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5년 2월 20일(목) 오후 4시
대상 : 대전 민족사관
내용 : 열 세살의 여름, 녹색인간을 읽고
이번 주와 다음 주에 나누어서 읽을 책은 각각 '열 세살의 여름'과 '녹색인간'이다. 먼저 열 세살의 여름은 제목 그대로 열 세살, 그러니까 초등학교 6학년들의 짝사랑과 우정에 대한 내용이다. 녹색인간은 식량 문제라는 무거운 주제를 공상과학 소설로 다룬 소설이다. 한 가지 재미 있는 것은 학생들 중에서 두 명이 올해 열 세살이 된다. 그래서 그 녀석들의 눈높이로 어떻게 책을 읽었는지 궁금했다.
열 세살. 가장 순수하고 깨끗할 나이. 그들의 가슴 따뜻해지고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녀석들과 나누었는데. 아쉽게도 두 녀석 모두 아직 그 흔한 짝사랑도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요즘 학생들은 너무 그런 추억들이 없다.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한 주간 뭘 했냐고 물어보면 늘 똑같은 대답이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게임이요!" 물론 지금 녀석들이 처한 상황이 삭막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따뜻한 가정(가족)에 대한 추억이나 학교에서 경험하는 우정이나 이성에 대한 관심보다는, 척박한 상황에서 생존해야 하는 녀석들이니.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추억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래서 두 녀석들에게 숙제를 주었다. 2025년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짝사랑을 해 보닌 것으로. 누군가 보고싶고,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그 아이 앞에 서 있으면 가슴이 뛰는 그런 짝사랑의 경험을 꼭 해 보는 것으로 약속을 했다.
두 번째 책으로는 우리 안에 일어나고 있는 불평등, 불공평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그것을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녀석은 아직 없다. 목에 힘을 주고 지금 우리들 삶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지만. 녀석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는 눈치다. 그나마 제일 나이가 많은 한 녀석과는 이 문제에 대해서 대화가 되었다. 그런데 대화 끝 부분에 그 녀석이 어렵게 말을 꺼낸다. "목사님! 오늘이 마지막 수업입니다!"
한 편으로는 감사하고, 한 편으로 아쉽다.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기쁘고 감사하다. 늘 진지하게 반응해 주고, 누구보다 생각이 많았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 녀석이 없으면 수업이 다시 엉망이 될 것 같은데. 하지만 그것보다 민족사관에서 보내야 하는 기간을 다 마치고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기뻐하고 축하해줘야 한다. 그래서 진심으로 격려해 주고 축하해 주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수업이면 찐하게 안아주고, 맛있는 거라도 사주고 싶지만. 화면으로만 찐하게 인사와 축복을 나누었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지만, 또한 그 녀석의 앞날에 녹색인간에 나온 불평등의 일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잘 극복하고 더 멋진 청년이 되기를 간절히 축복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