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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둔덕중학교는 지난 4월 교내 도서관 앞에 '청마동산'을 조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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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
한 중학교가 친일 혐의자의 아호를 딴 동산을 조성하고 '1교1특색사업'으로 그를 기리는 갖가지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남 거제 소재 둔덕중학교는 '1교1특색사업'으로 '유치환(청마 1908~1967)의 문학 체험활동'을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 4월 교내 도서관 앞에 '청마동산'을 조성했는데, 이곳 연못 둘레에 '깃발' '바위' '춘신' '축복' 등 유치환의 시를 새긴 5개의 목판을 설치해 놓았다.
이 중학교는 홈페이지에 '1교1특색사업' 운영에 대해 "청마 문학을 이해하고 향토애와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청마 관련 각종 행사에 참여하여 우리 고장에서의 청마 인지도를 높이고 홍보할 수 있도록 기본 소양을 쌓는다"고 설명해 놓았다.
구체적인 세부추진계획을 보면, '청마문학 이해 활동'이라 하여 ▲청마 시집 읽기 ▲청마 시 액자 걸기 ▲청마 시화전 ▲청마 시 낭송회 ▲독서활동과 독후감 쓰기 ▲청마 백일장 등을 연다고 되어 있다.
이밖에 '청마문화 보존'을 위해 ▲청마 유품관 견학과 ▲생가 견학 ▲청마 묘소 주변정화 ▲청마 시비 환경정화 등을 한다고 되어 있다.
거제와 통영에서는 유치환의 시비건립과 생가 조성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유치환은 친일혐의가 있다"며 기념사업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유치환이 생전에 편지를 자주 부쳤던 통영중앙우체국을 '청마우체국'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친일혐의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이런 속에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유치환에 대한 좋은 인상만 심어 주는 교육을 하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교1특색사업 앞서 친일 혐의 먼저 검증부터"
조재규 경남도교육위원은 "1교1특색사업을 하면서 지역 출신 인사나 문인이라고 해서 선정하는데, 선정에 앞서 친일 혐의에 대해서는 먼저 검증을 했어야 한다"면서 "더구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지역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잘못이다. 교육적 차원으로 봐도 그렇게 접근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궁배 전교조 경남지부 정책실장은 "학생들의 교육 대상으로 삼을 인물을 선정할 때 문제제기가 있으면 일단 유보하는 게 맞다"면서 "교육적 차원으로 볼 때도 적절하지 않다. 지역 인물을 선정하더라도 논란이 있다면 혐의를 말끔히 정리하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친일 혐의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학교에서 친일혐의가 없는 것처럼 확정적으로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나중에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충복 교장은 "지난 4월 부임해 왔으며 이전 교장 때부터 추진했던 사업이다"면서 "친일 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모른다. 전반적으로 파악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몇 해 전부터 통영·거제지역에서 유치환 기념사업을 벌이자 전교조 경남지부 등에서는 그의 친일혐의를 들어 반대해 왔다. 지난해 전교조 경남지부는 '청마우체국 개명과 청마기념관 유치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치환의 친일행적에 대해, 전교조 경남지부는 "1943년 조선의 청년 학생들에게 일본 천황을 위해 기꺼이 죽음의 전장터로 나가라고 선동하는 시를 특집으로 꾸몄던 <춘추>지 12월호에 시 '전야'를 발표했고, 서구 근대를 극복한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의 수립을 축원했다는 내용의 <조광>지(1944년 4월)에 시 '북두성'을 발표하는 등 친일문학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친일적 성격의 '하얼빈협화회'라는 조직에 근무했다"고 밝혔다.
2007-05-10 /윤성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