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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행기>
40일간의 남아메리카 여행 23
- 칼라파테, 모레노 빙하 -
(2015.4.18)
마젤란 반도 전망대에서 본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의 '모레노 빙하 Glacier Perito Moreno'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Parque Nacional Los Glaciares"은 파타고니아 지역을 뒤덮고 있는 광대한 얼음 대륙 중 엘 칼라파테에서부터 엘 찰텐에 이르는 안데스 빙하 구간으로, 모레노 빙하를 비롯하여 오넬리 빙하, 옵살라 빙하 등 수많은 빙하를 포함하고 있는 대규모 빙하지대다. 이 빙하지대는 남극과 그린랜드 다음으로 큰 규모의 빙하인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유동 빙하다.
이 중 오늘 우리가 경험할 투어는 엘 칼라파테에서 80km 떨어진 곳의 '모레노 빙하'
"모레노 빙하 Glacier Perito Moreno"는 남부 파타고니아 지방을 탐험한 최초의 아르헨티나 탐험가였던 Francisco Perito Moreno"의 이름을 딴 빙하로 정면에서부터 길이 14km, 높이 50~55m, 폭 약 4km의 초대형 얼음 병풍이다. 현재 빙하의 중심부는 하루에 2m씩, 가장자리는 40cm씩 아르헨티노 호수Lago Argentino 쪽으로 계속 밀려나오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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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리에 밝지 못했던 탓에 한때 빙하는 남극이나 북극에만 있는 것인 줄 알았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빙하지대가 있었다.
어제 우수아이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내려다 본 파타고니아의 자연 환경에 대한 첫 느낌은 한 마디로 "시련" 바로 그것이었다. 생명의 숨결이라고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어떤 문명도 존재하지 않을 듯한 원시의 자연 속에는 오직 빙하가 녹아 흐르는 옥색 강만이 또렷하게 다가왔다. 칼라파테 공항에 내려서도 그 느낌은 달라지지 않았다. 참 한적했다. 어느 시골 작은 기차역 정도쯤이나 될까, 오가도 사람들도 거의 없었고 여행자들도 극히 일부였다. 우리 일행마져 없었다면 과연 비행기가 떴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요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칼라파테 시내로 들어오자 이곳에도 사람들의 화려한 문명이 존재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누리고 사는 그 밝고 따뜻한 문명이 분명 이곳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시내에서 만난 중년의 아주머니는 '수퍼 마켓'을 외치는 서툰 내 영어를 얼른 알아 듣지 못해 '이곳에는 그런 것 없다'는 듯 손사레를 치더니 잠시 후 허둥지둥 쫒아와 바로 한 블럭 건너에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자기가 잘 못 알아들었다는 몸짓도 곁들여서,,,,이 정도면 사람 살만한 곳 아닌가!
칼라파테,
노랗게 물든, 바람이 불면 스스슥 소리를 내기도 했고, 한꺼번에 엄청나게 많은 낙엽을 쏟아내기도 했던 키 큰 포플러가 유난히 인상적인 도시.
수퍼마켓에 들렀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검은색 견공은 20여 분이 넘는 숙소까지 줄기차게 따라오더니 숙소 문을 닫고 들어와서 발길을 돌렸다. 새로운 도시에 왔으니 축배를 들어야겠지,,,
아침 7시 30분, 칼라파테 시내 버스 안에서 우리와 함께 빙하 투어에 참가할 여행자들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비는 쉴새없이 쏟아졌다.
칼라파테에 도착해 거센 비바람과 함께 하룻밤을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나 모레노 빙하 투어에 나설 채비를 했다.
그런데 간밤부터 세차게 내리는 비가 전혀 그칠 기미가 없다. 게다가 내리는 모양새도 예사롭지가 않다. 기괴한 바람소리와 함께 주룩주룩 주루룩 쏟아졌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빙하 투어가 가능이나 한 것일까?
아침 6시,
심란한 마음으로 식탁에서 받아든 아침식사는 커피 한 잔에 빵 한조각, 딱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너무나도 소박한(?) 빵 한조각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지난 밤에 각자 준비한 도시락을 챙겨 로비에 모인 일행들은 모레노 빙하로 데려갈 투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내내 말이 없었다. 여행자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결국 버스는 도착을 했고,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누어 비 내리는 모레노 빙하 투어에 나섰다. 한 팀은 "미니 트레킹", 다른 한 팀은 "빅 아이스"를 위하여,,,
모레노 빙하 트레킹은 "미니 트레킹"과 "빅 아이스" 2종류가 있다. 두 가지 모두 같은 곳에서 출발하지만 '빅 아이스'는 '미니 트레킹'에 비해 빙하를 걷는 시간이 더 길고 힘도 많이 든다. 그래서 만 50세가 넘으면 이 투어에는 참가할 수가 없고, 투어 비용도 미니 트레킹에 비해 비싸다. 하지만 그만큼 빙하 안으로 더 깊이 들거가 더 멋진 경험을 할 수가 있다.
모레노 빙하투어 일정은 대략 오전 7시 경 숙소에서 투어 버스를 탑승하면 버스가 시내 각 호스텔이나 숙소를 돌며 투어객을 태운 뒤 8시 경 시내를 출발(버스가 투어를 신청한 여행자들의 숙소를 돌며 투어에 참가할 다른 여행자들을 태우는데, 숙소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숙소는 그 순환고리 맨 처음에 있었기에 다른 여행자들보다 일찍 버스를 타고 그들이 다 탈 때까지 버스에서 기다렸는데 그 시간이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다)하여 9시에 빙하국립공원의 아르헨티노 호수의 선착장에서 크루즈를 타고 모레노 빙하 기슭에 내려 약 1시간 반 동안 빙하 트레킹을 한 다음, 그곳에서 각자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오후 1시 45분 다시 크루즈를 타고 선착장으로 나와 전망대로 이동하여 약 2시간 동안 빙하를 감상하게 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빅 아이스 투어는 전망대를 먼저 둘러보는 순서로 진행되기도 한다고 한다.
오전 9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아르헨티노 호수 Lago Argentino의 리코 해협 Brazo Rico 선착장에서 빙하로 가는 크루즈에 탑승하고 있다.
시내를 벗어난 투어 버스는 비가 내리는 한적한 도로를 1시간 이상 달렸다. 빗줄기가 거세게 창을 두드리는 상황에서 주변 경치를 돌아보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어디를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는 사이 빗속에서 도착한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우리는 투어비와는 별도로 입장료 210페소를 각각 지불하고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Lago Argentino의 선착장을 출발하여 빙하로 향하는 크루즈 창에는 여전히 세찬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수만 년의 세월이 담긴 원시의 모레노 빙하. / Brazo Rico에서의 모습
선착장을 출발한 크루즈 선이 얼마간 호수를 가로지르자 빗물이 흘러내리는 크루즈 선 앞창으로 웅장한 모레노 빙하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내에는 순간 술렁임이 일었다. 비가 내리는 것쯤은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어찌하지 못했다. 꽉 닫힌 배의 창문을 힘껏 당겨 열었더니 배 안으로 빗줄기가 거세게 들이쳤다. 아랑곳 없이 카메라를 내밀고 셔터를 누르자 우물쭈물 망설이던 여행자들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일제히 창문을 열고 저마다의 시각으로 빙하를 담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카메라에, 어떤 이들은 스마트 폰에, 또 다른 이들은 두 눈에,,,
시리도록 푸른 색을 띄고 있는 빙하는 시도 때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 폭이 4km, 높이가 50m가 넘는다.
우르르 쾅, 쏴아~
멀리서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로" 최남선의 시가 떠올랐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인간 존재의 왜소함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자연의 신비로움이 황홀했다. 푸른 빙하에 녹아 담긴 얼룩조차도 아름다웠다. 아무도 거쳐가지 않은, 아무 것도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상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움직임이 활발하여 아르헨티노 호수 안으로 1km가량 침입해 들어온 빙하가 계속 활동을 하면서 무너져 내려 거대한 소리와 함께 유빙을 만들어냈다.
오전 9시 반, 크루즈는 빙하 투어가 시작되는 리코 해협의 왼쪽 산기슭에 도착했다.
아르헨티노 호수 리코 해협의 산기슭에 미니 트레킹에 참가한 여행자들을 내려주고 다시 선착장으로 회선하는 크루즈. 앞에 보이는 땅은 마젤란 반도 Peninsula de Magallanes로 사진의 왼쪽에 오후에 돌아볼 모레노 빙하 전망대가 있다 .
빙하에 도착해 현장 가이드의 안내로 베이스캠프로 이동하고 있다. 이곳에도 가을이 무르익었다. 머지 않아 겨울이 시작되면 빙하투어도 중단될 것이다.
이곳의 특산 식물인 칼라파테.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고 식물의 이름이기도 하다.
칼라파테는 강한 아로마 향을 풍기는 가시가 달린 관목으로 우리가 묵고 있는 마을인 칼라파테는 이 열매의 이름을 따 지은 도시다. 마젤란 해협의 탐험대가 이곳에서 배에 구멍이 났는데 이 열매로 그 구멍을 막아서 그 열매 이름을 '메우다"의 뜻을 지닌 칼라파테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그 열매를 먹으면 칼라파테에 다시 돌아온다는 옛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베이스 캠프에서 빙하로 가는 길목의 관목 숲에는 나무로 된 이동로가 잘 갖춰져 있다.
화장실과 따뜻한 난로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베이스 캠프에서 가이드와 인사를 나눈 후 간단한 안내를 듣고 빙하로 가기 위해 관목 숲을 지났다. 어느틈엔가 세찬 빗줄기도 기세를 낮춘 늦가을 빙하지대 관목 숲은 오히려 싱그럽기까지 했다.
칼라파테 나무들 너머로 바라보이는 모레노 빙하
빙하가 보이는 개활지로 내려와 가이드로부터 안데스 빙하의 생성과 발달, 현재의 상태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빙하 가이드의 설명에 열중하고 있는 영어 투어팀은 우리를 포함해서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거세게 내리던 비가 어느새 가랑비로 바뀌었다. 이곳의 일상적인 일기 탓인지 가이드는 아무런 걱정도 없는 표정이다. 비? 돈 워리!
아르헨티노 호수 안으로 1km나 흘러 들어왔다는 빙하는 그 활발한 움직임으로 인해 수시로 무너져 내렸다. 우르르 쾅! 소리에 눈 들어 보면 무너진 빙하 덩어리는 이내 물 속으로 가라 앉았다 다시 떠오르기를 반복하다 끝내 유빙으로 떠돌았다. 수천 수만 년의 기억들이 그렇게 사라졌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이제 본격적인 빙하 트레킹을 위해 빙하를 향해간다.
빙하국립공원은 빙하만 의미있는 것은 아니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떠오르는 안개구름 사이로 곱게 물든 단풍 숲의 모습도 일품이었다. 이 나무들의 이름이 니레Nire였던가 렝가Lenga였던가?
빙하가 녹아 흐르는 빙하수가 콸콸 소리를 내며 아르헨티노 호수로 흘러 들어간다. 물빛은 흔히 보는 예사의 그 물빛이 아니다.
이곳에서 큼직하고 묵직한 빙하용 아이젠을 차고 빙하로 오른다. 아이젠은 현지 종사원들이 채워준다.
빙하를 오르는 일은 흥분되는 일이었다. 언제 또 다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빙하 트레킹은 늦봄부터 이른 가을인 10월부터 4월까지만 가능하다. 겨울에는 측량할 수없을 만큼의 많은 눈이 내리므로 빙하를 걸어서 투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미니 트레킹은 10세부터 65세까지만 가능하고 하루 입장객 수도 제한된다. 무엇보다도 안전이 제일 중요한 일이니 당연한 일이다.
수천 수만 년의 세월이 담긴 빙하는 그 속에 녹아있는 검은 얼룩만으로도 시간을 거슬러 오르게 했다.
빙하에서는 모두가 안전해야했다. 발에 찬 아이젠은 국내에서 등산할 때 차는 그런 아이젠이 아니었다. 굵고 강하고 무겁고,,,그 아이젠을 빙하에 깊숙히 박기 위해서는 상당한 힘을 가해야했다.
빙하수가 들어찬 빙하홀. 빙하 곳곳에는 이렇게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푸르른 물이 고여있다. 그러나 가이드는 이곳에서는 물을 떠 마시지 못하게 했다.
두 명의 가이드가 곳곳을 거닐며 빙하의 여러 모습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안전을 위해 노력한다.
빙하에 간밤에 내리 비와 눈으로 발디딜 곳이 사라졌는지 가이드들은 부지런히 빙하를 파헤쳐 여행자들의 안전한 발판을 만들었다.
구멍 뚫린 빙하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똑같은 세상일지라도 어딘가 새로워보인다. 90%의 물과 10%의 공기로 이루어진 빙하는 공기의 비율이 많아질수록 푸른 빛이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빙하수는 마치 새파란 하늘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했다. 먼지하나 떠다니지 않는 이 깊고 깊은 크레바스를 채운 빙하수는 만병통치약이라던가? 모두들 각자 지니고 온 물병에 가득 빙하수를 담았다.
위스키 파티, 빙하를 퍼서 만든 언 더 락 한 잔은,,,,잘 마시지 못하는 위스키를 석 잔이나 마셨더니
빙하를 깨 언 더 락을 만들어 마신 파티장에는 다른 팀들이 들어왔다.
빙하 투어를 마치고 베이스 캠프로 귀환
아이젠을 신고 벗는 전진기지를 뒤로 하고 베이스 캠프를 향한다.
마젤란 딱다구리, 남미에서 가장 큰 희귀종이다.
12시 40분, 베이스 캠프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오후 1시 10분까지 점심을 먹고 다음 일정을 위해 휴식을 취하게 된다.
베이스 캠프에 비치된 방명록에 빙하에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
베이스 캠프 앞 바위에 올라 리코 해협의 모레노 빙하 측면을 조망한다.
베이스 캠프 앞의 리코 해협 크루즈 선착장. 맞은편 빙하의 끝 부분에 전망대가 있다.
13:15 크루즈를 타고 다시 선착장으로 귀환하기 위해 배에 오르고 있다. 빙하 가이드는 여기서 굿바이,,,
하늘은 점차 개이고 있으나 여전히 날은 흐리다.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원들이 채 물에 가라 앉거나 흩어지지 않는 상태로 물 위에 떠 있다.
빙하를 돌아보는 선상 크루즈. 모레노 빙하를 비롯하여 오넬리 빙하, 웁살라 빙하 등을 돌아보는 투어다. 그러나 빙하에 올라 트레킹을 하는 경우에는 시간상 하루에 선상 투어까지 할 수가 없다. 선상 투어가지 하려면 적어도 이틀은 잡아야 한다.
아르헨티노 호수에서 바라본 모레노 빙하 측면.
아침에 비가 내린 탓에 갑판에 오르지를 못했기에 호수에서 빙하를 바라보지 못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잠시 호수 안에서 빙하를 바라볼 틈이 생겼다.
아침에 출발했던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빙하 크루즈 내부
1시 30분 선착장에 도착했다. 아침에 도착할 때와는 달리 비도 내리지 않고 중턱에 흰 구름이 깔려있는 단풍 든 산의 풍경이 멋지게 다가왔다.
마젤란 반도 모레노빙하 전망대
선착장에 대기 중인 투어버스를 타고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을 구불구불 잠시 달리자 이내 마젤란 반도 Peninsula de Magallanes의 전망대가 나타났다. 이 전망대에서는 모레노 빙하를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큰 규모의 전망 데크를 설치해 두었는데, 모레노 빙하뿐만 아니라 모레노 빙하와 마젤란 반도 사이를 흐르는 '리코 해협 Brazo Rico'과 '로스 템파노스 해협 Canal de los Tempanos'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주차장 지역에서 본 모레노 빙하
정면에서부터 길이 14km, 높이 50~55m, 폭 약 4km의 초대형 얼음 병풍인 모레노 빙하.
사진의 왼쪽 부분은 조금 전 빙하 투어를 했던 아르헨티노 호수의 리코 해협 Brazo Rico이고, 오른쪽은 '로스 템파노스 해협 Canal de los Tempanos'이다. 원래 빙하가 마젤란 반도와 연결되어 있었을 때는 리코 해협과 로스 템파노스 해협은 서로 분리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빙하가 안쪽으로 후퇴해있어 두 해협이 서로 이어져 있다. 두 해협 사이에는 빙하로부터 떨어져 나온 수많은 유빙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빙하의 오른쪽 '로스 템파노스 해협 Canal de los Tempanos'
전망대의 데크는 계단식으로 설치되어 있어 오르내리는데 제법 힘을 들여야 한다.
해협을 떠다니는 유빙들. 숱한 이야기들이 담긴 빙원의 속사정들이 하나둘 세상밖으로 나오고 있다.
'로스 템파노스 해협 Canal de los Tempanos' 옥빛 물색이 환상적이다.
오후 4시, 모레노 빙하 투어를 마치고 다시 엘 칼라파테로 돌아왔다.
버스가 각 투어객들의 숙소를 들르는 모양새로 보아 아침에 제일 먼저 버스를 탄 우리 숙소를 맨 나중에 들를 모양이다. 그러나 숙소 인근에는 마땅히 식사를 할 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식사를 하려면 20여 분을 걸어서 다시 시내로 나와야 하는데,,, 빙하를 걷느라 피곤했으나 아예 시내에 내려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장만해 숙소로 가기로 했다. 메뉴는? 이곳 역시 소고기는 싸다.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부담없이 먹을 수가 있다. 하지만 숙소의 주방 시설은 그야말로 열악했다. 칼도 없고 냄비도 거의 없고 심지어 행주도 없다. 그렇다면 식단은 간단하게 차릴 수 밖에 없다.
남미 여행 중 특별히 즐겨 만들어 먹은 음식이 있다. 일단 마트에서 현지 라면을 산다. 그리고 마늘과 양파, 고추, 소금을 산다. 먼저 마늘과 양파를 넣고 충분히 끓인 다음 국물이 우러나오면 라면을 넣고 고추와 소금으로 맛을 낸다. 조금만 신경써서 요리하면 우리의 라면과 거의 비슷한 맛을 낸다.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이렇게 만들어 먹었다.
물론 쌀도 있다. 하지만 밥이 잘 지어지지 않으므로 쌀은 죽을 끓이는데 사용하면 훌륭하다. 시금치나 양파를 넣고 죽을 끓이면 한끼 식사로 더 이상 훌륭한 것이 따로 없다. 거기다 필요에 따라 감자와 계란을 곁들이면 굶을 이유가 없다.
내일은 새벽 일찍 엘 찰텐으로 이동하여 "피츠 로이"와 "로스 뜨레스 호수"를 감상할 예정이다. 버스로 오고 가는 데 6시간이 걸리고, 트레킹을 하는데 왕복 8시간이 걸리는 어마무시한 일정이다. 누군가는 고생깨나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머나먼 땅에서 이대로 잠자리에 들기는 아쉽다. 여행의 추억을 깊게 하려면 옆방의 누군가를 불러 맥주 한 잔쯤은 해야 하지 않을까?
얼큰한 기분으로 자리에 누웠는데 엘 칼라파테의 숙소 옆 키 큰 포플러 나무들이 거센 바람에 윙윙 울어댄다. 내일 과연 산에는 오를 수 있을까?
첫댓글 빙하트렉킹은 사진만봐도 흥분되네요
저는 배에서만보고 엄청난 얼음이 떨어지는 걸보면서
자연과 역시의 시간등등을 생각했습니다.
역시 멋지고 이곳아니면 체함하기힘든 트레킹이죠
감사히잘봤습니다
건강과 여행 그리고 거대한 자연들
한잔하시고 주무시는게 큰 즐거움을 줄거같네요 멋지십니다
저는 미니 빙하 트레킹을 했는데 '빅 아이스'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더 깊은 곳, 더 멋진 곳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걷는 일에는 누구 못지 않은데도 단지 나이 때문에 그 투어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대자연의 위대함을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아픈 곳이 한 군데도 없이 신기할 정도로 신체 리듬이 좋았습니다. 세상 구경하느라 아플 새가 없었던 거지요. 여행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
무명님 안녕 하세요?
여행은 떠나기전에 생각과 준비 하는 과정들이 늘상 마음을 설레게 하고
흥분 하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집 떠나면 정말 고생 아닌 고생도 지나고 생각하면 아련한 추억속 입니다.
남미 여행기를 읽으며 언젠가 저도 남미를 가야 하는데...하면서도
여러가지 쉽지 않은 여행일것 같아 선뜻 마음이 가질 않았는데
무명님 여행기로 눈요기 하면서 용기를 얻어 봅니다.
멋드러진 설명과 함께 마치 같이 여행을 하는듯 하네요.
그곳에 라면 & 야채 쌀죽 레시피를 치부책에 잘 적어 놓겠습니다 ㅎ~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우리 카페 sunny1004님 등 회원님들께서 올려주신 여행기를 읽고 남미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눈요기가 관심이 되고, 관심이 실행의 전제가 되는 것이니 차근차근 계획 세우셔서 멋지고 알찬 여행하시기 바랍니다.
치부책에 잘 챙겨 놓으신 레시피, 분명 어느 땐가 절실한 순간이 오면 반드시 떠오를 것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너무나 적절히 애용했던 레시피였습니다. 고맙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