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의 아들
토지 사냥꾼
고르디우스의 매듭
가장 강한 자에게!
여자의 이름은 올림피아스(Olympias기원전 375년 - 기원전 316년)였다. 광적으로 뱀을 숭배하는 디오니소스 신앙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그녀는 여러 마리의 뱀을 휘감고 잤다. 신비롭고 기괴하며 지혜롭고 은밀하며 미끌미끌한 마성의 여자였다. 날마다 허물 벗는 뱀처럼 여자는 변신했다. 스스로가 마법을 사용한다고 생각했다. 흑마법을 써서 아들을 신으로 만든 여자이다.
자신의 아들을 제우스의 자식이라고 믿었다. 아들의 아버지는 마케도니아의 왕, 필리포스 2세 (Philippos II BC 382∼BC 336)였다. 그는 위대한 전사였다. 5m짜리 창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꿈은 아들의 꿈과 같았다. 아버지는 아들의 스승을 찾기 위해 일타 강사들을 물색했다. 이소크라테스, 플라톤의 조카이자 아카데미아의 원장 스페오시포스도 있었다.
최종 결정자는 위대한 아리스토텔레스(BC 384년 ~ BC 322년)였다. 그도 마케도니아 출신이었다. 40세의 스승은 어린 제자에게서 코브라 같은 제왕의 기질을 알아차렸다. 스승의 스승은 서양철학의 아버지 플라톤이었다. 지도자로서의 용맹과 자제력, 관용, 뛰어난 정책과 문화와 학문을 중요시했다. 알렉산더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고귀한 삶을 배웠다. 스승을 아버지보다 존경했다.
아버지는 포악했고 방탕했으며 아내를 폭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위대한 왕이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마케도니아의 토대를 닦았다. 전리품으로 수많은 여자들을 거느리고 왔다. 아버지가 승리할 때마다 아들은 자신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했다. 아버지는 전쟁의 달인이었다. 그러나 아들은 전쟁의 신이었다.
아버지는 어린 여자에게 빠져 아내를 멀리했다. 아버지가 암살당하자 아들은 스무 살에 마케도니아의 왕이 되었다. 아들도 어머니도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에 함묵했다. 아들은 세상을 향해 첫발을 디뎠다. 그 당시 가난한 극빈국 마케도니아 백성들에게는 빚이 많았다. 그는 왕실의 돈으로 그들의 빚을 갚아주었다. 부하들이" 이렇게 많은 것들을 다 나눠주시면 왕께는 무엇이 남겠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짧게"희망"이라고 말했다. 그의 위대한 발자국이 전 세계를 향한다.
B.C336년에 아버지가 개척하다 멈춘 땅에 원정을 나섰다. 통 큰 부채탕감이 그에게 충성심이 강한 부대를 만들어 주었다. 물질이 마음을 지배하고 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물질의 힘을 알지만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자였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두 동강 내버렸다. 우리 모두 삶의 고비고비마다 매듭이 있다. 천천히 풀어야 할 순간이 온다. 어쩌면 그의 삶도 신이 매듭처럼 댕강하고 자른듯하다.
허기진 내 열정을 먹이고 서정과 서사와 신화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간 사람이다. 젊은 왕의 야망과 꿈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은 시대에 끝을 보고자 달렸다.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죽은 표범의 꿈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알렉산더는 빛나는 미모의 아름다운 아내 록사나와 알렉산더 4세인 애구스라는 유복자를 남기고 죽었다.
어머니는 알렉산더 4세를 지키고자 애썼다. 삶도 죽음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던 여인이었다. 뺏은 자가 뺏기는 순간, 그녀는 갚아야 할 돈 돌려주는 자처럼 당당하게 목숨으로 탕감했다. 요사스러운 여자 어머니는 아들을 잃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죽인 가족들의 돌에 맞아 죽었다. 너무나 당당하게 죽음을 받아들여서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다. 불행도 슬픔도 고통도 그녀에겐 야망보다 작았다.
아내도 아들도 어머니도 알렉산더 제국의 붕괴와 함께 희생되었다.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도 마케도니아인이 아테네에서 설치는 것이 보기 싫었던 사제 에우뤼메돈에게 불경죄로 고발당한다. 그의 죽음 13년 후의 일이었다. 우리는 그를 대왕이라 부른다. 알렉산더 대왕 Alexandros the Great!! 그는 평화를 가장 사랑한 정복자였다.
이 방대한 제국의 후계자는 누구인가? 알렉산더대왕의 마지막말,
"가장 강한 자에게!" 이 유언으로 인해 반세기동안의 장수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남자들의 힘을 향한 허세와 열망은 이토록 우매하고도 집요하다.
피 묻은 창과 황금투구를 닦아주고 그의 팔 베개를 하고 수많은 전쟁사를 듣고 싶다. 젊은 황제의 현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느끼고 탄성의 감탄사를 폭탄처럼 날리고 싶다. 죽은 그가 깨어나 내 안에 탑을 쌓는다. 뜨거운 전장에 나를 던지고 영혼까지 다 태워버리고 싶다. 마음은 언제나 피 흘리는 전장이었다. 말라가는 선인장 가시에 심장을 꽂아 피의 꽃을 피우고 싶다. 내 삶엔 날마다 치러야 할 전쟁이 있고, 풀어야 할 매듭이 있다.
피와 눈물과 슬픔이 증오의 고름이 되어 흘러내리는 날, 언제나 나와 함께 했던 나를 떠나 분리되듯 영혼이 빠져나감을 느낀다. 운명의 칼에 그냥 베어지는 내가 아니길! 무모한 집착으로 허물어져가는 모래성 같은 인생이 아니라 밤의 바다를 검은 드레스를 공작처럼 끌고 건너는 여신처럼 모든 두려움의 옷을 벗어버리고 싶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결국은 빈손으로 간다는 진리를 가르쳐주고자 관밖으로 내민 그의 손과 억센 악수를 하고 싶다. 그가 다시 살아나 내 안에 시작의 힘을 주기를!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