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최초 주상복합아파트 -------------------------------------------------------------------------------------
대구 수성4가 수성하이츠는 아파트 건물 외관 자체부터 범상치 않다. 탑상식으로 지어진 아파트 건물 4동이 쇼핑몰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2000년 당시만 해도 대구 최고급 아파트라는 기치 아래 지어져 아파트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 또한 상당하다. 대구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라는 별칭도 이곳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보통 성냥갑처럼 지어진 아파트 건물과는 달리 이곳 아파트 건물은 사각형의 탑상식으로 올라가 있다.
조형물로 테두리를 쳐놓은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면 널찍한 홀을 가운데로 4개의 아파트 건물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답게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는 각종 상가들로 채워져 있다. 주차장은 모두 지하에 있어 모든 차량은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그 만큼 주민들은 아무 부담 없이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다. 아파트를 설계했던 주민 임봉수(54)씨는 “쇼핑몰 형식을 도입하다보니 아파트 배치가 몰을 중심으로 둘러싸인 특이한 형태가 되었다”라고 했다.
1, 2층에는 세탁소, 빵집, 미용실, 레스토랑은 물론 심지어 은행까지 점포수만 80개에 이른다. 웬만한 상가들은 다 들어서 있다. 정병훈(58)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특별한 걸 사러 가지 않는 한 주민들은 물건 사는 것의 대부분을 여기에서 해결한다”라고 설명했다.
이곳에 자리한 한 패밀리 레스토랑은 유명세를 타면서 아파트 주민들 뿐 아니라 멀리 대구 곳곳에서 찾아온다고 한다. 지하 1층에 대형마트가 자리하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주민 김순희(47`여)씨는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는 바깥에 나가지 않고도 엘리베이터를 통해 쇼핑을 즐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 가운데는 하루에도 수차례 대형마트에 들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아파트 주민들 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까지 이곳으로 몰려 홀에는 사람들로 왁자지껄하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놀이터처럼 이용한다고 한다.
이 아파트의 또 다른 특징은 아파트 상층부가 원룸으로 꾸며져 있다는 것. 모두 80여개에 이르는 원룸들은 분양 당시 아파트 직원들의 숙소로 이용하고자 만들어졌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지금은 대부분 출장을 위해 상주하거나 잠시 머무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아파트 외관이 전체적으로 특이하다보니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건넨다”라고 자랑했다.
대구 수성하이츠는 지어진 뒤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도난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유는 남다른 보안시스템 때문.
지하주차장 입구에 들어서면 지하 1층에 대형마트가 있는 까닭에 마트 고객과 아파트 주민 출입구가 따로 설치되어 있다.
아파트 주민 출입구를 통하면 주차장 입구에 상주하는 경비원이 신원과 용건을 묻는다. 간단한 절차를 끝내고 지하로 내려가면 마트 주차장과 아파트 주차장이 바리케이트를 통해 나뉘어져 있다.
각 동마다 설치된 자동출입문에는 CCTV가 설치돼 경비원들이 항상 감시하면서 낯선 사람이 들어서면 방송을 통해 신원이나 용건을 다시 묻는다.
이경석(50) 관리사무소 소장은 “여느 아파트처럼 각 동에 자동출입문이 설치된 건 다를 게 없지만 경비원이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기 때문에 혹시 외부인이 주민들을 따르거나 문이 열리는 틈을 타 들어오는 돌발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외부인이 신원과 용건을 정확히 밝히지 않으면 엘리베이터 자체를 세워버리기도 한다.
이런 철저한 보안시스템으로 인해 경비원의 역할이 그 만큼 커진다는 것. 그런 이유로 이곳 경비원들은 주민들은 물론 그들의 친척의 얼굴도 거의 익히고 있다.
경비원 김규식(66)씨는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자꾸 신원을 물어보다보니 두 달 뒤에는 거의 주민들이나 그들의 친척까지도 얼굴을 익히게 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6년간의 무사고 행진을 놓고 자동출입문과 감시카메라, 경비원 감시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경석 소장은 “한 번씩 외부 사람들이 찾아오면 다른 건 다 좋은데 보안이 너무 철저해 좀 번거롭다고 토로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청소·분리수거 도맡은 박상우씨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채 찬바람만이 거리를 감도는 오전 6시. 박상우(64`사진)씨는 빗자루 하나를 껴안고 이곳 아파트 주위를 맴돈다. 벌써 6년째다.
휴일을 빼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동인동 자택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자전거에 몸을 싣는다. 하루 종일 수성하이츠 주위를 세, 네 차례 돌면서 청소와 분리수거를 도맡는다.
그런 모범적인 모습에 주민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지난 16일 주민들은 표창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요즘은 너무 추워 조금 일하기 힘드네요. 그래도 제 일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해요.” 그래도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여름보단 낫단다.
청소를 하다보면 얌체족들 탓에 짜증날 때도 더러 있다. 몇몇 행인들이 화단에 몰래 휴지나 담배꽁초, 캔 등을 끼어놓고 가거나 이웃 사람들이 한가득한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갈 때는 그렇다.
박씨는 “그나마 초창기에 거의 안 지켜졌던 분리수거는 요즘은 정착된 편”이라고 미소짓는다. 쑥스러움이 많아서인지 말문을 쉽게 열지 못하는 박씨는 그의 말처럼 그저 묵묵히 아파트를 지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