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이 좋다면.. 그래서 클럽 문화를 주도해 보고싶다면..

비트와 그루브, 그리고 댄스는 쾌락의 진탕을 경험하는 파티의 모든것...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즐기는 일은 문화적 측면에서의 필터링이 필요하다. 클럽 컬쳐 프리젠터 제오는 한국의 파티 뭍화가 어딘지 이상하다고 주장한다. 금요일 밤에 홍대앞을 걸어본 일이 있는가? 아니면 이태원은? 빨갛게 미군 출입금지 포스터가 붙어있던 그 거리를 기억한다면, 당신과 나는 언젠가는 한번은 만났을 것이다. 영국에서 내가 일하던 스튜디오인 'DVAnt 프로덕션'에서는 당시 우리가 주로 내세우던 브레이크 비트와 드럼 앤 베이스, UK 개러지 등의 장르를 홍보하기 위한 파티를 주로 기획했다. 함께 모여 기획하고, 포스터를 붙이고, 플라이어를 뿌리고, DJ 라인업과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은 파티 자체보다 더 즐거웠다. 파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열성적이고 매사에 긍정적이다. 또한, 항상 파티가 많이 열리기 때문에 이러한 파티고어(party-goers)들은 파티를 선택하는 데 꼼꼼해지게 된다. 그런 환경에서는 기획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파티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자연히 파티 문화는 모두가 만들어간다는 의식이 생겨나게 된다. 클러버(clubber)나 파티고어들의 선택은 항상 옳다. 그들은 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그저 그런 파티들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그들은 무엇이 진정한 엔터테인먼트인지 잘 알고 있다. 비비시 라디오 원(BBC Radio 1)의'UK 개러지'를 진행하는 드림 팀(Dreem Teem)의 파티는 꼭 간다는 내 영국인 친구는"적절한 UK 개러지파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2003년, 한국에서는 너무나 많은 파티가 열렸다. 그리고 수많은 DJ들이 한국을 찾았다. 빅비트의 너구리, 팻보이 슬림, 느끼한 프렌치 하우스, 드미트리(Dmitri From Paris), 이름 뿐인 일렉트로닉 뮤지션 겸 DJ 토와 테이, 한국 정서와 빗나간 제프 밀스(Jeff Mills), 드럼 앤 베이스의 옛 제왕인 골디(Goldie)까지, 게다가, 모델 출신의 파티 오거나이저가 주최한'Kick Some XXX'나, 상처뿐인 영광,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Ministry Of Sound) 한국 파티 등, 식보이프로덕션이나 o2프로덕션 등이 총출동한 정신없는 2002년은 그야말로 모든 파티 프로덕션이 세상으로 나온, 제2의 파티 열풍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도대체 아무런 필터링 없이, 누구나 파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한국에 있는 대형 파티 오거나이저들은 우리가 레코드숍이나 채널 [V] 클럽뮤직 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이국적인 이름들을 초청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파티 오거나이저로서의 체면이 안 선다.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파티고어들은 그저 앉아서 그들이 협찬 받아낸 저알코올 음료나 훌쩍거리는 순진한 돼지들이다. 돼지들이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오버'하게 즐기든 아니면 이쪽 저쪽 구석을 헤매고 있든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파티고어들은 매번 파티에서 파티 스캐쳐스, 파티 하이에나가 되어 간다. 용기 내어 찾아본 파티에선 이방인이 되고, 그들은 매정한 주인일 뿐이다. 어떤 DJ가 한국을 찾아 프로그레시브한 장르를 소개하든 얼마나 비싼 DJ이든 우리의 파티고어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과연 누가 이 거품을 뺄 것인가. 환락의 섬, 파티의 오리지널 신, 스페인 이비자(Ibiza islands)에서 일몰을 보며 춤을 추는 선셋요트파티가 유명하다고 우리도 한강에 요트를 띄워놓고 노을을 바라보며 춤을 추는 선셋 유람선 파티를 할 것인가? 어떤 좋은 문화라도 우리식으로 소화해내는 그런 필터링. 그런 대담한 발상을 가진 파티 문화가 필요하다. 스스로도 무슨 음악인지 알 수 없는 음악을 틀던 1세대 DJ들은 가고 매력적이고 모던한 하우스를 선보이는 DJ 반디나 DJ 디코드 등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파티컬처는 계속해서 진화한다. 하지만 이것이 허식으로 가득찬 이국적인 문화가 될 것인지, 내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우리만의 파티 문화로 정착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단지 우리 파티고어들이 보다 깐깐하게 파티를 따지고, 찾아 다닐 수 있다면, 이것은'No'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자세만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다른 이들을 지켜보거나,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 하이에나가 될 필요가 없다. 파티의 정복자, 파티 라이온이 되는 것. 이것은 당신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