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 한 마리
같은 회사 동료들이 자네 결혼 한 지가 꽤 오래됐지?
나는 무슨 말을 할 지 먼저 알고, 그래 4년 다돼가!
글쎄 부모님이 은근이 기다리시니...
집 사람이 신경이 예민하고 환경이 나빠 그럴 수 있다고
하였더니 하루는 사장님께서 자네 당분간 분소로 내려가
일 좀 하게! 하고는 자리를 비었다.
말 한마디 웃자고 흘린 말이 씨가 되어 좌천인지 배려인지
두메산골로 꼭 필요한 생필품만 챙겨 근무 하던 중
너무 적적하여 생각 끝에 워낙 짐승을 좋아 해
이듬해 봄 흑염소 한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아기 키우듯 정성을 쏟아 무럭무럭 자라 겨울에는
어미가 되었다. 옥아! 이 염소 내가 어떤 마음에서
사서 키우는 줄 알아? 우리와 정은 들었지만
푹 고와 올 겨울 내내 먹고 두꺼비 같은
아들하나 낳아라! 흥, 하고 웃어넘긴다.
퇴근길에 네가 제일 좋아하고 맛있는 것
사 왔으니 이곳에서는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니까
남들한테 잘 할 필요 없다. 언제 떠날 지 모르는데
우리 둘이서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면 된다.
그러니까 너 혼자 먹어라. 하나라도 남들 주면 안 돼.
또 빙그레 웃고 만다.
하루는 “자기야! 저 염소 잡아 동네 잔치하자!”
이 사람 미쳤나! 내가 뭐라 하였는데, 앞으로
허튼소리 다시는 하지 말고 그리해라!
어느날 퇴근을 하여 집에 와 보니 동네사람들이 가득
하였다. 저녁에 어떻게 된 거냐 自初至終(자초지종)을
물으니, 우리가 이사와 지금까지 이웃에게 받아들인 것만도
얼마나 많은데 다 받아 챙기고 한 번도 베풀지 못 했고,
마을 어르신들이 다 父母(부모)님 같은데 어떻게 우리 것
이라고 우리만 다 먹을 수 없다는 것. 그러면서, 나는 젊고
밥 잘 먹고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소화하니 나의 몸은
아픈데 없으니까 괜찮아! “당신도 젊잖아”!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그 염소 값이
생선 값인 줄 아나 게다가 몇 개월을 애지중지 키웠고
당신 補(보)하려고 큰마음 먹고 기른 것을 남들에게 잔치를
하다니... 이 여자가 정신이 바로 서 있는 여자인지
앞으로 살림을 꾸려 가야할 여자인지 다그쳤다.
잔치는 끝나고 얼마 후 사장님이 오라기에 갔더니
다시 본사로 들어오라고 하였다.
그날 밤 아내와 심하게 다투었다.
봐라! 내가 얼마 안 있으면 이곳을 떠난다고 안했나 ?
특히 여자한테 좋다하여 여름 내내 키워 약으로
쓰려고 했는데 잔치를 했나 말이다.
이삿날이 정해지고 살림 이라 기야 얼마 안 돼
내가 회사차 끌고 올 테니 둘이이사하자! 하여
그대로 알고 있었다. 이삿날 새벽녘에 갑자기 천둥
번개를 치더니 온통 먹구름이 몰려와 오전 내내
그치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걱정을 하고 있는데
동네사람들이 우르르 비닐이며 갖가지 이사에
필요한 도구를 가져와 10분도 채 안 돼 마무리됐다.
살아야 할 집에 이삿짐을 대충 정리하고 자려는데
아내가 나에게 흰 봉투를 건네고는
살았던 동네에서 동네 어르신들의 말씀이
지금껏 살아 왔지만 나처럼 이런 효행을 하는 여자는
없었다며 十匙一飯(십시일반) 자율적으로 모은 돈
이라고 하면서 봉투를 주기에 내가 바빠서 못 보았으니
당신이 열어보라고 하기에 열어보니 염소 값 몇 곱이
들어 있었다. 잠자리 들기 전 나는 내 앞에
보이는 것만 내 것으로 알았던 지난날의
부끄러운 내 자신을 와이프를 통하여 이 세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체부-글
첫댓글 봉사 지름값도 댈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뿌린만큼 거둔다는 진리을 말해주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