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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네잎크로바.. 백두대간 25구간 (도래기재-태백산-화방재)
2008. 6. 22. (일) 흐림
꼭지(아내)와 둘이서
일출 05:11 / 일몰 19:57 / 음력 5.19
▣ 구간별 산행기록
05:20 도래기재 -산행시작-
07:40-07:55 구룡산
08:20 향이동 갈림길
09:06 곰넘이재
10:26-10:35 신선봉
11:23 차돌베기
12:40-13:04 깃대배기봉
14:25 부쇠봉 갈림길
14:40-14:50 태백산
16:25 사길령매표소
16:32 화방재 -산행종료-
▣ 대간종주 거리 : 24.20km / 누적거리 478.62km (포항셀파 기준)
도래기재→5.46←구룡산→4.96←신선봉→5.35←깃대배기봉→3.93←태백산→4.50←화방재
▣ 총 산행시간 : 11시간 12분 (24.20km) / 누적거리 : 514.62km
▣ 접근거리 : 없음
▣ 식수위치 : 미확인
▣ 교 통 : 자가운전 서대구I.C-영주I.C-봉화-춘양-88번-도래기재 177km / 2시간30분소요
▣ 차량회수 : 화방재⇒태백역(히치) / 태백역⇒통리역(택시 4,000원/10분) / 통리역(17:20)⇒춘양역(18:33) 3,600원×2
춘양역⇒도래기재(춘양택시011-806-3355 / 20,000-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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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선(영주~철암)에 얽힌 산행후기
태백산은 짙은 운무속에 잠겨 신비로움을 더해 주었지만 조망이 없어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기다려도 하늘은 끝내 열리지 않았고
주목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겨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지요.
화방재에서는 열차시간이 40분밖에 여유가 없어 걱정하였으나
인정 많은 젊은 부부의 차를 타고 태백시내에 도착해 통리역으로 이동하여
무사히 5시20분발 춘양 가는 열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열차를 타고 가면서 잊혀져가는 영암선철로위로 펼쳐지는 풍경에 갑자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한 편의 빛바랜 영화, 끊어진 필름을 되돌려보는 느낌이었지요.
철길 옆의 낡은 벽돌집은 옛날 광부들의 애환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그 좁은 방안에서 그들은 고향에 두고 온 부모와 처자식생각에 긴 밤을 잠 못 이루며 뒤척였을 것이고
막장에 들어가서는 몸이 으스러지도록 일을 했을 것입니다.
그들의 삶은 누구를 위한 몸부림이었을까요?
낡은 스레트지붕은 대부분 허물어져 있었습니다.
허름한 담장은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했고, 거리는 스산하여
사람의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았지요.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지나다니는 개가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로 번화한 거리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때의 영화로움을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철암역 언덕배기에는 지금도 전국각지로 실어 나를 무연탄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라는 봉화 최고 오지의 승부역은 하늘과 맞닿아 더욱 외로워보였습니다.
지금은 기억에서 역사속으로 사라진 영암선(영주~철암)
열차는 느릿느릿 그렇게 세월을 되씹으며 춘양역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피곤함도 달아나버렸지요.
기차는 통리역에서 1시간 10분이나 걸려 춘양역에 도착하였고
춘양역에서 또 택시를 타고 도래기재로 이동하여 차량을 회수할 때까지의 긴 여정
젊은 부부의 고마운 마음과 친절한 춘양택시 기사님의 호의는
옛 영암선의 회상과 더불어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대간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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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통하는 태백산
새벽2시40분
태백으로 향하는 길..
대간을 향한 열정이 무엇인지 육신은 노곤하지만 마음만큼은 떠날 때마다 설레고 새롭다.
24시김밥집에 들러 김밥 네 줄을 산다.
대간이 먹여주는 밥이다.
이제 갈수록 접근하는 길은 멀어지겠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롭다.
진부령은 그만큼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영주I.C를 빠져나오니 국도는 춘양까지 4차선으로 확장되어있다.
도로만큼은 참 잘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고유가의 요즘 경제위기는 언제쯤 끝이 날지 참으로 암울하기만 하다.
도래기재에 도착하니 하늘은 잔득 흐리지만 비가 내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도로 한 모퉁이에 차를 주차하고 긴 나무계단을 올라 산문에 들어서니
가슴에 담고 싶을 만큼 포근한 낙엽길이 펼쳐진다.
두 아름은 됨직한 키 큰 춘양목, 그 미끈한 곡선미는 너무나 아름답다.
저 나무로 집을 짓는다면 천년은 버틸 것이다.
한 아름이 넘는 신갈나무도 뒤질세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상쾌함을 선사해준다.
산림욕은 우리의 몸을 정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몸속에 있는 병을 치유하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 효능은 우리가 매 번 산행 후에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하루 종일을 걷고.. 잠 잘 시간 없이 운전하고 차타고..
그렇게 몸을 혹사시키고도 다음날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그것이 증명되는 셈이다.
고도 1,000m가 넘는 고산지대의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초목들의 향기
그것은 자연이 발산하는 기(氣)가 틀림없다.
200~300년은 됨직한 신갈나무와 춘양목은 어느 만화 속에서처럼 영혼이 있어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올 듯하고 그들 사이로 자작나무는 얇은 옷을 벗어던지며 미끈한 몸매를 자랑한다.
하늘조차도 빠끔히 보일락 말락 하는 울창한 수림을 걷고 있으니 잡다한 세상사 다 잊혀 진다.
그럴 즘에 약간의 오름이 이어지고 안부에 올라서니 헬기장으로 된 구룡산이다.
▲구룡산에서 바라본 가야할 운무속의 태백산방향
▲구룡산에서 바라본 남쪽방향
‘구룡산’정상부는 아홉 마리 용이 뛰어놀았음직한 넓은 헬기장으로
약간의 잡목이 있지만 조망은 좋다. 남쪽으로는 멀리까지 산마루가 선명하지만
북쪽은 운무가 백두대간을 넘지 못하고 태백산과 함백산에 걸쳐있다.
김밥 몇 개와 미숫가루로 허기진 배를 달래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구룡산을 내려선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린 원추리가 헤픈 웃음을 흘리며 반기는 길옆에는
구조목<구룡산-부쇠봉 5-28>이 이정표역할을 대신해 준다.
그렇다면 구룡산에서 부쇠봉까지 14km, 태백산까지는 15km라는 거리계산이 된다.
지난번 구간에 이어 이번역시 전망바위 하나 없는 전형적인 육산이라 조망은 되지 않을 것이고
하늘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14km라 걸어야 하니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걸어야하지만 500m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구조목으로 위안을 삼는다.
곰넘이재
구룡산에서 3km 정도 내려서니 비포장 임도인 곰넘이재다.
탈출하는 구간이기도 하지만 짧게 끊어서 할 때 이곳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이름이 ‘곰넘이재’라 하여 곰이 재주를 넘던 고개인줄 알았는데 그 뜻은 영 달랐다.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넘어가는 주요 길목이기도 하고
옛날에는 태백산천제를 지내러가는 관리들이 많이 다녔다고 한다.
운해님의 산행기에는
"곰"은 "검"에서 온 말로 "신"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곰넘이는 신을 만나러 넘어가는 고개라는 뜻일 것이다.
맞긴 맞나요?
곰넘이재에서 2km 정도의 구간은 넓은 방화선길이다.
1980년대에 산불방지를 위해 방화선을 설치한 곳이라는데 넓은 길은
신선봉아래 산죽군락지까지 이어지고 그곳에서 20여분 올라서니 신선봉이다.
"근데 신선봉이 왜 이래?"
꼭지의 표정이 우째 시큰둥 하다.
신선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망이 좋을 줄 알았는데 잡목이 에워싸고 있어서 분지 같은 느낌이 든다.
정상석을 세울 자리에는 묘지가 한기 있고 그 앞에는 비석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조망은 없으나 나무그늘이 시원하여 잠시 쉬고 있으니 10여명의 산꾼들이 올라온다.
곰넘이재에서 출발하신 대간꾼이다.
그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내려서니 방향이 남쪽으로 급하게 꺾이는지라
왔던 길을 다시 뒤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길은 큰 고도차 없이 부드러우나 돌길이 더러 있고
옛날 차돌이 많았다는 차돌베기에는 장의자가 세 개 놓여있어 쉬어가기는 안성맞춤이다.
아니라 다를까 꼭지는 아예 장의자에 드러누워 자고가자고 한다.
이곳에서 우측은 석문동(6km)으로 하산할 수 있고 대간은 좌측이다.
깃대베기봉은 1시간가까이 치고 올라야 함으로 오늘 구간 중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커다란 정상석이 아래쪽과 위쪽에 두 개나 설치되어 있지만
잡목에 가려 어느 곳도 조망이 되지 않는다.
태백산이 가까워질수록 운무가 더욱 짙어지기 시작하고
부쇠봉 갈림길을 지나니 이슬비가 내린다.
태백산에 도착하니 신령님이 노했는지 세찬바람으로 우리를 몰아세운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을까?
아! 있다.
곰넘이재에서 더덕 캔 거..?
기온은 영상10도, 추워서 다시 자켔을 꺼내 입는다.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태백산..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늘로 올랐나??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달라하던 두 분의 산님은 길을 묻더니 총총걸음으로 사라진다.
천제단에는 굿을 위한 음식이 차려지고 있어서 우리도 자리를 피해 내려선다.
화방재가는 길은 편안한 하산길이라며 꼭지에게 뻥을 쳤는데 생각보다 쉬운 길이 아니었다.
유일사 갈림길을 지나면 금방 화방재에 내려설 것 같았으나
급경사 돌길을 지나 사길령매표소를 통과하고, 밭둑을 가로지르고 또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고 내린다.
혹시 길을 잘 못 든 거 아니냐며 꼭지가 투덜댈 쯤에야 화방재에 내려선다.
대간이 어느 한 구간 쉬운 구간이 있었던가 싶다.
태백산 산령각
뒤 돌아본 사길령 매표소
화방재
그 후
화방재에 내려서니 열차를 타려면 불과 40여분 밖에는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버스가 언제 다니는지 알 수가 없어 매점에 들어가 주인아저씨에게 물어보아도 버스시간을 모른다고 한다.
신발과 바지가 흙투성이라 누가 우리를 차에 태워줄까 싶어
버스정류장 옆 흐르는 물로 신발을 씻고 있으니 밭둑위로 네잎크로바가 고개를 내민다.
한 개도 만나기 힘든 네잎크로바가 무려 4개씩이나..
과연 우리에게 어떤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때 승용차가 한 대 재를 넘어온다. 번쩍 손을 든다.
그런데 메롱~~! 하며 자동차는 생 지나가 버린다.
네잎크로바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던데.. 투덜거리고 있으니 두 번째 승용차가 지나간다.
또 손을 들었지만 역시나 횡 하니 사라진다.
열차시간은 다가오고..
그때, 휴게소에 정차되어 스타랙스차량이 출발한다.
태백시내까지만 태워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타라고 한다.
갓난애가 있는 젊은 부부였는데 고맙게도 우리를 태백역까지 태워다 준다.
젊은 부부에게 복 많이 받으라며 고마움을 전하고 택시를 타고 통리역에 도착하니 5시10분,
그래도 열차출발시간까지는 10분이나 여유가 있었다.
보너스로 10분 연착까지..
열차는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 영암선철로를 달려 1시간 10분후 춘양역에 도착한다.
춘양택시를 호출하여 도래기재로 향하니 태백의 긴 여정이 마무리된다.
택시비 2만원을 드렸더니 17,000원만 달라며 3,000원을 되돌려 주신다.
지금은 호남정맥에 푹 빠져계신다는 기사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택시에서 내리니 차 시동을 걸어보라고 한다.
더러는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가 있다고 하면서..
배려하는 기사님의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차 시동이 걸리는 것을 확인한 기사님은 그제야 차를 돌려 출발한다.
네잎크로바의 행운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끝으로
박세현님의 "막장" 詩를 음미하면서 오늘의 대간을 마친다.
막장
가난했기에 배우지 못해
가방끈이 짧아 다른 일도 못 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기는 먹어야 해
울 사이도 없이 막연한 화딱지를 앞세우고
남몰래 밤기차에 내려선 나라
마중하는 사람 없는 객지타관에서
조상이 건네준 힘줄을 팔며 입에 풀칠을 한다네
힘 좋던 사내들 동발에 치이고 탄더미에 깔려
병원차에 실려 나가 다시는 못 보게 되어도
그들의 이름을 되뇌어 부르는 실없는 사람은 없다네
땅 끝에 와서 막장의 끝에 와서
비로소 명치끝을 치받는 설움과 분노의 덩어리를
그대들 알기는 아는가?
암, 암 안다고 말하겠지
알면서도 이해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희망과 청춘을 고아 바치고 있다네
아침이면 광차에 가득가득 실려 나오는
시커먼 그러나 반들반들 윤이 나는 탄덩이를 보게
밤새 광산쟁이들이 제 살을 쥐어뜯으며
지하막장에서 뱉어놓은 검은 혈흔을 좀 보게나
저것들 모두 모여 이 나라 방방곡곡 방구석을 데피며
가난뱅이들의 젖은 등허리를 달래주지 않겠나
보게, 분노란 달래는 게 아니라네
저토록 검은 윤이 반짝이도록 단련시키는 거라네
- 끝 - 감사합니다.
백두대간24구간 바로가기
첫댓글 대간이 태백산 줄기에 다다르니 대간기가 경지를 달리합니다. 운무가 앞을 가리니 되려 심안(心眼)이 열리고요...... 인간사 인연됨이 어찌 풀이파리 우연의 탓이겠습니까. 하루하루 마음 씀씀이의 선업 공덕이지요. 형님은 참으로 향기가 폴폴 풍기시는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얼굴만 떠올려도 진정 그러합니다.
아우님 너무 과찬을..^^ 대간꾼이 향기를 풍겨봤자 땀 냄새 밖에 날게 더 있겠습니까. 이번 대간길은 비가 온다하여 어차피 조망은 포기하고 갔습니다만 조망이 좋은 태백산에서 바람 맞고 쫓겨났습니다. 한마디로 시원섭섭했지요. 대간하다 삼천포로 빠지긴 했습니다만 영암선에 얽힌 사연은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영동선 열차를 처음 타봐서 그런건지는 모르지만 다음에는 카메라 메고 이 구석 저 구석 둘러보고 싶은 코스였습니다. 나중에 아우님 태백쪽에 가시거든 꼭 잊지말고 옛 영암선철로에 올라보세요. 지나간 우리의 과거를 다시보는 느낌.. 분노란 달래는게 아니라 검은 윤이 반짝이도록 단려시키는거라는 박세현님의 시는
태백에 대한 모든것이 함축된거 같고 무엇보다 광부들의 애환을 한 마디로 표현한거 같기도 해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아까 향기얘기하다 땀 냄새로 뭉개고 말았는데 진정한 향기는 아우님에게서 풍겨나는 그러한 향기가 진정한 사람의 향기입니다. 아름다운 곷이나 초목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이 세상 만물은 다 그들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를 풍기지요. 그러나 인간만이 다양한 향기를 갖고 요런저런 향기를 풍깁니다. 그게 문제지만.. 칭찬이 아니라 나도 아우님같은 고운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싶습니다만 그게 어디 쉼습니까. 난 그저 땀냄새나 풍기며 살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