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138억 년 전 Big Bang을 통해 탄생했다. 이는 세계 물리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로 어느 책에나
그렇게 씌어 있다. <빛은 우주가 탄생한 후 38만 년이 지나서야 처음 그 존재를 드러냈다. 초기 우주
는 너무 뜨거워서 물질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은 전혀 없었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온도가 낮
아지면서 물질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빅뱅 이후 38만 년쯤 지났을 때 수소‧헬륨과 같은 원자들이 생
겨났고, 이때부터 빛도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 > 안의내용은 내가 최근에 읽은 칼 세이건의 「코
스모스」,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재레드 다이아
몬드의「총, 균, 쇠」, 제프리 웨스트의 「Scale」 등 우주 역사와 관련된 어느 책에서도 본 적이 없
는 새로운 지식이다.
인간은 대부분의 정보를 빛을 통해서 얻는다. 인간은 시각을 통해 빛을 인지하게 되는데, 우리 선조
들이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고 했던 금언은 고도의 지적 산물이다. 현대과학이 밝혀낸 바
에 의하면, 인간은 모든 정보의 약 90%를 눈, 즉 시각을 통해 얻기 때문이다. 빛은 직진하기 때문에
인간의 뇌는 빛이 직진해왔다는 가정 하에 정보를 인식한다. 안경은 뇌의 이러한 성질을 이용한 도구
다. 돋보기의 유리 표면에서는 빛이 굴절되지만, 뇌는 빛이 굴절되지 않고 직진해왔다고 인식하기 때
문에 물체가 크게 보이는 것이다.
빛은 주파수에 따라 마이크로파‧전파‧가시광선‧적외선‧자외선‧엑스선‧감마선 등 여러 종류로 구분된
다. 인간은 이 가운데 가시광선만 볼 수 있다. 우리는 아이작 뉴턴(1642~1727)이라고 하면 중력의 법
칙을 발견한 물리학자로만 알고 있지만, 그는 빛의 원리를 밝혀내기도 했고 뛰어난 수학자로서 중력
의 법칙을 계산하기 위해 미적분학을 창시하기도 했다. 진동수가 다른 빛은 굴절하는 정도도 다른데,
이를 분산이라고 한다. 유리 표면에서 빨강색은 쪼매 꺾이고 보라색은 많이 꺾이는 것은 바로 빛의
분산작용 때문이다. 그래서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분산으로 인해 일곱 가지 색깔이 나타나는 것이
다. 분산된 빛을 다시 프리즘으로 통과시키면 원래대로 무색이 된다. 이 현상을 처음으로 밝혀낸 물
리학자가 바로 아이작 뉴턴이다.
빛은 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따뜻하다. 그렇다면 빛은 색깔에 따라 열의 강도가 다를까? 영국 천문
학자 윌리엄 허셜(1738~1822)은 1800년 프리즘을 통과하여 분리된 빛에 각각 온도계를 설치해놓고
온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빨강색의 바깥쪽에 설치해둔 온도계의 온도가 가장 높았고 보라색 바깥쪽
에 설치해둔 온도계의 온도가 가장 낮았다. 허셜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빨강색 바깥쪽의 빛을
적외선, 보라색 바깥쪽의 빛을 자외선이라고 명명했다. 진동수가 너무 높은 적외선과 너무 낮은 자외
선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빛과 소리는 파동을 통해 공간을 이동한다. 빛은 진동수에 따라 색
깔이 달라지고, 소리는 진동수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주파수가 2만 헤르츠 이상인 소리를
초음파라고 한다.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진동하는 소리 역시 인간이 들을 수 없다. 인간의 시각과 청
각은 의외로 미약하다.
건물이든 나무든 정지해 있는 모든 물체도 진동한다. 모든 물체가 고유의 파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다. 다만 진동이 너무 작아서 인간이 감지하지 못할 뿐이다. 가끔 TV를 통해 모양과 크기가 다른 각종
유리잔을 두드려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각각의 유리잔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파동을
이용한 연주다. 이렇게 하여 나는 소리를 공명이라고 한다. TV나 라디오의 채널은 바로 고유의 진동
수를 이용한 것이다. 방송사에서 발사한 빛과 소리가 수신기의 고유진동수와 일치하여 영상과 소리
를 감지‧재생하는 방법이다. 이를 주파수라고 하는데, 주파수를 혼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
해 이 무형의 물리현상을 국가에서 관리한다.
인간의 눈에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가 있는데, 각 세포들은 한 가지 색에만 공명을 일으킨다. 인간이
빨간색‧노란색‧파란색을 구분할 수 있는 이유다. 눈을 통해 유입된 각각의 색이 망막에 닿으면 공명
에 의해 전기신호가 생성되고, 이 전기신호가 뇌에 전달되면 뇌가 색을 감지한다. 청각‧후각‧미각‧촉
각 등도 각 기관을 통해 정보가 유입되면 모두 뇌에서 감지한다.
물질의 한 단위인 원자에도 공명이 있다. 원자는 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자는 원자 내의 특
별한 궤도에만 존재한다. 이 특별한 궤도가 원자의 고유진동수를 결정한다. 수소 원자에 진동수를 바
꿔가며 빛을 쪼여주면 특별한 주파수에서만 빛이 흡수된다. 이것 또한 공명이다. 이처럼 주파수에 따
른 빛의 흡수 정도를 ‘흡수 스펙트럼’이라고 부른다. 모든 원자는 자신만의 특별한 스펙트럼을 가지
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별에서 전해오는 스펙트럼을 가지고 그 별이 어떤 원자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이 양자역학이다.
빛의 속도는 시속 10억 8천만㎞다. 빛의 속도를 처음 밝혀낸 사람은 덴마크 천문학자 올레 뢰머(1644
~1710)였다. 1676년 올레 뢰머는 목성에서 세 번째로 큰 위성 이오가 목성의 그림자 뒤로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는 현상을 이용하여 빛의 속도가 초속 20만㎞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후 빛의 파장과
진동수를 계산하여 밝혀낸 빛의 정확한 속도는 초속 29만 9792.458㎞다. 세계물리학회는 더 이상 변
화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 속도를 빛의 공식속도로 규정했다. 빛의 파동이 단단한 입자로 구성되어 있
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60년대다.
빅뱅 이후 우주는 빠른 속도로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그 때문에 빛은 점차 묽어지고 어둠이 우주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어둠은 우주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으며, 빛은 겨우 어둠이 없는 간극을 달리고
있다. 우주는 광대하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인 ‘프록시마 센타우리’조차 지구에서 1조㎞ 떨어
져 있다. 직접 빛을 내는 항성들은 대개 이처럼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다. 우주의 96%가 보이지 않는
물질로 가득 차 있는데, 인간이 상굿도 그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막연하게 암흑물질 또는 암흑에
너지라고 부른다. 언젠가 과학이 더 발달하여 그 물질의 정체를 밝혀낸다면 그에 어울리는 적절한 이
름을 붙이겠지만, 아마도 그 이전에 인류가 멸망할 것이다. 어쩌면 멸망의 시계는 이미 마지막 몇 초
를 남겨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지구환경 파괴 등 지구를 제 것인 줄 알고 함부로 사용한 오만
한 인간들 탓이다.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 중에서
※ 저자 김상욱(1970)은 카이스트에서 물리학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국내외 여러 연구소에서
폭넓게 연구경력을 쌓았으며, 현재는 경희대학교 물리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각 대학‧연구
소‧기업체‧국가기관‧공기업 등의 초청으로 활발하게 강연활동을 겸하고 있다. ‘떨림과 울림’이라는 제
목은 우주만물의 본질을 집약한 말로서, 빛과 자기장도 파장이라는 떨림을 통해 전달되고 소리도 진
동이라는 떨림을 통해 전달된다는 의미에서 따왔다. 피라미드 같은 물체도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지
만, 사실은 미세한 떨림이 지속되고 있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사람의 기관들이 중요하지 않는게 없지만 사물을 바라보고 또한 시각을 통한 정보 획득등이 중요하게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오랜 당뇨환자의 지병중 하나가 시력인데 저역시 수술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건조한 안구를 눈물샘으로 보충하고 있는 투약도 이제는 소용없고 백내장 같은 증상이 유발하기 때문 입니다. 보배가 아닌게 없는게 신체 구조인데 세월따라 많이 사용한 노후화의 증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