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 구광루 주련

[백우]

                            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 구광루 주련

                            慶南 陜川 伽倻山 海印寺 九光樓 柱聯                

                

                                                        구광루(九光樓)     

                    六根但守三空戒             육근단수삼공계
                    雙眼曾得七祖燈             쌍안증득칠조등
                    寶刹樓臺八面通             보찰루대팔면통
                    珠林雲樹千山合             주림운수천산합

                    淸景常開松嶺月             청경상개송령월

                    香泉時擊石門風             향천시격석문풍

                    玉毫不着世間塵             옥호불착세간진

                    日晃金輪湧佛光             일황금륜용불광

                    육근이        오직 다만    삼공계를    지킨다면

                    두 눈은       일찍이        칠조등을    얻음일세.

                    보찰과        누대는        팔면으로    통하고

                    주림과        운수가        천산에       모였도다.

                    맑은 경치    언제나        송령을 펴    달빛 곱고

                    맑은 샘물    때때로        돌문을 쳐    노래하네.

                    옥호엔        세상 티끌    달라붙지     않나니

                    찬란한        금륜으로     불광이        솟는다네.

         【解說】

         구광루 주련은 높이 있어 찍지 못하였지만 내용만 올려 봅니다.  

         해인사는 신라시대에 화엄십찰(華嚴十刹)의 하나로 세워진 가람입니다.  화엄종의 근본 경

      전인 화엄경은 4세기 무렵에 중앙아시아에서 성립된 대승 경전의 최고봉으로서, 그 본디 이

      름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며 동양문화의 정수라고 일컬어 집니다.  이 경전에

      해인삼매海印三昧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해인사 이름은 바로 이 '해인삼매'에서 비롯 되었을

      만큼 해인사는 화엄경과 관계 깊습니다.

         구광루(九光樓)라는 이름은 화엄경의 내용에서 따온 것인데, 화엄경에는 부처님께서 아홉

      곳에서 설법하시면서 그 때마다 설법하시기 전에 미간 백호에서 광명을 놓으셨다는 이야기

      가 있습니다.  그래서 구광(九光)이란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구광루 주련을 읽어 보니 우선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아득해집니다.  그리고 이 글은 한

      분이 일사분란하게 지은 글이 아니라 여러 글을 조합한 느낌이고, 또, 운률상으로 셋째와

      넷째 구(句)가 뒤바뀐 것 같습니다.   

         六根但守三空戒(육근단수삼공계)  육근이 오직 다만 삼공계를 지킨다면

         雙眼曾得七祖燈(쌍안증득칠조등)  두 눈은 일찍이 칠조등을 얻음일세.

         이 구절을 보면 여러 가지 용어가 나옵니다. 육근(六根), 삼공계(三空戒), 칠조등(七祖燈)...

         육근(六根)이란 6가지 감각기관으로 안(眼. 눈)ㆍ이(耳. 귀)ㆍ비(鼻. 코)ㆍ설(舌. 혀)ㆍ신(身.

      몸)ㆍ의(意. 뜻)를 말합니다.  이 육근이 접하는 것을 육경(六境)이라 하는데 이는 곧 여섯 가

      지 감각대상으로 색(色. 빛)ㆍ성(聲. 소리)ㆍ향(香. 냄새)ㆍ미(味. 맛)ㆍ촉(觸. 촉감)ㆍ법(法. 인

      식현상)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육근이 대경을 만났을 때 탐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육근은 곧 육적(六賊)이 됩니

      다.  육근(六根)은 늘 도적처럼 탐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해서 육적(六賊)이라 합니다.  육

      근이 자기 주인으로 살아야지 도둑이 되어서야 쓰겠습니까?  늘 탐하는 마음과 엉뚱한 생각

      과 망상으로 들끓는다면 육적(六賊)이 활개치는 것입니다.  이 육적의 망동은 끝이 없어서

      단속하지 않으면 일을 내기 십상입니다.  마치 소가 남의 콩밭에 뛰어들 듯이...  

         그런데 삼공계(三空戒)를 잘 지키면 이 육적(六賊)을 조복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삼공

      계는 무엇일까요? 

         삼공(三空)이란  인공(人空)ㆍ법공(法空)ㆍ구공(俱空)을 말합니다.  그러면 또 인공(人空)ㆍ

      법공(法空)ㆍ구공(俱空)이 무엇인지 또 궁금해집니다. ^^

         《금강경찬요간정기(金剛經纂要刊定記) 》에 의하면,

         "『금강경』에서 '나라고 하는 상, 사람이라고 하는 상 등은 없다'고 한 것이 곧 아공(我

      空)이고, '나라고 하는 상은 변함이 없는 상이 아니다'고 한 것은 바로 법공(法空)이며,

      '모든 형상을 벗어나면 부처님이다' 라고 한 것은 구공(俱空)이다."

         여기서 아공(我空)이 곧 인공(人空)입니다.  같은 말입니다.

         다시 또 이르기를, 구공(俱空)에 대해서는 세 가지 주장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사람과 법을 각각 구별하여 관찰하는 것을 이공(二空)이라 하고,

         동시에 사람과 법을 관찰하는 것을 구공(俱空)이라고 한다.  

         둘째는 아집(我執)ㆍ법집(法執) 등을 이미 버렸고, 

         아공(我空)ㆍ법공(法空) 또한 버린 것을 구공(俱空)이라 한다.

         셋째는 주관과 객관의 분별을 버리면 지혜도 고착되어 머물지 않고, 

         곧 본성과 상응하는데, 이때 사람과 법 두 가지의 상과 법이 아니라는 상 등이 없으니

         이것을 구공(俱空)이라 한다."

         또 삼공(三空)은 공의 이치를 밝히는 삼삼매(三三昧), 즉 삼해탈문(三解脫門)인 공(空)ㆍ무

      상(無相)ㆍ무원(無願)을 말하기도 합니다.

         《능가경주해(楞伽經註解)》에 따르면 삼공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이란 삼공(三空)이다.

         공(空)이란 실체가 비어 있음이고, 무상(無相)이란 현상의 비어 있음이고,

         무원(無願)이란 실체와 현상이 함께 비어 있어 바라는 것이 없음이다."

         이와 같이 공의 이치를 계율처럼 숙지하는 것이 삼공계(三空戒)입니다.  육근이 경계에 탐

      착하는데 그 탐착하는 경계가 공하다는 이치를 안다면 무엇을 집착하겠습니까?  이런 이치

      를 안다면 칠조(七祖)가 전해 준 법등(法燈)을 전해 받은 것과 같은 것입니다.  쌍안(雙眼)이

      란 두 눈을 말하는데 두 눈은 칠조의 정안(正眼)을 얻었다는 뜻입니다.  구광루 주련을 보면

      쌍안증전칠조등(雙眼曾傳七祖燈)이라 되어 있는데 '전(傳)'은 '득(得)'의 오자가 아닌가 생각

      됩니다.   그러면 칠조(七祖)는 누구를 이름일까요?

         여기서 칠조(七祖)는 화엄종(華嚴宗)을 일으킨 화엄칠조(華嚴七祖)를 말합니다.  여기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다룰 수 없어 간략히 정리하고 넘어갈까 합니다. 

         화엄종(華嚴宗)은 화엄경을 근본 경전으로 하여 세운 종파인데 중국에서 이를 대성시킨

      분은 중국 화엄종의 3조 현수대사(賢首大師) 법장(法藏)입니다.  중국의 화엄종 초조(初祖)

      는 제심존자(帝心尊者) 두순(杜順)이고, 2조(二祖)는 운화존자(雲華尊者) 지엄(智儼)이고,

      3조는 현수대사(賢首大師) 법장(法藏), 4조는 청량대사(淸凉大師) 징관(澄觀), 5조는 규봉대

      사(圭峰大師) 종밀(宗密)입니다.

         중국의 화엄종이 연원을 따지고 올라가면 인도이기에 대승의 논사(論師) 마명보살(馬鳴菩

      薩)과 팔종(八宗)의 조사(祖師)인 용수보살(龍樹菩薩)을 넣어 화엄칠조(華嚴七祖)라 한 것입

      니다.

         이렇게 보면 제1조 마명보살, 2조 용수보살, 3조 두순, 4조 지엄, 5조, 법장, 6조 징관,

      7조는 종밀대사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4조 지엄의 제자로 법장과 신라의 의상대사(義相大

      師)가 있는데 의상대사는 지엄의 인가를 받고 신라로 돌아와 해동화엄의 초조가 되었고, 원

      효대사와 더불어 화엄사상을 펼쳤습니다.  이렇게 법등을 밝혀 우리나라에도 면면이 이어진

      것입니다. 

         寶刹樓臺八面通(보찰루대팔면통)  보찰과 누대는 팔면으로 통하고
         珠林雲樹千山合(주림운수천산합)  주림과 운수가 천산에 모였도다. 

         이 구는 이 구광루에 올라 사방팔방을 바라보면 이곳이 사방팔방이 다 조망되고 있고 아름

      다운 숲과 나무가 여기에 다 모인 것처럼 보임을 말합니다.  이는 이 해인성지야 말로 화엄의

     도량으로 화엄의 도리를 깨닫고자 많은 대중이 이곳을 찾음을 은유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淸景常開松嶺月(청경상개송령월)  맑은 경치 언제나 송령을 펴 달빛 곱고

         香泉時擊石門風(향천시격석문풍)  맑은 샘물 때때로 돌문을 쳐 노래하네.

         이 구는 아름다운 풍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맑은 경치가 항상 송령에 펼쳐져 있어 달이

      뜨면 그 교교한 운치가 아름답고 둥근 달이 드면 휘영청 밝아 더더욱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

      냅니다.

         향천(香泉)이란 향기로운 샘물을 말합니다.  또 이는 맑은 샘물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 맑

      은 샘물이 돌에 부딪치며 졸졸졸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흐르는데 이 소리를 들으면 온갖 번

      뇌는 어느 틈엔가 다 씻겨 내려 갈 것 같습니다.  달이 뜬 교교한 풍광 속에 향기로운 향천의

      샘물을 길어다 차 한잔 머금으면 제법 운치가 그윽할 것입니다.

         玉毫不着世間塵(옥호불착세간진)  옥호엔 세상 티끌 달라붙지 않나니

         日晃金輪湧佛光(일황금륜용불광)  찬란한 금륜으로 불광이 솟는다네.

         옥호(玉毫)는 부처님의 이마의 백옥호(白玉毫)를 말합니다.  백옥호는 부처님의 백호상(白

      毫相)이지요.  이 아름다운 경치에 마음도 청량하여 온갖 번뇌가 다 해소되어 있는데 어디

      털끝 하나라도 세상의 티끌이 붙을 자리가 있겠습니까?  백옥호에 세상의 티끌 번뇌가 어찌

      붙겠습니까? ^^

         일황(日晃)은 태양처럼 빛난다는 뜻이고, 금륜(金輪)은 고대 인도의 우주론에서 기세간(器

      世間)을 성립시키는 삼륜(三輪. 金輪 水輪 風輪), 사륜(四輪. 三輪+空輪)의 하나입니다.  금성

      지륜(金性地輪), 또는 지륜(地輪)ㆍ지계(地界)라고도 합니다.  대지 아래에 있는 삼륜에서 가

      장 위에 있고, 그 아래에는 수륜이 있고, 수륜 밑에는 풍륜이 있습니다.  이 중 금륜은 수륜

      위에서 유정(有情)의 업력으로 말미암아 마치 끓인 우유가 식으면 막이 생기듯이 형성된 것

      이라고 합니다.  이 금륜 위에 구산팔해(九山八海) 사주(四洲)를 실었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중인도 마갈타국 보리수하에서 성도하셨는데 부처님께서 앉은 자리를 금강좌

      (金剛座)라 합니다. 이 금강좌는 과거 현겁(賢劫) 초에 대지와 함께 생겼는데 삼천대천세계

      중에 의거하면 금륜이 아래에 있고 위로는 지제(地際)를 뚫으며 금강으로 이루어졌고 둘레

      가 100여 보가 되는데 현겁의 천불(千佛)이 이 자리에 앉아 금강정(金剛定)에 들었으므로

      금강좌라 한다 하였습니다. 

         또 금륜(金輪)은 전륜성왕(轉輪聖王)이 가지고 있는 금륜보(金輪寶)를 이르기도 합니다.

      전륜성왕은 이 금륜보를 굴려서 천하를 다스린다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

      을 전륜성왕이 가지고 있는 이 윤보(輪寶)에 비유하여 법륜(法輪)이라 합니다. 그래서 부처

      님께서 설법하시는 것을 전법륜(轉法輪)이라 합니다.

         이상과 같이 금륜(金輪)은 여러 가지 뜻을 담고 있겠지만 주련에서 금륜이 뜻하는 것은

      부처님은 늘 원광(圓光)으로 빛나기에 찬란한 금륜처럼 빛남을 이른다 할 것입니다.  부처님

      의 옥호엔 세상 티끌이 붙지 않아 태양처럼 빛나는 금륜같은 불광이 용솟음침을 이른다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백우 _()_

                                                    

[미소]

구광류주련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_()_

[백우]

감사합니다. 九光이라는 말이 화엄경을 설한 칠처구회(七處九會)의 설법. 9회의 방광을 뜻하는 것으로
누각이름부터 심오합니다. 구광루의 사진을 보시다시피 사다리를 동원하지 않는 한 주련 찍기는 어렵
습니다. _()_

[백우]

이 주련은 제가 어깨 수술할 때부터 노심초사한 주련입니다. 무척 까다로웠습니다.
傳자냐 得자냐의 고민으로부터 月과 風이 들어간 구절, 마지막의 일황금륜...
이 구광루 주련은 무척 고민이 많았던 주련입니다. 참으로 골몰에 골몰을 거듭했던 주련입니다.
잘 읽어 보시고 고견이 있으면 피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_()_

[정견]

지기님께서 어깨 수술을 하셨음에도 이 주련을 놓고 노심초사하셨군요.
마음으로 노고를 새기며 거듭 잘 읽겠습니다. _()_

[정수]

보통 마음이상으로 풀어주신 주련이네요.
읽는 저도 많이 어렵네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_()_

[백우]

이 주련에 대하여 올려놓은 카페나 블로그는 많으나 그 뜻을 명히 밝혀 놓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화엄의 세계를 표현했기에 그 내용이 심오합니다. 주련을 해설함은 함께 공부하자는 의미이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모르면 함께 연구해서 해소하자는 것이 평소의 저의 생각입니다. 모르면 끝까지 천착해보자는 것이 지론이기도
합니다. 한 번 읽어서는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십 수백 번을 더 뇌고 뇌었습니다. _()_

[박붕식]

해인사 가게 되면 집중해서 보겠습니다.
구광루가 모르고 보면 그냥 구광루로 보겠지만 조금 알게되니 다시 생각하면서 보게 될겁니다.
아침에 좋은 글을 보니 마음에 빛 하나 담은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백우]

박붕식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주련의 향기방에 오심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사찰을 찾아 참배를 할 때에 기둥에 써 놓은 주련을 읽으면 재미를 더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_()_

[묘법]

넘 어려워요. 그래도 자꾸 보고 읽고 또 읽고~~....나무묘법연화경()()()

[백우]

어렵지요. 자주 읽어 보시고 무엇이 어려운지 구체적으로 적시해 주세요. _()_

[정견]

지기님께서 많은 어려움을 피력하셨는데 어려운 주련의 내용을 이토록 쉽게 풀어 주셔서 우리는 쉽게 접근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_()_

[백우]

정견님, 잘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_()_

[비니초]

정리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_()_

[백우]

비니초님 감사합니다. _()_

[염화]

세세한 주련풀이 감사합니다. _()_

[백우]

염화님,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