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숙, 〈태고의 정 Ⅰ〉, 1969, 천에 색, 돗자리, 콜라주, 168.5×122.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Ahn Dongsook, [Affection of Immermorial Antiquity Ⅰ], 1969, Color on silk, straw mat, collage, 168.5×122.5cm, Collected by MMCA
오당(吾堂) 안동숙(安東淑, 1922-2016)은 일제강점기 이당(以堂) 김은호(1892-1979)의 낙청헌(絡靑軒)에서 수학하였고, 해방 이후 서울대학교 예술대학에서 동양화를 배웠다. 무릎 제자식 사숙과 정규 제도권 미술 교육을 모두 체험한 작가인 셈이다. 안동숙은 대학 졸업 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와 묵림회에 출품하며 화가로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였고, 1960년대 중후반부터 국제 미술제에도 적극 참여하며 활동 무대를 해외로 확장하였다. 안동숙은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추상을 시작하였고, 동아시아 창작의 근간인 지필묵 대신 다른 재료를 사용하였다.
〈태고의 정 Ⅰ〉(1969)은 1969년 개최된 제10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출품작으로, 당시 작품 제목은 〈한국의 상(像)〉이었다. 돗자리, 화문석, 대방석, 알루미늄 새시 등을 혼합하여 제작한 100호 크기의 평면 회화로서 독특한 물성이 혼합된 이 작품은 ‘최초의 물감 없는 동양화’로 알려지며 국내 미술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서양화단의 일부 작가들이 옵아트에 민속적 모티프를 혼성하여 한국적 기하 추상을 모색한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서양 전위예술의 일면을 보이면서 동양화의 선과 정적 특징”을 간직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안동숙도 지필묵을 배제하고 한국의 전통 재료를 활용하여 ‘안방과 사랑방의 골동품적 예술에서 탈피’하려 했음을 피력하였다. 동양화에 동양성과 현대성과 한국성의 코드를 모두 실현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안동숙, 〈태고의 정 Ⅰ〉,
1969, 천에 색, 돗자리, 콜라주, 168.5×122.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