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괴물투수 류현진입니다. 시즌 개막 후 3연패를 당했지만
어느새 5승을 올리며 ‘괴물’의 본색을 되찾았습니다.
6월 7일 LG-한화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엔 익숙한 손님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한화의 ‘괴물투수’ 류현진(24)의 부친인 류재천 씨인데요. 류현진이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 류 씨는 한 번도 아들이 등판하는 경기를 거른 적이 없습니다. 서울, 지방은 물론이고 때론 해외까지 따라다닌 열성 아빠지요.
류 씨가 서울에 올라온 것은 류현진이 원래 이날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피로가 누적됐다는 코칭스태프의 의견에 따라 류현진의 등판이 2, 3일 정도 늦춰졌고 류 씨는 그냥 경기 관전 차 잠실구장을 찾은 것이지요.
류 씨는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 인사입니다. 한화의 홈인 대전구장에는 류현진이 입단한 후 류 씨가 매번 앉는 지정석이 따로 있습니다. 당연히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에는 방송 카메라가 류 씨의 얼굴을 잡곤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류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첫 만남이었지만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들을 저렇게 훌륭하게 키울 수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허허허”라며 크게 웃은 류 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이 같은 질문을 곧잘 받는다고 하더군요.
류 씨가 말한 자녀 교육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입니다.
류 씨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잘하던 일도 제대도 못하기 일쑤다. 어른의 기준에서 생각하면 안 된다. 철저히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아이가 가장 편한 마음에서 스스로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류 씨가 그러면서 류현진의 학창 시절 얘기를 꺼내더군요. 인천 동산고 시절 꽤 유망한 투수였지만 그 이전까지 류현진은 승리보다는 패배에 익숙한 선수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류 씨는 “현진이에게 단 한 번도 뼈가 담긴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즉 “너는 왜 공을 이렇게 못 던지냐” “왜 그 공을 못 쳤냐” “그렇게 해서 프로에 가겠냐” 등등 아이가 상처를 받을 만한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류현진의 부친 류재천 씨와 모친 박승순 씨 입니다. 류 씨는 류현진의 등판 경기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지켜봅니다.
대신 패전 투수가 된 날 류 씨는 반드시 “수고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외식을 하면서 그 경기에서 류현진이 받았을 지도 모를 스트레스를 풀게 했다고 합니다. 경기 등판 후 외식은 스트레스를 없애는 일종의 의식이었던 것입니다.
류현진이 한국 프로야구 최고 투수인 것은 뛰어난 구위를 가진 것은 물론이고 에이스 투수로서의 마인드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류현진은 야수들의 실책으로 승리를 날릴 때도, 좀처럼 승리를 따내지 못할 때도 전혀 얼굴 표정에 변화가 없지요. 또 사석에서는 장난끼많은 어린아이로 돌변합니다. 류 씨의 말을 듣다보니 류현진의 낙천적인 성격, 든든한 배짱과 같은 것들은 어릴 적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아이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