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영인지맥(靈仁枝脈)은 금북정맥 성거산(5791.1m) 인근 삼수봉(395m)에서 서쪽으로 분기하여 경부고속도로와 1번 국도를 건너 노태산(141.2m)과 천안 3/4 공단을 지나 아산땅으로 들어선 후에는 용와산(238.6m), 연암산(292.7m), 둔덕산(226.3m), 국사봉(222.8m), 금산(251m), 영인산(263.5m)과 입암산(207.4m)을 지나 아산방조제 부근의 서해바다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44.8km의 산줄기를 말한다. 영인지맥 북쪽의 물줄기는 안성천으로 흘러가고 남쪽의 물줄기는 곡교천으로 흘러들어 삽교천에 합류한 다음 서해로 흘러간다
장령지맥을 마치고 10월 첫째 주에는 쉬는 날이 많이 하루걸러 영인지맥 모두를 마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10월 3일 비가 오면서 하루 미뤄지더니 결국 두 번에 나눠서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마도 마무리는 10월 중순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영인지맥은 중간에 도심을 가로질러 가게 된다. 시간을 단축하려면 도심을 가로질러 갈 때가 가장 좋다. 달리기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달리기 연습을 대체할 수도 있고, 시간절약도 되니 내 입장에서는 어떻게 가든 상관없다. 다만 들머리와 날머리가 무척 불편한 점은 감수해야 한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분기점(삼수봉)-망향봉-국사봉-노태산-미륵산-연암산-둔덕산-어르목고개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34.8km(실제거리 29km, 접속 3.3km / 헛발품 및 우회 2.5km)
- 산행일시 : 2024년 10월 6일(수) 07:30~16:50 (9시간 20분)
★ 흔적들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한 곳을 찾다가 발견한 산줄기가 영인지맥이다. 아침 첫 버스와 첫 무궁화 기차로 천안역에 도착하자 7시다. 각원사 가는 버스를 찾아 한번 환승하고 각원사 회차지에 내리자 7시 25분이다.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준비를 마치고 각원사로 향했다. 각원사에는 유명한 청동아미타불상이 있다. 청동으로 만든 높이 15m, 둘레 30m, 무게 60톤에 이르는 거대한 아미타불상으로 1977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미타불상에서 합장배례하고 성거산으로 향했다.
8시 4분 금북정맥 마루금에 안착했다. 2008년 7월 24일 성거산에서 이 곳을 지나갔다. 몹시 더운 날이었고, 열사병 걸리기 직전 교보생명 연수원으로 탈출했었다.
8시 30분 영인지맥 분기점에 섰다. 금북정맥과 이별하고 천안시를 관통하는 새로운 산줄기를 영접해야 하는 시간이다. 삼수봉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굳이 이름을 써 붙이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당연히 물은 세 갈래로 나눠지겠지.
길은 무척 편하고 긴 내리막길이 계속되어 트레일러닝 모드로 바꿨다. 8시 55분 실제 산 이름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망향봉이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는 봉우리를 넘어섰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내려서자 고목이 있는 고개에 이어 잠깐 오르더니 단국대 천안캠퍼스를 옆에 두고 경부고속도로가 위로 관통하는 망향로에 도착했다. 국도라 고속으로 지나치는 자동차가 많지만 신호대기 중일 때 차로를 건너 숲길로 들어갔다(09:24). 길은 계속하여 큰매산(국사봉)으로 가는 길로 이어지면서 산책하는 주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사봉은 어딘지도 모르게 지나쳤다.
10시 정각, 도로에 내려선 후에는 정확하게 마루금을 잇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마루금에 근접한 도로따라 신속하게 움직였다. 국도를 지나칠 때는 창피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시하고 갓길로 달려 국도를 빠져나왔다. 여러 번 횡단보도를 건너 길을 바꿔 10시 23분, 노태산 입구에 다다랐다. 노태산(141m)은 정원처럼 잘 꾸며놨다. 백두대간과 금북정맥, 그리고 지맥에 대한 설명이 안내판에 잘 설명하고 있다. 삼국시대 때 축조되었다는 노태산성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정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갖고 내려서자 이번에도 길게 도로를 따라 가게 되었다. 제4산업단지까지 진행한 다음 왼쪽으로 공장을 두고 야산을 오르려고 하니 지역주민이 등산로가 없다며 만류했다. 알아서 찾아가겠다면서 100여 미터를 오르자 사방이 그믈로 둘러쳐진 밭이 가로막았다. 어쩔 수 없이 밭을 넘어서자 사람 발길이 없어서인지 밤이 널브러져 있었다. 오늘은 밤을 줍지 않기로 했지만 그냥 갈 수가 없어 몇개를 주웠다. 그러다 보니 제법 묵직하다. 봉우리를 넘어서서 내려서자 이번에는 배과수원이다. 단감나무도 꽤 보였다. 단감이 먹음직스럽지만 건들지는 않았다.
624번 지방도 굴다리가 보이길래 통과한 후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숲길로 들어갔다. 지난번처럼 가족묘소가 보이길래 자리를 잡고 식사를 했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금세 기칠 기세는 아닌 듯했다. 나뭇잎이 비를 막아줄 동안에는 서둘러서 진행한 후 더 많이 오면 상황을 보면서 판단하기로 했다. 이런 경우에는 생각자체를 할 필요가 없다. 그냥 가다 보면 해법이 생긴다.
13시 정각 미륵산(185.7m)에 도착했다. 길이 좋아서 13시 27분에는 용와산(238.5m)에 이르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옷은 거의 젖지 않았다. 70번 지방도가 지나는 쌍룡리에서 중장비가 있는 공장을 오른쪽에 두고 잡풀을 헤치며 오르기 시작하자 바지가 젖어들었다.
트랙은 왼쪽 공장을 가로질러 가라고 하지만 갈 수가 없다.
14시 19분 연암산 동쪽 봉우리(275m)에 도착했다. 연암산은 정상 큰 바위에 제비가 집을 지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연암산은 정상이 두개로 이루어져 있고, 중간에 봉수대가 있다. 봉수대를 지나(14:27), 연암산 서쪽 봉우리(292.6m)에 도착한 후 정자에서 배낭정리를 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달리다 보면 허리띠가 느슨해지고 바지는 흘러내리기 일쑤다.
문제는 내려서면서 발생했다. 둔덕산으로 향하는 생태이동통로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영인지맥을 시작한지라 굴다리로 내려서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공장 안으로 들어간 후에는 43번 국도가 지나는 음봉산단교차로 밑을 통과했다. 국도가 평행하게 다시 올라갈 수 있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자 갈림길이 있었다. 둔덕산에 근접하여 갈 수 있는 오른쪽 길을 골랐다. 그러나 이것은 위험천만한 선택이 되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간 후 절개지 옹벽을 오른 후에는 다시 내려섰다가 한번 절개지 사면을 따라가야 했다. 다 올라서고 보니 왼쪽 길이 편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한심한 내 선택을 탓하며 내려서려고 할 때 아무도 지나간 곳이 아니어서인지 커다란 밤이 무더기로 뒹구는 것을 발견했다. 줍다 보니 배낭이 가득하다. 다시 비포장도로로 잠시 내려섰다가 사면을 치고 올라서자 이번에도 역시 밤이 지천으로 널렸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배낭을 꽉 채울 때까지 주워 넣었다.
마루금과 만난 후에는 길이 무척 편하다. 16시 30분 둔덕산(226.2m)에 다다른다. 만약 생태이동통로를 이용했으면 연암산에서 둔덕산까지는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1시간 이 더 소요되었다. 시간허비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아주 괜찮은 밤을 얻었으니 세상은 언제나 손해만 보는게 아닌가 보다. 둔덕산에는 형우형님이 살아계실 때 붙여놓은 3000산 오르기 시그널이 너덜거리고 있었다. 이 시그널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16시 50분 43번 국도가 지나는 어르목고개에 도착했다. 목적지를 정한 산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진행할 수도 있지만, 이 정도 거리만으로도 2구간을 널널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대중교통편을 확인해 보니 바로 밑 삼거리 정류장에서 20분 후 성환역행 시내버스가 도착하는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물이 없으니 씻을 수는 없어도 그 상태로 옷을 갈아입고 배낭을 정리하여 기다리고 있자 바로 버스가 들어왔다. 성환역에서 기차로 조치원역에 하차한 후 버스로 집에 도착하자 19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