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오동에 듯는 빗발
김상용
오동(梧桐)에 듯는 빗발 무심(無心)히 듯건마는
내 시름 하니 닙닙히 수성(愁聲)이로다
이 후(後)야 닙 너른 너른 남기야 심어 무슴 하리오
♣어구풀이
-오동(梧桐) : 오동나무
-듯는 : 떨어지는
-시름 하니 : 시름(근심)이 많으니
-수성(愁聲) : 근심스러운 소리, 수심에 찬 소리
-남기야 : 나무는
-무슴하리오 : 무엇하겠는가
♣해설
-초장 : 오동나무 잎이 떨어지는 빗발을 무심히(아무 뜻없이) 듯건마는
-중장 : 내가 근심이 많으니 오동잎 하나하나마다 수심에 찬 소리로구나
-종장 : 이 후에야 앞이 넓은 나무는 심어서 무엇 하겠는가
♣감상
이 시조는 비 오는 날의 심회를 읊은 것으로 앞의 시조와 함께 순
수 서정을 노래한 것이다. 오동나무 이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아
무 뜻 없이 윽지마는 내 시름이 너무 많으니까 그 소리마저 시름을
돕는 듯하다. 이 시조에서는 오동(梧桐)과 나와 비가 수심의 정감으
로 일치되고 있다.
♣작가소개
김상용(金尙容, 1561~1637) : 자는 경택(景澤), 호는 선원(仙源), 본관은
안동(安東), 선조 13년 문과에 급제하여 춘추관(春秋館) 검열(檢閱)이 되
었다. 인조 10년에는 우의정에 올랐고, 인조 14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왕족(王族)을 모시고 강화도(江華島)로 피난갔다가, 이듬해 강도(江都)가 함
락됨을 보고 화약을 품고 남문(南門) 위에 올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결함.
저서로 「오륜가(五倫歌)」 25수와 「훈계자손가(訓戒子孫歌)」 9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