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보 죽는 게 겁이 나요 '
' 여보 죽는 게 겁이 나요 ' 하고 아내가 느닷없이 저녁을 먹고 난 뒤에 하는 말이다. 갑자기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
오늘 아내와 함께 사당동에 있는 대항병원으로 2년에 한번씩 하는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아내는 평소 병원에 가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알약 하나도 쉽게 먹지 못하고 절절 매기도 한다. 그래도 2년에 한번 하는 건강검진은 꼭 해야한다면서 설득을 하여 갔다. 나는 11월에 하기로 하고 아내는 오늘 가능하다고 해서 갔는데 아내는 평소에 걸핏하면 배탈이 잘 나고 조금 특이한 음식을 먹으면 화장실에 가서 앉아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위내시경을 꼭 받아봐야 한다고 해서 갔는데 병원에서 기록을 보더니 대장은 볼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위만 보는데 굳이 수면을 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냥 하겠다고 해서 바로 진행하였다.
내시경실에 들어가서 조금 있더니 얼굴이 벌겋게 되어 나왔는데 다 했다는 것이다. 간호사와 의사가 아주 착실히그리고 친절하게 해 주어서 아주 잘 했으며 기분이 좋다고 했다. 결과가 바로 나왔는데 별 이상이 없다고 하니 ' 당신때문에 검사 잘 한것 같다 '며 나에게 고맙다고 한다.
사실 죽는다는 게 겁이 난다는 말은 아내에게만 국한 된 말이 아니고 나도 마찬가지이며 어느 누구나 나이가 좀 들면 느끼는 감정 아니겠는가 ? 보통나이로 70인 아내는 일찍 대학 다닐 때 아버지를 암으로 여의고 또 나와 결혼하고 얼마 안돼 나보다 한 살위인 오빠가 사우디에서 30대초에 교통사고로 가고 요 몇년 사이에 어머니 동생들 모두 병으로 잃고 지금은 오로지 여동생 한 사람과 자기 둘밖에 생존해 있지 않다보니 아마도 평소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가끔 ' 여보 나 먼저 가야 할텐데, 만일 당신이 먼저 가면 나는 세상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큰 일이야 '하는 얘기를 한다. 사실 아내는 학교 선생을 하다 그만두고 집에만 있는 전업주부다 보니 바깥일은 전혀 모르는 쑥맥이다. 친구들과 가끔 이런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대부분의 아내들이 더 오래 살고 일찍 죽겠다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기가 먼저 죽겠다는 이야기는 혼자 죽기가 겁이 나서 함께 죽자는 말이 아닌가싶다. 죽는다는 말을 이렇게 예사로 하는 걸 보면 우리부부도 나이가 제법 되기는 된 모양이다.
로마의 최고 웅변가이며 문인이며 정치가인 키케로는 사람들이 나이 들어가는 것이 불행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1, 노년이 되면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2, 체력이 약해지며
3, 쾌락을 즐길 수 없고
4,죽음이 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며
늙음과 죽음은 인간에게 아주 자연스런 것이며 분명한 것은 늙어가는 자신을 돌아보고 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며 인간에게 죽음은 더 이상 하나의 악이 아니라 하나의 축복이라는 말을 한다.
2019.10.19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