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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대구 공방전] 10
S#1. 오피스텔 / (N3)
도진과 메리, 들어선다. 깜짝 놀라는 두 사람.
요리 가득한 테이블과 널브러져 자고 있는 대구와 소란. 딱 붙어서 자고 있다.
메리 ; .........(순간 실망)
도진 ; 이 사람들이.....
메리 ; .... 망측해. (고개 돌리는데)
도진 ; 일어나! 둘 다 일어나요! 기상!
대구와 소란 부스스 눈뜨고 일어난다. 서로 놀라 흡!
도진 ; 둘이 여기서 사귀는 것 까진 좋은데.... 그래도 좀 지킬껀 지켜가면서....
대구 ; 아니야 형. 먹다 지쳐서 잠깐 잠든 것 뿐이야. 그쵸 소란씨? 아무일도 없죠?
메리 ; 그런데 왜 둘이 같이 자고 있어요? 딱 붙어서.
소란 ; 저도 모르게 잠깐 졸았나봐요. 제가 요리를 좀 했는데.... 같이 드세요. 두 분.
도진 ; 헉! 이게 뭐야. (빈 아이스크림 케익통을 본다)
소란 ; 샴페인을 마셨더니 속에 좀 열이 나서요.....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이 있길래....
도진 ; 안에 있던 건 어딨어요.
소란 ; 안에 있던 거 라뇨?
도진 ; 내가 아이스크림 안에다 반지를 넣어놨는데.....
메리한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사랑을 고백할려구 넣어놓은 반지란 말입니다.
메리 ; ............
대구 ; 그럼 그 반지까지 소란씨가 다 먹어버렸단 말입니까.
소란 ; (기절 할 것 같다) 으.... 으..... 웩..... 웩......
S#2. 오피스텔 앞 / (N3)
도진과 메리, 뛰쳐나와 양쪽으로 갈라진다.
메리는 앞집으로
S#3. 동네약국 / (N3)
도진, 헐레벌떡 뛰어온다.
도진 : (헉헉) 토하는 약, 설사하는 약, 아무거나 나오게 하는 약 좀 주세요.
S#4. 오피스텔 / (N3)
소란에게 억지로 약을 먹이는 도진과 메리.
대구, 말리는 분위기.
대구 ; 너무 잔인하잖아!
도진 ; (요강 받아 바닥에 놓으며) 자, 어서 올라타요. 올라타고 힘줘.
소란 ; 당신 돌았어! 미친 거 아냐 당신! 우웩!
메리 ; .........수술해서 꺼내야 하는 거 아냐?
소란 ; 내가 무슨 황금알을 낳는 거위야? 반지 꺼낼려구 배를 가르게?
대구 ; 기다려보죠. 지가 어딜 가겠어요.
메리 ; 색깔은 좀 변해서 나오지 않을까요?
도진 ; 그거 엄청 비싼건데. 내 한달치 월급보다 비싼 거란 말야.
메리 ; 진짜야? (소란 등을 팡팡치며) 토해요, 당장 토해! 왜 이렇게 안나오지?
미지근한 소금물 좀 마실래요? 그거 마시면 직빵 토하는데.
소란 ; 우웩! (엎어져서 방바닥을 펑펑 친다) 아... 답답해.....
대구 ; (메리가 반지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시간가면 나올 꺼 그냥 둬요.
메리 ; 안돼! 비싼 거라잖아. 당장 꺼내야 돼. 도진아, 대구씨. 우리 듭시다.
대구 ; 놔 두라니까!
메리, 도진 달려들어 다리를 잡고 소란을 거꾸로 드는데서...........
S#5. 오피스텔 / 밤
소란의 등을 치고, 못살게 구는 메리와 도진.
소란 ; 으웩!. . . .으. . . .
도진 ; (같이 넘어오려는) 어으..... 욱.....
메리 ; 쫌 만 더 힘 줘 봐요, 힘 줘!
대구 ; 아, 그만 해요. 사람 죽겠네.
메리 ; 힘 줘! 힘! 나올 때 됐어. 하나 둘 셋, (토하는 시늉) 욱!
소란 ; (확 밀쳐내며 소리 바락) 놔! 내가 지금 애 낳니!
메리 ; 당신이 지금 반지를 잉태하고 있잖아.
소란 ; 놔! 나 집에 갈꺼야.
도진 ; 반지는 주고 가야죠.
소란 ; 갖다 주면 될 꺼 아니예요. 누가 반지를 아이스크림 속에 쳐박아 놓으래요? 저리 비켜!
소란, 신경질 내며 나간다. 문 쾅 닫고.
메리 ; (질투심에) 안 모셔다 드리나? 동침까지 한 사인데.
대구 ; 동침은 무슨 동침!
메리 ; 같이 자는 거 다 봤구만!
대구 ; 누가 뭘 같이 잤다는거야!
대구, 화를 벌컥 낸다. 분위기 싸아....해지면서 세 사람 잠시 침묵.....
메리 ; . . . . 도진아, 나도 갈께!
도진 ; 메리야, 오늘 미안하다. . .
메리 ; 괜찮아.... 니가 이소란씨 먹으라고 반지를 냉장고에 둔 것도 아니고.... 할 수 없지 뭐.
대구 ; 결과적으론 도진이 형이 반지를 소란씨한테 준 셈이 됐네. 하하...
메리 ; 신났네! 나 간다.
메리, 현관으로 나가다가 다시 들어온다.
메리 ; 이거 두 사람이 다 못 먹지?
S#6. 담쟁이골목 / 밤
까만 비닐봉지를 든 메리, 걸어간다. 뒤에서 휘파람 소리 들린다.
돌아보면 대구, 하와이안 티셔츠에 편한 바지로 갈아입고 털레털레 딴 데 보며 걸어오고 있다.
(대구는 메리에게 소란과 잠들어 있는 걸 보인 것도 편치 않고 메리가 도진에게 반지를 받을 뻔한 해프닝도 신경 쓰이고....
메리랑 좀 더 있을 속셈에....)
메리 ; .......... 왜 따라 와.
대구 ; 따라가긴 누가 따라가요?
메리 ; 그 티셔츠 좀 입지말래요? 싼 티 나, 진짜.
대구 ; 옛 남친한테 아직도 미련이 있나. 반팔 옷 제대로 된 게 이거 하나 밖에 없시다.
메리 ; .........(걷다가 돌아본다) 따라 오는 거 맞네.
대구 ; 약국 가는 거요, 약국.
메리 ; 약국은 왜?
대구 ; 많이 먹고 바로 자서 속이 더부룩해요.
메리 ; 손 한방 따면 나을 껄 약을 왜 사먹어.
대구 ; 따 줄래요?
메리 ; 인건비 비싸요.
대구 ; 얼만데?
S#7. 통닭집 / 밤
맥주잔 두 개 놓여있다. 하나는 거의 다 비고, 하나는 그대로.
대구의 엄지손가락에 실을 칭칭 묶는 변강미.
메리, 커다란 바늘로 머리를 한번 득득 긁는다.
대구 ; 드럽게 왜 그걸루 머리는 긁어!
메리 ; 할머니들 하는 거 못 봤어요? 이래야 안 아퍼.
대구 ; 따슈! (고개 돌린다)
강미 ; 한 번에 푹 찔러야 안 아퍼. 푹 들어가. 푹!
대구 ; 사장님........
강미 ; 알았어, 서비스 갖다 줄게. (가고)
메리 ; .........갑니다아....(바늘 들고 조준 하듯이)
대구 ; ......(고개 돌린 채 눈 감고)............아!
메리 ; 가까이 가지도 않았수.
대구 ; 빨리 해요. 심장 떨려 죽겠네.
메리 ; 하나 둘 셋.... 둘 둘 셋....
대구 ; 뭐야! 왜 변죽만 울려.
메리 ; (푹 찌른다) !
대구 ; (벌떡 일어서며) 으악! (손 털며) 아흐..... 아흐..........
강미, 손가락에 낄 수 있게 굵은 반지처럼 생긴
추억의 불량식품(엿장수 아저씨들이 많이 갖고 다니던 것)한 접시를 갖다놓고 간다.
(이 과자가 없으면 꼬깔콘이나 짱구도 괜찮고)
강미 ; 호 해줄까? 누가 우리 대구씨를 아프게 했쩌여....호.......
메리 ; (강미를 다른 곳으로 인도하며) 다 큰 사람이 엄살은........
대구 ; 일부러 아프게 찔렀죠? 이거 감정을 실어서 찔렀어.
무림의 고수들은 예민해서 다 압니다. 바늘이 날아오는 속도가 확실히 달랐어!
메리 ; 따 달랄 땐 언제고 딴 소리야.
(메리와 대구, 질투와 애정 뒤섞여 공방전 또 시작되는...)
대구 ; 이 여자가 진짜... 반지에 환장해서 사람을 거꾸로 들더니 이제 나까지 잡어?
메리 ; 그러는 당신은! 그 여자랑 딱 붙어서 자고 있대?
대구 ;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는 무게감이라도 있지. 선도진의 14K에 팔랑대는 꼴이라니!
메리 ; 14K 아냐! 백금이라잖아, 백금. 플래티넘.
대구 ; 여자들은 다 똑같아.
메리 ; 동침을 했으니 책임을 져야지?
대구 ; 질투하지?
메리 ; 웃기시네.
대구 ; 질투하는 거 다 보여. 넌 정말 귀여워, 메리!
메리 ; 그대를 반지 원정대로 임명합니다. 어여 가서 반지 찾아와.
대구 ; 반지 여깄다, 자! 자!
대구, 메리의 손을 잡아다 열손가락에 과자를 다 끼워 놓는다.
대구가 끼워놓으면 메리가 먹고, 또 끼워놓고.....
소란(E) ; 으웩.....
S#8. 소란 방 / 밤
얼굴에 땀이 번들..... 열심히 토하고 있는 소란.
아이를 낳듯 수건을 한 손으로 꽉 잡고
소란 ; . . .난 할 수 있어.... 난 할 수 있어.... 우웨...........웨에에액......
'땡그랑‘ 하고 반지 떨어지는 소리.
소란 ; (눈이 반짝, 순산의 기쁨) 아!
S#9. 통닭집 / 밤
손가락에 칭칭 휴지를 감은 대구. 빈 잔 테이블에 여러 개.
메리는 한 손으로 얼굴 괴고 가물가물....
대구 ; ........(반지과자 손가락에 끼어 먹으며) 예전엔 댁만 보면 미친 듯이 영감이 떠올랐는데....
요즘은 영감이 통.... 안 떠올라....
메리 ; 독침에 손가락 찔린 거 쓰면 되잖아.
대구 ; 그렇지! 펜, 볼펜..... (하며 두리번 일어서는데)
강미, 메모지와 볼펜이 잔뜩 꽂힌 연필꽂이 통을 내민다.
강미 ; 대구씨, 나 밖에 없지?
대구 ; 최고십니다.
강미 ; (속삭이는) 오늘 집에 가지 마.
대구 ; 헉!
메리 ; (남아있던 맥주 꼴깍 마시고) 사장님, 5백 한잔 더!
강미 ; 분위기 좋을 때 꼭.... (궁시렁..... 잔 들고 간다)
메리 ; 안젤리나랑 졸리는 인천에 사는 고모집에 보낼까 해요. 그 집이 마당이 좀 넓거든. 새끼 이름도 정했어요. 브래드.
대구 ; 아! 투견신공. 스승을 배반하고 목소리를 잃은 백발광녀는 호랑이 굴에서 자란 개 두 마리를 훈련시켜
엄청난 괴물로 만든다. 그래서 스승을 치러간다.
메리 ; 하지만 스승은 개 사랑협회 남산지부장이라 개들을 순화시켜서 애견센터로 보낸다.
대구 ; (머리를 벅벅) 아.... 영감이 폭풍처럼 밀려온다.... (메리를 덥썩 안으며) 메리씨! 고마워요, 당신은 정말 보물이야!
(볼에 뽀뽀 쪽!)
메리 ; ......... (찌릿)..........
대구 ; (메모지에 신나서 열심히 적는다)
메리, 대구를 바라본다..... 미소.
메리 ; ....강대구리! 작가로 꼭 성공했음 좋겠다.
대구 ; .....(메모하다 구기고 막 쓰고.... 오바하면서...)
강미, 가게 한 쪽에서 푸쉬업 하고 있다. 대구 쪽을 쳐다보며....
맥주잔 놓고 눈 가물가물하다가 테이블에 퍽 쓰러지는 메리.
대구, 메모지에 막 적다가
대구 ; .........이봐요! 술 취한 척 안해두 돼. 오늘은 내가 사는 거야.
메리 ; (zzzzzzzzzz)
S#10. 동네 / 밤
동네 일각. 대구, 메리를 업고 걸어간다.
메리, 잠들어 있다. (메리는 일부러 뻗은 척.... 왜 일까.... 대구한테 업히고 싶어)
대구, 메리를 업고 손가락에 음식이 담긴 검정 비닐봉지를 들었다.
대구 ; 역시 피자 한판을 다 먹는 분이라..... 엄청 무겁네.
메리 ; ..............
대구 ; 술도 쎈 분이 오늘은 웬일이래. .
메리 ; (실눈 살짝 떠 본다. 다시 감고)
대구 ; 나한테 업히고 싶어서 일부러 뻗은 척 하는 거 아냐?
메리 ; ........(어떻게 알았지.... 싶은 표정....눈 떴다 감는다)
대구 ; . . . . .먼 데로 돌아간다. . . (방향틀어 걷는)
메리 ; ............
대구 ; ...... 반지 사 주는 사람, 아직 한 명도 없었어요?
메리 ; ...........
대구 ; 너무 좋아하더라 아까.... 아닌가? 처음엔 덤덤하더니 비싼거란 소리 듣고 그 때부터 날뛰더만.....
쯔쯔... 없이 사는 게 죄다.
메리 ; (눈 뜨고 입 모양으로 이게 죽을라구..... )
대구 ; 황메리.........
메리 ; ...........
대구 ; 내가 반지 사주면 끼고 다닐래?
메리 ; ..............!!
대구 ; 나 요즘.... 당신이 너무 이뻐 보여.....
메리 ; (떨리는 듯 눈을 더 꼭 감는다)
대구 ; 내가 눈이 많이 낮아졌나봐... (큭큭 웃는)
메리 ; .............
메리 업은 대구, 걸어간다. 멀어져 간다.
S#11. 공 원 / 아침
줄넘기 들고 쌩쌩하게 밝은 얼굴로 달려오는 메리. 공원 한 곳에 서서 줄넘기 한다.
줄넘기는 건성, 이리저리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는 시선.
대구, 저만치에서 뛰어온다.
메리 ; (미소가 번지는..... 얼른 표정 수습하고 운동하는 척)
대구 ; 어이! 속 괜찮아요?
메리 ; 괜찮아요. 그 쪽은?
대구 ; 아직도 손가락이 얼얼해.
메리 ; 체한 거 내려갔음 그만이지.
대구 ; 보기보다 엄청 무겁두만. 무릎이 다 나갔네.
메리 ; 샴푸 어떤 거 써요?
대구 ; 나는 친환경 빨래비누로 머리 감는데...
메리 ; 어제....... 업혀있는 데 좋은 향이 나더라구....
대구 ; 안 잤어요?
메리 ; (뜨끔) ! 안 자긴..... 비몽사몽간에두 좋은 향이 나더라구. 댁의 사자머리에서....
대구 ; ........(메리의 줄넘기를 뺏는다. 줄로 메리를 체포하듯 포박하며) 그래서?
메리 ; .........그래선 뭐가 그래서야....지저분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깨끗하네... 뭐 그랬다구....
대구 ; 내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구나.... 맞지?
메리 ; .............
대구, 메리........ 잠시 마주본다.......
좋아한단 고백이 서로 터져 나올 것 같은 순간이 살얼음처럼 잡히는데.....
소란(E) ; 굿 모닝! 에브리 원!
소란, 멋진 운동복 차림으로 나타난다.
메리, 인상을 팍 쓰는.
메리 ;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웬일이예요?
소란 ; 대구씨랑 아침운동 같이 하기로 했거든요.
메리 ; .............
대구 ; 언제요?
소란 ; 어제 우리 잘 때요. 그 때 얘기했는데.... 까먹으셨구나.
대구 ; ........기억이.. 안 나는데....
소란 ;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내민다) 자요!
메리 ; .........벌써..... 나왔어요? (선뜻 집기 찝찝한)..... 변비는 아닌가 보네.
소란 ; 어젯 밤에 웩 토해냈어요.. 안 받구 뭘해요. (메리 손을 잡아 반지를 끼워놓는다)
메리 ; ..............
소란 ; 대구씨, (메리 손잡아 보이며) 너무 이쁘죠? 너무 잘 어울려요 메리씨....
음.... 선도진 선생...... 평소에 메리씨 손가락을 유심히 만져 보고 사이즈를 재가셨나 부네....
메리 ; 운동 왔음 운동이나 해요.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메리, 옆으로 떨어져 서서 줄넘기 한다.
소란 ; 대구씨, 아빠가 오늘은 조찬 모임이 있다구 점심을 같이 하재요. 근사한 호텔 일식당에서.
대구 ; (메리가 신경쓰이고) . . . 네에......
소란 ; 일식당 싫으세요?
대구 ; 아뇨... 좋습니다.
소란 ; 요즘 찰지고 쫄깃한 농어회가 제 맛이래요. 성게알 비빔밥도 죽이구요.
대구 ; . . . (군침도는)....... 그래요?
소란 ; 탕은 시원하게 대구탕을 먹죠 뭐. 호호호, 나의 유머!
메리 ; ..........(열심히 줄넘기 하는 척.... 하다가 자꾸만 걸린다)
소란 ; 집이나 천고마비에서 글 쓰시기 힘들면 저희 오피스텔에 와서 쓰세요.
대구 ; 전 익숙한 곳에서 써야 글이 잘 나옵니다.
소란 ; 책 나오면 스페인으로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는데요, 그 때 대구씨도 같이 가자고 하시네요.
메리 ; ...................
대구 ; 아닙니다, 전 여권도 없습니다.
소란 ; 여권이야 만들면 되구요..... 아빠의 인생을 기록하는 작가신데.... 저희한텐 가족만큼 소중한 분이세요, 대구씨는.
대구 ; 소중하긴요...... (메리에게) 황메리씨, 쌕쌕이 할 줄 알아요?
메리 ; 잘 들 노슈! 난 출근하러 갑니다. (메리, 뛰어간다)
소란 ; 대구씨, 우리도 출근하러 가요.
소란, 대구를 끌고 간다.
메리, 가다가 돌아보면 소란과 대구 멀어지고 있다.
메리, 줄넘기를 채찍처럼 쓰레기통을 때린다.
메리 ; 에잇! (짝) 에잇! (짝) 쫄깃한 농어회가 그리 좋더냐! 나도 월급 나오면 수산시장 가서 회 떠 줄 수 있어.
어젯밤에 날 좋아한다고 말해 놓고, 아침에 변심을 해? 에잇 못난 놈!
풍운 ; 메리가 더 못났다.
메리 ; 흣! 깜짝이야!
메리, 돌아보면 풍운 아령 들고 서 있다.
풍운 ; 니가 더 못났어. 뛰어가서 말해 좋아한다고.
메리 ; 왜 남의 말은 엿듣고 그러세요!
풍운 ; 인생이 기니? 기회가 자주 와? 얼른 가서 말해. 사랑한다고.
메리 ; 인생은 길어요. 기회도 자주 올껄요.
풍운 ; 살아 봐라. 바보야. (가고)
메리 ; (열 받아) 이상한 아저씨야 진짜!
풍운 ; (뒤 돌아 버럭) 메리가 내 딸 같아서 하는 소리야!
메리 ; (귀 막으며) 그만! 그만! 감당할 수 없는 말은 하지 마세요.
메리, 귀 막고 도리질하며 뛰어가다 나무에 꽈당! 뻗는다.
S#11. 수퍼 앞 / 낮
빗자루로 청소하는 메리. 화 나있다. 거칠게 비질을 한다.
황재, 나오다 날아온 빵봉지를 맞고
황재 ; 메리 메리! 왜 이래! 왜 이래 진짜!
메리 ; 청소 하잖아요.
황재 ; 빗자루질 하나에도 그 사람이 보여요. 메리는 지금 불행해. 상처받았어.
메리 ; 상처는 내가 무슨 상처를 받아요. 비키세요. 거기 쓸어야 돼요.
황재 ; 내가 맛있는 김밥 사줄게, 마음 풀어요 메리씨.
메리 ; 신분의 차이를 여기서도 느껴야 됩니까. 김밥 싫어요 생선초밥이랑 대구탕 사 주세요.
S#12. 일식당 / 낮
먹음직한 생선초밥 접시 놓여있다.
세도, 눈을 내리깔고 이야기를 해준다.
대구, 열심히 먹느라 메모장과 펜 옆에 팽개친 채 세도 얘기는 건성으로 듣고 있다.
소란은 옆에서 대구에게 와사비와 기타등등 챙겨주고 있다.
세도 ; 그래서 온 식구가 또 한 번 추운 겨울에 이사를 가게 됐어...
대구 ; (열심히 먹으며 건성으로) 예에....
세도 ; 일곱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살림을 꾸리시던 어머니도 내가 열 다섯 되던 해에 돌아가셨지.
대구 ; ........(먹던 걸 멈추고.... 동병상련으로 찡....) 펜... 볼펜....
소란 ; (옆에서 볼펜 집어준다)
세도 ; 한 살 위의 누님마저 폐렴이 악화돼서 그 해 겨울에.... (눈물 훔쳐내는)
그래서 우리 부모님이랑 누님은 다 젊고 어린 모습으로만 내 기억에 남아있어....
대구 ; . . .(콧등 짠해지며).... 그 때 부터 혼자 어떻게 살아오신 겁니까?
세도 ; 중국집 배달부터 안 해본 게 없지. 자살을 생각할만큼 힘들었어.
소란 ; 정말 아빠 자서전을 읽으면 많은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것 같아요. 대구씨, 잘 부탁드립니다.
세도 ; 그렇게 갖은 고생을 하다가 한 서커스단과 인연이 돼서 거기 총무 일을 맡아보게 됐는데....
대구 ; 서커스단이요?
세도 ; 응...... 그건 자세히 밝히지 말고 가세나. 그냥 지방을 도는 극단이라고만 써주면 좋겠어.
대구 ; 그러시죠. (메모한다. 지방 극단)
세도 ; 그 때 극단에 스타같은 녀석이 있었어.... 그 놈은 아주 악질이었지. 거들먹거리고 모든 공연 수익금을 가로채고
단원들을 함부로 대했어. 여자관계도 복잡하고.... 그 놈이 울린 여자가 한 둘이 아니었지.
소란 ; (감정이입) 나쁜 놈 나쁜 놈.
세도 ; 그러던 어느 날 공연 중 사고가 나고 극장에 큰 불까지 났어..... 그 놈은 죽고 모두 뿔뿔이 흩어졌지.
소란 ; 벌 받았네요, 고거 쌤통이다.
대구 ; 그 사람 이름은 밝히지 말까요?
세도 ; .......밝혀도 좋아, 희대의 사기꾼 리키 박이라고 하네.
대구 ; (메모한다. 리키 박 나쁜 놈 사기꾼).... 참, 회장님 요전 날 남산 공원 쪽에서 돌팔이 도사 한 사람이랑 만나셨었죠?
세도 ; 자네가 그걸 어떻게....
대구 ; 우연히 지나다 봤습니다. 그 사람은 왜 만나셨어요?
세도 ; .......뭐 점을 잘 본다는 소문이 있길래....
소란 ; 저도 엄마랑 한번 갔었는데 잘 맞추더라구요.
대구 ; 그 사람 사기꾼입니다. 다신 만나지 마세요.
세도 ; 자넨 그 작자를 어떻게 아나?
대구 ; 예전에 우연히 알았는데요.... 아주 저질 사기꾼이예요. 이 동네에 꼭 만날 사람이 있어서 왔다고 하던데....
크게 사기 칠 준비를 한 것 같더라구요... 회장님도 조심하십시오.
S#13. 수 퍼 / 낮
동파, 들어온다. 거들먹 거리며 인사하는
동파 ; 안녕, 메리! 내 예술적 동지 메리!
메리 ; (싸늘) 누구세요?
동파 ; 얌마! 화 풀어. 친구끼리 그게 뭐냐.
메리, 파리채로 책상을 탕 내리치며
메리 ; 나가! (칠 기세로 다가가며) 안 나가?
동파 ; (후다닥 나간다)
메리 ; 벼룩도 낯짝이 있지. 너 여기 금 넘어오면 죽는 줄 알어!
동파 ; 그래서 온거야. 친구야.
메리 ; (파리채로 등을 탁탁 때리며) 친구? 너 지금 날 친구라고 했니? 사기쳐서 개 팔고, 오디션도 떨어지게 하고!
동파 ; (소리를 버럭) 야!
메리 ; 이게!
동파 ; (품 안에서 백 만원짜리 돈 다발을 두 권 꺼내 책상에 팡, 팡 놓는다) 가져!
메리 ; .........
동파 ; 2백만원이다. 가져라.
메리 ; (전화를 든다) 신고 해야돼.
동파 ; (전화기 뺏으며) 내가 니 공연 스케줄 잡아왔어! 너 드디어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구!
메리 ; ??
S#14. 연극부실 / 아침
도진, 책 보고 있다. 노크 소리나고 소란 들어온다.
소란 ; 굿 모닝.........
도진 ; 여긴 어인 일로....
소란 ; 대구씨랑 제 동생 경호를 하고 있거든요. 매일 같이 등하교를 함께하고 있죠.
도진 ; 어떻게..... 반지는 순산하셨습니까.
소란 ; 메리씨 손에 끼워주고 왔지요.
도진 ; 벌써요?
소란 ; (도진에게 바짝 다가서) 선도진 선생님.....
도진 ; .............
소란 ; 우리 동맹을 맺어요.
도진 ; 어떤 동맹 말입니까?
소란 ; 제가 메리씨랑 잘되도록 밀어 드릴테니까 대구씨랑 내가 잘되도록 밀어주세요.
도진 ; 사람 감정이 때도 아니고..... 옆에서 민다고 되는 일입니까?
소란 ; 황메리가 강대구 선도진을 놓고 미묘한 줄타기를 하는 거 못 느끼시나부죠.
좋아요. 여자 친구의 양다리쇼를 그럼 계속 관람하시던가.
도진 ; (소란의 팔을 잡으며) 앞으로 친하게 지냅시다.
소란 ; 얼만큼?
도진 ; (어깨동무하며) 이만큼.
소란과 도진, 하이파이브!
S#15. 백화점 / 낮
즐거운 표정으로 쇼핑하는 메리. 화장품, 구두, 열심히 신어보고 발라보고..... 스카프를 고르는 메리.
메리 ; 엄마가 하실 꺼 찾는데요....
남성용 도리우찌를 고르는 메리. 일본 순사처럼 쓰고 표정 지어본다.
메리 ; 아빠 선물 찾고 있는데요...
태어나 처음으로 값 비싼 부모님 선물을 산 메리, 춤을 추듯 백화점을 돌아다닌다. 혼자 흥에 겨워 빙글 돌기도 하고...
거만한 발걸음으로 은자네 부띠끄에 들어가는 메리.
메리 ; 아..... 뭐 괜찮은 디자인 없나요......
은자 ; 나가!
메리 ; 딴 데 가서 산다 그럼. (두툼한 지갑을 꺼내 흔들어 보이며 나가는데)
은자 ; (붙잡으며) 고객님, 사랑합니다.
메리, 예쁜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선다. 낡은 운동화.
메리, 쇼핑백에서 새 구두를 꺼내 신는다. 완벽한 코디, 딴 사람 같은 메리의 모습.
메리 ; 예전엔 미쳐 몰랐었어... 내가 이렇게 이뻤는지....
은자 ; 정말 이제 니가 무대에 서는거야? 와.... 세상에 기적이 있긴 있구나...
메리 ; (미모에 심취) 이젠 소피마르소를 뛰어넘었어.
은자 ; 지불은 현금으로 하시겠습니까? 82만원입니다, 고객님.
메리 ; 너무 비싸요. 할인 매장가서 살래요. 실례! (탈의실로 쏙)
은자 ; 야!
백화점 일각. 쇼핑백을 주렁주렁 든 메리, 걸어 나오는 데 문득
대구(E) ; 자기야!
둘러본다. 대구, 보이지 않는다.
다시 팔랑팔랑 발걸음 옮기는데
대구(E) ; 황메리!
플래쉬 백 ---
8부 아파트 복도의 대구.
대구 ; 난생 처음 목돈이 생겼는데 댁이 있는 수퍼에 가서 제일 처음 썼어.
메리, 걸어오다 발걸음이 느려진다. 뒷걸음질 하는 메리.
다시 씩씩하게 걸어가다 뒷걸음질로 오는 메리....
백화점 내 남성 캐주얼 의류코너. 반팔 티셔츠와 츄리닝을 뒤적 거리는 메리.
점원 ; 남자 친구 선물 고르세요?
메리 ; ......... (말없이 미소). . . .이거 이쁘네요...
메리, 예쁜 색깔 티셔츠를 고른다. 예쁜 모자도 하나 고르고.
S#16. 메리네 동네 / 낮
메리, 신나서 걸어온다. 쇼핑백을 빙빙 돌리고.....
메리 ; 아.. 행복해~~ 이것이 진정 성공의 단맛이란 말인가?!
뛰어가는 메리.
S#17. 패밀리 레스토랑 / 밤
메리 ; 제 축하파티에 와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제가 한달간에 걸친 지방공연을 떠납니다.
일동 ; 우와.....
메리 ; 명곡들을 모아 부르는 일종의 갈라 콘서튼데요.... 정식 뮤지컬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대경험을 쌓는 데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요. 드디어 제가 꿈을 이뤘습니다!
일동 ; (박수)
소란 ; 진짜 이참에 메리씨 꿈 좀 이뤄줄까. 아빠한테 부탁해서 뮤지컬 출연 자리 한번 부탁해 볼까요.
메리 ; 이봐요! 내 힘으로 할 수 있어. 평생 부모한테 기대 사는 댁이랑은 다르죠.
소란 ; 부모 복 있는 것도 죈가.
대구 ; 일요일쯤 다 같이 황메리 공연 보러갈까요? 노래를 제대로 하긴 하는지 궁금해.
메리 ; 굿! 나의 화려한 카리스마, 보여주고 말겠어!
대구 : 나 하나 더 시켜도 되죠? 돈 좀 벌었는데 써!
메리 : 오늘만큼은 마음대로 드세요. 특히 음료는 마음대로 리필이라는거 참고하세요!
화장실에서 나오는 대구
두 사람 화장실로 가자 메리, 가방에서 선물봉투를 꺼낸다.
대구 : 아... 다시 시작해 볼까?
메리 화장실 앞에서 대구 기다리고 있다가
메리 ; 선물이예요.
대구 ; 뭔 선물?
메리 ; 댁도 돈 벌었을 때 우리 수퍼 와서 사줬잖아. 그거 갚는거야. 난 빚지고 못사는 성격이거든. 다른 이유는 정말 없어.
대구 ; . . . . 설명이 기니까 수상해.
메리 ; 빨리 넣어요! 집에 가서 봐! (가면)
대구 ; 집에가서 보긴! 궁금한데!!
소란과 도진 대화중이다.
소란 ; 그러니깐 이 둘을 갈라놔야 한다 이말이죠
도진 ; 둘을 원수지간으로 만듭시다
소란,도진 ; 좋은생각!
메리, 걸어온다.
소란, 도진 당황하며 수습하고
메리 ; 뭐가 그렇게 즐거워요?
소란 ; .........어머, 메리씨... 촌스럽지만 예쁘네요. 도진씨랑 진짜 잘 어울려요, 오늘.
메리 ; 고마워요!
소란 ; 근데 내가 아침에 껴준 반지는 어쨋어요?
메리 ; 아 맞다! 아침에 손 씻고 로션바르고 책상위에 놓고 왔네.. 미안해 도진아...
도진 ; !!!! 괜찮아... 끼고 싶을때만 껴... 반지가 아직 너한테 익숙치 않나부다...
소란 ; 도진씨가 싫어요?
메리 ; 싫긴 왜 싫어? 당신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데요!
소란 ; 내가 꼭 내 입으로 말을 해야 하나?
카운터로 오는 메리. 도진, 따라온다.
도진 ; (지갑 꺼내며) 오늘 너무 많이 먹었어. 같이 내자.
메리 ; 무슨 소리! 오늘은 내가 쏜다.
대구 ; (메리 귀를 끌어다) 나중에 피 토하면서 울지 말고 같이 내.
메리 ; 놔! 나도 저 여자 앞에서 한번 돈 써보고 싶어!
메리, 가방에서 쿠폰들을 왕창 꺼낸다.
메리 ; 이건 음료 무료쿠폰이구요,,.. 이건 50% 할인 쿠폰....인데 목요일은 추가 5퍼센트 더 해준다고 써 있네요.
감사합니다.
도진 ; 역시 메리는 일등 신부감이야.
소란 ; (대구보며) 나도 이런 거 집에 많이 모아놨는데...
메리 ; 가자! 나 오늘 공연 준비하러 가야해!
S#18. 오피스텔 / 밤
새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노트북에 글 쓰는 대구. 글 쓰다말고 티셔츠를 만져본다.
대구 ; 음........이거야말로 몸에 쩍쩍 달라 붙는구만.... 영감도 팍팍 떠오르네.......
이웃집 메리....나에게 영감도 주고 옷도 주고....
블라인드 넘어 도진의 방. 도진, 통화중이다.
도진 ; 메리야.....정말 내가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것 처럼 기쁘다. 너 공연 하는 동안 주말마다 내려갈게.
메리(F) ; 고마워....
S#19. 메리 방 / 밤
커다란 가방에 짐 챙기는 메리.
메리 ; 오늘 밤은 나도 십 몇 년 만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꺼 같아. 마음이 너무 가볍고 좋다.....
도진 ; 떨리진 않니?
메리 ; 떨리는데 기분 좋게 떨려..... 이런 느낌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중학교 때 반에서 3등 해본 이후로 처음 같아.
도진 ; 오늘 너무 과하게 쓴 거 아냐?
메리 ; 에이.... 이 정도 쯤이야.... 열심히 하다보면 출연료도 팍팍 올라갈거야. 히히.
도진 ; 가서 잘해. 매일 마음 속으로 응원할게.
메리 ; 그래, 그럼 잘 자구.
도진 ; 그래 너도 잘자.
메리 ; (아쉬운) 강대구랑 지금 니 옆에 있니?
도진 ; (블라인드 넘겨다 본다. 대구, 글쓰고 있다) 응.... 대구는 지금 소란씨랑 통화하는 것 같은데....
뭐가 재밌는 지 막 낄낄댄다 야.
메리 ; ..... 그렇구나.... 도진아 그럼 잘자구 주말에 공연 보러와, 연락할께!
메리, 전화 끊는다. 가방에 옷 챙기다가 갑자기 열 받는지 화를 버럭
메리 ; 아니 선물을 받았으면 고맙다던가 잘 맞는다던가 말이 있어야 될 꺼 아냐..... 강대구 나쁜 놈.
메리, 가방 문을 닫고 책상을 정리한다.
책상에 놓여있는 반지. 집어 들어서 본다.
메리 ; ..............
서랍에 반지를 잘 넣어놓는 메리.
S#20. 수퍼 앞 / 아침
흥겨운 행진곡 흐른다.
“축! 황메리 뮤지컬 데뷔” “황제수퍼가 낳은 스타 황메리” 플래카드 펄럭거린다.
손 흔드는 황재와 옆에 삐딱하게 서 있는 비단과 열라 1, 2. 도열하듯 서서 메리에게 손을 흔든다.
(메리가 보여지지 않고 메리가 된 카메라 시선으로만 가도 재밌을 듯)
황재 ; 잘 다녀와 메리양! 너무 자랑스러워...
비단 ; 우리 엄마 만나면 당장 잡아와. 알았지?
열라1 ; 돈 많이 벌어 와요! 와서 한번 쏴!
황재 ; 황메리 고, 메리 고!
열라2 ; (창 하는) 에헤라 만수...... 닐니리야 닐니리야 니나노.....
황재와 열라 1, 2 춤춘다.
비단은 짜증나는 표정으로 보고 있고.
따뜻한 축하공연을 보는 시선, 멀어지고.
S#21. 시골 일각 / 낮
가방을 든 메리, 버스에서 내린다. 희망에 부푼 표정.
동파(E) ;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면 공연 팀이 와서 널 픽업해 갈꺼야.
차량, 의상, 다 알아서 모시니까 걱정을 하덜덜덜 마라!
메리 ; (흥얼흥얼하며 노래 부르는)
메리, 한참을 기다린다.
저 멀리서 까만색 고급 세단이 달려온다.
메리 ; (얼굴에 웃음이 활짝 피는데)
승용차, 그냥 지나쳐 간다.
메리 ; (뒤에서 따라가며) 이봐요! 나 여깄는데..........
차, 쌩하니 지나간다.
버스정류장 앞.
메리, 혼자 발장난하며 기다리고 있다.
먼지바람 날리며 낡은 오토바이 한 대가 와서 선다.
메리 ; ??
S#22. 논 길 / 낮
달리는 오토바이.
메리, 뒤에 타고 남자를 꼭 붙들고 있다.
S#23. 공연장 / 낮
(허름한 상가 건물에 임대 안 나간 한 층.....에 간이무대와 마이크 시설만 해놓은)
메리, 미심쩍은 얼굴로 빼꼼히 고개 디밀고 들어온다.
무대에는 차력사 두 명이 ‘히압! 으압’ 기합 넣으며 서로의 몸에 각목을 내리치며 연습중이다.
메리 ; (겁에 질린) 흡!
차력 ; 어떻게 오셨습니까?
메리 ; .......아니예요. 잘못 찾아온 것 같아요.
차력 ; 혹시.... 서울에서 오신....
메리 ; 네, 맞아요.
차력 ; 외발 자전거는 어딨어요?
메리 ; .... 네??
차력 ; 외발의 명인 아니신가?
간이 분장실.
거울도 없고 반짝이 무대 옷과 두루마리 휴지, 양말, 복대등등이 놓여있는 허름한 사무실이다.
차력, 메리를 데리고 들어온다.
차력 ; 어이, 이 분 분장 좀 해드려! 오늘의 초대가수셔.
메리 ; 무슨 분장실이 거울도 없어요?
차력 ; 거울 있어서 뭐해? 마음만 상하지.
메리 ; .......??
메리, 눈 감고 앉아있다.
분장사, 다가와 얼굴 매만지기 시작하고.
어우동 분장을 한 메리, 무대로 나온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앉아있다.
메리 ; ..........(황당)........
메리, 쭈뭇쭈뭇 서 있다가 다시 들어가려 하는데 노인들 열광적으로 박수친다.
메리 ; .......(갈등)........
할머니 할아버지들, 신나는 공연을 열망하는 박수와 환호.......
‘아이구 우리 막내 며느리 삼았으면 좋겄네...... ’ ‘이쁘다 이뻐’ 소리치고....
지니(E) ; 모든 무대는 거룩한거야.... 아무리 초라한 무대라도 내가 서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지.
그래야 더 높은 세계로 올라갈 수 있는거야.
메리 ; (끄덕끄덕) !
메리, 손가락을 딱! 친다.
흥겨운 트로트 전주가 나온다. 달 타령.
메리 ; (노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가 놀던 달아아아....
노인들, ‘와....’ 환호성....... 일어서서 춤추는 할머니도 있고
메리 열과 성을 다해 신나게 부른다. 춤과 함께.
메리 ;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이월에 뜨는 저 달은 동동주를 먹는 달...
메리, 객석으로 뛰어 들어간다.
할머니 할아버지, 열광의 도가니.
메리, 노인들과 하나가 되어 춤춘다.
메리 ; 삼월에 뜨는 달은 처녀 가슴을 태우는 달. 사월에 뜨는 달은 석가모니 탄생한 달.........
메리, 노래 끝나자 노인들의 박수갈채 쏟아진다. 앵콜 앵콜....
메리 ; 감사합니다......만수무강 하세요....(감동) 감사합니다...
차력 ; 자.... 이 뜨거운 열기를 몰아서 제가 우리 어머님 아버님께 효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직원들, 나와서 옥장판을 무대에 깔고 노인들에게 건강신발, 한방 파스, 발가락 양말, 죽염등을 하나씩 떠안겨 준다.
차력 ; 푸르던 이팔청춘도 다 지고 이제는 시들어 늙고 병든 몸이 되었으니 나 챙겨주는 건 하나도 없어.
며느리도 나빠, 아들도 싫어. 어머니 아버님, 일주일만 자고 나면 허리가 말짱해지는 옥장판을 보셨습니까.
이거, 미국 의학협회에서 인정받은 유일한 제품입니다.
메리 ; 뭐야 이거.........이거 뉴스에서 보던 풍경인데....
차력 ; 이렇게 재미난 쇼를 보셨으면 미안해서라도 하나씩 사주겠네.
자 돈을 못 가져 오신 어머님 아버님.... 쌈짓돈, 며느리 돈, 손자 저금통.... 다 가져오세요. 땅문서 채권도 받습니다.
물건 사면 노래 한 곡 더 나갑니다.... 자 자.... 돈 들 꺼내세요.
메리 ; 노인들 등쳐 먹는 사기집단이잖아.
차력 ; 우리 이쁜 초대가수의 노래가 또 듣고 싶으시면 돈들 내세요.
호주머니..양말..등에서 꼬깃꼬깃 접어둔 돈들을 꺼내는 노인들.
메리 눈이 돌아간다. 마이크 들더니,
메리 ; 잠깐만요! 할머니 할아버지 이거 사기에요! 절대 사시면 안돼요!
차력사들에게 줄줄 끌려 나가는 메리. 끌려 나가면서도 안돼요! 사시면 안돼요!
S#24. 간이 분장실 / 낮
씩씩거리며 앉아있는 메리.
돈을 잔뜩 든 차력, 들어온다.
메리 ; 제가 이 사기집단과 한통속이 될 순 없어요.
차력 ; 노래만 하면 되잖아.
메리 ; 저 못해요. 가겠습니다.
차력 ; 돈 받아놓고 안 하겠단 말인가요?
메리 ; 돈, 다시 돌려주면 될 거 아니예요. 내일 당장 부쳐드릴께요.
차력 ; 계약을 중도 포기시... 3배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메리 ; 난 계약서 본 적도 없어요.
계약서를 들이미는 차력.
계약 대리인 ‘허동파’
메리 ; 허동파 이 나쁜놈.... 이거 무효해요. 제 싸인도 아니구요. 제 지장도 아니예요.
체력사들, 메리의 팔을 붙잡고 강제로 지장을 찍으려는데.
버티는 메리.
차력, 메리의 버선을 벗긴다. 엄지발가락에 인주에 묻혀 도장 찍는다.
메리 ; 안돼, 안 돼애~~!
S#25. 물품 창고 / 낮
차력사들에게 양팔을 붙잡혀 와서는 안으로 내동댕이쳐지는 메리.
매니져 ; 노랠 부르던가, 위약금을 내던가, 둘 중에 하날 선택하세요. (양말과 운동화를 던지고 나간다.)
메리, 닫힌 문을 두드리며 ‘이봐요! 이봐요!’ 해보지만... 난감하다.
S#26. 메리네 마루 / 낮
선물 펴 보며 신난 성자 도철.
성자 ; 오래 살다보니 이런 날도 다 있네.
도철 ; 이번에 잘 되면 방송출연도 하는 거 아냐?
성자 ; 방송출연? 그럼 나도 텔레비전에 나가는 건가? 이럴 때가 아니지. 맛사지라도 해야겠다.
도철 ; TV출연은 핑계고 맛사지하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겠지....
성자 ; 뭔 소리야.........
도철 ; 언제부터 연락하고 살았어, 두 사람?
성자 ; ..........
도철 ; 저 놈 저 거 리키박인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성자 ; ........
도철 ; 내가 불안해서 두 시간에 한번 씩 집에 들락거리는거야.
성자 ; 아무 일 없어. 처음부터 알고 받은 것도 아니고.
도철 ; 저 놈 안 내치면 내가 메리랑 대한이 한테 다 얘기할테니까 그렇게 알어. 니 엄마가 옛날 첫사랑을 집에 들였다.
성자 ; 미쳤어!
도철 ; 이제보니 수상하네..... 혹시.... 메리가 저 놈 딸은 아니겠지?
성자 ; (주먹으로 한 대 친다) 미쳤어!
S#27. 물품 창고 안 / 낮
메리, 버튼을 누르면 ‘허동파’ 라고 뜬다.
(F) ; 전화기가 꺼져있어........
메리 ; 나쁜 자식!
메리, 버튼을 또 누른다. ‘강대구’ 이름 뜬다.
1초 있다가 얼른 닫고....... 잠시 후 다시 버튼을 누른다.
‘선도진’ 이라 뜨는 이름. 신호가 간다.
메리 ; ........전화 좀 받아.....
S#28. 연극부실 / 낮
빈 방. 드르륵 드르륵 울리는 핸드폰. 받지 않는다.
대구, 들어온다. 책을 한 아름 안고.
대구 ; 아침에 좀 신경 써서 챙겨가지, 꼭 이렇게 심부름을 시켜....
대구, 나가려는데 드르륵.... 돌아본다.
가서 보면 문자가 계속 들어온다.
메리(E) ; 도진아.... 나 좀 도와줘.... 나 지금 갇혀 있어. 여기가 어디냐면....
S#29. 학교 근처 거리 / 낮
소란, 조수석에 타고 있다.
대구, 달려온다.
대구 ; 소란씨, 미안해요. 공연 같이 못 볼 것 같아요.
소란 ; 왜요?
대구 ; 황메리한테 무슨 일이 생겼어요,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소란 ; 메리씨가 애예요?
대구 ; 미안해요, 소란씨. 차 좀 쓸께요.
소란 ; . . . . 이 차 못 가져가요.
대구 ; .............
소란 ; 난 그럼 걸어가라구? 황메리한테 가려면 그냥 가요.
대구, 잠시 멈칫..... 하다가 뛰어간다.
뛰어가는 대구를 보고 소란, 눈물이 핑글.
S#30. 거 리 / 낮
대구, 뛰어간다. 거리에 내려 서서 택시를 잡으려는 대구.
잡히지 않자 다시 뛰기 시작한다. 얼굴 가득한 땀.
S#31. 시골길 / 낮
대구, 셔츠를 풀어헤치고 얼굴에 땀 닦으며 걷고 있다. 한참을 걷는다. 지친 표정의 대구.
경운기가 지나간다. 손 흔들어 세우는 대구.
대구를 태운 경운기, 탈탈거리며 달려간다.
대구 ; 빨리 빨리! 아저씨 속도 좀 내요!
경운기 ; ........... 내려서 뒤에서 미슈 그럼.
대구 ; 여기 할아버지 할머니들 상대로 쇼하고 물건 파는데 혹시 아십니까?
경운기 ; 알다 마다유......... 그것 때문에 난리두 아뉴 지금.
대구 ; 아저씨.... 그럼 이렇게 하시죠! (귀에 소곤소곤)
대구를 태운 경운기 탈탈탈 달려간다.
S#32. 연극부실 / 낮
소란, 왔다갔다하며 서 있다.
도진, 들어온다.
도진 ; 요즘 이 곳 출입이 잦으시군요.
소란 ; 아니 수업을 몇 시간 연속으로 하는 거예요?
도진 ; 전 학년 영어교사 회의도 있어서 시간이 걸렸습니다만....
소란 ; 대구씨가 지금 메리씨 구하러 갔어요.
도진 ; 예?
S#33. 시골길 / 낮
달리는 도진의 차.
소란 ; (핸드폰) 둘 다 전화를 안 받네...더 빨리 못가요?
도진 ; 대구가 그냥 막무가내로 뛰어가던가요? 메리한테 일 생겼다구?
소란 ; 네. 그 여자 양다리 못하게 꽉 좀 잡아요 꽉!
도진 ; 양다리가 아니라 대구가 무림의 사나이답게 의협심이 강해요.
소란 ; 아소리 10키로........... 오케이! 거의 다 왔어요. 달려! 달려!
도진 ; 왜 이러지.... 차가 좀 이상해요...
가다가 멈춰서는 차.
두 사람, 내린다. 차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있다.
소란 ; 어떡해......
도진 ; 타이어 갈 줄 알아요?
소란 ; ...... 저 남자 아니예요.
두 사람, 낑낑대며 타이어를 갈고 있다.
소란은 통화하며
소란 ; 네,네 꽁치 아저씨. 지금 들어 올렸어요. 그 다음엔요?
제가 동영상 찍어서 보낼께요. 지금 제대로 하고 있나 보세요.
소란, 도진을 핸드폰으로 찍는다.
도진 ; 그만 찍고 이거나 들어요 좀!
소란 ; 도와줄라 그러는건데 화를 내고 그래요.
도진 ; 안 도와줘도 되니까 옆에서 조용하게 계세요 그럼.
소란 ; (손으로 입을 가린다)
손과 얼굴에 꺼먼 기름 때 묻는 도진.
소란, 물 티슈 꺼내준다.
도진, 손과 얼굴 닦는데
소란 ; 코 옆에두요.
도진 ; (닦는데 헛 손질)
소란 ; 거기 말구...... (도진의 얼굴 닦아준다)
도진 ; ...............
소란 ; 잘 안지네.... (티슈에 침을 퉤 뱉어 가져오는데)
도진 ; 갑시다! (차로)
S#34. 공연장 / 낮
반찬은 말라 비틀어진 김치 한 가지인 국밥 뚝배기, 놓여있다.
차력, 어우동 메리를 끌고 온다.
차력 ; 자....... 드시고, 저녁 공연 준비합시다.
한 쪽에선 차력사들과 직원들 둘러앉아 낄낄거리며 국밥 먹고.
메리, 그들과 좀 떨어진 곳에 앉아있다.
메리, 밥 앞에서 우두커니..... 배가 고프다.... 숟가락 들고 밥 한 숟갈 떠서 먹는데 서러운 눈물이 터진다. 흑흑......
메리 ; ........제가 잘못했어요... 저 좀 보내주세요....
내 주제도 모르고 진짜 뭔가 될 줄 알고...... 나도 이제 살았구나 기고만장해서 왔어요.
돈 받은 건 다 선물사고, 밥 사고.... 이젠 매일 큰 돈 벌면서 살겠지 우쭐해서 왔어요..... 내 주제도 모르고....
아무리 뛰고 발버둥쳐봤자 결국 나는 이 꼴인데..... 내가 성공한 줄 알았어요..
아저씨 나 여기 무서워요... 돈 돌려 드릴테니까 제발 좀 그냥 보내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차력 ; 밥 안 먹을 꺼면 이리 가져오구. 시끄러 죽겠네.....
메리 ; ......엄마아........(흑흑).........
거칠게 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나 대구, 들어온다.
메리 ; ...........??!!
대구 ; 꼴이 그게 뭐야......
메리 ; 댁이 여긴 어떻게......
대구 ; 갑시다. (메리 손을 끌고 나오는데)
차력 ; 당신 뭐야!
대구 ; 이 여자 애인.
메리 ; ............
차력 ; 데려갈꺼면 위약금 물고 가.
대구 ; 우린 위자료까지 챙겨 받아야겠는데.
차력 ; 이 자식이 돌았나....
대구 ; 니들은 악질중에 상 악질이야. 힘없는 노인들 등쳐 먹는 것도 나쁘고,
한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을 꼬셔다 이런 걸 시켜?
이 사람이 얼마나 노력하고 애쓰는 사람인 지 알기나 해! 이 누렁이만도 못한 자식들아!
메리 ; ...........(심장이 출렁.....눈물이 핑글.........).....
대구 ; 나 이 여자 데리고 서울 올라갈꺼니까 니들 경찰에 신고하던지 말던지 맘대로 해!
차력 ; 누구 맘대로! (열 받은 듯 옆에 있는 기왓장을 퍽 내치려 깨 놓는다)
대구 ; . . . .(겁 먹고 긴장..... 그러나 이를 악 물고) 이것들이..... 그거 밀가루로 만든 기왓장인거 모를 줄 알어!
니들 다 나 와! 밖으로 집결!
험상궂은 남자들, 말 끝나기가 무섭게 대구를 반짝 들고 나간다.
메리 ; 강대구!
S#35. 시골 일각 / 어스름 노을녁
달리고 있는 도진의 차.
소란 ; 잠깐 차 좀 세워주세요. 속이 안 좋아요.
도진 ; 다 왔어요 좀 참아요.
소란 ; 웩!....저 토할 것 같아요. 반지 독 때문인가. 웩.....
얼른 차 세우는 도진.
급하게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 나가 토할 듯이 욱욱하는 소란.
도진 ; 요샌 자주 토하시네요.
소란 ; ........ (가만히 앉아있다).........
도진 ; 약 사다줘요?
소란 ; ........
도진 ; 괜찮아요? 손 줘 봐요. (소란 손을 끌어다) 속 안 좋을 때 엄지랑 검지사이를 눌러주면 좀 나아져요.
(만지며) 속 많이 상했나부다. 딱딱해요.
소란 ; 아파요......
도진 ; 좀 참아요. 풀어줘야돼요.
소란 ; 아프다니까 진짜..... (눈에 눈물이 그렁해)
도진 ; 더 토할래요 그럼?
소란 ; 나도 이렇게 멀리까지 날 구해주러 오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흑흑......
도진 ; 소란씨.......
소란 ; 수술 전에 못 생겼을 때나 지금이나 계속 외로워.
도진 ; .........지금까지 연애 해 본적 없어요?
소란 ; 짝사랑만 하고.... 이용만 당하다 끝났어요.
도진 ; ......
소란 ; 그렇게 살기 싫어서 다 고쳤는데.... 그래도 날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남자는 없네요... (쓸쓸)........
도진 ; .........(소란의 표정보며)...........
도진, 소란의 어깨를 다독여준다.
소란, 벌떡 일어난다. 빨리 가요!
S#36. 창고 또는 헛간 / 어스름
대구와 사기단 사람들, 6대 1의 싸움.
대구, 몇 번 훅을 날려 사람들을 넘어뜨리지만 배로 얻어 맞는다.
메리, 달려와 소리친다.
메리 ; 강대구!
대구 ; (돌아본다) 저리 가! 다쳐!
메리 ; 조심해!
대구, 메리에게 시선 돌리고 있는 틈을 타 대구를 치는 차력.
대구, 풀썩 쓰러진다. 발로 밟히고 얻어터진다.
메리 ; 도와주세요........ 밖에 아무도 없어요?
대구, 힘겹게 일어나는데 또 달려드는 남자들.
대구, 몇 번 때리고 피하다 또 맞고 쓰러진다.
메리, 눈물이 핑글, 무릎 꿇고 소리친다.
메리 ; 잘못했어요! 저 노래할께요. 저 한 달 동안 노래할께요!
이 때 갑자기 무전기 소리가 나면서 8대 2 가르마로 머리를 잘 빗은 한 경운기 아저씨와
철 지난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 서 넛이 들이 닥친다. (경운기 아저씨가 노총각 아들 둘과 조카들을 데리고 온 설정)
경운기 ; 아이구, 검사님! 검사님!
아들1 ; 혼자 수사하시면 위험하다고 저희가 말 안해유.
경운기 ; 다들 본서에 연락해!
아들2 ; 예!
경운기 ; 니들 인제 죽었다. 이 분이 누군지 알어? 서울 지검 강검사님이셔.
차력 ; 어이, 당신 어제 국밥집에서 만난 아저씨 아냐? (멱살을 잡으며) 어디와서 사기야?
꽹가리 소리가 요란하게 나며 아까 쇼단의 노인들과 자식들이 몽둥이와 삽을 들고 들이 닥친다.
여자 ; 울 엄니 돈 내 놔, 이 사기꾼들아.
대구 ; (벌떡 일어나) 9시 뉴스팀 도착했나! 얼른 와서 찍어가라 그래!
S#37. 시골 일각 / 어스름 노을녁
대구와 메리, 앉아있다.
메리, 옷 갈아입고 가방도 꼭 껴안고 있다.
두 사람 말없이 앉아있다.
메리가 먼저 픽 웃는다.
메리 ; 누가 작가 아니랄까봐 어느 사이에 그걸 짰대?
대구 ; 어? 울다가 웃었어! 당신이야말로 이제 끝장났다.
메리 ; 무전기는 어디서 난거야?
대구 ; 멧돼지한테 습격 받은 후로 마을에서 장만했대요.
메리 ; 대사도 댁이 써 줬어?
대구 ; 연기 너무 못하시더라. 내가 연습까지 몇 번 시켰는데.
메리 ; ..............고마워요.
대구 ; .......... 그게 다야?
메리 ; ............
대구 ; ......... 섭섭한데.
메리 ; (덥썩 안으며) 고맙다 친구야.
대구 ; (껴 안고 안 놔준다)
메리 ; ..........(밀쳐 내려)
대구 ; (꼭 안고 있는)
메리 ; 숨 막혀, 아이고! (밀쳐 낸다)
대구 ; 서울 올라갑시다.
메리 ; 싫어요.
대구 ; 싫다니.
메리 ; 집이랑 동네에 한 달 공연 간다고 큰 소리 뻥치고 왔는데 무슨 낯으로 올라가.
대구 ; 그럼 어쩔껀데?
메리 ; 여기서 논 매주고 모내기 돕다가 한 달 채우고 올라갈래.
대구 ; 저녁 아직 못 먹었죠?
메리 ; 점심부터 못 먹었어요.
대구 ; 배가 고파서 정신이 제자리를 못 찾는거야. 일단 갑시다, 밥 먹으러. (일으켜 세운다)
메리 ; 밥 먹어도 서울 안 갈 꺼예요.
S#38. 시골 여인숙 앞 / 밤
앞에 서 있는 두 사람.
대구 ; 무슨 여자가 이렇게 고집불통이야!
메리 ; 가요, 나 참견말구.
대구 ; 못 가겠다면?
메리 ; 가요, 난 여기서 지내다 한 달 후에 깔꺼야. (들어간다)
대구 ; 저 여자가.... 어떻게 여자가 여관엘 그렇게 쑥 잘 들어가?
메리 ; (다시 나온다) 여관비 좀 꿔 줘요.
S#39. 여인숙 방 / 밤
메리, 들어온다.
대구, 막무가내로 따라 들어온다.
메리 ; (대구를 떠밀며) 어딜 따라 와요
대구 ; 여자 혼자 이런데 두고 갈 순 없잖아
메리 ; 댁이 더 무서워!
대구 ; 허허 참 나 바랄 껄 바래야지. 꿈도 야무지셔라
메리 ; 경찰에 신고한다.
대구 ; 댁을 구해준 서울 지검 강 검사를 신고하겠다고?
메리 ; (기막혀서) 허!
대구 ; 나 좀 씻을께요.
메리 ; (몸 감싸며) 어머! 어머! 이 사람이 왜 이래!
대구 ; 아까 흙바닥에 굴러서 엉망인 거 안 보여요? 왜 혼자 신나서 야단이야.
메리 ; ...........
대구와 메리, 어색하다.
괜히 서랍 열어보고 TV 켰다 꺼 보고....
메리 ; 씻어요....
대구, 메리와 자기의 신발을 들고 욕실로 들어간다.
대구 ; 나 씻는 동안에 도망갈지도 모르니까.
메리, TV 켜 놓고 침대에 앉아있다. 안에서 샤워소리 들린다.
메리 ; ..............(상상에 빠져든는).......
욕실 문 열리고, 타올을 허리에 감은 대구 나온다.
대구 ; 난 널 원해, 메리!
메리 ; 이러지 마!
대구 ; 속으론 좋으면서!
메리 ; 저리 가!
메리, 달려드는 대구를 피하다 침대 아래로 쿵 떨어진다.
메리 ; 으악! (도리도리)
셔츠에 바지를 도로 입은 젖은 머리의 대구, 신발 두 켤레 들고 나온다.
대구 ; 왜 그래요?
메리 ; . . . . 아니예요.
대구 ; 씻어요......
메리 ; .....이따가.
대구 ; 얼굴 꼴이나 보구 말해.
메리 ; ........ (일어서고)
샤워실 물소리 난다.
대구, 앉아있는데 괜히 긴장되고 떨리고 기분 이상하다.
벌떡 일어났다 앉았다..... 푸쉬업도 해보고, 무예를 연마하듯 두 팔로 기를 모아 심호흡도 해보는데....
메리(E) ; 저기요.......
대구 ; 네! 왜.... 왜요!
메리(E) ; 부탁이 있는데.....
대구 ; 부.... 부탁? (기대감에) 무슨 부탁?..... 등 밀어줘요?
메리(E) ; 잠깐 좀 나가 있어줘요.
대구 ; 나 벽만 보고 있을께요. 안 훔쳐 볼테니까 나와서 물 닦아요.
메리 ; 그게 아니구,.... 방금 빈 속에 밥을 너무 급하게 먹었나봐.... 나 지금... (읍)... 배가 너무 아파요.... 흡.....
대구 ; 하면 될 꺼 아니예요.
메리 ; 소리 들리면 챙피해요. 빨리 좀..... 흡..... 나가 있어요.
대구 ; ........가지 가지한다. 알았소! 나 여인숙 앞에 있을 꺼예요. 도망갈 생각 하지마.
메리 ; 진짜라니까 그러네.... 읍! 빨리 나가요 빨리.....
대구 ; 나가요 지금.
대구, 일어나 문 닫고 나간다.
S#40. 여인숙 앞 / 밤
대구, 서 있다. 혼자 발로 땅을 툭툭치고....
대구 ; ........(혼자 피식 웃는데)
소란(E) ; 대구씨!
대구, 소리나는 쪽을 보면 도진과 소란, 걸어온다.
대구 ; 어? 여긴 어떻게 찾았어요?
소란 ; 전화는 왜 안 받아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도진 ; 메리는?
대구 ; 지금 씻어.
도진 ; 다친 덴 없고?
대구 ; 응.........
머리에 물기 있는 메리, 안에서 나온다.
도진과 소란을 보고 놀라서 선다.
도진 ; (다가가 안으며) 무사해서 다행이다 메리야.
대구 ; ............
소란 ; 대구씨도 무사해서 다행이예요.
도진 ; (손 잡고) 바로 못 와서 미안해. 올라 가자.
메리 ; (손 빼며) 싫어. 나 안 가.
S#41. 펜션 / 밤
네 사람 앉아있다.
소란 ; 넷이 여행 온 기분 나고 좋네요.
도진 ; 소란씨 덕분에 이런데도 와 보고.
소란 ; 적어도 이런 덴 묵어 줘야죠. 아까 그 여인숙은 쥐 나올 것 같아요, 무서워요.
도진 ; 메리야, 오늘 여기서 기분 풀고 내일 서울 올라가자. 너 혼자 여기서 한 달을 어떻게 지내.
소란 ; 그리고 입 싼 내가 가만 있을 것 같아요? 다 소문낼꺼야.
메리 ; 싫어, 나 안 갈꺼야.
대구 ; 고집하고는........ 냅 둬. 여기 두고 가.
도진 ; 메리야. ... 너 정 집에 가기 싫으면 우리 어머니 댁에 가 있을래?
대구 ; ..............
도진 ; 우리 어머니야 어릴 때부터 너 이뻐하셨잖아.... 너 다시 만났다고 전화드렸더니 얼마나 좋아하셨는 줄 알어?
소란 ; 어머 잘됐다.... 그럼 미래의 시어머니랑 한 달 지내다 와요. 나도 비밀 지켜줄게.
메리 ; .........마음은 고마운 데 폐 끼치기 싫어.
도진 ; 둘 중에 결정해. 우리랑 같이 지금 서울로 가던가 아님 우리 어머니한테 가서 지내. 나 너 혼자 여기 두고 못 가.
메리 ; ............
도진 ; (핸드폰 꺼내며) 지금 어머니한테 전화 해놓을게. 지금 너 데리고 간다고. (버튼 누르는데)
대구 ; 형! 전화 하지 마요.
도진 ; . . . . 왜?
대구 ; . . . . .나 메리 좋아하는 것 같아.
메리 ; !!
굳어진 네 사람에서............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