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용사의 연무 속 백운봉~용문산 종주
1. 일자: 2016. 11. 5 (토)
2. 장소: 백운봉(940m), 용문산(1157m)
3. 행로 및 시간
[용문산 자연휴양림(08:45)
-> 두리봉(09:20, 575m) -> (헬기장) -> 백운봉(10:34) -> (식사 11:23~46) -> 함왕봉 삼각점(12:05) -> 함왕봉(12:22, 947m) -> 장군봉(12:37, 1064m, 용문산 1.5km) -> 용문산(13:32) -> 마당바위 갈림(14:25) -> 용문사(15:19) -> 부도탑(15:32) -> 주차장(15:52)]
< 백운봉, 용문산 종주 산행을 준비하며 >
한 달 전
밴드에 288 11월 정기산행으로 백운봉~용문산 종주 산행이
올라왔다. 두 곳 다 명산인데다, 예전 조각 산행을 한지라
‘종주’라는 말에 끌려 이유 불문 참석하기로 한다.
한국의 마테호른 이란 별명을 가진 백운봉은 용문산에서
바라볼 때 그 특이한 모양새로 시선을 끌던 곳이며, 용문산은 겨울에만 두 번 올랐으나 엄청 힘겨웠던
산으로 기억된다. 쪼개서 해도 힘든 두 산을 붙여 놓았으니 오죽하겠나 하는 선입견과는 다르게, 선답자들의 말은 사내골~백운봉~용문산~용문사 코스는 총 거리 12.5km로 7시간이면 종주가 가능하다 한다. 산거북님의 궤적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구간 탐사에 나선다. 양평역에서 택시로 5km 거리인 용문산 자연휴양림 밑 약수사 출발 백운봉까지는 100분, 장군봉~용문산 60분, 용문산 정상에서 용문사 주차장까지는 2시간, 경험한 두 구간이 5시간이다. 미답
백운봉~장군봉이 2시간쯤 된다. 식사시간을 포함하면 7시간 30분의
산행이 예상된다.
평촌~양평 전철을 검색해 보니 2시간이 넘는다. 대안을 찾아보다‘동서울~양평 시외버스, 50분 소요’를
찾아낸다. 동서울터미널이 늘 가는 단골집 마냥 편하게 다가온다.
< 희망사항 >
아들 부대에서
초대장이 왔다. 11월 5일 9시부터 부대 개방 행사를 갖는다고 참석을 제안한다. 갈등이다. 아들도 보고 싶고 산에도 가고 싶다. 묘수를 찾아야겠다. 주중 내내 고민하다 산을 택한다. 다행히 아들이 다음 주에 휴가가
계획돼 있다 해 마음의 짐은 덜어낸다.
이번 산행의 의미는‘종주’다. 한북정맥 완성의 의미가 퇴색될까 연거푸 백운봉~용문산과 내장산~백암산 종주를 계획한다. 이제 곧 계절은 빠르게 겨울에 들어설 게다. 황금 계절이 가기 전에 남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
권력과 권력에 기생하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의 가당치 않은 욕심으로 시작된 국정농단으로 온 나라가 어지럽다. 화가 치밀다 생각해 보면 국민들이 불쌍하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인지를 생각하면 또 허탈하다. 나도 이 나라의 국민인지라, 깊이를 알 수 없는 자괴감과 치유하기
쉽지 않은 상실감에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세상엔 내 맘 같이 되는 일이 많지 않다. 산에서의 정직한 발걸음에 위안을 받고 싶다.
(여기까지는 산행 준비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실제 산행은 이와는 달랐다.)
< 백운봉 용문산 산행 소묘 >
여유 있게
집을 나왔는데도 길을 나서니 시간은 바삐 흘러간다. 전철이 한강을 넘어갈 때 본 하늘은 희뿌옇다. 오늘 코스는 먼 풍경이 좋은 곳인데 아쉽다. 일기예보를 근거로 날이
곧 맑아지겠지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용문산 6형제가 모였다. 버스는
예상보다 늦게 양평에 도착했고 곧바로 택시로 용문산 자연휴양림으로 이동한다. 들머리에 서니 8시 45분, 조금 늦었지만
예상 범위의 시간이다. 예전에 올랐던 계곡 길 대신 능선을 택한다. 두리봉까지의 40여분은 만만치 않았다. 길을 오를수록 낙엽이 진 휑한 숲에 연무가
자욱하다. 날씨가 기대와는 다르다. 풍경보다는 길 자체에서
의미를 찾아야겠다.
두리봉에 올라선다. 멀리 남한강이 조망되는 나름 풍경 명소인데
보이는 모든 게 뿌옇다. 감 한 쪽 베어 물고 잠시 쉬어 가는 길, 백년약수
갈림을 지나 헬기장 까지는 편한 등로가 쭉 이어진다. 늦가을 몽환적 숲의 정취가 좋았다.
< 들머리 / 두리봉에서 >
긴 계단을 치고 올라 백운봉 정상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먼저
올라온 이들이 있어 반가웠다. 연무는 더 짙어져 사위 분간도 쉽지 않다. 함왕봉으로 향하는 긴 계단, 이곳에서 바라보는 능선의 풍경이 장관인데…. 아쉬움에 옛 기억을 들춰내 위로 받는다.
새수골로 돌아가는 갈림이 나타나고 6인의 건각들은 직진한다. 이제부턴 처녀길이다. 길 자체가 바위투성이 험로인데다 낙엽이 깔리고
이슬비까지 간간이 내리니 속도는 더뎌진다. 이정표 상 거리는 장군봉까지 2.5km 남짓인데 함왕봉까지 가는 길은 끝이 없었다. 백운봉에서 50분 거리인 무명봉 데크에서 식사를 하고 간다. 빵 일색인 초라한
식단이지만 서로 권하며 나눠 먹는다. 오늘따라 김밥이 맛났다.
백운봉에서 함왕봉까지는 길도 험하고 거리도 멀다. 용문산
산행을 힘겹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엉터리 거리 표시였는데 백운봉 길 역시 그렇다. 12시 조금 넘어
삼각점이 있는 함왕봉 정상을 지나니 그나마 길은 좀 순해진다. 잠시 후 사나사로 하산하는 이정표가 또
나타나고 누군가 함왕봉이란 표식을 해 두었다. 믿음이 가지 않았다.
안개가 짙어져 앙상한 나뭇가지에 이슬이 맺힌다. 몽환적인
술, 나목들이 유령처럼 비탈에 서 있다. 색다른 정취다. 길을 걷는 내내 이어지던 유쾌한 잡담들도 시들해질 무렵 반대편에서 넘어오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이내 장군봉에
도착했다. 시간은 12시
37분, 얼추 예상한 시간대로 산행이 이어진다.
장군봉에서 용문산 정상은 1.5km 거리다. 비고도 그리 크지 않아 큰 부담은 없다. 풍경이 없으니 걷는 행위가
시들해진다. 긴 계단을 치고 오른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농무는 점점 짙어진다. 허벅지에 부하를 가득 준 채 힘겹게 오른 정상에는 노란 은행잎 조각상이 우린
반긴다. 새수골 출발 4시간 50분 만에 용문의 정수리에 도착했다. 조각상을 배경으로 6형제의 흔적을 남긴다. 사진에는 노란 은행잎이 회색으로 투영된다. 연무가 싫어 서둘러 하산 길에 나선다.
< 백운봉 / 함왕봉 / 장군봉 정상 >
몇 년 만에 다시 온 용문산 하산 길은 여전히 험했으나 그새 계단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용문산 뱀과 유박사님의 뱀탕 이야기 등 나름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며 마당바위 갈림까지 단숨에 내려왔다. 도중에 바위전망대에서 잠시 쉰 거 말고는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갈림에서
계곡 길을 버리고 능선 길에 오른다. 산거북님의 판단이 옳았다. 능선이
상대적으로 길 사정이 좋았다.
마당바위 갈림에서 용문사까지는 1시간 거리였다. 고도가 500미터
대로 떨어지자 숲이 풍요로워진다. 색 고운 단풍이 시선과 발길을 잡는다. 거친 내리막을 걷느라 지친 심신이 붉게 물들어 가는 가을의 향연으로 위로 받는다. 용문사는 닿을 듯 말 듯 그러나 예상보다 멀리에 있었다.
< 용문산 정상에서
>
용문사의, 아니 우리나라 모든 은행나무의 상징은 잎이 다 진 채 거대한 기둥으로 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해가 갈수록 고목의 느낌이 강해져 가고 있다. 인파로 북쩍이는 경내에도
조용한 공간은 있었고, 멀리 색이 곱게 들어가는 산줄기를 바라보며 용문산의 참 모습을 발견한다.
< 용문사에서 1 >
용문사에서의
하산은 산거북님의 안내로 도로가 아닌 산길을 통해 내려왔다. 색 고운 단풍이 풍성했으며, 보물로 지정된 단아한 부도탑도 멋졌다. 도로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도 길에는 가을의 정취와 함께 고요함이 깃든다. 산에선 역시 번잡함보다는 호젓함을 추구해야
한다.
조금 더 발 품은 팔았지만 색다른 길을 경험한 데서 만족하며 주차장에 도착한다. 다시 인파 속에 파묻혀 허둥대는 나를 발견하고는 산행이 끝났음을 인지한다.
< 용문사에서 2 >
< 에필로그 >
예상대로
백운봉~용문산 종주는 만만치 않았지만 큰 무리는 없었다. 날씨가
받쳐주지 않아 멋진 풍광을 감상하진 못했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던가. 첫 마음처럼 종주에 의미를 둔다.
오늘은 용문장날이라 읍내가 몹시 붐빈다. 조용한 산에서 한 나절을 보내고 나서인지 번잡함이 익숙해 지지 않는다. 아이넷님이
강추 하는 역 인근 허름한 능이전골 음식점은, 왠지 ‘주막’의 느낌이 강했고 인심 좋고 값싸고 푸짐한 곳이었다. 배불리 먹고
나니 노곤함이 몰려온다. 문산행 전철이 플랫폼에 다가서고 있다. 오늘도
혼자라면 엄두를 못할 경험을 했다. 함께한 여러 분들께 감사한다.^^
< 백운봉~용문산
종주 궤적 >
첫댓글 운무로 조망은 없었지만 재미있는 구간 이었습니다.
낙엽과 습기로 미끄러워서 힘들었는지 허리가 뻐근합니다.^^
저는 참 좋은 산행했습니다.
좀 빡세긴 했지만 언제 또 이런 기회 갖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