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마일'에 힘 잃은 한국은행 … 통화정책 전환 쉽지 않다 / 6/13(목) / 중앙일보 일본어판
달러는 미국 경기가 뜨거우면 뜨거운 대로, 식으면 식은 대로 가치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현재는 미국 경기가 순항하고 있는 만큼 '강한 달러'에 강세가 있다. 한국은 미국 경기가 적당히 따뜻한 상태로 접어들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 것은 현재로서는 선택지 밖이다. 환율이 1달러=1400원대를 넘어설까 우려해서다.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이른바 '달러 스마일 이론'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경제가 호황과 불황의 양 극단일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이론이다. 미국 경제가 좋으면 달러는 당연히 비싸진다.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달러 가치가 올라간다.
스마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래프의 가로축을 경기 상황, 세로축을 달러 시세에 뒀을 때 가로축의 끝으로 갈수록 달러 가치가 올라가는 모양이 웃는 모습과 비슷해서다. 모건스탠리의 경제분석가였던 스티븐 젠 씨가 주장한 이론이다.
달러 스마일 이론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그래프의 중간(적당한 연착륙)에 접어들면 강했던 달러의 강세가 약해진다. 다시 말해 ①미국에서 경기침체 신호가 나타나고 ②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렸을 때 ③경기가 크게 둔화되지 않는다는 '절묘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얘기다. 외부 변수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끝날 경우에도 달러 인기가 떨어질 수 있다. 강한 달러 시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의 배경이다.
하지만 달러가 웃을 뿐 다른 통화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통화가치 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2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기존 4.5%에서 4.25%로 0.25% 포인트 내렸다. 경기침체를 더 심각한 문제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FRB보다 10개월 앞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국은 여전히 통화정책 전환에 신중하다. 기재부 외환당국 관계자는 "한국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환율이 위험수위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자국 통화 약세는 무역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한국은 최종 소비재인 자동차를 제외한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과 대부분 중간재로 달러 강세를 상품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달러 강세로 수입품 가격이 오를 경우 어떻게든 억누르고 있던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 먼저 통화정책을 전환할 경우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16일 1달러=1351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하강선을 타자 12일에는 1376원대에서 거래됐다. 하반기 환율 1400원대를 위협할 변수가 곳곳에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중동전쟁 확산 여부, 11월 미국 대선,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에 주목한다.
신한은행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리인하 연기는 이미 상수가 됐다. 환율이 14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