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펜하이머‘는 영화를 보기에 앞서 원작을 대강이라도 읽든가,
오펜하이머의 인생역정에 관해 조금 알고 보는 게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시작되고 초반에 사전지식이 없으면 영화가 좀 어렵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갖게될 것이다.
나로서는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고난 후 다른 어떤 느낌에 앞서 먼저 “그 놈의 정치가 뭔지…”라는 푸념이 내 머리 속을 감돌았다.
우리나라 경우가 그렇듯이 모든 일에 정치가 끼어들면 뒤죽박죽 엉망이 되면서 사람 하나 병신 만드는 건
여반장(如反掌)이라는 생각이 이 영화를 보면서 든 것이다.
원자폭탄을 만든 천재적인 물리학자 오펜하이머는 말 그대로 영욕, 그러니까 영광과 굴욕의 인생을 살다 간 사람이다.
영화의 원작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American Prometheus)>의 부제인 ‘The Triumph and Tragedy of Oppenheimer‘도 의역으로 하자면, 오펜하이머의 삶이 ’영광과 굴욕‘으로 점철된 것으로 달려있듯이 말이다.
오펜하이머는 2차대전 종반 ’맨하탄 프로젝트‘를 주도, 원자폭탄 개발의 주역이 되면서
인생 최대의 극적인 영광의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정치가 끼어들고 그럼으로써 오펜하이머는 공산주의자라는 오명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는 이게 가정의 불행 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인생의 후반까지를 잠식하면서 그는
쓸쓸하게 역사 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것이다.
하나 좀 답답한 건 이런 모략과 중상에 대응하는 오펜하이머의 태도와 언행이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그러니 나는 아니라는 등 뭔가 좀 자기주장을 강하게 함으로써 그런 지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음에도 뭔가 초월한 듯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그랬다.
실제 오펜하이머는 정치적인 관점이 흐릿하지 않았고 인문학적인 소양도 풍부했던 인물로 알려져있는데,
영화에서도 물론 간간이 그런 점을 드러내고는 있기는 하지만 보고 느끼기에 답답했다.
아무래도 당시 미국을 휩쓴 매카시즘이나 군산복합체 등의 집단적인 광기를 강조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그런 식의 연출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과정에 등장하는 여러 면면들 중의 하나로 자신의 영달을 위해 오펜하이머를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는
루이스 스트로스(Lewis Strauss)같은 모사꾼들은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계를 생각하면 전혀 낯선 캐릭터가 아니다.
우스개나따나 시방 서울에 갖다 놓아도 어디서든 잘 어울릴 만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런 눈총을 더러 받고있는 자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캐스팅과 관련해 사족삼아 하나 지적하자면, 나는 ‘맨하탄 프로젝트’의 실무를 관장했던
그로브스(Leslie Groves) 장군으로 나온 배우가 중후하면서도 날카로운 캐릭터적인 측면에서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그 배우가 누굴까 궁금했다.
집에 와서 찾아봤더니 그는 바로 맷 데이먼(Mat Damon)이었는데, 영화 속 그로브스 장군을 보면서
과연 데이먼으로 짐작할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소 느낌의 맷 데이먼과는 전혀 딴 판이라 놀랐다.
영화관은 롯데시네마 일산 주엽점이었는데, 냉방이 너무 잘 돼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추웠다.
밖에서 땀에 절다가 그런 환경에 접해지니 온 몸이 축축해지고..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본 후 집에 와서는 감기 끼가 느껴지기도 했다.
첫댓글 기어이 봤구나
엄청 지루하던데~
놀란 감독하고, 하버드출신 맷집보러 갔는데~조금 실망!!
어제 토요일 호수공원 한 바퀴 돌고 집에 가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봤지.
지루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초반을 넘기니까 그런대로 재미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