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란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을 때 미국은 반대로 과잉 생산된 농산물로 인하여 경제공황사태까지 이르자 국가에서 곡물을 수매하여 태평양에 버려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잉여농산물을 처리하기 위하여 농업수출진흥 및 원조법인 미공법 480호, 줄여서 PL480 이라는 법을 제정하였다.
소설가 석 도 익
PL480호에 의하여 한국과 미국은 1955년 5월 31일 원조협정을 체결했으며, 상당량의 양곡이 도입되어 전쟁 이후 국내의 극심한 식량난 및 물가고의 해소와 경제부흥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국내 농업생산력의 발전을 저해하고 생산구조를 기형화하여 농산물 생산의 완전한 자립화를 더디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에 자조 자립 협동으로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고 한 새마을 운동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원조에만 의존하였더라면 농업기반도 무너지고 지금에 산업발전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농산물, 특히 채소의 과잉생산으로 수확해봐야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을 때가 있어 농민들의 가슴을 피멍들게 하는 수가 허다하게 일어난다.
피땀 흘려가며 지은 농작물을 수확도하지 못하고 내버려 두던가 갈아엎어 버려야하는 마당에도 인심 많은 강원도농민들은 먹는 것을 함부로 버릴 수 없어서 주위사람들에게 가져다 먹으라고 권하나 남이 애써 지은농사를 그냥 가져가는 것이 죄송스러워 선뜻 가져가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사람들이 이를 알면 하루아침에 빈 밭이 된다.
그러나 타지방에서는 아무도 가져가지 못하게 갈아엎어 버리거나 베어 버린다. 먹는 것을 너무한다 싶지만 실은 이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정서를 바르게 하고 시장가격질서를 유지하고 동종농업과 실의에 빠진 농민들이 사는 길인 것이다.
지금은 자급자족시대가 아니라 철저하게 분업화된 시대에 자본사회다. 모자라서 나빠지는 경제 불황에는 살아가기가 좀 힘들지만, 넘쳐나서 불균형으로 마비되는 경제공황은 총체적난국을 초래하게 된다.
홍천은 무궁화의 고장이다. 무궁화 고장답게 무궁화 축제를 열고 있으며, 홍천군에서는 유휴지에다 직접 재배한 무궁화묘목을 전국에 무상으로 보급하기도 한다. 나라꽃인 무궁화의 고장에서 이같이 무궁화선양운동을 하는 것은 한서 남궁억 선생이 서면 보리울에서 했던 것처럼 애국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깊이 생각해볼 여지도 있다.
요즘 식목시기에 맞추어 홍천군 산림조합에서는 나무시장을 개장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유실수에서부터 정원수 꽃나무 등 그 종류도 많으나 나라꽃인 무궁화는 백일동안을 아름답게 피고 또 피는 꽃나무라서 정원에 심으면 좋은 수종인데도 찾는 이들이 없어서인지 양묘하는 곳이 없어서인지 단 한그루의 묘목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궁화묘목은 군에서 대량으로 심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무궁화를 무상으로 나누어주어 많은 국민들이 심고 가꾸어서 우리강산에 아름답게 피어나게 하려는 의도는 좋으나 이렇게 되면 양묘업자는 무궁화를 심어야 팔리지 않을 것이니 당연히 무궁화묘목은 생산 않을 것이라 생산구조가 기형화 될 뿐만 아니라 무궁화가 가지고 있어야할 가치는 공짜로 주더라는 의식에 하락되어 천해지고 귀하게 여겨지지 않아 국민의 애정과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지자체에서는 사업이나 행사를 직접 하는 것 보다는 주민들이 하게 하도록 권장하고 지원하고 지도하고 관리하여 주고 주민들로 하여금 참여하고 마련하고 생산하고 판매하여 소득을 거두어들이게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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