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중앙일보에 연재된 박범신의 소설 『풀잎처럼 눕다』는 제목과 같이 작디 작은 그 어떤 바람 하나 이루지 못하고 하릴없이 스러져갈 수밖에 없는 청춘들의 가슴 아린 이야기로, 1983년 동명(同名)의 영화로도 출시된 바 있는데...더 이상 나아갈 길 없는 천길 낭떠러지를 마주한 도엽이 친구 동호의 손에 죽음을 맞는 순간, 아무 것도 모르는 은지는 도엽을 만난다는 설렘과 함께 거울을 마주한 채 정성스레 화장을 하고 있으니...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이르기를,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하고 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이라 했던가. 도엽과 동호 둘 다 누가 더하리라 예단(豫斷)할 수 없을 만치 은지를 마음 깊이 사랑했지만, 막상 그녀가 보기엔 한없이 여리고 감상적인 도엽이 자신이 옆에 없음 안될 거란 생각, 그리고 자기에 대한 도엽의 사랑만이 진실이라는 믿음으로 정성들여 화장을 하는 것이었으리니...해서리 사마천은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하는 것이라고 했을 터...
해마다 이맘이면 유채꽃이 들판을 노랗게 덮은 양산의 황산공원이 그립다. 낙동강 하류를 끼고 넓게 자리잡은 황산공원의 유채꽃은 넓이도 넓이려니와 사방에 가득찬 푸르름이 꽃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해주는데...경부선을 달리는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과 노란 들판의 어울림 또한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양산의 황산공원, 발달한 교통 덕분에 넉넉잡아도 4시간이면 갈 수 곳임에도 성의 없음인지 나이 탓인지 그게 쉬운 일이 아니구만 그래.
다행이도 그곳에 살고 있는 윤작가는 나의 아쉬운 마음 오또케 알고 있는지 매년 이맘이면 고맙구로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내준다. 얼마나 더 널 사랑하고 기쁨을 준다면 이리도 아름답고 화사한 꽃을 피워 주려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지금의 나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