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개된 모형들은 귀처럼 생긴 보조날개인 ‘카나드’가 기체 앞부분에 달려 있는 것과 카나드가 없는 것 두 가지 형태다. 국산무기 개발의 총본산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3단계의 설계와 시험을 거쳐 만들었는데 카나드가 없는 미국형은 C-103, 카나드가 있는 유럽형은 C-203으로 각각 이름이 붙여졌다.
C-103형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날개를 갖고 1만8000파운드급 엔진 2개를 장착한 쌍발 전투기다. C-203형은 카나드 외에 델타(삼각형) 형상의 날개를 달고 있는 것이 C-103형과의 차이점이다. 두 모델 모두 1인승으로 각종 미사일·폭탄 등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무장 장착점은 10개다. 이 중 4개는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도록 동체 아랫부분에 반쯤 파묻히는 형태로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토록 돼 있다.
이들 모형은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국방과학연구소가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탐색개발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탐색개발은 본격적인 무기개발(체계개발)에 앞서 실제 사업에 들어가는 기술을 확인하고 기본 설계를 해보는 것이다.
탐색개발에 550억원이나 들어갔다. 우리나라 돈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방산수출의 보고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돈과 인력도 투입됐다. 우리나라는 440억원, 인도네시아는 11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국방과학연구소·방위사업청·공군·인도네시아 등 195명의 각 기관 전문가들도 탐색개발에 참여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과연 KFX를 개발할 만큼 독자적 기술력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전투기 개발을 위한 432개 세부기술에 대해 11개 기관의 전문가 126명이 참여해 평가한 결과 전투기 국내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KFX에는 능동형 위상배열(AESA) 레이더, 신형 조종석 디스플레이와 적외선 탐색·추적장비, 임무 컴퓨터, 항법장비, 광학표적 획득장비, 조종석 시현장비(디스플레이), 전자전 장비 등 각종 첨단장비와 기술이 들어간다. AESA 레이더는 일정 방향으로 빔을 쏴 기존 레이더보다 신속하고 정밀하게 목표물을 탐지·추적할 수 있고 전자전(電子戰)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비행조종 컴퓨터, 외부 연료탱크, 각종 미사일·폭탄을 KFX에 장착하는 기술 등 33개 품목에 대해선 국내 독자개발이 추진된다. 군 소식통은 “미사일이나 폭탄을 전투기에 장착하는 기술은 민감하기 때문에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이 제3국 수출에 제동을 많이 거는 분야여서 독자개발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첨단무기의 기술 유출에 민감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독자개발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현재 나와 있는 KFX는 스텔스기 형상을 갖고 있지만 본격적인 스텔스기는 아니다. 본격적인 스텔기가 되려면 미사일·폭탄을 동체 내부에 탑재하는 내부 무장창이 있어야 한다. 미사일이나 폭탄을 동체 외부에 탑재하면 레이더파를 강하게 반사해 레이더에 잘 탐지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KFX는 내부 무장창이 없다. 하지만 KFX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향후 3단계에 걸쳐 KFX를 스텔스 전투기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KFX는 과연 우리가 F-16급 성능을 갖는 전투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기술적 문제 외에 개발비와 수출 가능성 등 경제성 문제가 논란이 돼 왔다.
국방과학연구소는 120대 양산을 기준으로 개발비는 6조원, 양산비는 8조원, 운영유지비는 9조원이 각각 들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직접 전투기를 사오는 것에 비해 5조원 이상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19조~23조원의 산업 파급효과, 40조7000억원의 기술 파급효과, 4만~9만명의 고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수출 문제와 관련해서도 국방과학연구소는 제인스, SDI 등 세계적 기관에 의뢰한 결과 208~676대의 KFX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중론자들은 기존 전투기를 개조하는 형태가 아니라 독자적 형태의 전투기를 개발할 경우 개발비만 10조원 이상이 들어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의 쟁점은 KFX를 독자적인 국내 개발 형태로 할 것이냐, 아니면 기존 전투기를 개조개발하는 형태로 할 것이냐다. 국방과학연구소와 공군 등은 수출승인, 국산무기 장착문제, 운용유지 비용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신규개발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한국국방연구원의 일부 전문가 등은 우리 기술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국내 신규개발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기존 전투기를 개조개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개조개발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존 전투기는 미국의 FA-18과 F-16, T-50 초음속 훈련기를 개량한 국산 FA-50, 유럽의 유로파이터 등이다.
KFX를 본격적으로 개발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올 여름 타당성 검토 결과가 나온 뒤 올 연말까지 결정될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가 방위산업을 창조경제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여서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군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