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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12월 30일부터 31일까지 나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만 타고 여행을 다녀왔다. 여태까지 기차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서울에서 부산까지 사실 한번도 직행좌석이든 우등고속이든 타본 적이 없었기에 "부산? 그냥 기차타면 되지 않나?"는 생각하에 살아왔다. 이번 돌아오는 설날에도 어김없이 우리 가족과 함께 철도를 이용하겠지만, 한 편으로는 버스 여행이 하고 싶었다. 내가 부산을 그렇게 자주 다녀왔으면서, 대구를 다녀오는 것을 즐겨하면서 왜 한번도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버스가 철도에 비해 불편하다고 느껴왔을까. 그리고 KTX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40분만에 주파하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왜 우리나라가 참 좁은 세상이었다고 생각해왔을까? 확실히 나는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편견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로 우리나라는 넓다. 물론 이번 여행에서도 조차 수박 겉핥기 식의 버스 여행이 되었을지는 모르겠다(버스로 최단거리만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그렇지만 적어도 나는 우리나라 전 국토를 돌아다녀보면서 한국 사람들의 지방 인심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고,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을 새삼 다시 고쳐볼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랬기에 이번 여행은 부산을 다녀온 지금까지의 여행과 달리 남다른 경험과 교훈을 남겨주었다.
<1번째> '조용한 출발!'
벽제 집(04:19) -> 서울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04:33)
노선: 760(신성교통)
요금: 800원
출발하기 전날 760번 첫차가 금촌에서 새벽 3시 30분에 출발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나는 예정했던 계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출발하기로 결심했다. 계획한 시간보다 늦게 가는 것보다 일찍 서두르는 것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760이 어디까지 왔는지 핸드폰 GPS로 검색을 마치고, 우리집 바로 3번째 전 정류장인 '두포동'까지 왔음을 파악하고 서둘러 집을 나왔다. 그리고 무사히 760을 새벽 4시 20분 정도에 탈 수 있었다.
MP3에서 흘러나온 곡은 준이가 보내준 '은하철도 999.' 테크노 버전으로 리믹스한 곡인데, 느낌이 참으로 새롭다. '힘차게 달려라~ 서울버스 760. 서울버스 760~~~'을 연신 마음속으로 부르며, 거리에 차가 없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현재 버스 760에 쾌재를 불러댔다. 평소 걸리는 소요시간보다 6분 일찍 구파발역에 도착할 수 있다.
<2번째>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
서울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04:34) ->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05:20)
노선: 471(한국BRT)
요금: 400(환승 추가요금)
760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471이 왔다. 471이 바로 안 오면 701을 타고 광화문에서 470을 갈아타려고 했는데, 잘됐다 싶었다.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불광동을 지나면서 이내 버스 안에는 좌석을 가득 메웠고, 서서 가는 승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부분 광화문과 종로 1가에서 하차했는데, 아무튼 대단히 부지런한 사람들인 것 같다. 새벽 5시 30분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시간에 생활을 하다니...아무튼 3000번 첫차가 강남역에 5시 30분에 출발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였기에, 5시 20여분 정도 도착함으로써 3000번 첫차를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었다.
3번째 3000 버스. 강남역에 찍은 사진인데,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고, 3000이라는 숫자가 용남고속 3000번 버스임을 겨우 식별하게 해준다.
<3번째> '서울과 지척인 수원!'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05:30) -> 수원시 이춘택병원(06:05)
노선: 3000(용남고속)
요금: 1,500원
길을 건너니 갑자기 난데없이 3000번 버스가 등장하였다. 첫차가 5시 30분임에도 불구하고 5시 22분에 도착하길래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나를 더욱 더 당황하게 한건,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진행하였다. 혹시나 나를 보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차를 두드리면서 발이 안보이게 뛰었다. 결국 얼마 못가서 정차하였는데, 다름이 아닌 '수원/오산' 정류장. 여기에서 타는 것인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서울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렸던 것이다. 아무튼 5시 23분에 타서 이 버스는 7분 정도 승객을 더 태운 후 정확히 디지털 시계가 5시 30분이 되자 칼같이 출발하였다. 워낙에 차도 없기에 버스는 아주 쌩쌩 잘 달렸다.
특히 내가 눈여겨 봤던 것은 기사 아저씨였다. 머리에 약간 세치가 난 할아버지 같은 기사였는데, 마치 생김새와 목소리가 연세대 정현기 교수님을 닮았다. 정말로 정현기 교수님과 친척이나 형제뻘 되지 않을까? 볼 때마다 교수님을 닮아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기사가 어찌나 운전을 잘하는건지, 차와 차 사이를 교묘히 빠져나가며 속도를 냈다. 나쁘게 말하면 난폭운전의 하나이지만, 어차피 난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했으므로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수원에 들어서자마자 여러 가지를 보았다. 그 유명한 팔달문과 장안문을 보면서 수원 시내를 잠시나마 알게 되었다. 여태까지 외삼촌 댁밖에 가보지 않았기에 수원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지만, 이번에 조금 알게된 것 같다. 그리고 이춘택병원에서 내린 시간은 정확히 6시 5분. 강남역에서 수원까지 35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4번째 죽산버스터미널. 10번 버스를 찍은 줄 알았는데, 사진이 없어서 죽산터미널의 모습만 담았다.
<4번째> '대나무 산. 죽산!'
수원 이춘택병원(06:09) -> 죽산터미널(07:34)
노선: 10(경남여객)
요금: 1,950(환승요금)
이춘택병원에 내리자마자 길을 건넜더니 버스 정류장이 바로 있었다. 마침 거리를 쓸고 있었던 환경미화원 아저씨한테 10번 버스가 자주 있냐고 물어봤더니, 아주 자주 온다며 곧 올 시간이 됐다고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대답이 무섭게 바로 10번 버스가 왔고, 마침 3000을 타고 왔기 때문에 경기도 버스 할인으로 인한 환승 할인이 되어서 1,950원을 내고 올 수 있었다.
이 버스 기사도 뭔가 특색이 있었다. 실미도에 나오는, 허준호 말고 다른 중사와 같은, 약간은 날카로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왠지 호감이 갔다. 꽤 잘생긴 아저씨였다.
버스를 타니 내가 익히 들어본 곳들을 많이 지나갔다. 성 무슨 병원을 지나갔는데, 알고보니 가톨릭대학교 부속 병원이었다! 가톨릭의대 병원이 수원에 있었을 줄이야....그리고 그 유명한 아주대학교가 수원에 있었으며, 영통이라는 수원신시가지도 얼추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신갈을 지나치게 되었다. 신갈이라...작년에 태원이형 결혼식 때 지나갔던 곳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작년에 탔던 5000-1이 지나갔다!!! 아차!!!이렇게 되었을 바엔, 차라리 수원을 거치지 말고 바로 강남역에서 이 버스를 탔음 좋으련만...명지대학교 용인캠퍼스, 경기대학교, 강남대학교를 가는 코스는 5000-1과 같았고, 이후 용인터미널까지 똑같았다. 이럴 줄 알았음 강남역에서 5000-1을 생각하고 탔다면 1시간은 족히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괜히 수원을 거쳐 가서 그나마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게 되었다. 어쨌든 1시간 20분 넘게 조그만 샛길도 다니고, 잠시 큼지막한 국도도 갈아타면서 내가 들어봤음직한 곳들은 다 지나갔다. 심지어 양지파인리조트까지...양지를 지나가면서 동이 트기 시작했고, 죽산에 7시 34분에 내릴 땐 이미 해가 떠 있었다.
5번째 백성운수 17 버스.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가 작지만, 아침에 찍은 사진이라 아주 간단히 알아볼 정도는 된다.
<5번째>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 광혜원!'
죽산터미널(08:00) -> 광혜원 공동버스정류소(08:23)
노선: 17(백성운수)
요금: 1,150원
죽산터미널에 내리니 정말로 시골같았다. 마치 작은 읍내에 온 느낌이었다. 이제서야 정말로 내가 먼데를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이제 출발한지도 3시간 반 정도 되었고, 전혀 내게 있어 낯선 곳에 왔기 때문에 뭔가 모를 기대감도 생기면서 불안한 감정도 들었다. 광혜원까지 가려는 시내버스를 찾는데, 직행버스를 계속 타라는 안내원의 말에 조금 짜증이 나려는 찰나, 17번 버스가 도착하였다. 어쨌든 다행이었다.
17번 버스 기사하고 드디어 내 여행에 대한 이러저러한 얘기를 들었다. 내가 조사한 바대로 광혜원에서 버스를 갈아탈 수 있으며, 내린 그자리 환승이 가능하다는 정보까지 입수하였다. 그리고 아저씨와 이러저러한 얘기도 나누었는데, '학생. 난 있잖아. 국회의원도 이번 한미 FTA로 수입해오면 안될까? 어차피 농촌도 망해가는 판국에,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나 좀 수입했음 좋겠어. 미국에 정치 잘하는 사람들 많잖아.' '에이~ 국회의원이 정치 하나만 잘해서야 되나요? 내년에 대선을 통해 정권이 바뀌면 뭔가 진전이 생기겠죠.' '그럴까? 허허허~ 청년 말대로 뭔가 바뀌었음 좋겠는데...우리야 힘이 없으니 그저 따라갈 수 밖에. 그나저나 이 시골 노선도 수입도 없는지라 배차 시간 맞추기 힘들었을텐데, 대단하네.' 등등 여러저러한 얘기를 나누며 금세 친해졌다. 그리고 17번 버스를 탄 모든 승객과 다 인사를 나누며 운전하셨다. 워낙에 죽산과 광혜원 사이에 조그만 마을이 많아서인지, 인근 주민하고 많이 친하신 모양이다. 어쨌든 무사히 8시 23분에 광혜원에 당도할 수 있었다.
6번째 광혜원버스터미널.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지만, 공터를 미루어 터미널인 것만 알 수 있을 듯 하다.
6번째 음성교통 버스.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고, 내용을 알아보기 힘든데, 이 버스의 특징은 겨우 보인다. 내가 포착한 사진 안에, 자세히 보면 빨간 불이 켜져있는 것이 있는데, 기사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여기에 불이 켜져 승객들로부터 '버스가 제동을 걸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표시로 그것을 넣고 있었다. 승객을 위한 작은 서비스이지만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6번째 음성교통 버스.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고,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다.
<6번째> '진전이 되어 오게 된 진천!'
광혜원 공동버스정류소(08:50) -> 진천터미널(09:21)
노선: 번호없음(음성교통)
요금: 1,500원
이제부터 경기도를 떠난다. 진천과 광혜원 사이가 경기도와 충청북도의 경계였다. 그래서 이번에 이용한 음성교통 버스는 도를 잇는 중요한 노선이었다.
8시 23분에 내렸을 때 이미 음성교통 진천행 버스는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17번 아저씨하고 너무 진지하게 얘기한 모양이다. 죽산에서 광혜원까지 15분밖에 되지 않는데, 아저씨가 23분이나 운전을 하게 만들었으니, 8시 20분 출발 버스를 놓칠만 하지. 결국 50분 출발 버스를 기다리게 되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바람도 강하게 분 터라 굉장히 날씨가 추웠다. 터미널 안도 마찬가지였던 터라 밖에서 버스를 기다리는게 훨씬 나아보였다. 그리고 건너편에 내 스타일인 여자도 서있었기에 눈 구경하면서 있는게 좋겠다 싶어 밖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정확히 8시 50분에 버스가 도착하였고, 버스에 승차하였다. 이번에는 버스표를 끊어서 승차하였다.
그리고 이번 음성교통 기사는 여자분이셨는데, 17번 버스 아저씨와 별반 다름없는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얘기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여행하는 내가 부럽다며, 자기 아들도 청주대학에 다니는데, 혼자 나처럼 여행할 수 있도록 담력을 기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리 잘 생긴 편은 아니셨는데, 웃으시는 모습이 굉장히 정감이 있어 내게 인상이 깊었다.
진천은 광혜원이나 죽산과 달리 큰 마을이었기에 진천터미널의 수준은 광혜원이나 죽산의 그것보다 많이 차이가 났다. 죽산은 사실 거의 조그만 부락 수준이고, 광혜원은 조그만 읍내, 그리고 진천은 도시에 해당하는 정도로 할 수 있겠다. 아침 9시 즈음에 진천에 온지라, 출근하는 사람들로 인해 진천이 복닥복닥 거렸고, 활기가 있었다.
7번째 진천터미널.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지만 터미널이라는 것만 겨우 알 수 있다.
7번째 711 버스.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고,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다.
<7번째> '일본술 이름이 생각날 땐? 청주!'
진천터미널(09:27) -> 청주 지하상가(10:15)
노선: 711(우진교통)
요금: 2,500원
진천에서는 버스 환승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음성교통 버스가 터미널 안까지 들어왔고, 내가 타야할 711 버스도 대기중에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운이 좋았던 것은, 진천과 옥천을 제외하고는 환승 시간이 정말로 짧았다. 특히 죽산과 양산면에서의 환승 시간이 원래 1시간도 더 걸릴 수 있는 버스 배차간격임에도 15분이 넘지 않았으니, 정말로 운이 따랐던 여행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진천에서도 별 문제없이 환승을 할 수 있었다.
이번 버스 기사는 내 여행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지, 그냥 그러냐고 하면서 운전에 열중했다. 나도 사실 배고팠던 터라 준비해온 간식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아침식사를 전혀 하지 않았고, 또 그렇게 식사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이미 가방에 잔뜩 초코칩쿠키와 커피, 그리고 오렌지맛 환타를 잔뜩 준비해왔던 것이다. 어차피 한번 먹으면 버릴 수 있는 것이었기에, 여행이 가면 갈수록 무거웠던 먹거리 가방은 줄어들게 된다. 여행에 지치면 지칠수록 가방이 가벼워지는 셈이니 편리한 셈이다(남극점을 밟은 아문센이 썼던 방법을 응용해 보았다). 아무튼 초코칩쿠키 1개와 환타 1개를 꺼내서 배가 별로 차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맛있게 먹었다. 허기진 배를 과자로 채우고 나니 어느새 청주시내로 진입하게 되었다.
8번째 청주 지하상가 버스정류장 앞.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고,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다.
8번째 405 버스.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고,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다.
<8번째> '여관 이름이 절대 아닌 오근장을 지나며...'
청주 지하상가(10:20) -> 신탄진역(10:54)
노선: 405(우진교통)
요금: 2,070원
청주 지하상가에서 내리자마자 길 건너서 405번 좌석버스를 갈아타라는 711번 기사 아저씨의 도움으로 길을 막 건너니, 바로 버스가 왔다. 405번 버스는 배차 간격이 12분이나 놓쳐도 크게 시간상 지장은 없었으나, 그래도 추운 날 덜덜 떨며 기다리는 것보단 훨씬 낫다. 지하상가가 알고보니 청주의 한복판이었다. 근처에 상당공원이라는 공원도 있었고, 청주시청도 지나갔다. 그리고 청주는 가면 갈수록 시가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청주에 왔다고 생각이 들었는데도, 청주 시가지가 계속해서 나왔다. 711을 탔을 때도 15여분쯤 청주 시내를 가더니, 이번에도 10분을 계속 청주 시내를 맴돌았다. 그만큼 청주가 꽤나 큰 모양이다.
그리고 아까 711을 타면서 오근장역을 지났다. 처음엔 경부선의 숨겨진 역인줄 알았다. 전철화된 복선 선로로 되어 있길래 지도를 확인해봤더니, 충북선이었다. 충북선이라면 조치원에서 제천으로 연결되는 무궁화호 다니는 노선이 아닌가. 예전에 고려대학교 서창캠퍼스에 투어할 때 한번 지나갔던 길인 것 같다. 근데 오근장이라는 이름이 참 신기했다. 보통 '장'이란 이름이 여관 이름인아 온천 이름으로 쓰이지 않던가(실제로 작년에 모 양하고 같이 갔던 여관 이름도 '~장'으로 끝났다-목적은 순수했다). 그래서 405 운전 기사한테 물어보니, 자기도 잘 모르겠단다.
사실 이번 405 운전 기사는 이번 여행 중에서 가장 무식했던 기사인 것 같았다. 청주에 대해서 물어봐도 모른다고 했고, 405번 버스와 노선이 비슷한 407번과 411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했다. 또 신탄진까지 가는 버스인데도, 정작 신탄진이 어떤 곳인지도 확실히 모르는 것 같았고, 청주 시내에 대해서 여쭤봐도 잘 몰랐다-오히려 청주 시민으로 추정되는 한 승객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아무튼 답답한 운전 기사를 만나서, 신탄진역에서 살짝 헤멜 뻔했다. 어쨌든 오근장이란 이름은 절대로 여관 이름은 아니다. 마을 이름이거나 기차역 이름으로 생긴 지명인 듯 싶다(오근장역 주변에 여관은 없었다).
9번째 신탄진역.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가 작지만, 신탄진역임은 알 수 있다.
9번째 701 버스.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지만, 701 버스 번호가 선명해서 대전버스임을 알 수 있다.
<9번째> '신탄? 신탄진? 대전에 도착하다!'
신탄진역(10:57) -> 대전 신용보증기금(11:28)
노선: 701(협진운수)
요금: 1,400원
405번 좌석버스에 내리자마자 앞쪽으로 좀 걸으니 701번 버스 3대가 나란히 있었다. 기점이 신탄진역인 모양이다. 여튼 맨 앞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탔다. 곧 출발할 버스라며 서둘러 타라고 하셨다. 어쨌든 환승 시간 짧아서 좋고~
신탄진역을 잠깐 창가로 보니깐, 역시 경부선의 기차역이라 그런지 규모도 상당했다. 10년전만 하더라도 새마을호가 모두 통과하고, 무궁화호도 선택정차하는(지금도 호남선, 전라선 무궁화호 중에서 이 역을 통과하는 열차도 상당하다), 통일호가 겨우 전역정차하는 조그만 역이었는데, 어느새 새마을호 정차 비중도 상당한 역이 되어버렸고, 그만큼 신탄진역도 유리궁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701번 버스는 역시 좌석버스였다. 노선이 같은 720번과 724번 버스는 입석버스였는데(서울에서 '도시형버스', 대구에서 '일반버스'라고 부르는 버스를 대전에서는 '입석버스'라고 부른다-서울에서는 이제 '도시형버스'라는 이름보다 '지선버스', '간선버스'라는 이름이 이제 더 낯익게 된 것 같다), 701번 버스 배차간격이 제일 조밀했다. 그래도 역시 좌석버스라 좌석은 편했고, 정류장도 띄엄띄엄 있는 것 같아서 제법 속도도 빨리 냈다.
그리고 이번 운전기사 아저씨는 매우 상냥했다. 이번 여행기 중에서 내가 맘에 들었던 운전기사 분 중 한 분에 속한다. 생긴 모습은 경복고등학교 다녔을 때 윤리 선생님이셨던 전광철 선생님과 많이 흡사했다. 푸근한 이미지와 약간 느린 듯 하면서도 친절함까지 더해져서 굉장히 내게 인상적이었다. 참, 전광철 선생님은 뭐하실까. 이투스 누드교과서 쓰셨음 꽤나 돈 버셨겠는데...이투스 누드교과서 안 본 수험생은 없을테니 말이다. 윤리는 수능볼 때 선택안했지만, 수험생만큼 열심히 관심을 갖고 공부했던 윤리였기에 그만큼 잘 따르고 존경했던 선생님인데, 꼭 뵙고 싶다.
역시 내가 조사한 것이지만, 다음 카페 '철도동호회'에서 도움을 주신 '비둘기호(13901)'님의 조언과 이 버스 기사 아저씨의 얘기가 적중했다. 신용보증기금에서 내리는 것이 640번 버스 환승하는데 아주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온 노선은 네이버 카페 '바이트레인'에서 도움을 주신 '하늘호수'님의 전적인 조언하에 성공된 노선이다.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어쨌든 12시가 되기 전에 대전역 한 정거장 전인 신용보증기금에서 하차하였다.
아, 그리고 청주와 대전 사람들은 신탄진을 가르켜 '신탄'이라고 부른다. 느낌이 이상했다. '진'이 들어가는 지명(예를 들어 주문진, 부산진, 삼랑진, 한강진 등)을 통해 포구였음을 알게 하는데, 그냥 신탄이라고 하니 어감이 이상했다. 마치 영등포를 '영등'이라고 부르는 것하고, 부산진을 '부산'으로 부르고, 영산포를 '영산'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10번째 신용보증기금 버스정류장.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고,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다.
10번째 대전역.
10번째 640 버스.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고,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지만, 640이라는 번호가 간신히 보여 이것이 옥천버스임을 알 수는 있다.
10번째 640 옥천버스의 정면.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지만, 이전 사진에 비해 좀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10번째> '가는 날이 장날? 옥천장 열리다.'
대전 신용보증기금(11:34) -> 옥천시내버스터미널(12:10)
노선: 640(옥천버스)
요금: 1,680원
640번 버스는 정말로 독특한 버스였다. 이미 조사한 대로 알고는 있었지만, 뒷문으로 승차를 해서 앞문으로 내리면서 요금을 지불한다(후불제 방식). 단, 나같이 kb카드를 결재하는 승객은 그냥 행선지만 말하고 카드를 찍으면 됐기 때문에 상관은 없었지만...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은 생각 같다. 대부분 버스들은 앞문으로 승차해서 승객들이 뒷문 근처에는 잘 안 타려는 성향이 강해, 앞문에만 혼잡하고 뒷문쪽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버스는 그렇지 않다. 앞문이나 뒷문이나 어디에나 꽉꽉 채워서 가기 때문에 인원 수용에는 적합한 듯 했다. 그러나 요금 내는 시간도 있을테니 소요 시간은 더들 것 같다. 그리고 만약에 뒷문으로 타고 뒷문으로 내려서 도망가버리면 별 수 없지 않을까.
대전역부터 쭉 경부선 철길을 따라 12시가 조금 지난 후 옥천읍내에 접어들 수 있었다. 옥천읍내에 들어오는 데 거리가 매우 복잡했다. 완전 시장 바닥을 지나가나 하는 생각에 살펴봤더니, 정말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옥천장이 열려 있었다.
11번째 옥천시외버스터미널.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고,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다.
11번째 14 버스.
<11번째> '두 그릇 더 먹는데 왜요?'
옥천시내버스터미널(13:00) -> 양산면 양산농협(13:46)
노선: 14(옥천버스)
요금: 2,450원
양산면에 가기 위해 버스를 알아보니, 버스는 매 홀수 시(9시, 11시, 13시, 15시 등)에 출발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다행이었다. 오후 1시까지는 옥천에 도착했으니 1시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11시 출발 버스는 못탔을 것이고(도저히 불가능한 시간대이다), 오후 3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엔 이후 스케쥴이 빠듯하기에 힘들어보이고, 딱 적당한 시간대였다. 그리고 내가 짠 계획표보다 1시간 10분이나 앞섰다. 예정보다 빠른 건 좋은 징조이므로 아무튼 일단 맘에 놓였다. 양산가는 버스가 하루에 얼마 없다는 정보 때문에 정말로 이것을 안 이후의 그 때의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무튼 약 50분의 환승 시간이 생겼기 때문에, 이 참을 이용해 옥천 읍내를 구경하기로 생각했다. 시간도 여유있으니 점심식사도 가능할거라 생각하고 옥천장 구경을 했다. 그러나 뭐 진기한 것을 팔긴 해도 먹는 식당은 별로 없었다. 어느 상인에게 물어보니, 옛날에 비해 먹거리 장은 더이상 잘 열리지가 않는다고. 뭐 어쩔 수 없지. 그래서 어느 조그만 식당에 가서 돌솥비빔밥하고 김밥 세 줄을 시켰다.
내가 주문을 막 하자마자 주인 아주머니가 이상하다는 듯이 봤다. 사람은 분명 한 명인데 3인분 치의 양을 혼자 시켰기 때문이다. 아주머니는 결국 날 끝까지 지켜보았다. 워낙에 내가 허기졌고, 또 내가 우리 학교에서는 '밥 킬러'로 유명하기에 난 아무렇지도 않게 맛을 즐기며 먹었는데 왜 그렇게 야생 동물 쳐다보는 식으로 날 봤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무전 시식도 아닌데. 일단 뭘 몰라서 밥을 시키긴 시켰지만, 옆 테이블에 시킨 칼국수는 진짜 맛있어 보였다. 그 옛날 할머니가 해주시는 그 손칼국수 맛이 물씬 풍겨지는 맛인데...그래서 칼국수도 시키니깐, 더이상은 주문 받지 않으니깐 그거라도 다 먹으라고 했다. 쳇~
밥을 먹고도 30분 정도의 여유가 생겨 옥천을 더 둘러봤다. 마침 옥천역도 멀지 않아서 둘러봤다. 길 한번만 건너면 바로 역이었기 때문이다. 시간표를 보니깐 옥천역도 그럭저럭 이용할만해 보였다. 적어도 1시간에 1대꼴은 있으니 기차 이용에는 크게 불편하지는 않겠지만, 하행 행선지는 정말 다양하다. 상행은 거의 대전 아니면 서울인데, 상행은 부산, 동대구, 마산, 진주, 울산 등 다양했다. 역시나 옥천은 예나 지금이나 새마을호는 정차하지 않는군. 이 역에 KTX까지 지나간다는 것도 신기하게 보였다. 기존선이 대전역부터 옥천역까지 해서 KTX가 다니나보다.
12시 50분부터 14번 버스엔 이미 사람들로 가득찼다. 빈 좌석에 앉고 싶어도 도저히 앉을 수가 없었다. 워낙에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 많아서...결국 처음으로 버스 여행 사상 20분 가까이 서서 갔다. 이번 여행에서 서서간 여행이 경주역하고 노포동역에서 탄 것 말고는 없었는데, 가뜩이나 밥 먹고 식곤증도 오고, 서리 때문에 창문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앞뒤를 알 수 없는 막막함에 잠은 미칠 듯이 쏟아졌다. 겨우 좌석이 비어서 앉아가서 잠시 잠을 청하니, 어느새 양산면 양산농협에 도착해 있었다.
12번째 양산군 양산농협앞.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도 작고,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다.
12번째 영동군내버스. 사진을 잘못 찍어서 크기가 작지만, 영동군내버스라는 이름이 선명히 보여 영동버스임을 알 수 있다.
<12번째> '버스보다 기차가 편한 영동!'
양산면 양산농협(13:50) -> 영동군내버스터미널(14:15)
노선: 15(동일버스)
요금: 1,500원
양산면에 오기 전에 정보를 탐색할 때, 사실 양산면을 경유하는 노선이 바람직한지 많이 의심스러웠다. 버스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4대 다닌다는 배차 간격 정보을 갖고 있었기에, 1일차 여행에서 가장 걱정되는 구간 중 하나였는데, 이거 웬걸? 14번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잠시 구멍 가게에서 버스 언제 오나 알아보려는 찰나 영동가는 버스가 오고 있었다. 잘됐다 싶어서 운전 기사 아저씨한테 배차 간격을 물어보니, 30분마다 있단다. 뭐 어쨌든 난 30분 다 기다리지 않고 단 4분만에 탔으니 이것 역시 행운 중의 행운 아닌가.
영동에서 추풍령 고개를 넘어가는 정보를 입수하려고 기사 아저씨한테 조언을 요청했더니, 계속 추풍령 고개를 넘는데 왜 버스를 이용하려고 하냐고 엉뚱한 대답만 반복하셨다. 주변 승객들도 나보고 편한 무궁화호 타고 넘어갈 것이지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하셨다. 정말로 고생을 사서 하긴 하는데(다른 사람들에 비해 싸게 사는 것이긴 하지만), 이왕이면 제대로 사고 싶어서 시내버스편을 여쭤봤더니, 시내버스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고 했다. 덩달아 내 뒤에 앉은 승객은 영동역에 전화를 해서 영동역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무궁화호 언제 있다고까지 알려주셨다. 그리고 2시 15분 출발 무궁화호가 있으니, 기사 아저씨한테 그 시간에 맞춰 이 학생 타겠끔 밟아달라는 것이다. 호의는 감사했지만, 어차피 기차가 이번 여행의 목적이 아니었다.
영동읍내에 들어가서 영동역에 막 도착하니, 정말로 부산행 무궁화호가 정차해 있었다(정확히 2시 15분). 추풍령 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주변의 조언에 기차를 타고 갈까 하는 유혹도 들었지만, 일단 어쨌든 터미널에 가면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종점까지 갔다. 그렇게 영동까지 일단은 도착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첫댓글 재밌는 경험 하셨네요.. 저같음 성격급해서 하다가 그만뒀을꺼 같다는...ㅎㅎ
엑스박스는 오후에 처리하겠습니다.
그렇지요, 아무래도 두 글자가 편하니까 '신탄'이겠죠?ㅎ 부산진을 '부산'으로 부르는 것 보다는 부산진역을 '진역'으로 부른다거나 부산진시장보다는 '진시장'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달까요.ㅎㅎ 그리고 울산 1127 기사님의 말씀이 이상하네요 ㅎ 1127은.. 대낮이 아니라면 울산대 전전 정거장쯤에서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죠. 아침 시간에는 뒷문으로 타기도 하고, 저녁시간 노포동에서는 정류장에서 꽤 떨어진 노포동역 출입구까지 줄이 이어지기도 한답니다.ㅎ 금정세무서 앞에서 부산대는.. 슬슬 걸어서 갈 수도 있고, 갈아탈 수도 있고, 지하철이 제일 간단하고요 ㅎ 노포동에서 49-1번이 가장 확실합니다!
시내버스로 하루만에 서울에서 대구로... 불가능한일을 가능케 하셨네요 ㅎㅎ
21번째 "White 하양"에서 하양읍사무소 -> 경산역으로 나와있는데 영천역으로 수정해주세요...ㅋㅋ
저도 한때 벽제에 살아서 85번, 85-1번, 05번, 구 912번 (= 9709), 구 922번 (= 9710) 참 많이 이용했었죠... 85번과 85-1번은 행주산성 경유와 미경유의 차이, 좌석수의 차이 빼고는 다를게 하나도 없는데 (승차감도 거기서 거기...) 가격 차이와 배차간격 차이 때문에 작년 초까지 통학하면서 꽤 애를 먹기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85-1번의 전신이었던 88번 때는 그래도 좀 다녔었던 것 같은데... 85-1번으로 바뀌면서 자주 안 다니더니.. 그래도 도시형버스로 바뀌어서 그나마 다행..
역시 언제나 경남10번버스는 붙어 있네요 ㅋㅋㅋ
잘다녀 오셨네요 재밌었겠네요 ㅋ
7 번째에 있는 시내버스 운임 \2, 510 원으루 정정해주세요.
아닙니다. 요금을 그렇게 많이 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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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에서 운행하는 버스가 대흥교통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님이 신갈에서 작년에 타셨다는 경남여객 버스는 5001-1이지요. 아무튼 쉽지않은 길을 열심히 다니셨네요. ^ ^ 10번 버스는 우리짚앞을 지나가는 노선인데 여기서 막상보니 반갑네요.
예. 5001-1번 버스 맞습니다. 대단히 좋은 정보를 주셨네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마침 이 버스 정확한 번호가 필요했거든요.^^ 정말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