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법에서 가꾸기의 핵심은 풀매기(김매기)에 있다. 원래 거름 다섯 번 주는 것보다 풀 한번 메주는 게 더 효과가 있다고 했을 정도로 풀매기는 농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풀을 매주는 횟수는 작물마다 다른데, 대개는 파종이나 모종옮겨 심기 전, 심고 나서 대략 한달 정도 지나 작물이 영양성장을 어느 정도 마쳐 꽃을 피울 때쯤, 그 다음 열매를 맺기 시작할 때쯤 해주면 된다.
감자나 들깨나 생강 같이 북주기를 해줘야 하는 것들은 두 번 째 풀을 매줄 때 북주기를 겸해서 해 준다.(그림-40) 그리고 이 때 웃거름을 한 번 준다. 보통 풀매기를 이런 식으로 때 맞춰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때 그 때 풀 자라는 것을 보아가며 융통성 있게 해 주면 되는데, 그러나 이 중에 파종하기 전과 북줄 때의 풀매기는 반드시 해 주어야 하고, 장마 전과 후에도 반드시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면 작물이 풀에 영향받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자랐기 때문에 그 다음에 또 풀이 나도 작물에 가리워 햇빛을 못받기 때문에 풀은 잘 자라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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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매는 요령은 처음 파종할 때와 북 줄 때는 되도록 뿌리 채 뽑아낸다. 뽑을 때는 손으로 그냥 잡아 빼지 말고 호미로 땅을 파가며 뽑는 게 좋다. 손으로 잡아 빼면 뿌리에 묻는 흙까지 뽑혀 밭을 망가뜨릴 우려가 있어 호미로 파주어야 하는데, 호미로 파면 땅을 부드럽게 해주는 부대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좋다.
매준 풀은 그냥 버리지 말고 그 자리에 깔아준다. 깔아줄 때는 풀의 뿌리가 흙에 닿지 않도록 전에 깔아놓은 풀 위로 뿌리가 하늘을 향하도록 겹쳐 깔아준다.(그림-43 덮개로 깔린 풀, 여기에 벌레도 살고, 삭으면 거름도 된다.) 이렇게 깔아주면 풀은 흙덮개 역할을 하여 다음의 풀 발아를 억제해주고, 벌레들의 서식처도 될 뿐만 아니라 흙의 습기를 유지해주고 삭아서는 거름이 되어준다.
장마 전 후의 풀매기는 낫으로 슥슥 베주는 것으로도 족하다. 작물이 꽤 자랐기 때문에 남은 뿌리에서 다시 풀이 자라도 크게 지장은 없다. 낫으로 벨 때는 흙 바로 위의 줄기를 베주고 앞에서처럼 그 자리에 깔아준다.
마지막으로 작물을 수확하고 나서는 풀과 작물과 함께 낫으로 베서 반드시 흙덮개 용으로 꼭 깔아준다. 그래야 풀이 다시 자라지 않아 다음 작물을 심기가 좋다.
■ 웃거름[追肥] 주기
밑거름을 충분히 주었어도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다비성(多肥性) 작물은 웃거름을 반드시 주어야 한다. 다비성 작물은 고추나 호박 같이 열매를 맺는 과채류(果菜類)와 대파나 생강 같은 양념류들이 대표적이다.
웃거름을 주는 시점 또한 작물마다 다른데, 보통 북줄 때나 작물이 영양성장을 맞추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생식성장을 하기 전에 주고, 열매가 맺혀 자라기 시작할 때 준다. 그리고 장마가 끝난 후에 많은 비로 인해 거름이 유실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때도 꼭 웃거름을 준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웃거름은 작물의 성장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며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찾아서 주어야 한다.
웃거름은 작물의 상태에 따라 질소질 비료를 주어야 할지, 인산 가리질 비료를 주어야 할 지, 미량 요소질 비료를 주어야 할 지를 잘 판단하여 작물이 요구하는 것을 잘 찾아 주어야 한다. 작물의 줄기나 잎이 제대로 자라지 않을 때(영양 성장을 부실할 때)는 질소질 비료를, 꽃을 피워 열매를 맺기 시작할 즈음에는 인산 가리질 비료를, 병이 잘 걸리는 작물의 경우 예방할 목적으로 미량 요소 비료를 준다. 특히 오이 같은 경우는 노균병에 아주 잘 걸리는 작물이어서 하우스 관행농법에선 하루에 두 번씩이나 농약을 뿌려줄 정도이다. 농약을 주지 않고 예방과 저항력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바로 이 미량 요소를 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질소질 비료를 만드는 방법은 앞에서 자세히 얘기했지만, 웃거름용으로는 깻묵 액비가 제일 좋다. 깻묵을 물이 통하는 푸대자루에 담고 뚜껑이 있는 물을 넣은 고무다라에 담근다. 벌레가 끼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두면 더 좋다. 깻묵과 물의 비율은 1대 10이 좋다. 여름에는 한달, 봄 가을에는 두 달이면 충분히 발효된다. 작물에 주는 방법은 물로 다섯 배 희석시켜 작물 잎사귀에 엽면 살포한다. 또는 작물 포기 옆에다 쇠막대기로 구멍을 뚫어 액비를 넣어주면 속효성 비료가 된다. 농약 분무기를 이용하면 더 편리한 데, 물을 분사시키는 장치를 제거하고 분사 파이프를 포기 옆에 흙에다 쿡 질러 넣은 다음 펌프를 하면 쉽게 액비를 살포할 수 있다.(그림-41 분무기로 액비 주는 모습)
인산질 비료를 만드는 방법은 쌀겨와 재나 숯가루나 마른 풀 등을 잘라 켜켜이 쌓아 발효시킨다. 약 한달 지나면 발효되는 이를 포기 주변으로 빙 둘러 뿌려 주고 흙을 덮는다. 아니면 쌀겨를 발효시키지 않고 재나 숯가루와 섞어 작물 주변으로 뿌려 주어도 괜찮다.
미량요소 비료는 종묘상에서 사다가 마찬가지 방법으로 뿌려 준다.
웃거름으로 훌륭한 것 중에 하나가 청초액비인데, 종합비타민 처럼 종합 영양제로 보면 된다. 풀을 매준 신선한 잡초들을 10cm 정도 잘라 쌀겨와 흑설탕을 함께 넣는다. 고무다라에 신선한 풀과 쌀겨를 켜켜이 쌓아서 맨 위에는 쌀겨와 흑설탕을 섞은 것으로 골고루 뿌린다음 무거운 돌을 눌러 놓는다. 돌을 눌러 놓는 것은 공기를 빼기 위한 것이므로 하룻밤 지나면 3분의 2 정도로 줄어들어 숨이 죽는데 그 때 돌을 제거하고 쌀겨 흑설텅을 제거한 다음 한지나 신문지로 덮고 뚜껑을 닫는다. 여름에는 일주일이면 삭는데, 녹색의 풀이 황녹색으로 변하면 숙성이 끝난 상태로 보면 된다. 그리고 나면 풀들을 소쿠리에 담아 액만 걸러내고 따로 보관해서 웃거름용으로 쓰면 된다. 여기에 깻묵을 섞으면 더욱 고급의 청초액비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