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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발전의 기본 조건들
지구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라는 아주 작은 알갱이들이 모여서 이루어져 있다. 공기 중에 있는 산소나 질소도 모두 작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자는 중심부에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라늄(235U)과 같은 무거운 원자핵이 외부에서 중성자가 와서 부딪치면 두 개 이상으로 쪼개지는 성질이 있는데 이를 핵분열이라고 하며 이 반응과정에서 질량결손이 생기게 되고 이때 없어진 열량은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변환공식(E=mc2)에 따라 많은 에너지가 방출된다. 핵분열이 일어날 때에는 많은 에너지와 함께 2~3개의 중성자도 함께 생성된다. 그 중성자는 다른 원자핵에 흡수되며 또다시 핵분열이 일어나고 이런 방법으로 연속적으로 핵분열이 일어나는 현상을 핵분열 연쇄반응이라고 한다. 이 핵분열 반응을 연쇄적으로 일으키는 것이 잘 알려진 원자폭탄이고, 폭발에 이르지 못하게 제어해서 발전에 응용하는 것이 우리가 흔히 부르는 원자력 발전이다. 핵융합 반응은 핵분열 반응과 동일한 물리적 원리를 이용하는 현상으로 수소의 동위원소들과 같은 가벼운 원소들의 핵이 초고온 상태에서 서로 결합하여 헬륨과 같은 좀 더 무거운 원소의 핵을 형성하는 반응을 말하며, 이때에도 질량결손에 의해 생겨나는 에너지는 방출되는 입자들의 운동에너지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 핵융합 반응을 연쇄적으로 일으켜 폭발에 이르게 하는 것이 잘 알려진 수소폭탄이고, 이를 제어된 방법에 의해 에너지화 하려는 것이 핵융합 에너지개발의 목표이다. 가장 적합한 핵융합의 연료로 주목 받고 있는 원소는 물 속에 존재하는 ‘중수소’이다. 물 1L에는 약 0.034g의 ‘중수소’가 존재하는데 이 양만 가지고도 서울, 부산간을 세 번 정도 왕복할 수 있는 300L의 휘발유와 동일한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양을 감안할 때 이 ‘중수소’의 양은 거의 무한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구상의 1m 깊이의 바닷물을 모두 사용한다면 인류가 2000만년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바닷물 1L 속에 있는‘중수소’를 추출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10원 정도에 불과하고 이 추출 과정은 주위환경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 1g을 융합할 경우 10,000L의 중유를 태운 것과 같은 열량을 낼 수 있다. 이는 곧 300g의 삼중수소와 200g의 중수소만을 가지고도 고리원자력 발전소보다 약 2배 큰 1,000,000 KW급 핵융합 발전소를 하루 동안 가동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핵융합 반응은 비교적 가벼운 원자핵 사이에서 일어나며, 일반적으로 거의 모두가 발열반응이다. 그러나 핵융합 반응을 우리들의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려면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기본적인 조건들을 고려하여야만 한다.
**1. 반응에 이용되는 원소가 자원으로 풍부하게 존재하여야 한다.
**2. 핵융합반응이 비교적 쉽게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3. 반응이 일어날 때 방출되는 에너지가 커야 한다.
위 조건들은 에너지를 활용하는 면에서 매우 기본적인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실재로 실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물리적, 공학적, 경제적인 난제들을 만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장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무엇이며,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을 다룸으로 핵융합 발전을 이루어가는 과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3-1. 핵의 질량과 결합에너지
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전자가 핵을 중심으로 서로의 에너지를 교환하며 돌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같이 서로 다른 두 개체가 결합하여 운동하는 것을 유지하는 에너지가 결합 에너지이다. 결합에너지는 꼭 원자 내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태양과도 중력 상호작용에 의한 결합에너지가 있으며, 지구와 달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원자핵과 전자의 결합에너지는 전자기상호작용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핵자끼리의 결합에너지는 핵력의 작용에 의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핵자의 결합에너지는 핵반응 때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며, 항성의 에너지원과 같은 거대한 에너지원의 근원이 된다.
그림 3-1. 원자의 개략적 모형
3-1-1. 핵의 질량
핵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핵의 질량을 측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핵의 질량을 정확히 결정하기 위해서는 질량분석법이나 핵반응에서 에너지균형과 같은 물리적인 방법들을 동원해야 한다. 이로부터 원자의 질량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핵의 질량을 구하려면 전자의 질량을 Z번 빼주면 된다. 실재로 전자와 핵자와의 상호작용도 계산되어야 하지만 보통 핵자의 것과 비교할 때 충분히 무시될 수 있을 만큼 작은 양이다. 다음 표에서 주요 원소들의 질량을 표기하였다.
표 3-1. 주요 원소들의 질량
원자번호 (Z) |
질량수 (A) |
원소기호 |
원자질량 (u) |
원자번호 (Z) |
질량수 (A) |
원소기호 |
원자질량 (u) |
|
|
e |
0.0005486 |
15 |
32 |
|
31.973910 |
0 |
1 |
n |
1.0086650 |
16 |
32 |
|
31.972070 |
1 |
1 |
p |
1.0072770 |
19 |
39 |
|
38.963710 |
1 |
1 |
|
1.0078250 |
19 |
40 |
|
39.974000 |
1 |
2 |
|
2.0140200 |
19 |
41 |
|
40.961830 |
1 |
3 |
|
3.0160500 |
27 |
59 |
|
58.933190 |
2 |
4 |
|
4.0026033 |
27 |
60 |
|
59.933810 |
6 |
12 |
|
12.000000 |
38 |
88 |
|
87.905640 |
6 |
13 |
|
13.003350 |
38 |
90 |
|
89.907750 |
6 |
14 |
|
14.003240 |
43 |
99 |
|
98.906250 |
7 |
13 |
|
13.005740 |
83 |
209 |
|
208.98039 |
7 |
14 |
|
14.003070 |
83 |
214 |
|
213.99869 |
7 |
15 |
|
15.000110 |
92 |
235 |
|
235.04392 |
8 |
16 |
|
15.994910 |
92 |
238 |
|
238.05077 |
8 |
17 |
|
16.999130 |
92 |
239 |
|
239.05430 |
8 |
18 |
|
17.999160 |
93 |
239 |
|
239.05292 |
15 |
31 |
|
30.973760 |
94 |
239 |
|
239.05215 |
3-1-2. 핵의 질량결손
표3-1을 이용하여 핼륨원자의 질량과 그 구성핵자의 질량 합을 비교해 보자.
* 핼륨원자의 질량 : 4.0026033 u
* 구성원의 질량합 : 2e + 2p + 2n = 4.0329812 u
* 구성원의 질량합 - 핼륨원자의 질량 = 0.0303779 u
이러한 질량결손은 헬륨원자 뿐만 아니라 모든 원자핵에 대해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즉 핵의 질량이 그 구성 핵자의 질량보다 ΔM만큼 작음을 나타내게 된다. 그 원인은 핵 내의 에너지와 질량 사이의 등가성에 있다. 예를 들어 핼륨핵 내에 있는 4개의 핵자 중 하나를 생각해 보자. 그 핵자는 그 핵에 안정되게 결합되어 있으므로, 나머지 3개의 핵자가 가지는 알짜인력을 나타내는 일종의 인력퍼텐셜 내에서 움직이고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 핵자는 결합되기 위해서 E<0인 음의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 이 핵자 하나를 원자핵으로부터 제거하여 자유 핵자로 만들 때 필요한 에너지는 |E|가 된다. 반대로
하나의 핵자가 가지는 평균 결합에너지는 위 값을 핵자의 수 4로 나누면 7.0753MeV가 된다. 기체운동론에 의하면 원자 내부운동의 1eV는 대략 kT로 표현할 수 있고, 이때 k는 볼츠만 상수인 1.381×10-23J/K이다. 즉 핼륨핵에서 하나의 핵자를 자유핵자로 만드는 데 필요한 온도는 무려 800억K가 넘는다.
3-1-3. 핵자당 평균 결합에너지
핵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그 핵의 핵자당 평균 결합에너지이다. 이 값을 A의 함수로 표현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점들은 바로 위에서 기술한 방법으로 측정된 질량으로부터 얻은 데이터이다. ΔE/A는 처음에 A가 증가함에 따라 급격하게 올라가지만, 곧바로 대략 다음과 같은 값의 상수로 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ΔE/A ≈ 8MeV
그림 3-2. 안정한 핵의 핵자당 결합에너지
그래프를 자세히 살펴보면 ΔE/A가 실제로 A ≈ 60에 대해 약 8.7MeV에서 최대값을 갖고, 그런 다음 천천히 감소하여 A ≈ 240에 대해 약 7.6MeV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감소는 핵 내에 있는 양성자들 사이의 쿨롱 반발력과 핵 표면의 표면장력효과와 더불어 양성자와 중성자의 비대칭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핵과정으로부터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즉, 핵반응이 일어날 때 결합에너지가 큰 원소로 변환되는 경우에는 발열반응이 되며, 이때 변환에 의해 생긴 원소는 반응전의 원소에 비해 더 안정된 원소가 된다. 원자력 발전에 이용되는 우라늄의 핵분열 반응을 살펴보자. 우라늄-235는 천연우라늄 속에 1/140 정도로 존재하는 우라늄 동위원소이다. 우라늄-235는 중성자를 흡수하면 곧 바로 두개의 주기율표의 중간원소가 생성된다.
그림에서 질량수가 75와 139 사이의 핵자당 평균 결합에너지는 약 8.5MeV 정도이고 우랴늄-235의 핵자당 결합에너지는 7.6MeV 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반응 후 생성된 핵자들이 더 단단히 속박되어 있다는 뜻이며, 핵자당 결합에너지가 7.6MeV에서 8.5MeV로 증가하면서 핵자당 0.9MeV의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3-2. 연료의 선택
위에서 열거한 기본적인 조건들을 고려해 보면 가장 유력한 원소는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 및 삼중수소와 헬륨-3 등이 된다. 이 원소들이 일으킬 수 있는 핵융합 반응과 발생에너지는 표3-1을 참조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자원의 문제로서 중수소는 수소와 화학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산소와 결합하여 중수를 형성하고, 바닷물 속에 1/6500의 비율로 섞여 있다. 앞에서도 다루었듯이 바닷물 1m3속에 들어 있는 중수소는 3.4×10-2kg이고 이것을 이용하여 핵융합반응을 일으킬 경우 8×1012J의 에너지가 발생된다. 이는 석탄 270ton을 연소했을 때 나오는 열과 같은 양이다. 따라서 지구상의 물 속에 포함되어 있는 중수소의 양은 약 5×1013ton 정도로 이것을 전량 핵융합연료로 이용한다면 인류가 10억년동안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므로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3중수소는 반감기가 12.4년인 방사성 동위원소로 천연에는 많이 존재하지 않지만 리튬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반응에 사용하는 중성자는 중수소나 3중수소가 핵융합을 일으킬 때 발생하는 중성자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핵융합발전을 하는 동시에 3중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3-3. 쿨롱 반발력과 반응단면적
발열화학반응에서는 반응물질을 직접 접촉시키거나 적당한 촉매를 이용하여 간단히 진행시킬 수 있지만 핵융합반응에서는 이렇게 간단하게 반응을 일으키게 할 수가 없다. 이는 반응핵들이 (+)로 대전되어 있기 때문에 핵융합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핵들을 서로 접근시키기 위해서는 이들 사이에 작용하고 있는 전기적 반발력 즉 쿨롱 반발력을 이길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해 주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융합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핵들을 고속으로 가속시켜 전기적 반발력을 이기도록 하여 충돌시킬 수밖에 없다. 같은 발열반응이지만 중성자에 의한 우라늄의 핵분열 반응은 이 경우와는 아주 다르다. 핵분열반응의 경우 양전하를 띄고 있는 우라늄 핵에 중성자가 접근하더라도 중성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전기적 반발력이 없어 쉽게 충돌할 수 있다. 오히려 중성자가 저속으로 우라늄 핵 주변을 지나갈 때 충돌의 기회가 더 커지는 특성이 있어 원자로에서는 흔히 저속중성자를 이용하고 있다.
핵융합반응을 일으킬 때 반응하는 핵자들 사이의 전기적 반발력은
으로 주어진다. 반응핵을 무한히 먼 거리에서 이러한 전기적 반발력에 거슬러 접근시키는데 소비하는 에너지, 즉 쿨롱포텐셜에너지는
로 주어진다. 예를 들어 2개의 중수소핵을 무한히 먼 거리에서부터 핵융합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거리인 1.5×10-15m까지 접근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0.9612MeV가 된다. 이는 중수소핵까리 핵융합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중수소핵이 0.9612MeV 이상의 운동에너지를 갖도록 하여 충돌시켜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에너지보다 낮은 입자의 운동에너지를 갖는 경우에도 터널링효과에 의하여 일정 비율의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거리 전기적 반발력 그림 3- 3. 쿨롱 포텐셜에너지
그림 3-4. 핵융합 반응 단면적
핵반응에서 반응이 쉽게 일어나는지 또는 일어나기 어려운지를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양을 단면적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단면적이란 단위체적 내에 1개의 입자를 입사시켰을 때 이 두개의 입자 사이에서 반응이 일어날 확률을 말한다. 핵반응에서는 단면적은 매우 작은 양이 되며 단위는 bane(1bane=10-28m2)을 사용한다.
위 그림 3-4는 실험적으로 융합반응들의 단면적을 측정한 결과이다. 그래프에서 D-T곡선이 약 110KeV에서 최대를 나타내고, 100KeV 이하에서 D-D반응의 단면적보다 100배 정도 큼을 알 수 있다. 핵융합반응에서의 방출에너지를 실제로 이용하려면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핵반응이 일어나도록 반응율을 높여야 한다. 반응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응입자의 운동에너지가 충분히 크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연료로 사용하는 반응핵의 밀도를 높여 주어야 할 것이다. 한편 핵융합반응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는 핵반응 물질을 용기 내에 적절히 가두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반응핵이 수억도 이상의 고온이므로 이러한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용기재료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고온의 반응핵은 높은 운동에너지를 갖기 때문에 순식간에 외부로 빠져나가 버리게 된다. 따라서 핵융합반응이 일어날 때까지 충분한 시간동안 용기 내에 머물러 있게 가두어 두도록 하는 방식으로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3-4. 입자가속에 의한 핵융합의 고찰
핵융합 반응으로부터 방출되는 에너지를 인류가 동력원으로 이용하고자 할 때는 무엇보다도 우선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생산된 에너지에 비해서 더 많은 건설 및 운용비가 소요되는 핵융합발전소는 현실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물리적 실현 가능성이 일차적인 기준이 된다. 핵과 핵이 자체 쿨롱반발력을 이기고 결합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에너지를 가져야 하는 핵융합반응에서는 반응을 지속시키는데 필연적으로 에너지가 소요되기 마련이다. 이 입력에너지보다 반응으로부터 방출되는 출력에너지가 커야만 에너지 원가계산에서 이득이 있게 된다.
핵융합반응은 항성들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방식이지만 지구상에서 인류가 같은 원리로 핵융합 반응을 실현시키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가속기 방식으로는 핵융합반응이 가능하지 않을까? 융합시키고자 하는 두개의 핵은 다같이 (+)로 대전되어 있어서 서로 강력히 반발하기 때문에 이 척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개의 핵을 고속으로 충돌하게 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 가속기를 떠올리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발상일 것이다. 이제 입자가속기로 중수소이온을 고속으로 가속시켜 역시 중수소로 된 표적에 충돌시키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충돌과정에서 입사입자의 에너지가 충분히 크다면 물론 핵반응이 일어난다. 그러나 표적인 중수소는 원자의 집단이므로 중수소핵 주위에는 전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입사된 고에너지 중수소이온은 표적으로 삼고 있는 같은 (+)부호의 중수소핵과 충돌하기 보다는 반대의 (-)전하를 가지는 전자와 충돌하기가 훨씬 용이할 것이다. 중수소이온이 전자와의 충돌가정에서 전자에게 에너지를 넘겨주면 자신은 그 만큼 에너지를 잃게 된다. 질량에 있어서 전자는 중수소핵의 1/3600정도의 작은 양이기 때문에 한번 충돌에서 중수소이온이 잃은 에너지는 매우 작지만 충돌횟수가 많으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핵융합에 써먹기보다는 전자들과의 충돌에서 소모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입자가속기 D+ e D+ e D+ e D+ e D+ e D+ e D+ e D+ 그림 3-5 . 고속수소이온의 핵융합
이러한 상황을 좀 더 정량적으로 알아보기 위하여 그림 3-5에 표현한 바와 같이 고체중수소표적에 높은 에너지의 중수소이온을 입사시켰을 때의 에너지관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입사되는 중수소이온의 에너지를 Ei라고 하면 전자와의 1회 충돌에서 잃게 되는 에너지의 평균값 ΔE는 질량중심계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여기서 근사값은 정지표적에 있는 전자의 에너지가 입사되는 중수소이온의 에너지에 비해서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값을 가정한 것이다.
여기서 m, M은 각각 전자와 중수소이온의 질량, Vi는 중수소이온의 속도이다. 이 식은 중수소이온이 전자와의 충돌 때마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 중 m/M배 만큼씩 잃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략 1/3600의 값이 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중수소이온과 전자와의 충돌은 쿨롱산란이 대부분으로서 그 반응단면적 σc는
로 나타내어진다. 위 식에서는 산란각도 θ의 평균값을 90°로 가정하였다. 따라서 ne의 전자밀도를 가지는 표적에서 중수소이온의 에너지 손실률 dE/dt는
로 주어진다. 여기서 대괄호 안은 전자와의 충돌로 에너지를 잃는 중수소이온의 유효단면적 σI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D-D 핵융합 반응단면적이 최대에 가깝게 되는 중수소이온의 에너지를 100keV라 하면, D-D 반응단면적 σn은 3×10-26cm2 정도가 된다. 한편 이때의 유효단면적 σI는 각각의 값을 대입하면 1.87×10-21cm2 정도가 된다. 이로부터 두 반응단면적의 비를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다.
이 값이 주는 결과는 대략 10만개정도의 중수소이온을 입사시키면 그 중에 불과 평균 1.6개만이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며, 나머지는 모두 전자와의 충돌로 에너지를 잃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속기에 의한 핵융합반응의 에너지효율은 다음과 같이
에 불과하다. 여기서 3.6MeV는 두 가지 형태의 D-D 핵융합반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의 평균값을 나타낸 것이다. 즉, 출력에너지는 입력에너지의 약 1/1700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이 값은 가속기 효율을 100%로 가정한 대단한 낙관적인 값이다. 가속기 효율을 비롯하여 작은 각도의 쿨롱산란까지 고려한다면 이 값은 더 낮아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융합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이라는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다.
3-5. 열 핵융합 방식
앞 절에서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입자들의 가속에 의한 반응에서는 입사입자가 표적입자보다는 전자와의 충돌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입사된 중수소이온이 표적에 있는 전자와 충돌할 때 에너지를 잃지 않도록 전자 자신에게도 입사중수소이온과 같은 수준의 에너지를 갖도록 해주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중수소가 목적하는 핵융합반응을 일으키기 전에 전자와의 충돌로 에너지를 잃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때는 이미 전자가 중수소핵과의 정전인력으로부터 벗어나는 전리상태가 된다. 즉, 전자가 중수소핵에 구속되지 않고 서로 혼합물과 같은 상태로 되는데, 이와 같은 물질의 상태를 “플라즈마(Plasma)”라고 부른다. 이러한 플라즈마 상태를 고체, 액체, 기체와 더불어 물질의 제 4상태라고도 부른다.
표적을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려면 일반적으로 고온으로 가열시키면 된다. 표적이 충분히 고온으로 되면 중수소이온도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되어 표적 내부에서 중수소이온끼리 충돌하여 핵융합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외부로부터 고속중수소이온을 입사시킬 필요도 없어지게 된다. 이와 같이 에너지 효율에 있어서 입자가속기를 사용하는 방식보다 훨씬 희망적인 핵융합방식을 “열핵융합”이라고 부르는데, 오늘날 제어핵융합 연구의 주요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열’이라는 글은 반드시 고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반응입자가 무질서한 운동을 되풀이하는 동안에 서로 충돌하여 핵융합반응을 일으켜주는 방식을 열역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D+ e D+ D+ D+ D+ D+ D+ e e e e e e e e e 그림 3-6 . 열핵융합과 플라즈마 상태
3-6. 열핵융합로의 에너지 출력밀도
태양과 같은 항성의 에너지원이 바로 핵융합이라는 것은 앞에서도 다룬 내용이다. 그런데 이러한 핵융합이 항성 내부의 유한한 공간 내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는 거대한 자체 질량에 의한 강력한 중력이 플라즈마를 우주공간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묶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이러한 항성과 같은 중력을 만들어 고온플라즈마를 밀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력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밀폐조건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밀폐수단을 찾기 위하여 구체적인 플라즈마 밀폐조건에 대한 내용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물질의 상태를 기술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물리량은 밀도와 온도이다. 그리고 어떤 물질이 플라즈마상태일 경우 이 상태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가 하는 시간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러한 상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하여 적당한 고온플라즈마 밀폐용기를 가정하고 여기에서 발생되는 에너지 관계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그림 3-4에서 보면 핵융합반응을 가장 쉽게 일으킬 수 있는 연료물질은 5:5의 D-T이므로 여기서의 논의는 중수소ㆍ삼중수소 플라즈마를 기준으로 하겠다.
일반적으로 2체문제에서 충돌반응률은 반응단면적을 σ라고 할 때
R12 = n1ㆍn2ㆍσㆍv
로 표시된다. 여기서 n1, n2는 각각 반응되는 입자밀도이며 v는 반응입자간의 상대속도이다. 핵융합반응도 2체충돌의 경우이므로 위식과 같은 형식으로 표현된다. 즉, 플라즈마중에서 전체적으로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 반응률은 중수소이온밀도 nD와 삼중수소이온밀도 nT의 곱에 비례하며 동시에 반응입자 1개당의 반응률에 비례한다. 그리고 반응입자 1개당 반응률은 핵융합반응단면적 σDT와 반응입자간의 상대속도 v의 곱으로 된다. 따라서 플라즈마내에서 일어나는 핵융합반응률 R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RDT = nDㆍnTㆍσDTㆍv
그런데 위식에서 반응단면적 σDT와 플라즈마 입자간 상대속도 v는 다같이 플라즈마 입자의 운동에너지에 따라 변하는 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플라즈마 온도가 단일온도로 표기되는 플라즈마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모든 구성입자가 일정한 속도분포를 가지는 분포함수의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위 식에서 반응률의 평균을 고려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RDT = nDㆍnTㆍ<σv>DT
그림 3-7. <σv>와 온도의 관계
핵융합반응에 의해 단위체적당 매 초 발생하는 에너지(QF)는 위 반응식을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된다.
QF = RDTㆍW = nDㆍnTㆍ<σv>DTㆍW
여기서 W는 1회의 핵융합반응에서 발생되는 에너지로서 D-T핵융합반응의 경우 17.6MeV이다. 이 식을 일반화 시키기 위해 플라즈마 이온밀도를 n으로 대표하고 <σv>DT 대신에 <σv>로 쓰면
로 된다. 여기서 γ는 5:5의 D-T반응일 경우 1이며, D-D반응일 경우 2가 된다.
예를 들어 이온밀도 n이 2×1014개/cm3이고 이온온도 T가 10KeV인 D-T 플라즈마에서의 핵융합 출력밀도는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 10KeV에서의 <σv>DT는 그림 3-7에서 약 1016cm3/sec로 구해지므로 핵융합 반응률은
RDT = (1014)2 × 10-16 = 1012[회/cm3ㆍsec]
가 된다. 즉 플라즈마 1cm3당 매 초 1조회의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1회의 D-T 핵융합 반응당 발생하는 에너지는 W=17.6MeV 이므로 핵융합 출력밀도 QF는
QF = 1012회/cm3ㆍsec × (17.6×106eV) × (1.602×10-19J/eV) = 2.8 W/cm3
이 된다. 이와 같은 출력밀도를 가지는 핵융합로가 40%의 전력생산 효율을 가지는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600MW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플라즈마 핵융합로의 크기 V는
으로 계산되며, 이 부피는 한 변이 8.1m인 입방체의 용적과 같다. 단 위의 계산에서는 핵융합 플라즈마를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에너지는 고려하지 않은 양이다.
3-7. 핵융합로의 플라즈마 임계조건
앞 절에서 다룬 과정을 통해 발생되는 출력에너지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한 에너지 손실로 그 효율을 100% 유지하지 못한다. 이러한 손실 요인으로는 입자손실, 열전달손실, 그리고 복사손실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입자손실에서는 고온의 플라즈마입자가 확산에 의하여 플라즈마 밀폐용기 밖으로 누출됨으로써 입자손실과 함께 에너지 손실이 생긴다. 열전도손실은 수통 속의 뜨거운 물이 식듯이 고온플라즈마와 주변과의 엄청난 온도차이에 의해 열에너지가 외부로 전달됨으로써 생기는 에너지손실이다. 복사손실은 하전입자인 플라즈마입자가 여러 가지의 전자파를 복사함으로써 전자파의 형태로 에너지손실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열전도손실과 복사손실은 입자손실을 동반하지 않는다.
이러한 각종 에너지의 손실이 일어나면 외부에서 플라즈마를 가열하지 않는 한 플라즈마의 온도와 밀도가 낮아져 더 이상 핵융합반응이 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에너지손실에 의한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 주어야만 핵융합이 지속될 수 있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플라즈마로부터의 총체적인 에너지손실을 나타내는 척도로서 에너지밀폐시간 τE를 사용하면 편리하다. 즉, τE는 단위체적중의 플라즈마에너지와 같은 크기의 에너지가 그 체적중의 플라즈마로부터 유실되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플라즈마에너지란 바로 플라즈마 입자가 가지고 있는 열에너지이다. 이온밀도가 n이고 온도가 T인 플라즈마의 에너지밀도를 Eth라고 하면, 전자와 이온이 다 같이 플라즈마를 이루는 구성입자이므로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Eth와 τE를 사용하면, 단위시간에 단위체적의 플라즈마가 잃게 되는 에너지 QL은 다음과 같다.
즉, 플라즈마가 일정온도로 계속 유지되려면 항상 QL만큼의 에너지를 공급해주어야 한다. 이 공급에너지를 핵융합반응에 의한 발생에너지 QF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QF ≥ QL 의 조건을 만족할 필요가 있다. 이 관계를 더 알아보기 위해 QF/QL = Q로 놓으면
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이 식으로부터 일정한 Q에 대하여 플라즈마밀도, 에너지 밀폐시간, 플라즈마온도 사이의 관계를 얻을 수 있다. Q=1은 발생에너지와 손실에너지가 같게 되는 경우로서 이때의 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쓸 수 있다.
이 조건을 플라즈마의 임계조건(Breakeven Condition)이라고 부른다. 즉, 임계조건에 있는 핵융합로 플라즈마는 핵융합반응에 의해 발생되는 에너지와 플라즈마로부터 손실되는 에너지가 같게 되는 에너지 균형을 이루는 경계가 된다.
그런데 핵융합에너지 QF는 전부가 플라즈마로 다시 되돌려진다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핵융합 에너지 플라즈마 상 태 전 기 에너지 열 에너지 (하전입자에 의한 직접가열) (핵융합로 노심) (MHD 발전) 가 용 에너지 그림 3-8 . 핵융합발전소의 에너지유통과정
위 그림에서 핵융합반응결과 생기는 에너지는 반응생성물의 운동에너지 형태로 방출된다. 반응생성물은 하전입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지는데 핵융합에너지를 각기 일정비율로 나누어 갖는다. 이 중 전하를 띄지 않는 중성자는 플라즈마와의 상호작용 없이 노심으로부터 쉽게 빠져 나가지만 하전입자는 남아서 플라즈마의 가열에 이용될 수 있다. 핵융합반응 중 반응생성물이 전부 하전입자인 경우에는 핵융합에너지의 대부분이 플라즈마를 직접 가열하는데 쓰여질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이때의 임계조건은 현실적으로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재 핵융합연구에서 주목 받고 있는 핵융합반응의 종류에는 대부분 반응생성물이 하전입자로만 이루어져 있지는 않는다. 핵융합에너지중 하전입자가 갖고 나오는 에너지만으로 플라즈마의 에너지손실을 보생해 줄 수 있다면 플라즈마를 가열하기 위한 외부로부터의 에너지 공급 없이 핵융합로는 스스로 핵융합반응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핵융합로로서 이상적인 상태가 되는데 이를 자연점화(Self Ignition)라고 부른다.
이 과정을 더욱 자세히 알아보기 위하여 핵융합 반응생성물 중 하전입자의 에너지를 Wc라 하고 중성자의 에너지를 Wn이라고 하면, 핵융합반응 에너지 W는 W=Wn+Wc가 되고, 핵융합 출력밀도 중 하전입자분 QFc는
로 된다. 따라서 QL/QFc=1인 자연점화조건을 만족하는 핵융합로에서는
의 관계식이 성립한다. 위 식에 따라 계산되는 D-T 및 D-D 반응에 대한 자연점화조건을 임계조건과 비교하면 다음의 그림 3-9의 그래프와 같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림 3-9. 임계조건과 자연점화조건
핵융합반응에서 발생되는 에너지를 각각 발생원소별로 분리하여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D + D → 3He(0.82MeV) + N(2.45MeV)
D + D → T(1.01MeV) + P(3.02MeV)
D + T → 4He(3.5MeV) + N(14.1MeV)
D + 3He → 4He(3.6MeV) + P(14.7MeV)
특별히 이 두 가지의 핵융합로 조건 중 임계조건을 최초의 제안자 로슨(J.D.Lawson)박사의 이름을 따서 로슨조건(Lawson Criterion)이라고 부르며, 핵융합연구에 있어서 일차적인 목표가 되고 있다. 이 로슨조건에 따라 중요한 두 반응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D-T반응 : T ≥ 10KeV (≈1억도), nτE ≥ 1014 sec/cm3
D-D반응 : T ≥ 100KeV (≈10억도), nτE ≥ 1016 sec/cm3
이렇게 핵융합로가 온도와 밀도 그리고 밀폐시간에 대해 일정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물리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즉, 핵융합이 가능하려면 일단 반응입자가 어느 정도 이상의 고온이 되어야 하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핵이 융합할 확률이 극히 작아서, 반응을 일으킬 충분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일정밀도와 시간이 꼭 필요한 것이다. 물론 온도를 올려 핵의 융합반응확률을 높여주면 필요한 밀도와 시간에 대한 조건이 그만큼 완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