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탈북자는 우리의 아픈 손가락이다
북한은 한국 전쟁 이후 지금까지 김씨 일가의 공포의 정치에 숨을 죽이며 바깥세상을 모르고 인간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며 살았다. 북한 주민들은 오직 한 가족 김씨 일가를 위해 봉사하며 사는 것이 전부였다. 짐승 같은 삶이다.
북한 주민들은 그 짐승 같은 삶을 이기지 못하고 허기진 배를 움키며 용케도 휴전선을 넘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일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압록강이며 두만강은 넘어 중국 땅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을 형제국이라 부르는 나라다. 그러니 그들이 온전했겠는가.
많은 탈북자들이 잡히고 생지옥 같은 북한으로 되돌려졌다. 그리고 그들은 험한 고초를 겪었다. 그런데도 북한 사람들은 계속 강을 건넜다. 누구에게는 죽음의 강이고 또 누구에게는 생명의 강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중국을 관통해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그 과정은 무려 1만 킬로미터나 되는 험난한 길이다. 이 책은 그렇게 험난한 길에서 묵묵히 탈북민을 돕는 수퍼맨이라고 불리는 사람과 그와 함께 일하는 저자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 책은 수퍼맨의 평전인 동시에 저자의 탈북 지원 사업 보고서이다.
나. 동남아 탈북 루트
저자는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이라는 이름하에 북한에 대한 지원 단체들의 상당수는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김정은에 대한 지원이라고 허탈해 하며 그 실상을 고발한다. 그의 이야기로 보아 대부분 그런 일들은 지난 정권 때의 일로 보인다.
저자가 이 일에 뛰어들자 국회의원이 그에게 독설을 퍼부었다는 말도 했다. 공개적인 글에서 한 말이니 그 말은 분명 사실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탈북 단체 가운데도 엉터리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그런 사례를 아예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탈북민을 도와 동남아로 보내는 브로커들은 단순히 돈이 되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수퍼맨이 운영하는 조직의 브로커들 중 약 70%는 마약 등을 밀수하는 일을, 약 10%는 영화 속에나 나올법한 국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본업이다.
그러니까 그들이 탈북민을 동남아로 데려오는 일은 사람 장사는 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그들에게는 그 일이 인간 밀수인 것이고 돈이 되는 일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수퍼맨 입장에서 보면 탈북민을 가장 안전하게 동남아로 데려오는 일이다. 그들은 그 방면에 프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수퍼맨이 국군포로들도 13명이나 북한에서 탈출을 시켰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에서 국군포로들을 귀환시킨 사례는 없었다. 이는 보수 진영뿐만 아니라 북한과 죽이 맞아 돌아가던 진보 진영의 대통령도 북한에 퍼주기만 했지 마찬가지였다.
다. 탈북 지원 사업과 진보 진영
따라서 저자는 한국의 지식사회에 대한 서운함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들은 북한 정권은 옹호하지만 북한 인권은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시민에 대한 반감은 상당하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그는 분명 김정은을 계몽군주라고 치켜세운 유시민과는 대척점에 서 있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은 인권 대통령을 자임하던 자가 좌파 지식인들에게 마음대로 놀도록 멍석을 깔아준 때문이다. 인권 대통령이라던 자가 북한의 인권에는 냉담했다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다. 저자는 그 때문에 세상에서 조금씩 잊혀가는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반면 보수 진영의 사람들은 북한 인권 이야기가 나오면 몸을 사린다고 질타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시절 저자가 유튜브 방송에서 북한 인권과 선교 이야기만 하면 버퍼링이 걸리거나 노란 딱지가 붙었다고 한다. 노란 딱지가 붙으면 광고 수입 금지와 채널 노출이 불가능해진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한국 한국사회의 반응이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 좌파 단체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입장에서는 좌파들이 자신을 조현병 환자로 조롱하듯 한국 사회가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라. 다시 북으로 송환된 두 명의 탈북 어부들
놀랍게도 북한 인권에 헌신하고 있는 수퍼맨은 대학 시절에는 잘 나가는 주사파 운동권에 몸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아버지의 호소로 운동권을 빠져나온 후로 중국에 사업 진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를 후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창궐하면서 그 이후 3년 동안 그들의 활동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 동안 구축해 두었던 탈북 루트는 붕괴되고 탈북 일을 하던 브로커들은 생계를 위해 떠났다고 한다.
다행히 현재는 그 모든 지원 조직들이 중국에서 동남아 전역까지 복구되었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그런데 저자는 수퍼맨의 치적들을 이야기하는 중 북한 내부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는 데 그 중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북한에서 동해를 타고 내려온 두 명의 탈북자 이야기다.
보도된 바로는 그들을 돌려보낸 이유가 북한에서 그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결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두 어부는 보위부 폭행 사건으로 탈북을 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살인은 조작된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은 개천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 사업에 대한 고발서로도 읽힌다. 이 외에도 북한에 ‘자유청년동지회’가 결성이 되어 있고, 그들이 북한 내에서 반체제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철저하게 사상을 통제하는 북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이 모든 일에 수퍼맨이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저자는 수퍼맨과 함께 탈북민을 돕는 사업에 신명을 바치기로 하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이를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실이 맺어졌는지 이스라엘, 일본, 유럽 등지에서 강의 요청이 오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