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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상기온 탓인지 겨울 같지 않은 날씨가 지속되다가, 오늘은 봄을 재촉하는 비가 간간히 내렸습니다. 이번 비가 북경에서 연일 계속된 스모그현상으로 찌든 공기를 씻어 내리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제는 “춘지애(春節 - 설날)” 연휴가 끝나가는 것을 알리듯 폭죽소리도 간간히 들려옵니다. 한동안 요란한 폭죽소리에 길들여졌던 우리 블로그 부부는 한순간 정막감이 흐르게 되면 오히려 더 어색하게 느껴진답니다. 처음에는 폭죽소리에 놀라고 민감해 하던 블로그 안주인도 지금은 이미 적응이 되었는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네요. 지구가 멸망해도 바퀴벌레는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환경적응력이 뛰어난 사람도 역시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습니다. 하하~~
음력으로 새해의 첫 번째 보름달이 되는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이 곧 다가옵니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던 어린 시절, 정월대보름이 되면 동네 근처의 일명 “대머리산”에서 쥐불놀이를 하던 생각이 납니다. 당시 주변이 온통 흙바닥인 언덕이 있고, 그 옆으로 철조망이 쳐진 높은 담벼락이 있었습니다(나중에야 그 곳이 군부대라는 것을 알았죠). 담벼락 밑으로 조그마한 구멍이 나 있었고(그 구멍을 통해 일반 사병들이 몰래 근처의 구멍가게를 이용했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답니다. ㅋㅋ), 그 구멍에 불을 지피며 놀았던 생각이 납니다.
그날 늦은 밤이 되면, 쏟아지는 잠을 억지로 참으려 졸린 눈을 비비며 아버지가 퇴근하시길 기다립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는 누런 종이 봉지 안에 땅콩, 호두, 잣 등이 조금씩 담겨 있고,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봉지부터 낚아채고 부럼을 열심히 먹기 시작합니다. 사실 당시에는 집안 형편이 여의치 못해, 저희 집에서는 정월대보름에야 맛볼 수 있는 귀한 먹거리였지요.
마치 영사기의 필름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이러한 추억들이 새로운 감회에 젖어들게 하네요. 에구구~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네요...
중국에서는 정월대보름을 “위앤샤오지애(元宵節)” 또는 “샹위앤지애(上元節)”라고 부르는 중요한 민속명절의 하나로, 이날이 되면 사람들은 다양한 민속 문화 활동을 즐깁니다.
예를 들면, 북방 지역에서는 주로 "니우양꺼(扭秧歌 - 모내기 춤을 추다)"와 "차이까오치아오(踩高蹺 - 죽마놀이의 일종으로, 두 다리를 긴 막대기에 묶고 걸어가면서 공연하는 민속놀이를 하다)"등의 민속놀이를 즐기고, 남방 지역에서는 주로 민속 장터나 등불 축제의 장소를 돌며 "차이떵미(猜燈謎 - 수수께끼 놀이)" 등을 즐기고, 저녁에는 온 가족이 모여 함께 "탕위앤(湯圓)"이라고 불리는 "소(餡)가 들어간 새알심"을 먹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지역의 구분 없이 다양한 놀이와 활동으로 정월 대보름을 즐긴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떵후이(燈會 - 등불축제)”로, 그 역사는 한대(漢代)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당대(唐代)에 이르러서는 더욱 번성하여 황궁(皇宮)과 거리 곳곳에 등불을 걸어 놓고 축제를 하였고, 송대(宋代)에는 5일, 명대(明代)에는 10일, 청대(淸代)에는 3일간의 등불축제를 진행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등불축제를 즐기고, 폭죽놀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해 내려오는 민간 전설에 의하면, 어느 날 하늘에서 신령스런 새가 길을 잃어 인간세상으로 내려오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한 사냥꾼이 맹수로 오인하고 이 신령스런 새를 죽였다고 하네요. 이에 천제(天帝)는 크게 노여워하여, 음력 1월 15일에 하늘의 병사들을 인간세상으로 내려 보내 불을 질러 사람들과 재물을 모두 태워 없애버리려고 계획을 세웠답니다.
하지만, 선량한 마음을 가진 천제(天帝)의 딸은 안타까운 마음에 이러한 아버지의 계획을 몰래 사람들에게 알려주게 되고, 사람들은 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고심 끝에 계책을 세워 음력 1월 15일 전후로 3일 동안 집집마다 등불을 밝히고, 불을 피워 연기가 나게 하고, 폭죽을 터뜨리기로 하였답니다. 음력 1월 15일이 되어 천제(天帝)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온 세상이 연기와 함께 붉게 뒤덮이고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답니다.
이에 천제(天帝)는 사람들이 다 죽은 것으로 착각하여 즐거워하였고, 사람들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가 있었답니다.
아~ 그리고 “위앤샤오지애(元宵節 -음력 1월 15일)”에 대한 또 다른 비화 한 가지가 있답니다.
옛날 중국의 전통에는 부녀자들이 평소 밤이건 낮이건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금기(禁忌)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위앤샤오지애(元宵節 -음력 1월 15일)”인 정월 대보름 저녁에는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용했다고 하네요. 거리에는 각종 축제들이 열려 즐길 것들이 많고, 당연히 이성과의 만남이 쉽게 이루어지겠지요. 그래서 중국의 적지 않은 고전소설에 “위앤샤오지애(元宵節 -음력 1월 15일)”를 소재로 하는 사랑이야기가 빈번히 등장한다고 합니다.
황금돼지해인 올해에 아기를 낳으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그럼 그 당시에는 음력 11월 15일을 전후로 탄생한 애기들이 많았다는 이야기? 하하~~
그래서 오늘은 다가오는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북경의 한 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떵후이(燈會 - 등불축제)”에 대해 소개할까 합니다.
등불축제가 열리는 곳은 천안문 광장을 중심으로 동북쪽에 위치해 있는 ‘차오양꽁위앤(朝暘公園 - 조양공원)“이라는 곳으로, 올해로 제2회를 맞는 “떵후이(燈會 - 등불축제)”는 2월18일부터 3월5일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20위안(2,600원)이고, 정월 대보름 당일에는 30위안(3,900원)입니다.
자~ 그럼 저희와 함께 휘황찬란한 붉은 색이 빛나는 “떵후이(燈會 - 등불축제)”의 세계로 떠나 볼까요?
등불축제가 시작되는 입구의 전경.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아직 등(燈)을 켜지 않아서 인지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네요. 등불을 켜지 않았는데도 겉에 형형색색의 치장이 화려하게 보이네요. 그럼 등불을 켰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 사진을 보시면 압니다.
등불축제를 관람하고 나온 뒤의 모습입니다.
눈으로 직접 보면 상당히 근사해 보이는데, 저희의 사진 실력이 모자라 밋밋하게 나왔네요.
등불축제가 열리는 광장의 한 쪽 옆에서는 북을 주제로 한 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
특히나 중국에서는 특별한 행사에 빠질 수 없는 전통놀이입니다. 웅장한 북소리는 사람의 마음까지 울리게 하여 흥분시키는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불교를 주제로 한 등불조형 입니다.
가운데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18분의 스님들이 모셔져 있네요. 혹 무림의 고수 십팔나한상?
주변에 모셔져 있는 스님들의 동작을 보니, 마치 부처님을 수호하는 듯 한 느낌입니다.
동서남북 각기 다른 모습으로 모셔져 있는 “쓰미앤포우(四面佛 - 사면불)”로, 높이는 33m, 무게는 11t 에 달한다고 합니다.
넓은 잔디위에 설치된 세 분의 신(神)과 등불들.
가운데가 재물신(財神), 왼쪽이 사람의 생명을 관장하는 장수신(長壽神)이고, 오른쪽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관운(官運)을 관장하는 관운신(官運神)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까이서 본 재물신(財物神).
가운데에는 “꽁시파차이(恭喜發財 - 돈 많이 버세요)”라는 글이 쓰여져 있네요.
사람의 생명을 관장하는 장수신(長壽神)의 모습.
도교에서는 “쇼우싱라오런(壽星老人 - 장수노인)”이라고 부르며, 한 손에는 복숭아, 한 손에는 호리병이 달린 지팡이를 들고 있습니다.
다른 한 쪽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할 동화를 주제로 한 등불 모형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를 표현한 것 같습니다.
봄의 시작임을 알리기 위해 “春”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동물 캐릭터를 만들어 놓았네요.
올해가 돼지의 해라서 그런지 “春”자의 꼭대기에 돼지 한 마리가 올라가 “야~호~”를 외치는 듯 한 형상. 하하~~
이번에는 좌우의 등불사이로 “春”자가 새겨져 있는 노리개 모습입니다.
가운데 여의주(?)를 중심으로 전설속의 동물인 기린(麒麟 - 몸은 사슴 같고 꼬리는 소 같고, 발굽과 갈기는 말과 같으며 빛깔은 오색이라고 합니다)들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네요.
꽃과 나비들에 둘러싸인 두 명의 동자(童子).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중국의 옛날 전통 결혼식을 표현한 등불.
이번 등불축제는 예전에 비해 순수한 개념의 등불축제는 많이 퇴색되고, 상업화가 된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꽃가마 안에는 일반 관광객이 탈 수 있고, “囍”자가 새겨진 곳을 두 바퀴 돌고 10위안(1,300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곳 뿐 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등불 모형을 가장한 상업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답니다.
진(秦)나라 성곽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등불모형.
여기도 마찬가지로 돈을 내면 모형 말이 끄는 마차에 앉아 조그마한 성곽을 한 바퀴 돕니다.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을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하니 아쉬운 감이 듭니다.
밝게 빛나고 있는 말 위에 앉은 병사.
말이 실제로 이렇게 빛을 낸다면 야밤에도 등불 없이 시원스럽게 달릴 수가 있겠네요. 하하~~
경극의 “리앤푸(臉譜 - 중국 전통극인 경극 배우들의 얼굴 분장)”를 주제로 한 등불.
중국 정월 대보름 풍속 중의 하나인 "차이떵미(猜燈謎 - 음력 정월 대보름날 밤, 초롱이나 등불에 수수께끼 문답을 써넣는 문자 놀이)"입니다.
답을 아는 사람은 문제가 써있는 종이를 뜯어가서 주최측에 정답을 이야기하면 상품을 줍니다. 원래는 줄에 빼곡하게 매달려 있었는데, 중간 중간이 많이 비어 있는 것을 보니 이미 많은 사람이 정답을 알고 있는 것 같네요.
종이에 적혀있는 문제들은 상식으로는 풀 수 없는 넌센스 퀴즈가 대부분이랍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문제, "十五天(15일)"을 한 글자로 줄이면?
두 번째 문제, “十個哥哥(열 명의 형님들)”을 한 글자로 줄이면?
마지막 문제, “多一半(많은 것의 절반)”을 한 글자로 줄이면?
첫 번째 문제의 정답은 “胖”입니다. 月이 한 달을 뜻하고, 한 달의 半이니까 둘을 합치면 “胖”이 됩니다.
두 번째 문제의 정답은 “克”입니다. 위에 十이 있고 아래에 兄이 있어, 이 둘을 합치면 “克”이 됩니다.
마지막 문제의 정답은 “夕”입니다. 多의 절반이니까, 두 개의 多중에 하나를 지우면 절반이 되지요.
어떻습니까? 상식적으로는 풀 수없는, 하지만 그 원리를 생각해 보면 그럴 듯하고 재미가 있답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 곳곳에 이렇게 화려하게 꾸며놓은 등불 조형물들이 있답니다.
기둥을 타고 하늘로 승천하는 두 마리의 용과 그 사이로 보이는 반달.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네요. 아마도 찍새가 구도를 잘 잡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하~~
중국의 전통적인 원형 등불.
중국답게 붉은 색이 매우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아치모양의 등불조형.
가운데가 태양, 양쪽으로 봉황(鳳凰)이 자리 잡고 주변으로는 구름이, 그리고 하단에는 꽃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길을 따라 한 쪽 옆에는 꽃으로 치장한 반달들이 지나가는 관람객들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 위에는 이름 모를 검붉은 꽃들이 빛을 밝히고 있습니다.
온 천지가 붉은 등으로 가득하네요.
사진으로는 표현하는 것이 한계가 있어 직접 눈으로 보는 그 느낌을 전해 드릴 수가 없어 아쉽네요.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아서인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등불축제를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어디를 가든지 빠질 수 없는 먹거리.
야심한 밤 출출한 사람들을 위해 “모시거카오로우(墨西哥烤肉 - 멕시코식 바비큐 고기)”를 팔고 있네요.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조명을 환하게 밝혀놓고 사격놀이를 합니다.
돈을 내고 엽총으로 앞에 있는 풍선을 맞추어 터뜨리면 각종 인형과 특등상으로 자전거도 줍니다. 혹 사격선수들이 단체로 등불축제 구경 왔다가 재미삼아 하면 어쩌려구... 하하~~
여기는 공을 던져 인형을 맞춰 쓰러뜨리는 게임입니다.
여기도 야구선수들 오면 거덜 나겠네. 하하~~
다가오는 정월대보름, 등불은 아니어도 밝은 보름달을 감상하고,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부럼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화목을 도모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족 간의 대화가 점점 단절되어 가는 오늘날의 사회 현실을 이런 기회에 전환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첫댓글 오해균님 사진 잘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오해균님도 가족간에 사랑 듬뿍 나누시는 대보름 명절이 되시길요~일산에서 보았던 등~축제때가 생각나네요
오해균님~~고맙습니다.. 가족간의 많은 덕담 주고 받는 좋은날 되시어요~~
오샌님 젭
도 샌님께 덕담 한마디 하고 갑니다 정해년 건강 하시고 좋은작품 많이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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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 중국의 고유의 대보름 풍습 잘보고 갑니다 ~ 올한해도 건강하시고 계획하시는 일 운수 대통 하시길 기원합니다 ^^**
아름답고 신비스런 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일깨워 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거운 대보름 맞이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