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지고 업짓지 말라 / 대원 스님
15조 가나제마 존자 당시에 비라국에 범마정덕 장자의 집안이
숙세에 어떤 비구를 공양을 했는데, 그 공양을 받은 비구는
도의 눈이 아직 밝지 못하면서도 헛되이 시주를 올리는 것을
받아 먹었기 때문에, 빚을 갚기 위해 버섯이 되어서
범마정덕 장자가 항상 따서 먹게 해주었다.
공양을 응당히 받을 자격이 되는 것은 아라한과를 증득한 때부터
응공(應供)이 된다. 응공은 인간과 하늘 사람에게
공양을 받을 자격이 된다 했다.
공양을 받을 자격이 안 되면, 공부를 해서 깨달아서 갚기 전에는
외상으로 먹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노장 스님들이 옷 한 벌이라도 꿰매서 계속 입고,
양발도 꿰매서 신고 일생을 그렇게 했다.
시주 돈을 신도들이 갖다 주면 모아서 사중에 쓰라고 내고,
또 대중 공양금으로 내기도 하고, 염주나 경전을 사서
신도들한테 돌려주기도 하고 그렇게 했다.
동산 스님, 고암 스님, 그 외에 많은 선지식 스님들이 그렇게 철저히 하셨다.
스님들이 그렇게 하니까, 선방에 있는 거사님 보살님들이
본인들 생일이나 환갑이나 회갑이나 또 집안 식구들 중에 생일이나
이런 날은 꼭 대중공양을 올렸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잘하지만 삼보를 공경하고 받드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과거에 원래 묘관음사 향곡 스님 회상에 살 때,
하선원에는 일반신도들이 공부했는데,
일반신도님들이 스님들 공부하는데 참 지극정성으로 후원을 잘하고,
또 본인들도 선방에서 정진 열심히 잘하는 것을
내가 입승을 보면서 많이 보았다.
과거에는 발우공양을 하고 나면 큰스님들이 항상 말씀하시길,
“거사님, 보살님들은 세상에서 살면서 태산 같은 업을 지었으니,
그 지은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이냐?”
그러면 거사님 보살님들이,
"우리가 속세에서 살았지만 그게 빚인지, 업인지 몰랐는데,
큰스님 말씀 들으니까 그렇네요. 어떻게 해야 됩니까?"
"삼보를 공경하고, 열심히 정진하면서 항상 생일이나
이런 날 공양을 올리고 방생도 잘하고 그리 하라.”
꼭 그렇게 가르쳤다. 그리고 그때는 따로 공양주 두는 일이 없고,
선방 보살이 나가서 채공하고 선방 스님은 밥을 했다.
누가 하라 하지도 않고 당연히 방을 짜면, 공양주, 원주, 별좌,
채공, 다 선방에 모인 대중이 하고 공양주를 따로 두고
그런 일은 거의 없었다. 근데 지금은 여러분이 공양주를
당연히 절에 두는 걸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그만큼 복을 짓지도 못하고 복을 감하면서
가만히 앉아서 참선한다고 그런다.
또, 여기에 거사님, 보살님들이 왔다 가면서
저한테 부탁을 하는 것이,
"스님, 학림사에 오래 있는 거사님들이 너무 거만한데,
뒤에 오는 거사님들한테 친절하게 잘 해줄 수 있도록
그걸 좀 잘 가르쳐주세요. 그걸 안 하면 앞으로 우리는 못 옵니다.
학림사에 텃세 부리는, 권세 부리는 그 거사님들만 살겠지요.”
그걸 저한테 여러 번 부탁을 했다.
내가 이 이야기 한다는 게 딴 얘기를 하다 보면 자꾸 잊어버린다.
얼마 전에도 또 누가 그렇게 와서 부탁하고 갔다.
“학림사 선방에 오래 앉아 있는 노보살님들 보고 말씀해 주세요.
뒤에 오는 분들에게 절대 권세 부리지 말라고 하세요.
텃세 부리지 말라고 하세요.
처음에 온 것처럼 그런 자세로 살도록 해주세요.”
그걸 아주 신신 부탁을 한다. 귀담아 들으셔야 된다.
그게 업 짓는다는 거다. 도도 못 통하고 오래 지냈다는 경력이
뭔 소용이 있나? 공부가 돼야 되지. 공부가 안 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걸. 괜히 업만 짓지 소용없는 거라.
그래서 우리가 앉아서 정진을 하는 것도 공부고,
절에 와서 일상생활의 일거수 일투족 움직이는 것
전체가 다 수행이다. 그걸 잘 알아야 된다.
속세의 사람이나 절에 가사 입은 스님이나
빚을 지지 않고 업을 짓지 아니해야 된다.
빚지고 업을 지으면 그건 큰 문제라. 그것 때문에
몇 생을 공부할 길이 늦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참으로 수행자는 그것을 항상 머리속에 두고
초지일관 그런 마음 자세로 수행을 해야 된다.
그 점을 꼭 여러분이 명심하셔야 된다.
('22. 09. 04 대원 큰스님)
출처: 학림사 오등선원 지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