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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窓] 공공영역에서의 종교문화/박광서 서강대 물리학 교수 | ||||
이달 초 한 반기독교 단체가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서울 시내버스 8대에 광고문구로 내걸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공공장소에서의 기독교 선교는 익숙해도 반기독교 선전은 상상하기 어려운 게 우리 현실임을 감안하면, 버스를 이용한 무신론 광고는 분명 한국사회에 작은 충격임에 틀림없다.
물론 서구에서는 종교적 신념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종교자유권’을 내세워 무신론 광고도 종종 있어 왔다. 예컨대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신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 말고 인생을 즐기십시오.”라는 문구의 버스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 최고의 지성이었던 아인슈타인이 ‘상벌을 내리는 인격신’을 불신했다는 사실이 기독교가 마치 비과학적·비지성적 종교로 비쳐져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고, 심지어 기독교인들을 조롱한다고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말이 자극적이라고 하기엔, 기독교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예수천국 불신지옥” 같은 말을 다반사로 듣고 있는 한국사회는 이미 공격적 종교행위에 면역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2년 전 불교계가 정부의 종교편향에 저항해 공직사회의 ‘종교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을 때,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종교의 자유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배치되는 타종교에 대해 합법적으로 비판하고 반대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주장했으니 스스로의 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 아니겠는가.
버스광고를 주도한 단체는 수년 전 ‘교회언론회’ 측과 공개토론을 벌이면서 기독교의 독선과 폐해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했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는 성경 구절을 상기시키면서 “종교문화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타종교를 마귀니 사탄이니 공격”하는 몰상식을 따지고, “천당에 대한 환상과 지옥에 대한 공포심을 번갈아 자극하여 복을 파는 종교업자들”이라고까지 몰아세웠다.
비록 기독교계의 반발로 4일 만에 버스회사에서 광고를 내림으로써 바위에 계란 던지기임이 입증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다종교·다문화 사회인 우리 사회에 종교와 관련된 격렬한 논쟁과 도전적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시설에서의 종교 선전 못지않게 종교시설에서의 공공행위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그 중 하나가 종교시설에서의 투표 문제다. 투표소가 설치된 종교시설 중 교회가 98%를 차지하며 그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의 4개 구는 무려 40%에 육박하기도 해 교회에서 투표할 확률은 아주 높아졌고 당연히 비기독교인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역지사지, 독실한 기독교인이 사찰에서 투표를 해야 한다면 어떨까.
급기야 2008년 여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불교계의 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이 정릉 어느 교회에서 투표하는 상징적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교회 투표소 문제는 다시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드디어 지난해 말 국회는 개정 공직선거법에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를 제한하는 법조항을 포함시켰다. 그동안 중앙선관위가 단순히 ‘편의와 접근성’만을 이유로 교회에 투표소를 설치해오던 관행을 중단시킨 것이다.
이 문제 역시 기독교계로서는 선의로 교회를 투표장소로 빌려주고 따뜻한 차까지 대접했다고 억울해하며 이유 있는 항변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부 교회에서 실제 선교를 시도하기도 했고, 더 근본적으로는 투표라는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데 다른 종교를 믿거나 종교가 없는 이들이 특정종교시설에 출입을 강요당하는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 국민의 행복추구권 및 종교자유권이 침해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소통과 통합을 위해 종교인들의 이성적 판단과 토론문화, 그리고 관용과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 공공영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 ||||
서울신문 2010-02-13 26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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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벌을 주관하는 인격신을 믿는 사람들에겐 아인슈타인의 언급이 당황스러울 겁니다.
그동안 아인슈타인이 지적설계론을 지지해온 것처럼 말해오던 기독교인들도 그럴 거구요.
아직도 그렇게 믿고 싶은 이들이 적지 않기에,
아인슈타인이 1939.5.19, 프린스턴 대학에서 “과학과 종교” 주제의 강연 내용 중 일부와
2년 전 신 또는 유대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기사 한 꼭지를 붙입니다.
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939.5.19, 프린스턴 대학에서 강연, “과학과 종교”
On May 19th, 1939, Albert Einstein, the great scientist of the atomic age, delivered a remarkable speech on "Science and Religion" in Princeton, New Jersey, U.S.A. He said that "There is no conflict between science and religion, science asks what the world is, and religion asks what humankind and society should become. … The religion of the future will be a cosmic religion. It should transcend a personal God and avoid dogmas and theology. Covering both the natural and the spiritual, it should be based on a religious sense arising from the experience of all things, natural and spiritual, as a meaningful unity. Buddhism answers this description. If there is any religion that could cope with modern scientific needs it would be Buddhism."
(미래의 종교는 우주적 종교가 돼야한다. 그 동안 종교는 자연세계를 부정해 왔다. 모두 절대자가 만든 것이라고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종교는 자연세계와 영적인 세계를 똑같이 존중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둬야 한다. 자연세계와 영적인 부분의 통합이야말로 진정한 통합이기 때문이다. 나는 불교야말로 이러한 내 생각과 부합한다고 본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현대의 과학적 요구에 상응하는 종교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불교' 라고 말하고 싶다.)
② 연합뉴스 2008.5.18 / 중앙 2008.05.19
철학자 에릭 굿카인드에게 보낸 이 편지에서 “내게 신(God)이라는 단어는 인간의 약점을 드러내는 표현 또는 산물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성경에 대해서도 “명예롭지만 상당히 유치하고 원시적인 전설들의 집대성”이라며 “아무리 치밀한 해석을 덧붙이더라도 이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지적 설계론’(자연의 진화가 신의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는 주장) 주창자들은 아인슈타인도 지적 설계론을 옹호한다고 강변해 왔다. 하지만 이번 편지는 그가 철저한 무신론자임을 드러내 준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무덤에서 나온 아인슈타인이 새삼 과학과 종교 사이의 문화 전쟁에 기름을 뿌렸다”고 평가했다.
유대교에 대해서도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가장 유치한 미신들이 현실화된 것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이어 “유대인들을 매우 좋아하지만 그들은 다른 인류와 비교해 더 낫지 않으며 선택받은 민족도 아니다”며 유대교의 선민주의 의식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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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열린세상-한글.에너지(2개)-091229.hwp
첨부파일 : <서울신문-열린세상-한글.에너지(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