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인사 주지 성추문사건에 대한 국민의 충격은 꽤 오래 갈 것 같습니다. 현응스님은 개혁적인 종단스님들의 모임인 ‘선우도량’에 참여하였고, 94년 종단개혁의 핵심인물이며, 조계종 교육원장으로 10년간 출가자를 지도했고, 온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팔만대장경을 모신 법보종찰 해인사 주지였기에 그렇습니다. 이번 일은 조계종의 출가독려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앞으로 종단에서 추진하는 출가 캠패인이나 출가홍보 영상을 대할 때 ‘사(寺)내연애 하려고?’등으로 희화될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이 더 충격적인 것은 종교인이 ‘미투’를 한 여성을 역으로 고소하여 자신의 결백을 조작하려 한 것입니다. 죄없는 사람에게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우고 자신은 검찰의 비호아래 빠져나가려 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경찰과 검찰과 친분을 유지하는 공생관계였기에 가능합니다. 이것이 종교와 종교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승가공동체의 붕괴는 그동안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났었습니다. 2022년 2월 대선을 며칠 앞두고 열린 승려대회가 그것이고, 부처님 법에 맞지 않는 상월결사 천막선원과 삼보사찰 걷기순례, 현 총무원장과 교계언론이 상월결사에 충성하는 나팔로 전락한 것등이 그 증거입니다. 지금 총무원장도 이전의 허수아비 총무원장과 다르지 않아 경주 열암곡 불상 일으켜 세우는 것으로 불교중흥이 된다고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번 해인사 사태처럼 본사주지의 음행, 해외원정골프, 도박등이 일어나는 것은 승가공동체의 붕괴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입니다. 2020년에는 사찰 홈페이지 관리와 홍보 등을 맡아 오던 32살의 승려가 5년동안이나 음란사이트를 운영하고 'n번방' 영상을 유포하여 구속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런 왜곡현상의 최고 지점은 교조에 말씀(불교성전)이 잘못 편찬되었다는 지적에 종단관계자와 교계언론과 승려와 불자들이 침묵하는 것입니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불교성전 문제는 종단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교성전 편찬자들의 양심 없음과 실력 없음, 소통없이 일하는 폐쇄구조, 승려들의 불투명한 불교관, 승려들과 불자들의 종단과 승가에 대한 무관심, 포교와 불교중흥을 말하는 승려들의 이중인격등등.....교조의 가르침에 관심없는 승려들, 불자들, 언론들, 그것을 공개적으로 지적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불통(不通)구조, 이러한 집단에서 무슨 일인들 안 일어나겠습니까?
단순하게 생각해 봅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이해하려는 것에 관심이 없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수행하려는데 관심이 없는 승려들이 그 많은 자유시간에, 그 많은 돈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수행에 관심이 없는 그들이 사찰을 개인금고로 여기며 욕망을 추구하며 살려고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주지임명 때 금전거래, 선거때 금품 살포, 해외원정 골프, 도박등이 일어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폼으로 사는 승려들 혹은 ‘가사입은 거사’들이 오늘도 권력, 이권, 명예, 욕망의 추구를 위해 달리고 있습니다.
2300년전에 아소까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전국에 칙령을 내려 사람들을 가르쳐 보니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좋다.라고 권고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었다.” 이 말은 우리에게도 유효합니다. 겉으로 보여주기 식의 예불과 기도 참선수행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불교를 이해하여 바른 견해를 갖지 못하고 수행하는 재미를 모른다면 언제든 욕망이 빠져서 오늘과 같은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순간순간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대한 알아차림을 잃어버린다면, 이것은 저를 포함한 조계종 승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代案)은 최선을 다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여 바른 견해를 갖고, 최선을 다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는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수행에 재미를 붙이는 것입니다.
수행의 재미를 안다면 스스로 계를 지키려 할 것입니다. 음식을 조절하여 최대한 몸의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려 할 것이며, 눈을 유혹하는 대상을 피하려고 할 것이며, 번다한 이야기를 피하여 자신에게 고요를 선사하려고 할 것입니다. 수행의 재미를 아는 사람들은 목욕 안하고 머리 안 깍고 말 안하며 안거를 하는 자승승려의 천막결사가 사기꾼들의 짓이라는 것을 금방 파악합니다. 봉암사결사정신을 잇는 결사를 한다며 인도 걷기 순례를 하고, 경주 열암곡에 쓰러진 불상을 세우는게 불교중흥이라고 선전하는 것을 보면서도 “자신을 속이는 자들이구나!”라고 금방 압니다.
승가를 운영하는 측면에서 보면 해인사 주지가 누가되든, 대중(大衆)공의(公議)를 살려서 민주적인 절차로 소임자를 선출하면 됩니다. 만장일치(滿場一致)나 다수결(多數決)로 결정하는 방식은 적법한 승가의 운영절차입니다. 바른견해를 가지고 살며, 수행에 재미를 아는 수행자라면 또한 승가의 문제도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교와 전법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집단지성, 대중지성이 발휘되는 단체가 되고 자정(自淨)능력도 발휘됩니다. 승려들이 깨어나서 대중공의로 운영되는 건강한 종단,권승들이 하는 짓을 보고 '이것 아니다'라고 말하는 불자들이 많아지는 종단이 되길 발원합니다. 그 첫번째 단추는 불교성전을 다시 편찬하는 것입니다. '스님들께 귀의한다'를 '승가에 귀의한다'로 바로잡는 것입니다. 불법을 가지고 논쟁하고 수행을 가지고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보여주기식의 결사와 수행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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