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의 삶은 모든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온갖 술들이 흘러 다니는 하나의 축제였다.
1891년 프랑스의 시립병원에서 행려병황자로 다리하나를 절단 받고 투병하다가 죽은 랭보의 대표작 <지옥에서 보낸 한철>의 서시 부분이다.
랭보는 “시인이란 모든 감각의 오랜, 거대하면서도 이론저인 뒤틀림에 의해 견자見者가 된다.” 라고 말했는데, 그는 일상적이고 상투적인 사물에의 접근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모든 감각이 뒤틀려졌을 때 보여 지는 사물을 시적 이상으로 삼았다.
그는 수많은 인생 여정 끝에 한 쪽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어쨌든 나는 모든 것을 포기 했다. 나는 정말 운이 없다. ” 라고 말한 랭보는 병을 간호해주는 누이동생에게 “모든 병은 시간과 정직성이 있으면 완쾌된다. 운명을 따르되 결코 절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항상 그대로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밤낮 할 것 없이 울고만 있습니다. 나는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평생 불구자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온갖 걱정 때문에 잠도 안 오고 미치겠습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비참함입니다. 끝없는 비참함입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살아야 할까요?“
“저는 운명을 따를 것입니다. 그때는 죽게 되겠지요,” “저는 전혀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한 걸음도 걷지 못합니다. 몇 걸음 걷다가 넘어지면 다시 병신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 멈춰버리고 맙니다.”
랭보는 그보다 더 큰 불행이 닥쳐오면 “이 비참한 사람에 이별을 고할 생각이다.”라고 썼지만 자살은 결행하지 않았다.
“하라르에서 처음 무릎에 종양이 생겼을 때도 2주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앉은뱅이가 되는 것이 저의운명인가 봅니다.”
‘그래서 또 다시 목발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에 제가 했던 여행들을 생각하면 지금 전 얼마나 따분하고 우울한지요! 5개월 전만 해도 그토록 활동적이었는데! 산을 넘고 말을 달리던 여행, 산책, 사막, 강, 바다, 그 모든 것들이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게다가 지금은 앉은뱅이 신세,(중략) 제 인생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나무토막일 뿐입니다.(중략)
랭보는 붙박이 상태에서 오로지 벗어나는 것만 생각했다. 다음의 글은 랭보가 1891년 7월 15일 이자벨에게 보낸 편지다. “나는 밤낮으로 보행할 수 있는 방법만을 생각한다. 그야말로 고통이다. 나는 이것저것 모두 하고 싶고, 여기저기 가고 싶고, 살고 싶고, 떠나고 싶은데, 그것은 오랫동안 아니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아프기 시작했을 때 바로 치료를 했으면 이 관절의 고통도 쉽게 가라앉았을 테고, 또 그 다음 병들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땐 몰랐지. 고집스럽게 걷고 무리하게 일하다가 나 스스로가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왜 중학교에서는 이처럼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만큼의 의학 지식도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랭보여, 그대가, ‘하루에 15·40킬로미터를 걷고, 그 나라의 험한 산악지대를 몇 번이나 말을 타고 여행하는 것을 선생이나 의사들이 막을 수 있었겠는가? 왜 다리를 절단하게 놔두었을까? 온갖 수술과 고통이 따르더라도 다리는 남겨두어야 했다고 랭보는 생각했다.
문학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의사에게 “시詩는 빌어먹을 짓입니다.”라고 말을 잘랐고, 그의 여동생이 회상하기를 “그는 과거와 잃어버린 행복에 대한 수많은 기억을 떠올렸고, 그의 눈에서는 쓰라린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렸다.‘고 적고 있다.
“내 마음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소티로가 편지를 보냈으며, “나는 매우 고통스럽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당신이 지혜와 철학을 지닌 사람임을 알고 있으므로 한 번의 불행과 하나의 다리가 인생항로를 방해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라고 펠테르가 편지를 보냈지만 그의 삶은 1891년 11월 10일 아침 10시까지만 예정되어 있었다.
“ 내 몸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라서 아침 일찍 승선했으면 한다. 몇 시에 내가 배에 탈 수 있는지 말해 달라.” 아르튀르 랭보‘
그가 곁에 있던 사람에게 헛소리처럼 말하며 쓴 마지막 편지 중의 끝부분이다.
자유롭게 걸을 수 있던 사람이 걸어갈 길, 아니 걸어갈 수가 없을 때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다. 어디든 내 두발로 내 의지대로 걸어갈 수 있다는 것, 그것만도 얼마나 큰 축복인가?
가끔씩 오른쪽 다리 무릎 부분이 아프다. 그때마다 랭보를 생각하면서 병원에는 가지 않고 파스를 붙인다. 아직도 걸어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괜찮을까? 하면서도 내 시간은 못 내고 가버리는 세월, 그냥 그만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첫댓글 하루 앞을 못내다 보고 사는게 인생이라고... 정말이지 걸어 다니는 자유가 있음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