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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홈피를 보다 실미도님이 여러 대회를 참가하신다고 올려놓으셨더군요.
그것을 바탕으로 검색 시작... 100Km를 하루에 달리는 대회가 있더군요.
제천 박달재 100km대회. 아침부터 9시간동안 달리는 대회..
섬짓하긴 하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거 같더라구요.
100 이라는 글자가 써진 져지가 왠지 탐이나 보이고..
조승완님과 일단 참가하기로 하였답니다.
학창시절 공부하다가 몰랐던 것들이 시험 보고 나면 이해 되듯이..
대회는 그 자체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즐겁고 실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줍니다.
대회하루전
고저도를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100km를 달리면서 높이 700~800m를 5번 정도 넘나들더군요.
일단 옷을 챙기고 수면제, 진통제, 둘코락스좌약까지.. ㅋㅋ
잠자리가 바뀌면 예민해서 잠을 못자는 사태를 막고..
극심한 근육통증에 대비..
좌약은 불필요한 모든 것을 버리고 가겠다는 나름의 생각 때문이었답니다.
비발디 아파트에서 조승완님과 실미도님과 만나서 케리어에 자전거를 어렵사리 실었습니다.
케리어가 좀 허접해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서산에서 5시 30분정도에 출발... 제천 청소년 수련원에 도착은 9시 넘어서 도착했습니다.
어릴적 소풍가는 설레임으로 즐겁게 운전하며 갔습니다.
청소년 수련원은 아주 넓은 방에 6명씩 잘 수 있도록 배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방에다가 보관하고 맥주 한 캔씩 하며 먼저 온 룸메이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00km 대회라서 다들 굉장한 체력의 사람들이더군요.
자전거로 거의 모든 곳을 다녔다는 무용담을 뒤로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대회당일
조금 일찍 일어나 식사 및 샤워와 용변까지 다 개운하게 마치고 뒤뜰에서 잔차를 타고 기념 촬영을 해봅니다.
대회장은 수련관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수많은 참가자와 서포터들이 있었습니다.
실미도님은 중급이라 먼저출발 하고..
5분뒤 마스터에 슈렉 출발..
그리고 5분뒤 조승완님이 출발합니다.
출발전에 기념촬영~~
워낙 장거리라서 다들 여유롭게 출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가끔 산길에서 위험스럽게 추월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산길을 3km정도 달리자 갑자기 밀리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곳에서 차례로 내려갔습니다. 약 10여분 정도 지체된 듯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질퍽한 산길 내리막길... 그냥 내려가기도 힘들더군요.
코스를 만들다가 미완성인 상태인 듯 했습니다.
오르막이 있음 내리막이 있듯이 신나게 산길을 내려 갑니다.
그때 이마에 벌이 부딪치는가 싶더니..
눈과 고글사이에 벌이 갇혀버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속력이 상당히 난 상태에 노면도 고르지 않고..
눈을 감을 수도 뜨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
수초간 눈과 고글 사이에서 놀고 있는 벌이 어디를 쏠지 온신경이 곤두선 상태..
벌은 다행이도 코쪽을 쐈습니다.
브레이크를 잡고 벌을 털어내고 따끔 거리고 부어오르는 상태에서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와 두번째 보급소까지는 별 무리 없이 잘 달립니다.
더위에 땀 많이 흘리고 일사병 위험 때문에 머리에 물을 뿌리면서 달렸습니다.
두 번째 보급소 이후 이어지는 끝없는 산길 오르막과 땡볕 많은 선수들이 나무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드문 드문 보입니다. 부러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 목이 말라 잔차에서 내려 물을 마실려는데.
뒤에서 한마디, “김원장 뭐해?”
헉 조승완님의 목소리가 아닌가? 돌아보는 순간 여유롭게 휙 지나쳐가신다.
분명 5분정도 늦게 출발인데... 벌써 따라 잡힌 것입니다.
먼 발치에서 조승완님을 보며 따라 붙어 달려봅니다.
하지만 내 패이스가 아닌거 같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이번에는 낮익은 잔차 한 대가 보입니다.
실미도님이 아닌가?
5분먼저 출발하신 실미도님이 컨디션이 안 좋으신지 천천히 가고 계셨습니다.
몇마디 인사말을 나누고 앞서 달리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달려서 3번째 보급소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MP3를 떨어뜨려서 한참을 찿았지만 못 찿고 포기..음악없는 주행을 해야했습니다.
3번째 보급소도 물이 거의 바닥상태라서 걱정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스박스 안을 들여다봅니다.
웬 물병 안에 하얀액체.. 막걸리랍니다..
어렵살이 막걸리 한병을 얻어 마시고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럴때 마시는 막걸리가 얼마나 꿀맛인지 다들 아시리라~~
다시 경치좋은 산길을 굽이굽이 돌고 돌아 신나는 내리막길을 내려갑니다.
대부분이 자갈길이라 속도내기에는 여간 신경이 쓰입니다.
한참을 내려가니 4번째 보급소가 보입니다.
여기서 콜라 한 잔 얻어먹고 물을 보급하고 다시 올라갑니다.
이럴 땐 얼굴이 좀 두꺼워야 먹을 걸 먹을 수 있답니다.
대회관계자인 듯한 분이 콜라를 따는 순간 물끄러니 쳐다보니 민망했는지 콜라를 나한테 주었답니다.
거문골로 기억하는데.. 대부분 선수들이 내려서 끌바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보급소를 지나서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 때문에 힘을 내어봅니다.
셀카도 찍고..
도로내리막이 시작할 무렵 대회관계자가 있었습니다.
얼마나 남았냐고 물었더니 손가락 4개를 치켜듭니다.
“4 km인가요?”
“아니 40km입니다”
헉 또 좌절..
어쨋거나 내리막길은 신이 난답니다.
다시 시원한 자전거여행은 계속됩니다.
계속해서 달립니다.
길가에서 바가지로 물을 주신 아주머니께 감사를 표하고
이제 고개 너머가 마지막이라는 직감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행사관계자는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길 재촉합니다.
완전 싱글길인 것이다.
체력이 완전 소진된 상태에서의 싱글길은 끌바 밖에 할 게 없더군요.
그렇게 그렇게 끌면서 대회장을 산으로 한바퀴 돌고 골인지점에 들어왔습니다.
밥을 제공해 줘서 밥을 먹고 나니 비로서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신나는 여자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뒤로 하고 하루의 험난 했던 여정을 마감했습니다.
우리 인생이 그러하듯이 평온함 보다는 도전과 극복이 더욱 아름다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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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 후기 정말로 가슴 설레입니다.
제천은 늘 좋은 추억이 있던곳이라 더욱 ,,,
완전 신나셨죠 ,,, 완주의 기쁨....
감사... 근데... 완주의 기쁨은 아니던데요... 사람이 할 짓은 아니구나 했답니다.. ㅋㅋ
아름답고 땅기는구나...
감사~~
평창280렐리 후기도 부탁합니다..ㅋㅋ
헐~~ 그건 쫌....
^^ 대단하십니다... 체력짱 ㅋㅋ
저는 반정도 가면 퍼질뜻하네여 ㅋㅋ
별 말씀을...
280도전하셔도 완주하시겠네요...^^
칭 찬 고맙습니다~
후기너무좋아요~셀카도찍으시고 짱이십니다
자주 뵙자구요~~~감사~~
헐~~ 댓글 많이 달아 주셔서 감사 드려요~~ ㅋㅋ 오고 가는 댓글 속에 밝아오는 우리 동호회~~ 사실은 민망한 사연도 좀 있는데.. 올렸다가 삭제 했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