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AUTHOR 김주혜
1987년 인천 출생. 아홉 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이주했다. 유홍준의《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영향을 받아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일하다 프리랜서 작가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아래글 작성자 푸른디딤돌
1910년대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미 일제치하에서 많은 조선의 백성들이 일본인들에게 탄압을 받던 시기다. 그로부터 약 50년간 이어지는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얽히고 섥히는 얘기들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주인공 옥희는 가난한 집 첫째 딸로 태어난다. 일제치하에서 수탈로 인해 갈수록 식량이 부족하여 옥희의 엄마는 옥희를 기생집에서 허드렛일을 돕고 입에 풀칠할 수 있게 일자리를 소개받고 가지만 막상 도착하니 그 일은 이미 다른 여자아이가 맡게 되었다. 실망한 옥희의 엄마는 옥희를 데려가려고 하지만 옥희는 자기 입이라도 줄일 요량으로 기생이 되기를 자청한다.
기생이 된 옥희는 생각보다 음악과 가무가 본인에게 잘 맞아 하나씩 잘 배워가고, 그 집의 딸인 연화와 그녀의 언니인 월향과 친하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런 일본순사의 방문과 함께 성폭행을 당하는 월향으로 인해 기생집 주인은 세사람을 개성에 있는 사촌동생인 기생에게 그들을 맡긴다.
옥희와 정호의 만남은 기생들의 가두행렬에서 시작된다. 지인들의 부탁으로 새로 여는 가게를 홍보하기위해 기생들에게 가두 행렬을 부탁했고 기생으로서 아직 어리지만 처음으로 같이 가두행렬을 하면서 옥희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그때 가지고 있던 바구니속의 꽃 한송이에 정호가 맞으며 그들의 인연은 시작된다.
불교에서는 옷깃을 스치는 사람들도 전생에 인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50년이나 이어진 그들의 인연은 어쩌면 전생에 수많은 인연이 다시 현생에 이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현재 살아가는 삶속에서 이어지는 주변인들과의 인연도 전생의 인연과 과거의 미련으로 이어지는 거라면 현재의 인연들속에서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 지 조심스럽다.
명보라는 캐릭터는 이 소설에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자식이지만 조선의 독립을 위해 열심히 독립운동을 하는 캐릭터다. 일본 유학 당시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그를 좋아했고, 조선으로 돌아온 후 나라를 위해 일한다면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도와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에 부딫힌 친구들은 명보의 생각과 독립에 대한 의지를 존중하지만 그에 대한 도움이 자기를 위험에 빠트릴거란 생각에 쉽게 도와주지 않는다.
생각과 달랐던 현실의 벽앞에 명보는 좌절을 느낀다. 하지만 유년시절을 이미 일제치하에서 자라며 이미 일본의 강함을 보고 그 지배아래 있던 조선인들이, 또한 그 일제치하 아래에서도 유복하게 살던 사람들이 자신의 가진것을 포기하고 희생하기란 정말 어려울 듯 하다.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며 살기위해 또래의 무리를 몰고다니던 정호는 어느날 심상치않은 분위기를 알아챈다. 여러 사람이 공터에 모이기 시작하고 학생과 몇몇 어른들이 연설을 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빨갛고 파란 원형 무늬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소리친다. "대한독립만세"
그 모습은 정호가 목도한 3.1운동의 모습이다. 국기가 뭔지도 모르고 무슨 뜻인지도 알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외치고 소리쳐 그곳이 위험할 거라 판단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말을 탄 일본 경찰들이 총을 쏘며 군중을 공격한다.
3.1운동을 주도한 명보와 각 모임의 대표들은 그 사건으로 인해 잡혀가고 죽음을 당한다. 비폭력을 외치던 명보는 자신들의 생각이 너무 순진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 군중의 외침은 전국으로 퍼지고 많은 이들을 울렸다.
세상은 새로운 사상을 만드는 사람과 그 사상으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사람, 그리고 그 선동에 의해 이용당하는 대중이 있다고 한다. 지금도 뉴스에서는 사람들을 선동하고 세뇌를 시키기 위한 많은 조작이 있다. 하지만 그 현상보다는 본질을 보기위한 노력을 해야 그 선동에 이용당하지 않는다. 다수의 사람들이 그냥 보이는 대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소수의 몽상가들은 그들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고 한다.
투자를 하면서도 항상 뉴스와 찌라시에 많은 사람들은 선동을 당한다. 나중에 찌라시임을 알게 되면 또 후회를 하지만 뉴스와 유튜브 등에서 만드는 분위기는 대중이 쉽게 중심을 잡기 쉽지 않다. 역발상을 해야하고 소수의 몽상가가 되어야 내 중심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죽음에 대해 한번씩 고민을 해본다. 이미 삶의 중반을 달려가는 나이가 되고 주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니 죽음이 두렵기도 하면서도, 그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삶을 더 가치있게 살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만날 수 없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평소 자주 볼 수 없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직 본가에 계시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때가 있다. 어쩌면 내가 잊어버리기 전까지는 아버지도 살아계신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주인공인 옥희는 굶어 죽을 처지에 기생이 되고 개성에서 춤으로 눈에 띄어 고전무용수가 되었다가 연극배우가 되고 영화배우가 되어 그 아름다움을 발하지만 일제치하의 어지러움은 결국 주변 사랑하는 사람을 다 잃게 만들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배신을 당하다 결혼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을 항상 위험에서 지켜주던 정호를 실망시키며 결국 혼자서 제주로 내려가 노후를 이어간다.
정호는 호랑이 사냥꾼의 자식으로 태어나 혼자서 개성에 와 거지고 되고 깡패가 된 후 옥희를 알게 되면서 사랑에 눈을 뜬다. 하지만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실망하고 옥희에게 잘 보일 것을 생각하다 공산주의자가 되어 일본 고관을 죽이기도 하고 다시 독립 후 정치가가 되기도 하지만 결국 빨갱이 전력으로 사형을 당한다.
그 시대 역사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면 그 혼란스러움 속에 태어나지 않았던게 얼마나 행운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공산주의자가 된 정호는 생존만을 위해 깡패로 살다가 사랑하는 옥희에게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국가를 위해 일하게 되며 그 일이 결국 공산주의자로 찍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의 마음은 사랑하는 여자를 행복하게 하고 나라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놓은 것이지만 결국 이념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소설에 나온 일본군 장교인 야마다는 유력한 가문에서 태어나 천황에 대한 신념으로 조선의 통치를 돕게 되고 다시 전쟁에 나가게 되지만 그의 눈에 평소와 달리 살육을 즐기는 병사들을 보면서 회의감에 빠진다. 그리고 전쟁은 계속 확대되고 일본군은 갈수록 처참해지지만 조작된 뉴스에 의해 현상황을 얘기할 수도 없는 답답함을 느끼다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한다. 한 도시가 화염에 날아갔다는 믿을 수 없는 얘기, 그리고 그는 혼자서 만주벌판으로 달아나다 결국 눈속에서 얼어죽는다.
그 시대의 많은 인물들은 그 시대의 변화 방향을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단지 살기위해 한 행동들이 이념의 칼날에 죽기도 하고 살고자 했던 행동들이 친일의 재판을 받게 되고 시대의 변화를 모르던 사람들은 마냥 희생물로서 살아가던 시대이다. 만약 내가 그 시대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는 그 폐쇄된 시대속에서 세계적 변화도, 국가의 변화도 알지 못하고 한낫 무지렁이로 살아가다 잘못된 선택으로 죽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저 살고자 했던 단순한 욕망마저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던 시대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시대와 지금의 시대를 비교해보면 그 시대는 전쟁과 이념의 폭풍속에 미래를 점칠 수없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기후변화로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제도 세계의 꿀벌들이 속속 멸종한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한쪽에서는 월드컵을 즐기고 있다. 어쩌면 꿈꾸지 않는 우리 대중은 그냥 이런 변화속에서 자연의 도태를 다시 한번 겪으며 살아남은 자들이 다시 인류의 영속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고 그 속에 과연 내가 남아 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어차피 한줌의 흙인 우리는 하루하루 그냥 열심히 살아가며 소수의 몽상가를 꿈꾸어야 할 듯 하다...^^
[출처] [작은 땅의 야수들]-김주혜|작성자 푸른디딤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