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에서 저의 관심을 끄는 인물들은 예외 없이 어떤 형식으로든 '(비교적) 아웃 사이더'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면 제가 그런 인물들을 골라 찾아다니는가는 모르겠지만요.
한데 제 글 성향을 보면 아는 분들은 벌써 짐작하셨겠지만 또 한 가지
짚이는 부분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바람의 나라 속의 여성들에 대해 최대한으로 말을 아끼려
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언급한 여성이라야 이지(원후), 세류(공주), 연(차비) 정도이고 그것도 다소간 '양념' 정도의 의미를 담아 쓴 글들이 많습니다.
사실 제가 써보고 싶은 여성들은 비교적 아웃사이더(?)인 해오녀와 선우이지만 그녀들에 관해서도 많은 분들이 좋은 글들을 남겨주셨기 때문에 사실상 '백지화' 된 상태입니다.
자, 사설은 그만두고 여기서는 송 서화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지요.
제가 느꼈던 태후 송 서화의 첫 인상은 '극에서 빠진들 별다른 지장은 없겠다'는 것이었더랬습니다.
전에 어느 분이 평가하신대로 '그녀는 주변에 파란을 일으키지 않고 두루 두루 감싸줄 줄 아는 공평하고 어진 사람'이라는 것이 제 전반적 느낌이었고 그것에 대해 의심해본 적도 없습니다.
저도 원후 이지가 그녀의 욕심없는 인생을 한심스럽다 평가할 때 이지 입장에서 그러려니(물론 이지에게 비야냥대면서) 했습니다만...
점차 후반으로 갈 수록 '자식들의 얼굴이 늘 걱정이 될 뿐'이라는 그녀의 부르짖음도 이제는 과거의 '유리왕 마누라 쟁이(?) 시절'처럼 순수하게 들리지 않는 것에 스스로 깜짝 놀랄 때가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그녀의 과거 행적들을 되짚어보면 송 서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욕심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꽤나 엷어집니다.
한 예로 제 14권이었던가요? 세류가 유리왕에게 신기를 보이고 이에 화(원색적으로 '열딱지'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를 내는 유리왕의 행동에 대해 송 서화(당시 왕후)가 한 말이 있습니다.
"화는 본시 피하는 것이지 맞서 싸울 게 아니란다."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이것은 드라마 '여인천하'의 윤 원형역을 맡은 이 덕화씨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납!작!' 을 연상시키는 부분마저 있습니다(-_-;;;).
딸을 위로하기는 커녕(물론 그럴 상황도 아니었지만) 교묘히 몸을 빼쳐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태후에게서 저는 비상한 임기응변의 재능과 아울러 보기에 따라서는 '음험한 술수(?)'마저도 감지케 하는 면모를 떠올려 보기조차 했습니다.
이러한 주루의 의심은 제 19권에서 태후 송 서화가 본격적으로 한 말에서 비롯됩니다.
"죄를 따지거나 자초지종도 듣지 않고, 서민으로 내어쫓아 밖에서 기다리던 무지막지한 놈들에게 맞아 죽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아녀자라도 구도 일구 분구 등의 '행패'를 모르지는 않았을 터입니다.
더구나 고구려 여인들의 당시 풍속으로 볼 때 '행동 반경'이 그리 '억압된' 상황도 아니었을 것이고 '마음만 먹는다면' '세류'나 여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송 서화는 무휼과의 대화에서 '일방적으로' 세 대신들을 노골적으로 편들어 말하고 있습니다(그것도 호동을 깎아 내려 가면서 까지 말이죠.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그러한 그녀에게 백성들의 분노는 그저 '무지막지한 놈들의 대거리'
정도에 불과한 야그입니다.
저는 원래 긍정적 의미에서 송 서화가 '이성적인 사고나 논리적인 판단이 메말라버린 여성'이라고 판단했습니다만 저의 생각이 '엄청난 착각'이었음을 인정합니다.
적어도 한 시대의 인물인 유리왕의 짝될만한 사람이면 또 무휼, 세류 같은 영재를 낳을 정도의 사람이면 그만 생각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상식을 외면한 것이 문제겠지요.
하기는 일률적으로 그녀가 무조건적으로 이성적이다 혹은 감성적이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유리왕의 마누라쟁이(좋지도 않은 말 참 많이도 울궈먹습니다 용서를... ㅡㅡ) 시절과 동부여 전쟁 때까지의 그녀가 감성적인 면면을 많이 보여준 것도 사실입니다.
여하간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적어도 송 서화가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자식 사랑 못지 않게 상당한 정도의 '지연' 의식은 가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자식을 '참으로 사랑한다면' 아니 그 정도까지 아니더라도 정말로 우리의 그녀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인 '골방에서 그저 늙어가는 여성'이었다면 무휼의 행동에 대해서 일단 '잠자코' 지켜보았어야 합당한 코스였을 것입니다.
한데 19권에 보면 태후는 지나치다고 해도 좋을 만치 무휼의 행동에 개입해 들어감을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호동에 관해 말하는 것은 거의 '협박성'에 가깝습니다.
"그 애가 그런 일을 하고도 후일 비류의 덕을 보겠습니까?"
가만 살펴보면 호동에 대한 태후의 '삐딱선'은 원후 이지가 호동과 틀어진 이후부터 계속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지의 '공작'을 십분 감안한다 하더라도 당시의 여인네로서 송 서화가 유교 정신에 함몰되지 않았을 것임을 감안한다면 하다 못해 호동을 불러서라도 그 원인 파악을 해보거나 아니면 호동을 타이르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옳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적어도 지면상에는 호동에게 그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저에게 생각나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그녀는 바로 사도세자의 빈이었던 혜경궁 홍씨입니다.
우리는 보통 그녀를 부자 갈등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친정 아버지와 짝짜꿍이가 되어 남편 제거에 앞장선 '정략가'입니다.
물론 그녀와 송 서화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우리가 송 서화에게 지녔던 어떤 '선입견'은 '일단' 배제해야 한다는 힌트를
제공해 준다 하겠습니다(저 혼자라도 이렇게 주장할랍니다.).
어찌 보면 이지가 송 서화를 이용한다기보다 되려 송 서화가 이지를 '활용한다'는 느낌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어쨌든 여태까지는 태후를 중심으로 한 어떤 갈등 구조도 엮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녀가 전면에 나타난 형태로의 갈등 구조는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지를 내세우는 형태로라도(물론 스토리 속에서는 이지가 배후에 있고 그녀가 나서는 형국이기는 하지만) 송 서화는 동부여 전쟁까지의 모습과는 다른 면면을 많이 보여줄 것 같습니다.
그녀가 '무조건적인 천사표'가 아니라는 사실에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한 것 같아 '다행(정말?)'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마저 금할 길이 없습니다.
하여튼 또 하나의 횡설수설만 남기고 가는 것 같습니다.
준수하지 못한 운영자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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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응용방
다물후 송 양의 딸, 태후 송 서화 - 정말 하나밖에 모르는 개념 없는 여성일까?
김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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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6.1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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