치달아 잠도 못자게 만들던 치질도 잠에 방해가 안될 정도로 회복되었다. 혈압도 70~110으로 젊을 때의 혈압으로 회복되었다. 10여년전 병 휴직으로 내몰릴때 60~90을 찍은 후 컨디션이 좋으면 10정도 오르고 컨디션이 안좋으면 10정도 내리기도 했는데 너무 반가운 일이다. 부디 데드캣 바운스가 아니고 영원한 건강회복이길 빌어본다.
대신 무릎은 다소 안좋아져 30분을 걷더라도 빨리 걸으면, 천천히 걷더라도 한시간 가까이 걸으면 무릎이 아프다. 무시하고 밀어부치면 아픔이 허벅지를 타고 오르니 밀고 나갈 수 없다. 소금을 끊고 수개월만에 없어졌던 무릎 통증이 다시 나타니니 소화문제만 아니면 역시 단백질은 적게라도 먹어줘야만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에너지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서 쉽게 아파오는 무릎인데 현재로선 이 정도 부작용은 감수할 수밖에 없고 소화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면 다시 단백질을 시도해보지 않을 수도 없다.
또 PS : 인생에게 휘둘려 본의 아니게 무리한 날은 식사 시간이 아닐 때 배고픔을 느낀다. 그럴 때는 사정없이 밥을 더 먹는다. 별 느낌이 없으면 정해진 양으로 만족한다. 몸과 마음이 서로 터놓고 대화하고 서로를 무시하지 않아야 가장 건강하고 성공하는 인생을 살 수 있다.
또또 PS : 단백질을 끊은지 한 달 보름, 반그릇 채식을 시작한지 10여일만에 체중은 9킬로 가까이 하락하였다. 너무 심한 체중하락으로 불편한 마음과 달리 중간에 대상 포진만 만나지 않았으면 몸은 상당히 편안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