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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첫 선을 보인 KBS 수목드라마 ‘황진이’(극본 윤선주ㆍ연출 김철규)는 여러 면에서 ‘대장금’을 연상시킨다.
등장인물간 갈등구도나 극의 전개방식에 있어 ‘대장금’과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황진이 어린시절을 배경으로 한 제 1회에서 송도교방 행수기생 백무(김영애 분)와 도성여악 행수기생 매향(김보연 분)의 라이벌의식이 그려진 점이 그렇다. 춤 실력은 엇비슷하나 출세에 대한 사고방식이 다른 두 여성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경쟁하는 대목은 ‘대장금’에서 한상궁(양미경 분)과 최상궁(견미리 분)이 수랏간 최고상궁 자리를 놓고 대립한다는 설정과 유사하다.
이들의 라이벌 의식이 제자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점 또한 두 드라마의 공통점이다. ‘황진이’에서는 매향의 제자 부용(왕빛나 분)과 백무의 제자로 크는 황진이(하지원 분)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극의 중심축으로 그려질 예정이다. ‘대장금’에서는 어려서 친구처럼 지낸 장금(이영애 분)과 금영(홍리나 분)이 그 스승들이 벌이는 경쟁에 휘말려 애증의 라이벌로 변하는 과정이 비중있게 나왔다.
‘피는 못 속인다’는 운명적 설정과 출생의 비밀 등도 비슷하다.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이 여러 난관을 헤치고 수랏간 나인 출신인 어머니의 뒤를 이어 입궁하는 것처럼 어린 황진이는 우여곡절 끝에 생모 현금(전미선 분)가 있는 교방에 들어가 결국 기생이 된다. 장금의 어머니인 박나인(김혜선 분)과 스승 한상궁은 궁에서 정을 나눈 둘도 없는 친구 사이. 황진이의 경우 스승 백무와 어머니 현금은 각각 춤과 가야금을 잘 다루는 송도 교방 기녀들로, 백무는 황진이가 황진사와 현금 사이에서 태어난 여식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감춘다. 타이틀롤의 아역을 맡은 심은경(황진이)과 조정은(대장금)의 연기패턴도 비슷하다. 백정의 딸인 장금이나 사찰에 의탁돼 자라는 황진이나 둘 다 천민 신분이지만, 동년배의 양반집 남자아이보다 더 큰 꿈을 가진데다 당찬 구석도 있다. 어른들로부터 종아리에 피멍이 들도록 혼이 나면서도 “춤을 배우고 싶다”(황진이)거나 “서당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장금)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황진이’와 ‘대장금’은 모두 남존여비 사상이 지배적이었던 봉건사회에서 남다른 재능과 집념으로 뜻을 펴는 여성의 삶을 다루고 있다. 두 작품이 닮은 꼴인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편, ‘황진이’는 첫 회 시청률 20.1%(이하 TNS미디어코리아 기준)로 경쟁작인 SBS ‘무적의 낙하산 요원’(10.9%)을 누르고 선두에 나섰다. 고현정ㆍ천정명 주연의 MBC ‘여우야 뭐하니’는 한국 대 시리아의 아시안컵 축구 예선 중계방송(23.9%) 관계로 방영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