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 / 성기완
- 속초에서
마을은 검고 낮다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양말처럼
줄에 널려 바람을 따라 흔들린다 불어오는 비린내 항구의
오래된 꿈은 물고기 썩는 내로 가득하다 둥글게 파인
만으로 들어온 바닷물은 기름에 절어 시커멓게 울렁거리고
오징어 배가 케이블에 묶여 흔들흔들 아침을 휴식하고
있다 배를 깐 마을 안으로 안긴 검은 바닷물은 빠져나가지
않고 오랫동안 움찔움찔 작은 소용돌이로 서성거린다
한 끝만이 땅덩어리와 이어진 마을의 다른 끝에 모여
사는 이들은 오늘도 갯배를 타고 육지로 나온다
육지와 연결된 쇠줄을 쇠갈고리로 당기며 무쇠같이
검은 물을 뗏목으로 건넌다 오랫동안 그래왔듯 그들은
쇠줄을 당기는 것이다 그들의 하루가 그렇게 시작되는
동안 우리는 거슬러 갯배를 타고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의 골목을 빠져나가면 긴 손가락처럼 바다로 뻗은
방파제가 나오고 그 눈빛은 우리를 타지인으로 빚어놓는다
방파제 끝으로 말없이 걸어나가다가 바람이 미친 듯이
얼굴을 때리자 우리는 몸을 감싼다
전갈 / 성기완
전갈은 별자리이므로 별의 무리다 별들은 밤하늘에
그어진 그 선들을 붙들고 있는 압정이다 그러나 누가
검은 융단에 선을 그어놓았는가 선은 없다 별들은
다시 흩어진 금모래알들이고 전갈은 거기 없다
맹독을 품은 전갈은 하늘에서 오지 않는다 전갈은
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